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46)
짱그라
헬로밤
46화 덕질에 웃고, 덕질에 울고. (11)
병조에서 화포와 총통들의 시연(試爲)을 준비하는 데에는 열흘의 시간이 걸렸다.
열흘이나 시간이 걸린 것은, 처음에 계획했던 화포들과 총통들만의 소규모 시연이, 기병과 보병을 동원한 정식 화력 시연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었다.
“과인이 보위에 오른 이후, 우리 조선군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은 지난 대마도 정벌 이후로는 없었다. 이번에 있을 화포 시연에 더불어 기병들과 보병들의 시연도 보겠노라.”
“명을 받드옵니다!”
세종의 명에 따라, 10사-즉위 직후 10사에서 12사로 늘었다가 다시 10사로 감축-에서 갑사들과 병사들이 차출되고, 화포병들과 총통병들이 추려졌다.
병사들을 준비하는 동안, 시연을 벌일 장소도 정해졌다.
“용산 앞 강변이 제일 낫겠지요?”
“그곳이 제일 낫겠습니다.”
신하들의 결정에 따라 용산에 시연을 벌일 장소가 마련되었다. 강변에 면한 단단한 땅은 보병과 기병들의 시연을 하기로 정해졌고, 강변의 모래사장은 화포와 총통들의 시연을 위한 장소로 정해졌다.
장소가 정해진 것으로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병사들의 표적이 될 허수아비들을 만들고, 화살과 화포, 총통들의 표적이 될 나무판들을 칠하느라 밤샘 작업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열흘 뒤, 대망의 시연회가 열렸다. 한창 농사일이 바빠질 시기였지만, 임금이 온다는 소리에 농민들과 사대부들이 급에서 남대문으로 향하는 길과 남대문에서 용산으로 향하는 길에 몰려들었다.
“춰이~. 물렀거라! 상감마마 행차시다!”
취타대의 웅장한 음악과 내관들의 가갈(阿鳴)이 들려오자, 길거리에 모인 백성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상감마마의 용안을 보다니 일생의 영광이옵니다!”
“주상 전하 천세!”
“천세!”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우두의 접종이 시행된 이후, 세종에 대한 백성들의 지지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삶은 여전히 팍팍했지만, 두창이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막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백성은 세종이 죽으라면 죽을 시늉을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시연장에 만들어진 임시 단에 세종이 오르자,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이 병사들에게 크게 외쳤다.
“군례!”
“중!”
병사들의 군례에 화답한 세종은 의자에 앉으며 명령했다.
“시작하라”
“예!”
세종에 명령에 따라 조선군의 시연이 시작되었다.
시연의 시작은 기병이었다.
철찰갑(鐵札甲)과 피찰갑(皮札甲)을 시작으로 쇄자갑(鎖구甲), 경번갑(鏡播甲), 두정갑(頭頂甲)을 차려입은 기병들이 열을 맞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기병과 궁기병의 조합인가?”
시연이 시작되면서 향은 눈을 빛내며 서판을 펼쳤다. 서판에 미리 끼워놓은 종이에는 창, 검, 궁, 화포, 총통 등의 항목이 한자로 적혀 있었고,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 죽 기입되어 있었다.
이 표들은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대비해 향이 미리 대비한 것이었다. 그 혹시 모를 사고란, 시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한글을 써버리는 운석 낙하급 사고였다.
“흐음….”
향은 가장 먼저 돌격 준비를 하는 창기병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폈다. 기병들이 사용하는 창은 궁궐을 수비하는 병사들의 창들과 거의 같아 보였다.
“궐에서 봤던 창을 보자면…”
향이 봤던 창의 제원은 자루의 길이 10척(210cm), 창날이 1척 5촌 (31.5cm)였다.
기억을 더듬으며 창기병들을 바라보던 향이 작게 중얼거렸다.
“많이 짧은데?”
향은 고개를 갸웃하며 미리 만들어진 항목에 꺽쇠 표시를 해나갔다.
향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동안에 기병들이 본격적인 시연이 시작되었다.
“쏴라!”
기병대장의 명령에 뒤쪽에 대열을 짜고 있던 궁기병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쉬시식!!!!
살벌한 비행음과 함께 화살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세워져 있는 허수아비들을 향해 날아갔다.
“돌격!”
“이랴아!”
“우와아아!”
지휘관의 돌격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창기병들이 말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두두두두!
돌격하는 말들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올리는 가운데 허수아비들의 코앞까지 돌격한 창기 병들은 절묘하게 말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며 허수아비들을 창으로 찔러댔다.
“찌르고 회수한다? 속도를 줄여?”
향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21세기에서 향이 알던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1세기에서 영화나 인터넷을 통해 획득한 지식에 따르면 기병대는 적들의 전선을 돌파하는 전차의 역할이었다.
창으로 적들의 일선을 붕괴시키고, 그 뒤로는 기병도(薦兵刀) 를 휘두르며 적진을 관통하는 것이 기병의 역할이었다. 기병이 멈춰서는 순간, 기병은 보병에게 밥이 되었다.
“왜 애써 획득한 속도를 줄이는 것이지?”
향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는 향의 오판이었다. 창기병이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측면이 보호되어야 했다. 거기에 창기병의 공격로는 정면 일직선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만약 기병 대 기병의 전투에서 상대방이 노련한 기수라면 몸을 살짝 비틀거나 기울이는 것으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창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역으로 공격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여진족은 충분히 노련한 기수들이었다.
때문에, 조선의 무과시험에서 마상창술(馬上植術) 시험의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응시자는 일정 간격으로 세워진 5개의 허수아비를 목표로 찌르기를 2번 해야 했다. 이때, 응시자는 허수아비를 찌를 때마다 다섯 가지의 자세를 취해야 했다. 만약 허수아비의 얼굴을 찌르면 7점을 받았고, 추가로 맞힐 때마다 7점을 더 주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쉬운 게 없네.”
기병들의 시연이 끝난 다음, 보병들의 시연이 이어졌다. 궁수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창병들과 팽배수들이 방어진을 구축했다.
“적이 후퇴한다! 돌격하라!”
“우와아아!”
지휘관의 명령에 방어진을 구성하고 있던 병사들 가운데 일부가 함성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가장 앞서 방어진을 구성하고 있던 부대는 대오를 유지한 채 본진을 지켰다. 돌격한 부대가 가상적인 허수아비들을 베어버린 후,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기병과 일반 보병들의 시연이 끝이 났다.
“이어, 화포와 총통의 시연이 있겠습니다.”
화포의 시연이 있겠다는 말에 향의 눈이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고 작은 화포들이 동차(童車)에 얹힌 채 시연장으로 나왔다.
“제일 큰 것부터 천자화포, 다음이 지자화포… 마지막으로 천자화포를 개량한 장군화통이 되겠습니다.”
“시작하게.”
세종의 명령에 지휘관이 화포병들에게 큰 목소리로 명령했다.
“방포하라!”
쾅! 쾅!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화포병들은 화포들을 발사했다. 화포들이 불을 뿜을 때마다 커다란 화살(大請)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한강에 물기둥을 만들어냈다
“우오오!”
한강에 물기둥들이 생길 때마다 신하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신하들의 감탄은 마지막으로 장군화통을 사격하면서 최고조로 향했다.
시연장에서 동작진(銅當津, 동작동)을 향해 한강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날아간 화살이 맞은편 강변 부근까지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대단하구나! 저 정도면 어느 정도의 거리인가?”
감탄한 세종의 물음에 지휘관이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1300보(약 1.6km)이옵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세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종의 물음에 향은 무엇인가 생각에 잠겨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세자야?”
세종이 재차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향이 급히 대답했다.
“예? 예?”
“장군화통의 위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선에 실으면 아주 좋겠습니다. 왜구들의 습성이 우리 배에 올라와 단병접전을 벌이는 것이니, 가까이 오기 전에 격멸시킬 수 있다면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구나”
세종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지휘관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향을 바라봤다.
‘어린 나이에 저리도 병법을 잘 아시니, 이 조선의 흥복이로다!,
“이제 총통의 시연을 시작하라.”
“명을 받듭니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총통을 운용할 병사들이 총통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저 동차에 실린 것은 일총통이옵니다.”
“그렇구나. 시행하라.”
“방포하라!”
광! 평! 평!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총통부터 시작해 각종 총통들이 불을 뿜었다. 사거리가 가장 긴 일총통만 한강을 향해 발사했을 뿐이었고, 나머지는 약 100여 보(약 120m) 떨어진 과녁을 목표로 발사를 했다.
시연이 끝나자, 세종은 지휘관을 치하했다.
“참으로 장관이었다. 수고했다”
“망극하옵니다!”
“세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휘관과 병사들이 이리도 정예니, 참으로 든든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세자까지 칭찬을 하자, 지휘관은 만면에 웃음꽂을 피우며 고개를 숙였다. 말을 끝낸, 향은 세종을 돌아봤다.
“아바마마, 잠시 과녁들을 살피고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되겠습니까?”
“왜 그러느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향의 대답에 세종이 눈이 가늘어졌다.
‘이 자식이? 또 원 꿍꿍이가 있어서?’
잠깐 고민을 하던 세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마.”
“감사하옵니다! 장군, 같이 좀 갑시다!”
* * *
시연을 지휘한 장군을 대동하고 향은 병사들과 무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향을 본 병사들이 일제히 예를 취했다.
“세자 저하를 뵙습니다!”
“수고했네. 자네들과 같은 병사들이 있어 내가 편히 잠을 자니 참으로 고맙다!”
“망극하옵니다!”
향의 칭찬에 병사들은 사기가 충전했다. 그런 병사들을 보며 향은 꼼꼼하게 상황을 확인했다.
“저네들이 입은 갑옷들, 자네들이 장만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군….”
‘어쩐지? 온갖 종류의 갑옷이란 갑옷은 다 있다 했다.’
조선은 병사를 초모함에 있어서, 징집된 병사들이 스스로 무기들과 방어구를 장만해야 했다. 특히나 갑사들의 경우에는 말까지 자비로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부유증의 자제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이래서, 나중에 갑사들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어중이떠중이가 다 들어오니, 진짜 갑사출신들은 과거 공부에 매진했지. 그 결과 국방이 개판이 되는 악순환이 벌어졌고…젠장! 또 옆길로 빠졌다!’
짧게 자아비판을 한 향은 부지런히 장비들을 살폈다.
향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화포들과 총통들이었다. 화포들의 내부를 살핀 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지금 조선군의 주력 화포들은 무격목형(無隔木形)이었다. 길쭉한 깔대기와 깡통을 합친 것과 같은 내부구조는 토격(土隔)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약통(약실)의 내경이 취부리의 가장 좁은 부분보다 넓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는 대전(大請)밖에 쓸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천지현황가(天地玄黃架) 등급의 화포들을 살핀 향은 장군화통을 살폈다.
“격목형이로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자 저하.”
“흐음…”
향은 고심에 찬 얼굴로 화포들을 바라봤다.
‘저걸 어떻게 손을 봐야? 역시나 총통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하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향은 장군을 돌아봤다.
“총통을 봤으면 합니다:
“예, 세자 저하.”
총통병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 향은 총통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총통의 내부를 살피고, 사용하는 화살들과 조란환들을 살핀 향은 과녁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과녁판에 도착한 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녁에 박힌 화살들은 발사된 수에 비해 확연하게 적었다.
‘지향사격에 일발다전(一發多請 ) 방식이니 범위제압만이 가능하겠지.’
과녁판을 살피던 향은 뒤따라 온 지휘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관통력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관통력이라 하시면?”
“여진족들도 갑옷들을 입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조선과 비교하자면 어떻습니까?”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부족이면 피갑을 주로 입고, 어느 정도 힘이 있는 부족들은 쇄자갑이나 두정갑을 입습니다.”
“이 총통들로 두정갑을 쏘면 어떻게 됩니까?”
향의 질문에 지휘관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실험해 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북방에서 올라온 장계를 보면 40보(약 50m)안에 들어온 여진족을 격살했다는 보고가 있었사옵니다.”
지휘관의 대답에 향은 턱을 쓰다듬었다.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을 보면 코앞에서 쓴 화살도 튕겨냈었지?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네.’
“잘 봤습니다. 이제 돌아가도록 하지요.”
“예, 세자 저하.”
세종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향은 작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