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59)
1059화 도박. (3)
한치형의 말에 모든 대신들이 한치형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절대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요 며칠 술을 사느라 주머니가 털리더니, 맛이 갔나?’
‘폐하한테 혼나더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혹시 상한 보약이라도 먹은 것인가?’
의혹이 가득한 대신들을 대신해 우부총리 성준이 한치형에게 물었다.
“재를 뿌리자? 우리 제국도 저 골치 아픈 도박판에 끼어들자는 것이오?”
성준의 물음에 대신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이 끼어들면 확실하게 재를 뿌리는 것이었다. 만약, 제국이 참가 의사를 밝힌다면 유력한 세 후보들이 먼저 나서서 손을 내밀 것이 확실했고, 그렇게 되면 유럽 열강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것이 자명했다. 말 그대로 유럽 열강들이 고민해 만든 도박판에 재를 뿌려 버리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는 제국도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고, 까딱 잘못하면 제국도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오.”
성준의 지적에 한치형이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
“물론, 그 위험은 잘 알고 있소. 그리고 문제의 총독들 주변에는 유럽 열강들이 보낸 사람들이 이미 바글바글할 것이오. 그렇다면 총독들의 콧대도 하늘 높이 솟았을 거고, 제국을 대신해 보낸 사자가 창피를 당할 수도 있지.”
한치형의 말에 국방부 장관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면 아예 판을 뒤엎어버려야지. 어디 감히!”
국방부 장관의 말에 좌부총리 류순이 바로 끼어들었다.
“가정일 뿐이오. 아무리 콧대가 높아졌다 해도 생각할 머리가 있다면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하겠지. 단지, 몸값을 좀 높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겠지.”
류순의 말에 한치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오. 생각이 있는 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오. 하지만, 결국은 우리 제국이 주도하지 못하는 재미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 해서, 내가 재를 뿌리려는 곳은 오스만이 아니요. 페르시아요.”
“페르시아?”
난데없이 ‘페르시아’가 나오자 대신들은 모두 의문을 표했다.
“가만…..페르시아라…..호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이는 외무부 장관이었다. 외무부 장관은 눈을 빛내며 한치형을 바라봤다.
“페르시아를 다스리던 왕국이 얼마 전에 멸망한 이후, 지금은 무주공산인 곳이지요. 아니, 무주공산이 아니라 난세라고 할까? 그곳을 이용하자는 것이오?”
외무부 장관의 말에 한치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난세를 만든 호족들 가운데 유력한 이를 골라 페르시아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오.”
“흐음…….”
한치형의 구상을 들은 대신들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마음속으로 손익을 따져 보았다. 그렇게 손익을 따져보던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연 이는 류순이었다.
“들어가는 재물을 얼추 계산해 봐도 만만치 않은 양이 들것 같은데? 그리고 그게 성공한다 해도 오스만이나 유럽 열강에 손해를 입힐 것 같지도 않고 말이오. 후계자 결정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니 말이오.”
류순의 지적에 한치형이 바로 대답했다.
“도박판에 걸린 것이 수에즈가 전부라면 부총리의 말이 맞소. 하지만, 그것 말고 하나가 더 있지 않소? 석유 말이오.”
“석유?”
“지도를 보면서 설명하겠소.”
한치형은 벽에 걸린 세계전도에서 페르시아와 아라비아반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지역을 짚어 말을 이어갔다.
-아라비아반도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아두르바다간(아제르바이잔의 옛 호칭)의 바쿠 지역은 옛날부터 석유가 나오는 지역이다.
-유럽 열강들이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스만을 지나가야 한다.
-유럽 열강들이 오스만의 후계자 결정전에 관심을 보이고 개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수에즈도 있지만, 바로 이 지리적 문제도 있다.
-자신이 택한 후계자가 오스만의 군주가 된다면 유럽의 승자는 오스만 지역을 통과할 권리를 얻거나 아니면 오스만과 함께 해당 지역을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한치형은 대신들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다.
“자,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 유럽의 열강들이 탐내는 이 지역에 오스만이 아닌 다른 국가가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소?’
한치형의 물음에 국방부 장관이 바로 대답했다.
“제대로 재를 뿌리겠군. 하지만, 겨우 그것 때문에 일을 벌인다면 동의할 수 없소. 잘해야 본전이니 말이오.”
“동의하오.”
“동감이오.”
국방부 장관의 의견에 다른 대신들도 동의하고 나섰다. 그런 대신들을 보며 한치형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제국도 이 지역의 석유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요.”
한치형의 말에 국방부 장관이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석유는 우리 제국에서도 나오고 있소. 페르시아 지역의 호족들을 지원하는 것이 단순한 군사물자 지원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제국의 파견도 고려해야 하오. 황제 폐하를 보위하며 제국의 강역과 백성들을 수호하는 것이 제국군의 임무요. 제국과 함께 하는 동맹국도 아닌 국가의 내부 분쟁에 관여하는 것은 제국군의 일이 아니오.”
국방부 장관의 말에 이어 외무부 장관도 반론을 제기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동의하오. 지금 오스만에서 일을 도모하는 유럽 열강들을 보면 우리 제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도 있지만, 동맹이거나 나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소. 잘못하면 그들과 척을 질 수도 있소. 그렇게 되면 득은 없고 실만 가득하게 되오.”
국방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의 지적에도 한치형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석유는 우리도 필요하오.”
“국방부 장관도 말했지만 석유는 우리도 나지 않소?’
“지금 나오고 있는 석유가 전부라면?”
“응?”
“만약에 지금 석유가 나오는 유정이 몇 년 지나서 말라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오?”
“응? 그런 이야기가 들어왔소?’
“가정이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시오. 석유는 점점 중요해지고 가치가 오를 물건이오. 유럽의 열강들도 이를 알아챘기에 오스만에 수를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고. 만약에 말이오. 저들의 수가 통하여 저 지역의 석유가 그들 수중에 들어갔고, 우리는 석유가 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오?”
“…….”
한치형의 가정에 대신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한치형은 계속해서 왜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지금도 제국의 본지와 북지, 동북지와 신지에서, 아니, 제국의 모든 강역에서 탐광과 시추가 진행되고 있소. 그리고 1년에도 몇 건씩 새로운 금광과 은광, 기타 광산들의 존재가 보고되고 있지. 하지만, 실제로 채굴되는 광산들은 최소한인 이유가 무엇이오? 우리만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대를 위해서 남겨놓기 위함이 아니오? 석유도 마찬가지요.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지금 나오는 유정 말고도 새로운 유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소. 우리의 후대를 생각한다면 답은 하나밖에 더 있겠소?’
한치형의 말에 쉽게 입을 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한참의 침묵이 이어진 끝에 류순이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생각해봅시다.”
이후로도 거의 보름 가까이 회의가 이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국만이 아니라 유럽 열강도 석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 가치를 아는 순간, 조만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이 석유에 관심을 가질 것이 확실했다.
일이 이렇게 되면 당연히 국가 사이에 이해충돌이 벌어질 것이 확실했고, 외무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제국의 동맹과도 척을 질 상황이 벌어질 것이었다.
‘과연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감수하고 일을 진행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제국의 평판에 먹칠을 칠하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를 놓고 대신들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 설전으로 인해 밑의 관리들은 연일 밤샘근무를 해야 했다.
“제국 전역의 광산위치 자료 가져와! 가장 최근 것으로!”
“유정과 관련된 자료 다 찾아와! 가장 최근 것으로!”
“제국 전역의 출생과 사망 관련 자료 가져와! 가장 최근 것으로! 아! 거기에 제국 전역의 출생률 기록도 가져와!”
“없다고? 못 찾겠다고? 기록원은 장식이니?{‘
“여기 숫자 틀렸잖아! 옮겨 적는 것도 제대로 못하냐?”
사방에서 이런 고성이 났고, 자료가 적힌 종이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렇게 확보하고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신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했다.
-제국의 현재 상황과 미래 예상을 놓고 봤을 때, 총리의 발상을 실행하는 것이 합당한가?
간단해 보이지만 한없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전이었다. 한편, 여러 경로를 토해 이를 보고받은 현은 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번 같아서는 모조리 파직시키고 새로 뽑을까 했었습니다.”
현의 말에 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래도 한명회와 같은 이들이 고르고 고른 이들 아니겠소? 가끔씩 너무 느슨해졌다 싶으면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면 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황태자에게도 알려줘야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오.”
당사자들이 들으면 모골이 송연할 이야기를 나누는 조손이었다.
* * *
한편, 위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아래에서는 엉뚱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부였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지?’
“응? 뭐가?”
“외무부에 있는 친구가 말하기를 지금 오스만에서 벌어지는, 아니,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거라는 데? 그런데, 우리는 교육부잖아? 외무부나 국방부, 하다못해 재경부라면 이해가 가는데, 교육부인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해?”
“그러게? 갑자기 사민학당의 학당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국 정책 홍보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올리라니? 이게 오스만과 무슨 상관이지?”
하급 관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가자, 당하관 자격을 가진 중간 관리들이 그들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을 학당에 다니는 이들이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행하고 있는 일들이 나쁜 본보기가 되어버린다면 제국의 앞날이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아…….”
“알았으면 가서 일이나 해! 이번에도 보고서가 마음에 안들면 기록원에 처박아 버릴 거다!”
“아, 알겠습니다!”
* * *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 보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을 때, 현은 이를 놓고 다시 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상황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향의 물음에 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총리의 제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는 모르는 법이니 말입니다.”
“동의하오. 하지만, 문제도 있지. 잘못하면 제국이 고립될 수도 있소. 좋게 말해 독불장군, 나쁘게 말하면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
“예, 솔직히 그게 제일 큰 걸림돌입니다.”
대답하는 현의 표정을 살피던 향이 현에게 물었다.
“황제께서는 그 해답도 어느 정도 생각한 것 같은데?”
“우리와 함께 움직일 이를 찾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적당한 이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유럽의 동맹들은 좀 께름칙합니다. 우리한테도 비밀로 하고 행동하니 말입니다.”
현의 말에 향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절실한 이를 찾아 앞에 내세우는 것은 어떻소?”
“앞에 내세운다? 하수인으로 말입니까?”
“그렇소. 그래서 말인데, 일본은 어떻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