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73)
73화.
그랬다.
연습생들의 개인 인터뷰와 무대 이후에 투표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생방송 투표로 네 명, 심사 위원 투표로 한 명을 뽑는 게 아니라 생방송 투표만으로 다섯 명을 뽑는 것.
이 변화는 윤청이 요구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홍 사장이 허락해 준 일이기도 했다.
사실 윤청은 그 두 가지 이외에도 많은 것을 원했다.
연주홍의 개인 인터뷰 분량을 늘리는 것이라거나, 김려유의 변명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 등등.
그러나 자잘한 요구들은 전부 반려되었다.
애초에 윤청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최대한 던져 본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건 ‘투표’였으니까.
홍 사장은 윤청의 요구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애초에 심사 위원 픽은, 김려유가 생방송 투표에서 떨어질 때를 대비해 김 이사가 넣은 규칙이었다.
홍 사장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규칙이었다.
물론 투표 시간을 한정적으로 줄인 건, 마음에 드는 요구가 아니었다.
투표 시간이 줄어들면, 투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못 들어줄 정도로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다.
잘만 요리한다면, 오히려 투표율을 폭증시킬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누가 데뷔하게 될 것인가?
아니,
누굴 데뷔시킬 것인가?
“…염두에 두고 계시는 연습생이 있으신 겁니까?”
당연히 있겠지.
오 PD는 본인이 물어보고, 본인이 후회했다.
“오 PD님께선 윤청 연습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오 PD는 말을 신중하게 골랐다.
윤청.
사실 오 PD는 윤청을 딱히 좋아하지도,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른 연습생들보다는, 윤청이 데뷔하길 원하는 편이었다.
이미 ‘커넥션’을 만들어 두었으니까.
오 PD가 보기에 윤청은 뜰 재목이었다.
단순히 윤청이 노래를 좀 잘 불러서라거나, 끼가 넘쳐서 그런 건 아니었다.
윤청에겐 노래보다 더 중요한 재능이 있었다.
머리 회전.
오 PD는 머리를 잘 굴리는 아이돌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음을 많이 보아 왔다.
그리고 윤청은 머리를 제법 굴릴 줄 아는 연습생이었다.
자기와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를 하려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러나 굳이 제 의견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커넥션은 숨기면 숨길수록 좋았으니까.
“글쎄요. 데뷔하면 인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뭐, 이번에 서사를 많이 몰아 받을 테니.”
“그렇겠죠. 본인이 그 서사를 잘 짜 왔으니까.”
“…홍 사장님이 그 서사를 허락해 주시기도 했고요.”
“잘 팔릴 것 같은 서사였으니까. 권선징악. 이것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사는 없잖아요. 다른 연습생들을 위해 희생했던 연습생이, 사악한 빌런을 무찌르고 데뷔하다. 나쁘지 않죠.”
홍 사장은 씩 웃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겁니까?”
“문제가 있다면.”
홍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인성으로 뜬 애들은 인성으로 지기도 쉽다는 거죠.”
인성이 좋아 보여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따낸 연습생은 양날의 검이다.
선한 이미지는 광고를 따내기도 좋고, 고정 스케줄을 따내기도 좋다.
하지만.
아주 조그마한 실수나 흠결, 루머라도 생기면.
“모든 사람들이 그 애의 침몰만을 기다릴 테니까요.”
“….”
“착해서 떴는데, 사실 착하지 않다? 그런 꼬리표가 달리는 순간… 원래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연예인보다 훨씬 타격이 크죠.”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니까.”
“맞아요. 이미지로 돈 벌어 놓고, 그 이미지가 거짓이라는 실망을 주면… 배신감이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래서 홍 사장은 ‘착한’ 아이돌이나 ‘선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돌은 그저 매력 하나만으로 떠야 한다.
본인의 끼와 재능, 매력은 관리만 잘하면 절대로 배신감을 주지 않으니까.
코어 팬도 확실하게 쌓이고.
인성 병크가 터지더라도, 오히려 팬들이 더 단단해질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네요. 그 애를 데뷔시켜도 될지. 그 애가 실수 한 번이라도 저질렀다간… 팀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요.”
“과거 검증은 확실하게 하셨습니까?”
“뒷조사 끝냈어요. 다행히 과거는 깨끗하다 못해, 안타까울 정도더군요.”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버텨 낸 아이였다.
가족 없이 홀로 연습생 생활을 견뎌 내고, 항상 다른 사람들을 선하게 대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괴롭힌 적이 없었다.
괴롭힘 당하면 당했지.
“그럼 뭐, 관리만 잘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 관리, 해 보셨어요?”
“아래 직원들 정도요?”
“마음대로 되시던가요?”
“아뇨. 안 되죠.”
“다 큰 성인들을 하루에 8시간 관리하는 것도 절대 쉽지 않죠. 하물며 10대 애들을 10년씩이나, 24시간, 365일 관리하는 건 어떨 것 같으세요? 사생활까지 전부?”
“하셔야죠.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돈을 버시니까요. 저도 그 정도로 벌면 어떻게든 관리할 것 같은데요.”
홍 사장은 대답 대신에 웃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으니까.
“뭐,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윤청을 제외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뇨. 그건 안 되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텐데.
물론 그 거위가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절벽 위에 있긴 했지만.
키울 이유는 넘친다.
“다만, 그 애에게 서사를 너무 많이 주진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흐음.”
“특히 인성 영업은 최대한 줄여 주세요. 피해자로 보이게 하지도 마시고. 그냥, 김려유에 대한 변명도 좀 넣어 주세요. 애들끼리의 해프닝 정도로만 보일 수 있게.”
오 PD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노력은 해 보겠지만, 절대로 안 될 겁니다. 대중들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니까요.”
“알고 있어요. 씨알도 안 먹힐 거라는 거. 하지만.”
홍 사장은 뒷목을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
요즘 뒷목이 당길 때가 너무 많았다.
“포커스를 그 두 명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로 분산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오 PD는 잠시 머리를 굴려 보았다.
쉽진 않겠지만, 약간 정도는 시선을 분산시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어떤 연습생 말씀이십니까?”
홍 사장은 회의실 한구석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보았다.
화이트보드에는 열한 명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컬러즈가 데뷔시키고 싶은 애들에게로 돌려야겠죠.”
“어허. 이렇게 대놓고 조작해 달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전 그런 적 없는데요, 오 PD님?”
홍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용히 열한 명의 사진 중 몇 장을 떼어 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한 장은 윤청의 사진이었다.
오 PD는 나머지 네 장의 주인공들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떴다.
“진심이십니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니,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이건 잘못 올려 두신 것 같은데요?”
오 PD가 한 장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뇨. 잘못 올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얘를 데뷔시키고 싶으시다고요?
미친 건지, 아니면 노망이 나신 건지?
“촬영, 힘내 주시고요. 자세한 건 아마 곧 연락 갈 거예요.”
홍 사장은 슬며시 웃고는 회의실 밖을 나섰다.
이제 회의실 안에는 놀란 오 PD만이 남아 있었다.
“…쉽지 않겠네, 윤청.”
***
그렇게, 1분의 광고 시간 후.
방송은 팀 미션 준비 과정부터 시작되었다.
자막: 김려유 연습생을 주축으로 회의 중인 팀 위너즈.
자막: 팀 위너즈는 컨셉을 ‘소악마들’로 정했다.
“우리 포지션 말이야.”
화면 속 김려유는 누구보다도 훨씬 더 침착해 보였다.
“나는 경아 언니가 메인 보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경아는 사실 이미 합의를 보고 온 것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그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김려유 왜 갑자기 착한 척..?
방송 끝물와서 갱생한 척해봤자… 그냥 이제 니 갈 길 가라고
그때, 삽입되는 개인 인터뷰.
제작진: 왜 메인 보컬을 이경아 연습생으로 추천했나요? 본인도 메인 보컬을 하고 싶었을 텐데?
[려유: 팀워크를 위해서요.] [려유: 당장 제가 눈에 좀 더 띄는 것보다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저도 제가 잘난 줄만 알았고, 제 매력을 보여 주는 게 가장 우선이라 생각했어요. 너무 어렸던 거죠.]제작진: 심경의 변화가 주어진 계기가 있는지?
[려유: 사실 청이가 가장 큰 동기가 되었죠.]제작진은 바로 김려유와 윤청이 화기애애하게 대화했던 과거 방송 영상을 보여 주었다.
당연히 인터넷 반응은 싸늘했다.
아ㅋㅋ이제와서 엮는거 봐라
끼어팔기 좀 작작하라고 컬발놈들아
이건 엠텐이 쓰레기인거냐 색색이가 쓰레기인거냐…?
└둘다임
그러거나 말거나, 김려유의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려유: 사실 청이가 컬러즈에는 가장 늦게 합류했어요. 그래서 전 청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노래 잘하는 애, 정도?] [경아: 청이요? 저희 연습생들한테는 약간 지각 변동 같은 애였죠. 노래 잘하는 애가 새로 들어왔다더라. 근데 걔가 너무 잘해서, 데뷔조 후보에도 들었다더라. 엄청 긴장했어요. 저도 메보 자리 노리고 있었으니까.] [유현: 방금 막 들어온 사람이 바로 데뷔조에 들어온 거니까, 다들 심란해했죠. 거기다가 청이 언니가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눈에 잘 안 띄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경계는 되는데, 또 뭐,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서로 힘들었어요.]자막: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쌓였던 오해들…
아 근데 나도 저거 뭔지 앎ㅋㅋㅋ 쟤가 잘못한 건 없고 그냥 내 열폭인 것도 아는데… 그냥 개속상한거
└ㄹㅇ 신입 들어왔는데 걔가 나보다 일 잘해서 나보다 승진 빨리하고 그러면… 개꼴받지
└└ㅇㅇ… 심지어 청이 좀 조용하고 그런 성격이었으면 서로 커뮤니케이션 안 되니까 오해 존나 쌓이긴 했을듯
애들 존나 어리고… 다들 끽해봐야 19 20 21살들인데… 입시라고 생각하면 예민할 시기들인 건 맞지
그렇게,
여론의 반전은 아주 천천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