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이 망할 것들.
김려유는 이를 부득, 갈았다.
감히 뒤에서 그딴 식으로 입을 털어?
“저는 정말 억울해요…! 저희 회사를 떠날 정도의 애들이 뭐, 저한테 좋은 감정을 가질 이유가…! 다들 데뷔조에 못 들 것 같으니까 질투심 때문에 그러는 거겠죠, 사장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중에선 지금 너보다 훨씬 잘된 애들도 있어.”
홍 사장은 바로 김려유의 말을 잘랐다.
김려유는 분했지만 일단 고개를 숙였다.
누군지 알아내기만 하면, 진짜 반쯤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회사 내부에서 너와 김 이사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홍 사장은 볼펜으로 톡톡, 책상을 두드렸다.
“조희온 연습생이 필사적으로 이번 일을 덮고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어. 하지만.”
홍 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은 여러모로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김 이사가 김려유를 어떻게든 데뷔조에 밀어 넣으려고 하는 건 알고 있었다.
홍 사장도 거기까진 별생각 없었다.
김려유가 비인기 연습생도 아니고,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연습생이었으니까.
그래도 김 이사가 티 나게 미는 건, 못 하도록 막았다.
미션에 특혜를 받지 못하게 한다거나, 모든 연습생들에게 분량을 최대한 골고루 나눠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경쟁을 공정하게만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김 이사가 문제인 거지, 김려유가 문제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이젠 김려유에 대한 여론도 그렇게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연습생들 직접 프로듀싱했지? 어때?’
홍 사장은 단하와 한재이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해 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김 이사가 무서워서 말을 못 할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하하.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별로입니다.’
‘야야. 살살해….’
망설이는 한재이와, 단호한 단하.
‘인격적으로 그렇게 성숙한 연습생은 아니에요. 그런 애들은 오래 안 가서 사고 치죠.’
단하는 매우 단정적으로 말했다.
홍 사장은 한재이에게 눈짓했다. 저 말이 진짜냐는 의미였다.
‘…뭐, 같은 팀을 하고 싶은 연습생은 아니긴 하죠.’
그 상냥한 한재이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면….
홍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 회사 바깥에선 긴가민가하는 정도였지만, 회사 내부에선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그래도 결정적인 사건이 없어서 일단 두고 보고 있었는데….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이건 기억해 둬야 할 거야.”
이제 홍 사장은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고 있었다.
애초에 하자가 있는 상품을 밖에다 내놓고 싶어 할 기업인은 없다.
지금까지는 선배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기회를 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기대를 배신한다면-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나라는 것을.”
이쪽도 상대방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대하는 수밖에.
“너는 내가 널 결국 데뷔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겠지, 려유 연습생? 네가 지금은 투표에서 상위권이고, 화제성도 높으니까. 나름 팬도 좀 붙은 것 같고?”
김려유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 딱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네 인기는 회사에서 투자하지 않으면, 1년도 못 갈 인기야.”
“…!”
“메뉴컬이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인기고.”
김려유는 점점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 사장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당장 내가 너를 프로그램에서 제외시키면, 아마 몇 달 정도는 좀 시끄럽겠지. 어떤 팬들은 회사 앞으로 트럭을 보내고, 성명문도 낼 게 분명해. SNS에서는 며칠간 반발하며 날 욕하고.”
컬러즈쯤 되는 대형 소속사에서 그런 것을 안 겪어 봤겠는가?
홍 사장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주가도 좀 떨어질까? 한, 며칠 정도? 아니다. 생각해 보니 네가 그 급은 아닌 것 같아. 들어 보니까 요즘 순위도 하락세라는 평이 자자하던데.
“넌 내가 며칠 욕먹는 게 두려워서 널 데뷔시킬 사람으로 보이니?”
홍 사장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또 사장 입장에서 모든 걸 겪어 본 사람이었다.
산전수전은 다 겪어 봤다는 뜻이었다.
이것보다 더한 일?
수두룩했다.
이 정도 일은 홍 사장의 역사에 기록도 못 될 일이었다.
“그게 뭐 얼마나 갈 것 같은데? 김 이사를 봐서, 건강상의 문제였다고 하면, 2주일도 가지 않고 사그라들겠지. 아예 널 묻어 버리려고 작정해서, 몇몇 연습생 증언 모아서 네 인성을 폭로하는 쪽으로 여론 몰아가면 이틀도 안 가서 사라질 반응들이야. 네 욕으로 도배되게 하는 거, 순식간이고.”
“사, 사장님…!”
김려유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겁이 났다.
홍 대표의 덤덤한 말투가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이었다.
“과연 지금 연습생들 중에서, 증언하겠다는 애 하나가 없을까? 정말 자신 있니? 그렇다면 해 보고.”
“…!”
없을 리가 없다.
김려유는 바로 윤청을 떠올렸다.
그 독한 애가 입을 안 열 리 없었다.
결국 김려유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숙였다.
***
“려유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죽을 때가 된 건가…?”
연주홍이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김려유는 정말 이상했다.
파트 분배를 하는 내내, 단 한 번도 반발하지 않았다.
우리 다섯이 정확히 5분의 1로 나누어도, 아무 말 없었다.
메인 보컬을 정하자고 떼쓰다가 자기로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군말 없이 받아들이다니.
어제 뭐, 어디 불려 가서 혼나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기가 죽었지?
아니, 애초에 쟤를 혼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어?
그 정도쯤 되려면 홍 사장이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각자 파트 연습 2시간 정도 하고 맞춰 보려 하는데 어때요?”
“좋습니다~”
“네네!”
내 제안에도 김려유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갑자기 저러니까 진짜 적응 안 되네.
무시하자.
아니, 그렇지만 방심은 하지 말자.
나는 개인 연습에 집중했다.
이럴수록 내 실력을 더 단단하게 해야 한다.
내가 고른 노래에, 연주까지 해야 한다.
파트 분배는 거의 비슷하게 되었다지만, 내 책임이 가장 막중했다.
나는 기타를 치며 계속해서 연습했다.
오랜만에 기타 연주에 노래까지 하려니까 살짝 어려웠다.
한 가지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픈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니까.
비교적 숙련되어 있는 편인데도, 긴장되는 일이었다.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그랬다.
이제 이 무대 후에는 마지막 미션밖에 남지 않아서 더더욱 그랬다.
오랜만에 평화로우니까 연습에만 집중-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니까.”
“…네 연습에만 신경 쓰는 게 어때?”
못 하겠군.
나는 소란스러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금과 류보라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말이 좋아 투닥이지, 언성이 높아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카메라가 없었으면 진즉 싸웠을 분위기였다.
저긴 또 갑자기 왜 저래?
“여기 음은 이렇게 살짝 연결되는 느낌으로 해야 해. 끊어지는 느낌 말고.”
“금아.”
“엉?”
“내가 혼자 해 봐도 돼?”
“같이 좀 해! 맨날 혼자 하지 말고.”
“…난 혼자 하고 싶다니까.”
상황을 보니까, 김금은 계속 류보라를 도와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류보라는 그게 싫고.
김금이 저렇게 오지랖이 넓은 성격은 아닌데.
난 김금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류보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봐요, 저.’
‘…그래?’
‘맨날 무기력하게 남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이제 진짜 이 일 하고 싶은가 보다 싶어서 막, 제가 더 뿌듯하고 그래요. 이 기세 쭉 이어 나가야 되는데.’
‘그럼 좋지.’
‘그렇죠?! 제가 진짜 푸쉬해야겠어요.’
‘…음.’
어지간히도 류보라가 좋은가 보다 싶다가도, 난감했다.
김금이 류보라와 데뷔하고 싶은 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남 연습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금아, 이리 와.”
“네?”
“보라 혼자 하게 해 줘. 넌 대신 나 도와줘.”
“싫어요. 언니같이 완벽한 사람은 도와주는 재미가 없단 말입니다.”
“….”
이걸 진짜 뭐라고 대꾸해야 되지?
“김금. 너 그러면 난 안 완벽하다는 거야?”
류보라도 상당히 심기에 거슬린 모양이다.
“넌 내가 있음으로써 완벽해지는 거지.”
“대체 뭔 소리야….”
둘 다 답이 없군.
나는 두 사람에게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일단 잘 해결된 것 같으니까.
그때,
띠링!
[※알림※]…?
이게 왜 내 주머니에 있지?
나 오늘 핸드폰 안 들고 왔는데?
[지금 당장 복도로 나가 보세요!] [TIP. 내 멤버는 내가 챙겨야 한다!]나 멤버… 아직 없는데.
띠링!
[TIP. 아이돌 그룹은 일심동체! 내 멤버의 실수는 나의 모가지다!]어째 불길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들의 연속에, 나는 결국 밖에 나가게 되었다.
이참에 물이나 떠 오지, 뭐.
“네?!”
그때, 연주홍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깨달았다.
진짜 폭풍은 안 보이는 곳에서 몰아치고 있었다는 것을.
“어… 파트를 바꾸자구요? 어떤 파트를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가 보니, 김려유와 연주홍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데.
나는 일단 두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고 사태만 관망했다.
파트를 바꿔 달라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탁이다.
“어… 그렇게요? 하지만 그러면….”
연주홍은 굉장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