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56)
56화.
게릴라 콘서트는 전체 무대 하나와, 각 방별 무대 하나씩 하기로 했다.
전체 무대는 우리의 첫 번째 단체곡, [Rainbow> 공연이었다.
나머지 한 무대는 우리 방이 알아서 준비해야 했다.
“근데 주홍이네 방은 어떡해요, 그럼?”
“그러게…? 거긴 둘이서 하나?”
연주홍의 방에는 원래 조희온, 김려유까지 셋이 있었다.
그런데 조희온이 포기하고 나가 버렸으니, 거긴 자동으로 두 명이 된 셈.
가능할까 싶은 의문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똑똑.
“들어오세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강 작가였다.
“카메라 세팅할 겸 전달 사항이 있어서 왔어요.”
“전달 사항이요?”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그…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 김려유 연습생, 연주홍 연습생 방은 인원이 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네네.”
“그래서 연주홍 연습생이… 둘이서는 하기가 조금 힘들지 않겠냐 그래서….”
설마.
우리 셋의 머리에 싸늘한 직감이 스쳤다.
“다른 방과 합쳐서 다섯이서 하면 어떻겠냐 해서요.”
“싫어요.”
김금이 바로 거절했다.
가차 없는 가시나.
“…그, 일단 들어 봐 주시고….”
“들어는 보겠지만, 매우 싫습니다.”
김금은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김금은 이주선 일로 인해서 김려유에게 아주 학을 떼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세한 정황까진 모르겠지만, 일단 김려유가 이주선과 우리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그런데 저희도, 셋보다는 다섯, 여섯이서 무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그게 여러분에게도 부담이 덜 갈 거고. 당장 게릴라 콘서트가 이틀 뒤니까요.”
“차라리 부담 갖고 하는 게 낫죠! 아니면 다른 방이랑 붙여 주시든가! 백영 언니 방이랑 할래요!”
김금이 전혀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자, 강 작가는 내 쪽을 보았다.
왜 류보라가 아니라 저를 보세요.
“연주홍 연습생이, 꼭 이 방과 하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온 거예요.”
“…주홍이가요?”
이건 또 몰랐네.
왜 그렇게까지…?
“아시겠지만, 연주홍 연습생이 워낙 어리기도 하고… 마음이 여리기도 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멘탈 약하기로는 연습생들 중에서도 제일일 것이다.
잘 웃고, 잘 울고.
자신의 약한 부분을 가리기 위해 앙칼지게 굴 때도 있지만, 제일 정이 많은 애기도 했다.
나한테 제일 먼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온 애기도 했고.
전생에서의 그 독한 모습은 데뷔를 실패하고 나서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인 건가. 지금의 연주홍을 보노라면 내가 알던 그 연주홍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연주홍 연습생이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인데… 이 방과 같이 하면 그래도 마음이 많이 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새삼 강 작가를 다시 보았다.
연습생들의 마음까지 챙겨 줄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무려 오 PD의 오른팔 같은 사람이니까.
강 작가는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흠흠, 목을 가다듬었다.
“오 PD님이 이런 걸 못 챙기니 저라도 챙겨야죠.”
“…그렇죠.”
누구 하나는 챙겨야 사고가 안 생기겠지.
나는 적당히 납득했다.
이거 고민이네.
김려유와 같은 팀이 되는 건 죽기보다 싫었지만, 연주홍의 사정을 나 몰라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금도 비슷한 생각인지, 뭐 씹은 표정이었다.
어쨌든 연주홍 혼자 그 방에서 꽤 오랫동안 버텨 왔으니까.
“보라 네 생각은 어때?”
“전 아무 생각 없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류보라는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다는 얼굴이었다.
…넌 대체 뭐에 관심이 있는 거냐.
데뷔도 관심 없고, 같은 팀에도 관심 없고.
그래도 [손끝> 무대를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
“금아, 네 생각은 어때? 그래도 주홍이… 우리가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에이씨.”
김금이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빼꼼, 핑크색 머리가 들어왔다.
“언니…….”
밖에서 다 듣고 있었나 보군.
“나 진짜 잘할게…….”
…풀 죽은 토끼같이 생겼다.
나는 애써 눈을 피했다.
나는 죄 없다. 죄는 김금에게 있다.
“아, 너 왜 사람 말을 엿듣고 앉아 있어!”
김금은 민망하니 괜히 역정을 부렸다.
그러자 연주홍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리기 시작했다.
“언니이…….”
“뚝 안 그쳐?!”
“나 저번 무대 때도 힘들었는데…. 같이 하면 안 돼? 언니들 너무 보고 싶었단 말이야!”
쟤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완전히 막내처럼 변한 연주홍을 보며,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해, 해. 같이 해. 에휴.”
결국 이런 상황을 잘 못 견디는 김금이 두 손을 들었다.
“너 연습 때 징징거리기만 해.”
“내가 언제 연습 때 징징거렸어!”
“맨날.”
“금김 진짜 유언비어 유포 대박임.”
“뭐가 유언비어야. 이 징징아. 너 맨날 ‘나 데뷔 못 하면 어떡하지? 나 삑사리 나면 어쩌지?’ 그러잖아!”
“불안하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불안할 실력 아니라고 해도 믿질 않잖아!”
“그럼 구박을 그만해 금김!”
“어쩌라고 핑크대가리,”
…쟤네는… 지금 본인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까?
사파리도 이것보다는 평화로울 것 같다.
“아무튼, 해결됐네요.”
나는 약간 지쳐 보이는 강 작가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강 작가는 오히려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거 괜히 열받네.
“려유는 어디 있죠, 근데?”
“김려유 연습생은… 잠시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오늘 촬영에는 빠졌어요. 일단 네 분이서 무대 상의하세요. 그리고 김려유 연습생은 내일 합류해 연습부터 같이 하는 걸로 할게요.”
또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어디서 처놀고 있나 보다.
“그럼 려유 언니 빼고 우리끼리 파트 정하고 우리끼리 컨셉 정하고 우리끼리 노래 정해요?”
“네. 제가 김려유 연습생에게 그렇게 전달할게요.”
김금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걔가 그걸… 받아들일까요?”
“…일단 전달은… 해 볼게요.”
이씨.
***
결국 우리는 김려유 없이 노래를 정하기로 했다.
강 작가는 협조해 준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카메라를 세팅하고 나갔다.
“연습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댄스는 빼고 담백하게 가자.”
“좋아요.”
내 의견에 다들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우리가 공연하는 곳이… 한강이네.”
무려 한강 공원….
사람 엄청 많겠구나.
“게릴라 콘서트니까, 우리를 아시는 분보다는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겠죠?”
“응. 우리 인지도 아직 한줌이잖아.”
“힝.”
김금의 단호한 말에 연주홍이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사실이긴 하지.
물론 메뉴컬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치고 인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시청률 2.1%가 최고 기록이었다.
코어 팬이 생기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대중성이 있다고 할 순 없지.
“데뷔도 안 했는데 이 정도인 것에 감사해야지.”
“보라 언니는 알아보시지 않을까요?”
연주홍의 말에 우리의 시선이 류보라에게로 쏠렸다.
류보라는 갑작스러운 관심이 별로 반갑지 않은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무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하자.”
“그래요. 우리에게 없는 대중성을, 노래로 채워 버리면 되니까.”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어느 정도 합의점이 보이는군.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맞아. 산책 나온 분들도 신날 수 있는, 밝은 걸로.”
“여름이니까, 여름밤에 어울리는 청량한 노래!”
내가 말을 얹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의견들이 모였다.
이렇게… 수월하게 일이 풀렸던 적이 있던가?
“‘푸른 별빛 밤’ 어때요?!”
“그건 너무 최신곡이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걸?”
“‘Bye Bye dream’은요?”
“그거 춤 없이 부르면 진짜 분위기 싸해질 수도 있어…. 너 그 노래 노래방에서 안 불러 봤지? 은근 소화하기 쉽지 않은 노래야.”
“그럼 이건 어떨까?”
“그건….”
나는 고초 가득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역시 조별 과제는 조원을 잘 만나야….
그와 동시에, 어느새 제법 친해진 연습생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 메뉴컬이 시작될 때만 해도, 다들 데면데면했는데.
언제 다들 이렇게 친해졌지.
메뉴컬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청 언니 갑자기 아련해졌어.”
“왜 늙은이처럼 갑자기 감상에 빠졌어요.”
류보라 너 의외로 본질을 정확히 보는구나…?
나는 류보라의 볼을 꼬집었다.
그러자 김금과 연주홍이 더 놀랐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이 노래는 어때?”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핸드폰을 켜서 노래 하나를 틀어 주었다.
“어, 이 노래…!”
“다들 익숙하지?”
최신 노래는 아니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쯤 나온 거니까, 지금으로부터도 한 20년 정도 전에 나온 노래.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였다.
“어때?”
노래의 절반 정도가 끝났을 때, 나는 물었다.
“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긴 하죠.”
“그런데 너무… 너무 옛날 노래 아니에요? 나온 지가 거의….”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을 수도.”
나는 나머지 세 사람에게 선택을 맡겼다.
일부러 끼어들지 않고.
“확실히 여름밤 분위기긴 한데…. 조금 편곡해 볼까? 우리한테 더 어울리게?”
“언니 편곡 하루 만에 돼요?!”
“날 무시하지 마라. 당연히 가능.”
“김금 허세 그만 좀 부려….”
이런 게 팀이라는 거구나.
연말 무대 같은 일회성 무대를 할 때마다, 나는 혼자서 무대를 구상해야 했다.
물론 소속사에서도 도와주고, 프로듀서도 있었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직접 무대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동지애 같달까.
“이 파트는 연주홍 네가 하면 되겠다. 네 음색이 딱일 듯.”
“진짜요?! 진짜?! 나 이거 해도 돼요?”
“왜 이렇게 유난이야. 당연히 되지.”
“근데 이 곡엔 랩 없는데 김금 너 괜찮아?”
나도 그 점이 걸렸는데.
류보라의 속 시원한 질문에 우리는 동시에 김금을 보았다.
“난 랩을 잘하는 거지, 랩만 잘하는 건 아님. 나야말로 진정한 꽉 찬 오각형 능력치 인간.”
“….”
“…”
문제가 해결되긴 했는데….
하긴 김금이 노래를 못 부르는 건 아니었다.
가끔 자기 마음대로 가사를 바꿔 흥얼거릴 때마다, 의외로 잘 불러서 깜짝 놀라곤 했으니까.
그런데 뭔가 본격적으로 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네.
“그러면 금아, 여기 한번 불러 볼래?”
“이거이거. 나 못 믿으시네. 이 언니가.”
김금은 자존심 상해 하면서도 핸드폰을 뺏어 가사를 보았다.
떠나요 우리
아무 걱정 근심도 없이
딱 한 소절.
그러나.
우리는 다 같은 생각을 했다.
‘김금 때문에라도 이 노래 해야겠다.’
문제가 딱 하나 남아 있다면-
“근데 려유 언니가 이 노래 괜찮다고 할까요?”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