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28)
신기술을 테스트해본다는 목적에 부합하게, 원정대는 트럭이라는 놀라운 신문물을 받아들였다.
처음에 27대의 한돈반 트럭이 배치되는 것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트럭이 계속해서 보급되면서 그 숫자가 이제는 수백 대에 이르고 있었다.
기름 소요는 하늘을 뚫었고, 보급 담당자들은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덩달아 정비병들도 죽어나기 시작했고, 도저히 사람이 없어 포드사의 엔지니어들까지 트럭 정비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이렇게 트럭이 늘어났으면, 그래도 21세기 대한민국 국군처럼 트럭에 올라타 행복한 차량이동을 할 수 있겠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면··· 그놈의 가오 때문이었다.
“트럭에 승차해서 진격하라굽쇼?”
“세상에. 트럭이 퍼지면 진군이 정체되지 않겠습니까. 저 망할 쇳덩어리가 도로를 막으면 진격할 수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아니, 군인의 미덕은 행군인데 어떻게 트럭에 탄단 말입니까. 이건 저희 부대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내 끝없이 반복하는 이야기였지만, 이 당시 미군의 꼰대력이란 상상을 초월했다.
“닥치고 태워.”
“물자의 운반용으론 좋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을 실어나를 순 없습니다. 사지 멀쩡한 새끼들이 왜 차를 탄단 말입니까? 부상병 후송에 유용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냥 태우라고! 두 발로 행군하다가 비야를 놓치면 네놈들이 책임질 테야?!”
하지만 멕시코로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꼰대들의 기세는 더욱 위풍당당해졌는데, 도로 사정이 개판이 되면서 트럭의 유용성이 점점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
트럭이 퍼진다.
전차도 퍼진다.
구난전차 같은 게 있지도 않으니 피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야전수리가 되면 다행이지, 창정비감이면 그냥 소모 1로 잡아도 무방했다.
이 꼬라지로 대체 어떻게 전쟁을 하자는 거지?
아니, 원 역사의 미국은 대체 이러고도 1차대전에 참전해 승리를 거머쥐었단 건가?
퍼싱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사령부 회의 하는 꼬라질 보면 고혈압으로 죽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돈데.
“씨발! 못 해먹겠네!!”
결국 패튼도 화가 났다.
그래, 저 답답한 놈들을 퍼싱 장군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당연히 저 성격에 화가 나겠지.
“나는 전장으로 가고 싶어서 자원했단 말이야!! 내가 언제까지 장군님 컵에 물이나 채워줘야 해!! 왜 당번병 안 쓰고 나를···!”
아, 그거였나요.
제가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패튼의 광기는 진해져갔고, 결국엔 퍼싱도 그 모습을 보더니 마지못해 부대 하나를 패튼에게 개껌처럼 던져줬다.
“킴 소위!!”
“네, 선배님.”
“드디어 우리가 영광을 거머쥘 시간이 왔네!”
“우리요?”
“그래! 나만 전공을 챙기면 자네가 섭섭지 않겠나! 내가 꼭 킴 소위도 같이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해서 수락을 얻었네!!”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좋긴 좋은데, 이 동네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애초에 내 보직이 이 따위가 된 이유가 뭐겠는가. 지휘관이 되었을 때 발생할 여러 위험 요소들 때문이었다. 지휘하게 되자마자 병사놈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몽키 고 홈! 외치는 순간 내 인사고과는 나가리라고.
그래서 애시당초 나는 여기서 전공 생각은 접은 지 오래였다. 그 퍼싱과 함께 일하는 마당이니 이미 얌전히, 성실하게 눈도장만 찍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전차 관련 업무에 주로 종사하면서 능력 어필이나 해볼까… 가 내 기본 계획이었으나.
“자아, 가세나! 이 패튼의 앞에 오직 영광만이 있으리니!”
“네에···.”
그래.
모난 놈 옆에 있던 내가 잘못한 게지.
역사에 길이 이름 남긴 패튼이란 존재를 뻔히 알면서도 도망치지 못한 내 업보였다.
서곡 (3)
두 대의 전차.
세 대의 ‘장갑차’에 탑승한 보병 10명.
거기에 또 10명의 기병.
패튼이 기병대를 받고, 내가 끌고 다니는 전차에 할당된 보병이 섞이자 참으로 끔찍··· 아니, 호화찬란한 이 혼성 부대가 탄생해버렸다.
이미 참모부와 일선 부대의 미래 밥줄을 사이에 둔 싸움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나와 패튼은 시작에 불과했다. 전차도, 장갑차도, 트럭도, 항공기도, 모두모두 ‘그래서 저건 어느 병과 꺼야?’라는 황금 사과가 던져진 순간부터 눈알이 홱 돌아가고 말았다.
나와 패튼의 이 해괴한 혼성 부대 역시 ‘장갑차 = 차 = 이동 수단 = 대충 이거 강철 말 아님?’이라는 기적의 논리와 ‘전차 = 움직이는 토치카 = 보병 몫이구만’이라는 기적의 논리가 융합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처음 불을 지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막상 이 끔찍한 혼종을 지휘해야 할 입장이 되니 숨이 턱 막혔다.
“아이고, 더워 죽겠다. 소위 양반. 우리 쉬었다 합시다.”
병사들은 대놓고 퍼질러 앉아 있었다. 누가 보면 병사가 아니라 노가다 아저씨들 점심시간인 줄 알겠다.
당장 처음 보는 놈들을 한 세트로 묶고 옆집에서 온 소위 둘이 지휘관이 되었으니 나올 말이라곤 헛소리뿐.
그래. 이래야 내 미군이지.
“자! 장병 여러분!”
패튼이 큰 목소리로 외치자 눈만 꿈뻑거리던 친구들이 비로소 슬슬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정식 지휘관도 아니고 잠시 병력을 임대하는 모양새였기에 군기는 개차반 그 자체. ‘왜 네놈 전공 세우려고 우리가 뺑이쳐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게 뻔하다.
“지금부터 장병 여러분은 나 패튼과 함께!! 선량한 시민들을 지키는 정의의 철퇴가 되어-”
“거 한숨 자고 출동하면 안 되겠습니까?”
“맞아맞아. 낮잠 한숨 자고 움직입시다.”
멕시코에 왔더니 시에스타까지 배워버렸나.
나는 열기가 너무 드높아 문제인 패튼과 열기라곤 한 점도 느껴지지 않는 병사들 사이에서 대충 중재를 서야 했다.
“자자. 다들 진정들 합시다. 도적 놈들도 낮에는 낮잠 잘 테니 그때 들이치면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조금만 더-”
“노란 원숭이가 어디서 사람 말을 하면서 끼어들고 있어!”
이 개같은 놈이 앞뒤 다 짜르고 급발진을 하네.
빡친다. 다짜고짜 이놈의 옐로 몽키 소리를 들으니 훅 혈압이 올라 뭐라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포드 회장과 장인어른이 우려하던 그 일. 처음 지휘 비스무리한 걸 해볼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터졌다. 나 역시 생각만 하던 일을 당하니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말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빠아악!
그대로 몸을 날려 킥을 날린 패튼이 곧장 그 병사의 대가리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이 좆같은 하극상이나 벌이는 새끼! 감히 하늘 같은 장교더러 노란 원숭이니 뭐니 지껄이고 있어!”
“악! 악!!”
“네놈, 형이나 누나가 있나?”
“누, 누나가 하나-”
“킴 소위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해 장교로 임관하는 위업을 이루는 동안, 네놈 인생에 ‘최초’라는 글자가 새겨진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조차 최초가 아니었던 주제에 노란 원숭이가 뭐 어쩌고 저째?”
그의 구타는 그치질 않았고, 속사포 같은 언어폭력 역시 그치질 않았다.
“네놈이 뒈지면 전사통지서 한 장 쓰고 땡이지만, 킴 소위가 뒈지면 뉴욕 타임즈 3면에 부고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릴 거다, 이 빌어먹을 머저리야! 운 좋아서 애미애비한테 하얀 피부 물려받아놓고 그딴 거로 꺼드럭대지 말란 말이다!”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너. 오늘 내가 너만 지켜본다. 이따 출격해서 타코 새끼를 한 놈도 못 죽이면 네놈을 군법 재판에 보내버리겠어. 알겠나!”
“알겠습니다!!”
“너희들! 부랄까지 쪼그라들었나!! 너희는 복창 안 하나! 알겠나 모르겠나!!!”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한 놈을 줘패고 부대를 장악해버린 패튼의 으름장 앞에 나 역시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벙쪄 있는 동안, 탁탁 옷매무새를 정리한 그가 다가와서는 귀엣말을 했다.
“킴 소위.”
“예, 선배님.”
“자네가 온화한 성격인 건 알겠지만, 대화라는 건 사람과 사람 간에 하는 거야. 무지렁이 졸개 놈들 하나하나한테 어느 세월에 자네가 상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나.”
참 피도 눈물도 없는 폭론이었다.
아니, 내 성격이 온화하다고? 아이크랑 오마르가 웃다가 숨넘어가겠다. 하지만 ‘그’ 패튼에겐 이것도 충분히 온화한 거로 보였나 보다.
그가 주먹을 꽉 쥔 채 으드득거리는 소릴 냈다.
“닥치고 줘 패. 으름장을 놓고, 혼을 쏙 빼놔. 앞으로 지휘관 노릇하고 싶으면, 이 좆같은 허연 피부가 없는 자네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편이 훨씬 편할 거야.”
“거참 예시까지 손수 보여줄 필요는 없으셨는데···.”
“뭔 소리야? 이 정도도 안 할 거였으면 자네를 데려갈 필요도 없었지.”
그는 카악 하고 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었다.
“나는 저 전차가 필요하고, 자네도 필요해. 괜히 겸양 떨어봤자 짜증만 나니까 빨랑 쳐들어갈 준비나 하자고. 저 새끼들한테 가서 착한 척을 하든 좆같은 짓을 하든 네 꼴리는 대로 해. 하지만 부대 장악 못 하면 너도 내 손에 뒈진다.”
“알겠습니다.”
이 압도적인 상남자스러움.
어째서 저 성격파탄 미친개가 4성장군이 될 수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
세상사가 늘 그렇듯, 선배가 싼 똥은 결국 후배가 치워야 하는 법이다.
“거, 미안하게 됐수. 내가 말이 좀 막 나왔습니다.”
신나게 처맞았던 병사가 우물쭈물하며 경례를 올렸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패튼은 내게 으름장을 놓으라 당부했지만, 글쎄.
나는 패튼보다는 퍼싱을 본받기로 했다.
“많이 다쳤나?”
“아, 아닙니다.”
내가 손을 내밀자, 잠시 멈칫하던 그 병사도 손을 내밀어 가볍게 악수를 했다.
“저 선배가 성질이 좀 불같아. 잠깐이지만 서로 목숨 돌봐주는 사이가 될 텐데, 좋게좋게 가자고.”
“알겠습니다. 저, 저는 브라이언 일병입니다.”
“그래. 보다시피 유진 킴이다. 저 쇳덩어리를 끌고 다니는 게 내 역할이지.”
나는 적당히 입을 털며 병사들의 시선을 내 망할 피부에서 끝내주는 쇳덩어리로 옮겼다.
“저게 그 신무깁니까? 잘 달리긴 하던데-”
“저게 불 뿜는 모습을 보면 오줌 지리면서 찬양하게 될걸? 너희는 끝내주게 운 좋은 거야.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전차와 합동으로 전투를 치른 병사들로 길이 남게 될 테니.”
그 늠름한 자태를 본 병사들은 하나같이 ‘저거 탄 놈들은 죽을 일 없겠네.’ 하며 왁자지껄 떠들기 바빴다.
대충 수습은 한 것 같으니, 이제 출발할 시간이었다.
최종 점검을 지시한 후, 나는 패튼이 기다리는 작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
최강 미군!
멕시코의 도적 떼를 정벌해 위엄을 떨치다!!
미합중국을 침범한 자,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나는 테이블에 올려진 소름 끼치는 헤드라인으로 도배된 신문을 대강 바닥에 집어 던졌다.
‘최강 미군’이라니. ‘최강 롯데’보다 더 소름 끼친다. 차라리 멕시코나 콜롬비아 카르텔을 털어버리는 미국 마약단속반이 1916년의 미군보다는 훨씬 강력했을 거라고 내 장담할 수 있다.
내 절규와는 아무 상관 없이, 첫 출전을 앞둔 패튼은 병사들 보는 눈도 없자 입이 째져라 웃고 있었다.
“병사들은 좀 어떤가?”
“대충 매듭지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내 누누이 말하는 이야기지만, 자네는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그따위 광전사처럼 구는 거냐?
“전장은 변화무쌍하지. 뒷짐 지고 펜대만 굴리는 새끼들은 결코 병사들의 신뢰를 얻어 낼 수 없다고. 특히나 자네 같은 경우엔, 괜히 병사들이 꼴같잖은 대가릴 굴리기 시작하면 ‘어? 저 새낀 옐로 몽키 주제에 왜 내 위에 있지?’ 같은 엄마 없는 소리나 찍찍 해댈 거야. 내 장담하지.”
“허허··· 실력으로 보여주면 다들 납득하지 않겠습니까?”
“납득할 머리가 있는 새끼가 왜 군에 있어! 바깥에서 다른 일 하지!”
군인이 그딴 말 하지 말라고. 미친놈아.
내가 이 인간과 함께 움직이며 가장 환장하게 되는 건, 틀림없이 멀쩡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할 줄 알면서 일부러 중2병 싸이코처럼 군다는 점이었다.
싸이코가 사람인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멀쩡한 놈이 싸이코 흉내를 내는 건지. 이게 구분이 안 된다는 점이 내 속을 썩어문드러지게 했다.
근데 또 가끔 현자의 지혜 같은 이야기가 또라이 같은 개소리 사이사이에 섞여 있다. 짖어댈 때 귀 닫고 무시할 수도 없으니 참··· 대단한 인간이었다.
“이게 바로, 무려 ‘항공 사진’이라는 걸세!!”
내 고민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듯, 패튼이 제가 찍어온 것처럼 으스대며 말했다.
“바로 여기! 여기에 좆같은 도적 떼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입수했지.”
우리가 노리는 곳은 코딱지만 한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판초 비야가 있는지 여부까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무장한 멕시칸 친구들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까진 이 원시적인 항공 사진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행기가 마을을 가로지르자 곳곳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통해 미군을 싫어하는 멕시칸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네. 현지인 통해서 확인도 끝냈습니다. 통역 좀 다시 해주겠나?”
“알겠습니다. 어, 이 친구들 말로는, 빌리스타(Villista) 놈들이 마을에 눌러앉아 갖은 행패를 다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진격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 마을에 거주하던 청년 셋이 길잡이가 되기를 자청했다.
“놈들이 여자들을 건드리고, 마을의 술이란 술은 전부 축내면서, 시시때때로 총으로 위협을 하고 있어서 마을사람들은 제발 미군이 빨리 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물론 나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 애초에 아나스타시오와 4년을 부대낀 몸이다.
하지만 멕시칸 스페인어와 필리핀 스페인어의 그 오묘한 차이 때문에, 내가 입을 여는 순간 진한 동남아 발음에 저 멕시칸 친구들이 기겁을 할 게 뻔했다. 나도 저자들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꽤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통역을 대동하는 게 마음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