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avior of a Perishing Worl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이프리트 (1)
나와 임주아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불길이 더 크게 일렁거렸다.
[미안해! 미안!]사과도 되게 해맑게 하네. 아무래도 불꽃은 대충 우리 말을 알아듣는 듯했다. 근데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사과하니까 내가 쫌생이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뒷목을 긁적이며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의 일부가 나와 임주아에게 다가오더니 이내 빛이 스며들었다.
[외로운 불의 정령이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프리트의 2단계 가호가 발동합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도 이프리트의 가호가 유지됩니다. (단, 겨울의 숲을 벗어날 경우 소멸)] [생명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불 속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고유 특성)불사조의 특성이 발동 중입니다.]1단계 가호는 우리가 불꽃이를 살린 이후에 바로 발동됐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해제되는 가호였는데…….
‘안전지대를 벗어나도 유지 된다고? 개꿀인데?’
개꿀이다 뿐인가? 심지어 겨울의 숲의 몬스터 속성은 전부 얼음 속성이었다. 빙결옥팔찌로 인해 청염의 가호를 받고 있는 운자혁과 달리 나와 임주아에게는 별다른 버프가 없었다.
체력, 힘 증가 등의 버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싸우러 갈 수 있다니.
‘하, 죽다 살아난 값은 하네.’
어쨌든 살려 준 대가로 상당히 도움이 되는 버프를 얻었다. 겨울의 숲에 들어오기까지 개고생을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돼.”
개이득이라며 좋아하고 있던 나와 다르게 임주아는 손바닥에 있는 불꽃 문양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 문양은 나와 임주아에게 사이좋게 나 있었다.
“이게 뭔데?”
나는 문양을 이리저리 살폈다.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2단계 가호의 증거가 아닌 건가?
“불사조의 특성, 이거 최상급 가호야.”
“설명이 안 나와 있는데? 뭔지 아냐?”
혹시나 싶어 상태창을 열어 보았으나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버프를 걸어 줄 거면 좀 친절하게 설명도 알려 줄 것이지.
다행히 임주아는 불사조의 특성이 뭔지 알고 있는 듯했다.
“목숨 하나.”
“으, 응?”
“나도 들어 보기만 한 거라서, 진짜로 있는 줄 몰랐어.”
“목숨 하나라니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즉사로 인해 사망한 게 아니라면 1회에 한해서 체력과 마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어.”
일회성 버프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성광수복 같은 디메리트도 없는 듯했다. 잠깐 그럼 진짜 대박이잖아?
“너 망할 불꽃이 아니라 은혜 갚은 불꽃이었구나?”
[응! 응!!]내가 좋아하자 녀석이 신이 난 듯 불꽃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나와 임주아가 불꽃 근처에 있는 사이, 운자혁은 울타리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상 있냐?”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다행이네.”
임주아는 운자혁에게 불사조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운자혁이 부러운 듯 불꽃을 쳐다봤다.
“저는요?”
“응? 넌 2단계 가호 안 걸렸냐?”
“네.”
“그건 안타깝네.”
“그게 다예요?”
“그럼 뭐라고 말해? 그리고 네가 한 게 뭐가 있는데?”
죽을 뻔한 건 임주아였고, 그걸 살리려다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것도 나였다. 운자혁이 억울하다며 발을 동동거렸다.
“형 누님들이 깨어날 때까지 간호한 게 저거든요? 나도 가호 달라!”
“왜 나한테 시위야? 그리고 양심이 없다는 생각은 안 해?”
운자혁은 청염의 가호를 상시로 받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이프리트의 가호까지 챙기겠다니 욕심도 정도껏이다.
“나쁜 불, 꺼 버릴 거예요.”
“이 자식이?”
“어차피 넌 못 받을걸?”
“네?”
“상성 가호는 받고 싶어도 못 받잖아.”
임주아의 설명에 운자혁이 ‘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시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는 가호는 상관없지만, 이프리트의 가호(상시)와 청염의 가호는 속성상 충돌한다는 뜻이었다.
운자혁이 빙결옥팔찌를 벗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형님, 가지실?”
“진짜 혼난다 너. 안 돌려받고 싶냐?”
내가 진짜로 가져갈 것처럼 굴자 운자혁이 당황하며 다시 빙결옥팔찌를 착용했다.
꼬르륵.
나와 임주아의 배에서 동시에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나 얼마나 기절했냐?”
“만 하루 정도요. 주아 누님은 반나절 정도 만에 깨어났구요.”
경험상 진짜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하루나 허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운자혁이 지켜 주지 않았다면 우리 둘 다 최소 반나절 정도는 무방비 상태였다는 뜻이다.
“일단 밥부터 먹자.”
“어, 그래.”
우리는 밖에서 식사를 했다. 별다른 건 아니고, 불꽃이가 밖에 있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구해 준(목숨인지는 모르겠지만) 탓인지 불꽃이에 대한 우리의 호감도는 맥스였다.
굳이 불을 피워서 시간을 들여 음식을 데울 필요 없이, 캔을 적당히 집어 던져 놓으면 불꽃이가 전자레인지처럼 알맞게 데워 줬다. 솔직히 이건 좀 편했다.
밥을 먹으며 두 사람에게 내가 기절한 이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사실 보고 내용 자체는 별거 없었다. 나는 기절, 비교적 일찍 깨어난 임주아도 마력 과부하에서 벗어났다 뿐이지 마력 회로가 엉망이 되고 마력이 바닥을 쳐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그사이에 몬스터가 나타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딱 하나 황당한 게 있으니.
“얼음 돔에다가 마법을 사용했다고? 너 미쳤냐?”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진짜 먹고 있던 걸 뱉을 뻔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는 심해였다.
엄청나게 거대한 해왕류가 돌아다니는 심해였다. 거기다 대고 마법을 사용하다니, 만약에 얼음 돔이 부서졌으면 어쩔 뻔했는가.
“그러다 다 죽어!”
“끄떡도 안 하던데?”
“그걸 다행으로 여겨라. 이게 만화인 줄 아냐?”
“응?”
“여긴 심해라고, 돔에 금이 가면 만화처럼 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정도일 리가 없잖아.”
바다는 육지보다 압력이 높다.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사소한 금이라도 순식간에 거대한 균열로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
“아, 그래?”
임주아는 처음 듣는다며 눈을 깜박였다. 아, 얘들 바다 처음이지.
‘도대체 이면세계는 어떻게 생긴 거지?’
한국이나 여러 국가들의 흔적은 남아 있는 듯한데, 정작 세상은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에는 임주아가 한국이 어쩌고 말했을 때, 거기도 한국이 있는 건가 싶었다.
복사 지구라고는 해도, 말만 들어서는 마치.
‘아포칼립스 세계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잖아.’
더 말해 봤자 의미도 없다고 판단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 안 할게.”
내 설명만으로도 임주아는 자신이 호기심이라고는 해도 위험한 짓을 했다는 걸 알았는지 먼저 반성했다.
“그래.”
보아하니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는 심해와 연결된 장소도 없는 듯했다. 이틀 동안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니, 최소한 이 근처에서 싸울 일은 없었다.
임주아도 마법을 사용했을 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고 하니까. 적어도 얼음 돔 내부는 안전했다.
식사를 끝낸 후, 우리는 못 한 3층 탐험을 하기로 했다. 비교적 일찍 안전지대를 발견한 건 좋았으나, 누군가가 안전지대를 공격한 점, 나와 임주아가 기절한 점 등 예상하지 못한 일로 시간을 끈 것도 사실이었다.
“3층에서 나타나는 몬스터가 누구였지?”
“블랙 웬디고랑, 진화한 마법사 웬디고, 기사 웬디고, 그리고 신규 몬스터인 루루삐요.”
위로 올라갈수록 몬스터의 종류와 특성들이 복잡해졌다. 몬스터가 복잡해지긴 했으나 퀘스트 자체는 큰 틀을 유지했다.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각 몬스터의 소울 웨폰이 10개씩 필요했다.
“근데 루루삐가 어떻게 생겼죠?”
각 층 입구에 현상 수배지처럼 몬스터의 사진이 붙어 있었긴 했으나, 루루삐는 그림자 처리가 되어 있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오는 길에 몬스터라도 만났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사실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긴 한데.’
루루삐는 어린애만 한 크기에, 후드를 눌러쓴 얼음 요정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으며, 얘도 마법사 계열이었다.
다만, 공격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마법사 웬디고와 다르게 루루삐는 웬디고에게 축복이나 치유 마법 등을 주로 사용하는 버프형 마법사였다.
당연히 마주치면 1순위 제거 대상이다. 버프 마법은 성가시기도 한데, 가장 성가신 건 ‘요정의 기도’였다.
요정의 기도는 루루삐가 자신의 마력을 전부 소진해 광역 회복과 순간 무적을 거는 스킬이었다.
요정의 기도를 한번 사용하면 한동안은 스킬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폭기와 별반 다르진 않았다.
“음, 이렇게?”
막 식사를 마친 임주아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그림자를 조종했다. 손에서 나온 검은 그림자가 대충 후드를 눌러쓴 루루삐를 만들었다.
나는 임주아를 흘끔 바라봤다. 눈을 마주친 임주아가 시선을 피했다. 딱히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이젠 조금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하긴.’
가호를 받고, 이것저것 챙길 걸 챙겼다고는 해도 임주아는 여전히 우리 팀의 메인 딜러였다.
영월개방은 생각보다 좋아서, 그게 있고 없고가 확실히 달랐다.
“엥? 누님, 루루삐 본 적 있어요?”
“그런 건 아닌데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후드를 눌러쓴 어린애라고 했어.”
아무리 임주아가 그림자로 조형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들어 낼 순 없었다.
나는 임주아가 그림자로 만든 루루삐를 흘끔 보았다. 그냥 아무리 봐도 그냥 미니 임주아였다. 저렇게 생긴 게 맞긴 한데 이게 뭐랄까.
“어쨌든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으니까요. 슬슬 움직여 보는 게 어때요?”
“응.”
우린 짐을 내려놓고, 안전지대를 빠져나왔다. 유리 돔에는 여러 개의 구멍들이 있었는데 일단 안 가 본 지역부터 하나씩 뒤져 보기로 했다.
“빌어먹을, 더럽게 넓네.”
안쪽은 훨씬 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더 넓었다. 아무래도 이 유리 돔을 중심으로 우리가 왔던 곳이 초반부, 그리고 뒤쪽이 후반부인 듯했다.
“왜 몬스터가 없죠?”
“내 말이 그 말이다. 몬스터들이 씨가 말랐나, 진짜 왜 이래?”
동상에 손을 올린 내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일단 동상에 특별히 이상한 건 없었다.
다만, 얼음 동상 중에서는 루루삐의 동상도 있어서 우리는 대충 루루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인 줄 알았으나 이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있는 방들은 누가 봐도 몬스터가 스폰 되게 생긴 사냥터였기 때문이다.
“하, 뭐가 문제지?”
방을 돌아다니며 고민하고 있던 그때 운자혁이 한 가지 의견을 냈다.
“동상이라도 부숴 보는 건 어때요?”
“멀쩡한 동상을 왜 부숴?”
2층처럼 특별히 기믹이 있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