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71
청풍표국 최강식객 171화
171화. 지리멸렬(1)
쏟아지는 암기의 소나기 속에서 무인들이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그 암기 하나하나에 독이 스며 있었다.
만천화우의 대성과 동시에 독인(毒人)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크아악! 도, 독이다! 독이 스며 있어!”
“암기에 독이 있다! 모두 조심해라!”
“뒤로! 뒤로 빠져라!”
팽극환이 거대한 검막을 하늘에 펼치며 아군의 퇴로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혈궁의 천주를 상대하고, 뒤로는 검막을 만들어 내느라 팽극환의 전신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다 쓰니 단전이 찢어질 듯했다.
“가주님! 저희가 퇴로를 뚫겠습니다!”
하북팽가의 주력 무사대인 철혈광호대의 대주이자 팽극환의 사촌 동생인 팽우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왔다.
“부탁하네, 대주! 이대로면 다 죽어!”
팽극환의 외침으로 전장에 있던 백도 무림인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앞에서는 경지를 넘어선 암존이 독이 든 만천화우를 뿌려댔고, 미친 혈궁도들은 피를 흘리면서도 웃으며 칼을 들이댔다.
게다가 뒤에는 수라궁도들이 아귀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무당의 검신, 공청 진인과 소림의 권신, 법장 대사 역시 아군의 퇴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퇴각! 퇴각하라!”
아군의 움직임을 살피던 제갈백규가 퇴각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는 몰살이다.
“맹주님은?”
고개를 돌리자, 모용천과 그의 호위대가 혁련희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 썩을 종자들!”
갑자기 난입한 거지 한 명.
노준경이였다.
취팔선과 수라궁도들, 그리고 노준경의 합세로 두 천주, 균천과 양천을 해치울 수 있었다.
노준경이 급히 오느라 거칠어진 호흡을 정돈했다.
암존을 상대로 취팔선이 붙었고, 노준경이 모용천과 혁련희의 싸움에 끼어들며 잠시 싸움이 멈췄다.
그리고 사마현이 이끄는 수라궁도들이 수라궁을 배신하고 혈궁에 붙은 반역자들을 막아섰다.
“총군사. 어떻게 된 거요? 내가 보낸 거지새끼 안 왔소?”
“누굴 보내셨습니까?”
멀리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혁련희가 피식 웃었다.
“아, 그 거지? 당연히 우리의 포위망에 걸려 죽었지. 이미 이 사천은 혈궁에 의해 물샐틈없이 포위망이 처져 있거든. 너희도 오느라 고생 좀 했을 텐데?”
노준경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길에 촘촘한 포위망을 뚫느라 고생깨나 했었다.
이 포위망을 잘 돌파했을까 걱정도 했는데….
역시나 뚫지 못한 것이다.
“자, 아무튼 이럴 때가 아니오. 바로 후퇴합시다.”
노준경의 말을 혁련희가 받았다.
“누가 쉽게 보내준다더냐?”
팡!
혁련희의 신형이 노준경에게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잠시 숨을 돌린 모용천과 염위평이 합세했다.
노준경을 비롯한 세 사람 모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노준경은 두 천주와 싸우면서 얻은 부상에 여기까지 쉬지 않고 오느라 힘을 많이 소진했다.
그리고 모용천과 염위평 역시 좀 전의 싸움으로 몇 군데의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화경의 고수에 백전의 용사들.
그 상태로도 전혀 내색 없이 혁련희를 맞아 최고의 기량을 펼쳤다.
“크하하하! 그래 발악해 보아라! 살려고 바둥거려 보란 말이다! 하하하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화경의 고수 세 명을 상대하면서도 혁련희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쾅!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휘격(揮挌)에 염위평의 어깨가 으스러졌다.
연이은 번개 같은 선풍각에 두 팔을 교차해 막은 모용천의 팔뚝에서 우지끈 소리가 났다.
쉭! 쉬쉬쉭!
현란한 타구봉을 피하며 가까이 접근한 혁련희의 장타 일격!
노준경이 공중에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크윽!”
적절한 때에 맞춰 나타난 지원군들 덕택에 무림 연합은 조금씩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맹주가 있는 쪽은 도무지 여유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일단의 무리가 혁련희를 향해 질풍처럼 쇄도했다.
“아미의 제자들아! 저 간악한 마인에게 아미의 혼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어라!”
혜윤 사태였다.
간신히 혈궁의 추격을 뿌리치고 사천을 빠져나온 그들은 이때를 위해 이를 갈며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생긴 기회!
아미파의 절기, 아미복호창이 펼쳐졌다.
언니인 금정신니의 유품, 구룡창을 꼬나쥔 혜윤 사태가 앞장서고, 서른여섯 명의 복호창수들이 혁련희를 덮쳤다.
“하! 이 미친년들이!”
콰과과광!
창끝에서 터지는 가공할 기세! 이미 그들은 목숨을 내놓은 상태였다.
그쯤 되니 제아무리 혁련희라도 쉽게 맹주를 죽일 수 없었다.
좀 무리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괜히 그러다가 큰 상처라도 입으면 골치 아프다.
“흥! 미친년들이 달려드니 흥이 식었다!”
혁련희의 손짓에 혈궁의 세력들도 도망가는 백도 무림의 무사들을 굳이 뒤쫓지 않았다.
염천(炎天)이 다가왔다.
“저자들을 뒤쫓지 않으실 겁니까?”
“후후. 놔두시오. 어차피 저들은 자리를 비워주게 되어 있소.”
“어찌 그러합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현천(玄天)이 물었다.
“과거 변황대전 때 우리가 왜 참패했는지 아시오?”
“그거야… 힘이 부족해서 아닙니까?”
주천(朱天)이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오. 하지만 그것보다 저들의 생리를 우리가 파악하지 못해서요.”
“생리라니요?”
염천의 물음에 혁련희가 조소를 지었다.
“저들은 뭉칠 땐 확실히 뭉치지만, 강호 전체보다는 사문, 가문의 존망이 더 중요한 이들이오. 그때도 힘 대 힘, 강 대 강의 정면 승부가 아니라 이렇게 치고 별동 부대를 통해 유격전을 벌였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오. 두고 보시오. 내 말이 맞을 테니. 곧 저들은 지리멸렬할 것이오.”
혁련희의 시선이 저 멀리 후퇴하는 백도 무림인들을 향했고, 다른 천주들의 시선도 혁련희에게서 그들로 옮겨졌다.
‘후후. 어서 분열하라. 정파의 위선자들이여.’
혁련희가 입꼬리를 올렸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 * *
퇴각 중에 희생자들이 다소 나오긴 했지만, 무사히 한중 땅을 빠져나왔다.
공터에 나오자 부상도 치료하고, 운기조식도 할 겸 잠시 쉬기로 했다.
저 멀리 보이는 화산의 풍경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좀 쉬다 보니 여유가 생긴 걸까.
“후우. 이거 참. 쉽게 생각했던 전쟁이 의외로 힘들게 흘러가는구려.”
화산파의 연화자가 나뭇등걸에 몸을 기대며 탄식을 토해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화산파의 피해도 컸다.
처음 전장을 나섰던 이들 중 절반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급히 퇴각하느라 허허벌판에서 쓰러져간 제자들의 시신도 수습할 수가 없었다.
“암존은 어떻게 되었소?”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공청 진인이 저쪽에 떨어져 앉아 있는 노준경을 보며 말을 건넸다.
“겨우 막아설 수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노준경 대신에 취팔선의 수장인 일선이 답했다.
“그런데 암존이 원래 만천화우를 할 수 있었소? 과거 2차 변황대전 때 당가주가 죽으면서 실전되었다고 하지 않았소?”
팽극환이었다.
“글쎄. 혈궁에 붙으면서 깨달음이라도 있었는지 모르지.”
눈을 뜬 노준경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사천에 미리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던 노준경은 암존 당천우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향상심은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위로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천우의 향상심은 그 선을 넘어 질투와 시기로 변해버렸다.
그렇다 보니 혈궁의 마수에 사로잡혔고, 이지를 상실한 독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독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이 있었는지 만천화우까지 대성해버렸다.
실력만으로 따지자면 천무삼신까지 넘어설 정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지를 상실했기에 과연 그걸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혈궁의 실력 또한 기존의 정보와는 달랐소. 임 총사가 했던 말이 맞더군. 그의 무위는 천하제일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소.”
모용천이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격전 속에 당한 부상이 제법 깊었다.
옆에 있는 염위평 역시 다친 상태라 은신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막판에 노준경이 아니었다면 둘은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몸을 일으키며 내뱉은 그의 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두 각자의 싸움에 몰입하느라 제대로 둘의 싸움을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란 말이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법장대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천무삼신이라 불리는 자신들이 옆에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농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그의 무위는 제가 가늠해봤을 때… 천무삼신 세 분이 연합해야 겨우 맞설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잡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전투 초반에 저와 염 호법을 그 자리에서 바로 끝장내지 않은 것도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였지, 만약 그가 마음을 먹었다면 충분히 저와 염 호법을 죽일 수 있었을 겁니다.”
“허어. 예상치 못한 혈궁주의 실력에 암존의 각성이라…. 이거 심각하군.”
공동파의 검제, 구궁자가 수심 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총군사의 생각은 무엇이오?”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궁겸. 그의 표정 역시 어두웠다.
별것 없다는 투로 말했던 과거 회의장에서의 일이 찝찝했다.
그를 힐끗 쳐다본 제갈백규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화산파에 의지해 그들이 중원으로 나오는 걸 막고 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장강을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중경 쪽 방비를 강화해야겠지요.”
“하! 그런 소극적인 방법밖에 없단 말이오? 중원 무림이?”
남궁겸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당장 목숨을 걸고 사천에 진입해서 일을 꾸민다면 모르겠지만, 누가 사지로 들어가겠습니까? 남궁 가주께서 가주시겠습니까?”
“허허….”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눈을 피하는 남궁겸을 보며 제갈백규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누구나 말은 그럴듯하지.’
하지만 실제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나저나… 혜윤 사태.”
모용천이 안타까운 눈으로 한곳에 모여 있는 아미파의 여승들에 눈을 돌렸다.
혜윤 사태가 들고 있던 구룡창을 보며 대충 상황은 짐작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혜윤 사태가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모용천의 물음에 혜윤 사태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답했다.
“여기 있는 이들이 아미파의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허….”
“저런….”
혜윤 사태의 답에 좌중이 탄식을 쏟아냈다.
겨우 이백 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이었다.
성세에 비해 십 분의 일은 줄은 상황.
앞으로 십 년 이상은 봉분하여 힘을 비축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이대로 전쟁이 끝난다는 하에.
“하아…. 그렇군. 아무튼, 그대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아니 모용세가가 아미파와 함께하겠네.”
“우리 개방도 마찬가질세. 아미파의 부흥에 개방도 한 손 거들지.”
막판에 아미파가 혁련희를 상대함으로써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두 무림 선배의 말에 아미파 여승들의 눈이 촉촉이 젖어 들었다.
“아, 용봉대 쪽의 상황은 어떻다고 합디까?”
분위기를 환기하는 듯한 공청 진인의 물음에 제갈백규가 입을 열 때였다.
“총군사님! 화산파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제갈연 각주로부터 서신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 어디.”
제갈백규의 손에 서신이 전달되었다.
부들부들.
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손이 떨리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오, 군사?”
모용천의 물음에 서신을 놓은 제갈백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천의 험한 산맥을 가로질러 운남으로 향한 혈궁의 별동대가 운남의 점창, 귀주의 홍풍검파, 광동의 불산황가, 광서의 계림파를 멸문시키고 호남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뭐, 뭣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