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이거, 너무 마음에 걸리는데.
나는 류보라를 힐끔, 보았다.
멘탈 되게 강해 보였는데, 아니었나.
하긴 사람 속이라는 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윤청 연습생.”
“네.”
“바로 들어갈게요. 본인 해석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거 되게 부담되는데.
다른 연습생들이 나를 뚫어져라 보는 게 느껴졌다.
내가 선택한 곡이니, 최소한의 실력은 보여 줘야 한다.
어떤 비전으로 이 어려운 노래를 골랐는지 말이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노래는 십여 년을 불러도, 부를 때마다 긴장됐다.
도입부는 내 파트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파트이기도 했고.
임이여
만월마저 희짓는 밤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낙엽이여
꽃이 될 바에는 지겠다던
나의 사람이여
어디까지 왔는지
***
제작진: 처음에 윤청 연습생이 [손끝>을 골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경아: 미쳤나? 쟤가 진짜 미쳤나…?] [희온: 원래도 신기한 애긴 했는데, 여기서 이걸?] [보라: 뭔가 생각이 있겠거니 하긴 했죠.]제작진: 다른 연습생들은 [손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데, [손끝>을 굳이 고른 이유는?
[청: 하하.] [청: 사실 저 혼자만 부르는 거였다면 다른 것을 골랐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이걸 고른 건, 모두의 실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제작진: 실력?
[청: 네. 사실 지금까지 가창력이나 스킬들은 어느 정도 보여 줬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창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손끝>은 가장 서사가 짙은 노래였어요.]제작진: 그렇다는데?
[보라: 그 언니가 확실히… 야망이 있어요.] [희온: 아니,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어려운 노래라 그렇죠.] [경아: 걔가 원래 그렇게 도전을 하고, 그런 애가 진짜 아닌데. 메뉴컬 나오더니 사람이 완전히 변했어요.]제작진: 좋은 쪽으로 변한 건가?
[경아: 좋은 쪽이죠. 원래 청이는 되게 소심하고, 쟤가 무대에 진짜 올라갈 수 있나? 싶은 애였거든요.] [희온: 저희 중에 누구도 청이가 5위 안에 들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벌써 2위잖아요. 아, 베네핏 포함하면 1위.] [보라: 뭐든 간에 열심히 하면 좋은 거죠. 열정이 있다는 거니까.]제작진: 그래서, 녹음실에선 어땠나? 류보라 연습생이 고전하는 것 같았는데.
제작진: 시간문제?
[청: 네. 사실 전 이 노래, 보라를 위해 고른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제작진: 왜?
[청: 보라가 정말 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본인이 적응만 한다면.]제작진: 윤청 연습생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라: 청 언니는 좋은 분이죠. 저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하하. 그런데 전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닌데.]제작진: 그렇다면, 윤청 연습생의 녹음은 어땠나?
[경아: …하하.] [희온: 솔직히 할 말이 없었죠.] [보라: 전 프로듀서님들이 그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 분들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자막: 보라, 삐지지 마…!
[경아: 걔는 진짜… 사기예요. 걔가 그걸 부른 순간에 딱 알겠더라고요. 뭘 원했던 건지.] [희온: 문제는 전 청이만큼 잘할 자신이 없다는 거예요. 아니, 너무 혼자 잘해 버리면 치사하잖아요. 이건 팀플인데.] [보라: …자극받았죠. 보니까 저도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제작진: 두 프로듀서의 생각은 어땠나요?
[재이: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어요. 와, 이거 방심했다간 후배님들에게 너무 쉽게 따라잡히겠는데? 싶었죠.] [단하: …곡을 새롭게 해석한 방식은 좋았습니다.]제작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나요?
[재이: 그런 게 있을 수가 있나? 다른 연습생분들은 확실히 조금 더 연습하면 훨씬 잘할 것 같았어요. 윤청 연습생은 정말 자랑스러웠고요.]제작진: 어떤 게 자랑스러운지?
[재이: 그래도 컬러즈의 메인 보컬 자리를 노리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 하하.] [단하: 네가 더 잘해.] [재이: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야. 전 단하가 그렇게 한 번에 오케이 사인 보낸 거 처음 봤어요. 저한텐 단 한 번도 안 그랬으면서!] [단하:…그건 그 연습생이 여러 번 하면 그 느낌이 안 날 것 같아서 그랬어요. 미완성된 감정선이 오히려 듣는 분들께는 더 좋을 것 같아서.] [재이: 보세요. 얘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 보셨나요? 전 본 적이 없다니까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녹음이 끝나고,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밴에 타기 위해.
하지만 녹음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두 프로듀서가 류보라와 조희온은 연습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퇴짜를 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틀 뒤에 한 번 더 와서 녹음을 해야 했다.
어쩐지 내가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한걸.
녹음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경아는 확실히 메인 보컬 자리를 노리는 연습생답게, 실력이 좋았다.
다른 소속사였다면 볼 것도 없이 바로 메인 보컬이 됐을 정도로.
조희온은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음정이 불안했다.
연습 때 봐줘야 할 것 같았다.
“아, 너무 힘들다.”
조희온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말했다.
나는 류보라를 힐끗, 보았다.
류보라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전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모습.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생긋 웃는 게 전부였다.
지금이야 대중들을 속일 수 있겠지만, 데뷔하면 저것도 다 드러날 텐데.
아주 오랫동안 활동을 해야 할 텐데, 사람인 이상 저런 모습이 아예 안 잡힐 수가 없다.
쟤가 원래 저런 애였나?
아역 시절 때는 되게 밝았던 것 같은데.
“보라야.”
“네.”
류보라는 느릿하게 이어폰을 빼며 대답했다.
항상 뭔가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을 보던데, 뭘 듣는 걸까.
물어볼까 하다가, 아직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이따 연습 도와줄게. 같이 연습하자.”
“아….”
류보라는 카메라를 살짝 확인한 후,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언니. 그런데 언니도 많이 힘드실 텐데. 제가 열심히 한번 해 볼게요.”
“아냐. 나 안 힘들어. 도와주고 싶어. 도와주게 해 주라.”
“…언니가 정말 원하시면… 네.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진짜 도움받기 싫다는 얼굴이군.
그런데 카메라 앞이니까 그냥 대충 알겠다 해 주겠다는 뜻이군.
“우리 룸메잖아. 그리고 같은 팀원이고.”
“네.”
“이건 운명이라는 뜻… 아닐까.”
“…?”
“아님 말고….”
싸늘한 분위기에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분위기 좀 살려 보겠다고 나선 건데… 무리수였나 보다.
그냥 닥치고 도와주기만 하자.
“금이랑 친해지신 것 같던데.”
“맞아.”
“왜 친해졌는지 알 것 같아요.”
“…?!”
그거 욕은 아니지?
“둘 다… 좋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까 저 같은 애한테도 마음 써 주시고. 아까 실망 많이 하셨을 텐데.”
“실망이라니. 전혀.”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런데요, 언니.”
류보라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전 괜찮아요. 정말로.”
그러나 괜찮아 보이지는 않았다.
***
숙소에서도 류보라는 가만히 누워서 이어폰만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가끔가다가 핸드폰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팀 미션이라 핸드폰을 허락받은 덕에, 아주 대놓고 핸드폰을 보는 것 같았다.
뭔가 말을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말 붙이기가 영 어려웠다.
‘내가 그룹 생활을 해 봤어야 알지…!’
이럴 때만큼은 연예인 친구도 많지 않았던 내가 야속했다.
이 죽일 놈의 사회성아.
결국 나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어라, 금김.”
“언니도 저 그렇게 부르기예요? 연주홍 하나로도 족한디.”
“…미안. 나도 모르게 입에 붙었네.”
묘하게 중독성 있단 말야….
“일찍 왔네.”
“넵. 왜냐하면 저희 노래는 사실상 다시 만드는 수준이기 때문. 아직 녹음 못 했죠, 뭐.”
“랩 메이킹 해야 해서 그렇지?”
“넵. 후렴구 빼고 싹 다 뒤엎기로 했어요. 컨셉은 그대로 갈 거 같아요. 가사도 조금 유지하고.”
진짜 힘들겠군, 저기도.
나는 김금의 어깨를 토닥였다.
위로의 뜻이었다.
“이틀 뒤에 녹음하기로 했어요. 정신 나갈 것 같아요.”
“하은이는 어때? 둘이 합 잘 맞아?”
“하은이요? 열심히 하죠.”
…잘한다곤 절대 안 하는군.
“보라 걘 어때요? 걔 백 퍼 감 하나도 못 잡고 삽질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넌 그렇게 정확하냐.
이게 바로 우정의 힘…?
나는 혹시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까 봐 주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다행히 카메라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사생활 존중 차원에서, 미리 예고한 부분이 아니라면 촬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보라… 연기 잘하지 않았어? 나는 그래서 감정선 복잡한 노래에 강할 거라 생각했거든.”
“음.”
김금은 입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입이 간질간질하긴 한데, 열어도 되나 싶은 모양이었다.
“걔가 연기를요, 진짜 너무 오래 했어요. 오히려 그게 걔 발목을-”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리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류보라는 주방에 있는 우리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 두 사람.”
“으, 응?”
“뒷담 까지 말고 앞담으로 해요.”
류보라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렇지 않게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무슨 광고의 한 장면처럼 마셨다.
예쁜 것은 뭔 짓을 해도 예쁘구나….
“김금.”
그때,
“어엉?”
류보라가 김금의 손에 자기가 들고 있던 컵을 쥐여 주었다.
김금은 얼떨결에 그 컵을 받아 들었다.
“눈치 챙겨.”
“누, 눈치?”
“입 털어 봐, 한번. 나도 털 거 많으니까.”
“허억.”
엄마….
“설거지 니가 해라.”
나 쟤 무서워….
나… 쟤랑 데뷔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