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일단 우리는 강 작가를 믿어 보기로 결정했다.
그쪽이 설득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안 하면 거기 탓이지.
“좀 더 어쿠스틱하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로 편곡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모두 화들짝 놀랐다.
류보라가… 먼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원래 류보라는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내는 것에 호불호 정도만 표시하는 게 전부였다.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건 좋은 것 같다, 이렇게.
그런데 누구보다 먼저 의견을 정확하게 내주다니.
나도 나지만, 김금이 더 감동받은 눈치였다.
하긴 둘이 어렸을 때부터 친했댔지.
그런데… 둘이 완전 상극 같은데 대체 무슨 인연으로…?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그거 좋은 생각 같네.”
“통기타 통통 연주하면 더 좋을 텐데!”
“여기 기타 칠 줄 아는 사람이-”
김금은 연주홍에게 면박을 주려다가, 멈칫했다.
“청 언니… 설마… 설마 칠 줄 알아요?”
설마 이것까지 할 수 있냐는 눈치군.
제발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것 같지만….
“칠 줄 알지.”
불행히도 나는 기타를 칠 줄 알았다.
전생에서 나 나름 다 해 보고 살았어. 힘들게 살았단 말이다.
“어느 정도로?”
“그냥 적당히 쳐….”
“당장 쳐 봐요. 이 노래.”
“여기 기타가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나는 질색했다.
내가 ATM이냐, 버튼만 누르면 다 나오게.
“숙소… 거실에 기타 있지 않았나?”
넌 또 그걸 말해 주니?
류보라의 지적에, 연주홍은 잽싸게 거실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15초 뒤, 내 손에는 통기타가 들려 있었다.
“아니, 이거…. 장식용으로 있었던 거 아냐? 조율도….”
“강 작가님이 그거 혹시 누가 쳐 주진 않을까 싶어서 다 해 놨대요.”
내가 이래서 엠텐 놈들을 싫어했다.
평소엔 맨날 스포 돌아다닐 정도로 일 어설프게 하면서.
내 파트 가사 자막에 [윤청]으로 달아 줘야 하는데, 굳이 꼭 [All]로 달 때도 있으면서.
생각할수록 열받네.
중요한 건 하나도 못하면서, 이런 곳에서만 쓸데없이 치밀한 구석이 있다.
“근데 악보도 없는데 칠 수 있어요?”
연주홍이 의아하게 물었다.
“있죠?”
김금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고,
“칠 수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짜증 날 듯.”
류보라는 또 자기 혼자 삐졌다.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할 줄 알아.”
정확하진 않겠지만, 듣고 대충 코드 따면 되니까.
“재수 없어….”
“나 안 한다?”
“아니에요. 하세요.”
나는 기타를 이리저리 확인해 보았다.
정말 조율 다 되어 있네.
그렇게 기타를 치려는 순간,
“잠시만요.”
강 작가가 들어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윤청 연습생, 기타 치실 거죠?”
“앗 네. 그러면 안 되나요?”
“아뇨. 치실 거면 밖으로 나와서 치세요. 이걸로 분량 좀 잡아 보게.”
아, 나 정말 부담스러운데.
일이 너무 커지고 있었다.
기타를 안 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렇게 자신 있지 않았다.
이거 괜히 할 줄 안다고 했다가 창피만 당하는 거 아니겠지.
“잘됐다! 언니 얼른 나가서 쳐 보세요!”
에휴.
우리는 결국 거실로 나왔다.
나는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코드를 대충 익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준비되셨나요?”
잘해 본다!
***
▶ [[Make a New Color>│8화 예고편-♬윤청의 반전 매력☆ 통기타 실력까지?! [떠나요 우리>]
헐 메뉴컬 예고편 뜸
엥 통기타?
통기타????? 윤청???? 청기타?!!?!
아… 어줍잖게 기타치는 거 극혐인데ㅋㅋㅋ 그냥 노래만 부르지ㅠ
떠나요 우리? 이게 무슨 노래예요? 알려주실 분ㅠ
└너 초딩이지? 이 노래를 어떻게 모르냐 이 쌉명곡을…
└└?ㅅ? 늙어서 좋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청 메보 아님? 노래만 해도 되는데 굳이 통기타까지?
아ㅠㅠㅠㅠㅠ일단 청기타 영접하고 옵니다
근데 통기타 왜 치는 거지? 또 무슨 갠미션하나?
└게릴라콘 프리뷰뜬거 안봄?
걱정하는 반응, 기대하는 반응, 반감부터 보이는 반응.
각각의 반응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발 닿는 곳마다
네 슬픔 두고 가
돌아갈 땐 그대
내 행복까지 줄게
그리고 아주 짧은 클라이맥스와, 윤청의 연주가 끝나자.
씹
와
?????????????????????
반응이 폭발했다.
ㄸㄸㄸㄸㄸ뭐임 왜이렇게 잘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직캠만 보다가 이거보니까 개오져
아까 초치던 새끼 어디갔냐? 나와
낙동강 밴드의 오랜 팬입니다..^^ 윤청님 덕분에 옛 추억에 젖었네요.. 이 노래가 참 쉬워보이지만.. 또 어려운 노래인데.. 기대하겠습니다..^^
얜 그룹이 아니라 솔로로 나와야겟는디;;;;
반주까지 30초도 안 되는데 그냥 찢어버리네
처음 듣는 노래인데 너무 좋아요 윤청 짱
언니 나 서른일곱인데 이제 일곱살이야 응애 언니라 부를게
└적당히 좀 하세요
덩달아, 본 공연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졌다.
물론… 이 예고편이 나간 건, 이미 게릴라 콘서트가 끝난 후였지만.
***
다음 날 오후.
김려유는 생각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쉬고 온 거 아니었나?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려유 언니 기분 좀 안 좋아 보이지 않아요?”
연주홍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내게 귓속말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안 좋은데.
그래도 어쨌든 공연을 같이 할 사이였으니, 기분이 나빠 보인다고 말을 안 걸 순 없었다.
“려유야. 게릴라 콘서트 관해서 강 작가님께 얘기 전해 들었지?”
무엇보다 카메라도 켜져 있는걸.
아직 여론에선 조희온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더 불화설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김려유와 내 사이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카메라 앞에서 빌미를 줄 필요는 없지.
“…들었어. 너랑 나랑 같은 팀이라고.”
“응, 주홍이, 보라, 금이까지 다 같은 팀이야.”
“노래 정했다며.”
어라, 생각보다 같은 팀이 된 것에 대한 반발이 없었다.
…이미 다 듣고 와서 그런 건가?
“응. 우리가 할 노래는 낙동강 선배님의 [떠나요 우리>야. 혹시 아는 노래야?”
“…알아.”
“괜찮겠어, 이 노래로 해도?”
“이미 정해진 거니까.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어?
우리 네 사람은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김려유가… 생각보다 고분고분했다.
다행이긴 한데 왜 이렇게 찜찜하지?
우리의 예상 대사는,
‘얘들아, 그래도… 노래 정도는 같이 정해 줄 수 있는 거 아냐? 딱 하루였는데… 그것도 못 기다려 줘?’
라거나,
‘그 노래… 나랑은 좀 안 어울리지 않아…? 왜 이 노래로 한 건지 이유 물어봐도 돼?’
정도의 시나리오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우리가 봐 온 김려유의 취향과 이 노래는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려유는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 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잘하는 것을 하려 한다.
하지만 김려유는 그게 좀 심했다.
오로지 섹시 컨셉, 그게 아니라면 다른 컨셉에 섹시 한 방울, 이런 것만 고집했던 것이다.
섹시 컨셉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아이돌이라면 여러 가지 컨셉을 소화해야 하니까.
“그런데, 이게 확정은 아니야. 혹시 다른 노래를 원한다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어.”
“…아냐. 나도 이 노래 좋아.”
이 노래가 좋다고?
의외긴 했지만, 다행이었다.
“파트 분배는 했어?”
“아니, 그건 너랑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고마워.”
혹시 오늘 태양이 서쪽에서 떴나…?
적응이 되지 않아 우리는 그저 벌벌 떨 뿐이었다.
그러나.
사실 김려유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
“앉아 보세요.”
사실 어제 김려유는 쉬러 간 게 아니었다.
홍 사장에게 불려서, 컬러즈 본사로 간 것이었다.
처음에는 격려차 부른 건 줄 알았다.
원래 홍 사장은 사람이 무른 편이고 연습생들이나 아티스트들에게 가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근 유난히 김려유 연습생과 관련된 논란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네요.”
“그건 전부 루머-”
“난 세간에서 떠도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회사 내에서 나오는 소문들을 얘기하는 거지.”
“!”
뭔가 이상했다.
김려유는 같이 불려 온 김 이사를 불안한 눈으로 곁눈질했다.
그런데 김 이사도 오늘따라 뭔가 이상했다.
평소대로라면 홍 사장에게 잘 대치했을 김 이사가,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예 고개를 들 생각도 없어 보였다.
“이번 조희온 연습생과의 계약 해지도, 말이 많던데요.”
“그건 희온이가 건강상…”
“너 내가 만만하니?”
“…네?”
김려유는 흠칫, 놀랐다.
한 번도 연습생들에게 말을 놓지 않았던 홍 사장이 말을 놓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무섭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어서 내버려 뒀는데.”
홍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김 이사를 노려보았다.
“자꾸 선을 넘네.”
설마… 설마 다 알고 있는 건가?
김려유는 점점 불안해졌다.
땅콩 가루 사건도 전부 전말을 아는 건가?
윤청이 말했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다른 소속사로 옮긴 연습생들에게 물어봤어요. 김려유 연습생에 대해서.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다른 소속사로 옮긴 연습생, 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김려유는 움찔했다.
그동안 김려유는 데뷔가 유력해 보이는 신입 연습생들에게 온갖 텃세란 텃세는 다 부렸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많은 연습생들이 그런 텃세 때문에 컬러즈를 떠났다.
애초에 김려유가 원했던 것도 그것이었고.
“그런데 다들 당연히 너 때문일 거라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