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70
청풍표국 최강식객 170화
170화. 파죽지세(3)
처음엔 승기를 잡은 듯했다.
같은 중원인이라는 사실이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어차피 강호인들은 전투에 익숙한 집단.
금세 그들을 적이라 규정하고 섬멸하기 시작하니, 아무리 당가라도 무림 연합의 파상공세에 곧 무너질 듯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말 위에서 지켜보는 제갈백규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뭐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당가를 밀어 넣어두고 팔짱을 낀 채로 전장을 오시하는 혈궁주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다급함과 초조함이 보이지 않았다.
“혈궁 본단…!”
제갈백규가 중얼거렸다.
“음? 총군사 뭐라 했소?”
“혈궁의 본단이 보이질 않습니다.”
“본단이라고?”
“예. 보통 입는 녹의를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고 있어 놓쳤습니다. 저들 중에 혈궁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그 정돈 나도 느끼고 있었으니까. 저기 보이는 야산에 기척을 숨기고 있는 무리가 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소. 아마 천무삼신 선배들도 알고 있을 것이오.”
“아, 그렇습니까? 과연….”
제갈백규가 고개를 주억였다.
화경의 고수라 느낄 수 있는 범위가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으로 저 혈궁주의 표정이 평온할까?
그의 표정이 굳어질 무렵,
“크하하하! 이제 우리 차례다! 다 쳐 죽여라!”
아니나 다를까 뒤편에 있던 야산에서 일단의 무리가 공간을 쭉쭉 접으며 전장에 투입되었다.
“연합군 본단! 투입하라!”
그제야 모용천의 외침이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고, 각 세력의 무사단들이 지휘관을 따라 뒤따라온 혈궁도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혈전.
엇비슷한 전력이었다.
혈궁에서 눈에 띄는 세 노인이 있었으니, 구중천의 천주들이었다.
세 명은 노준경을, 세 명은 별동대로서, 그리고 마지막 세 명은 본 전투에 투입된 것이다.
그들은 각각 천무삼신과 한 명씩 짝을 이루며 어우러지기 시작했고, 팔문팔가의 정예 무사들이 혈궁도들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로 하늘이 울렸고, 기와 기의 충돌이 가져오는 충격파에 땅이 뒤집혔다.
“무당은 뒤로 빠지고, 그사이 화산이 옆을 들이친다!”
“공동은 그대로 전방을 뚫어라!”
“맹호단은 뭘 하는가! 적의 뒤를 들이쳐라!”
“남궁은 적의 우익을 막아서라!”
“황보는 뒤로 돌아 적의 퇴로를 차단하라!”
시의적절하게 펼쳐지는 총군사 제갈백규의 명령!
여기가 군인들이 펼치는 전장이었다면 깃발과 북, 뿔피리로 지휘했겠지만, 제갈백규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내공을 담아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는 무림 연합군의 귀에 그대로 내리꽂혀 원활한 명령이 하달되도록 했다.
제갈백규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지휘로 무림 연합군으로 승기가 넘어올 무렵 혈궁주의 목소리가 모용천에게 닿았다.
“푸하하하! 맹주! 당신이 무림맹의 맹주라면 나와 한 번 어울러봄이 어떠한가?”
드디어 혁련희가 팔짱을 풀었다.
마치 두 사람이 승부를 보자는 모양새.
“맹주님, 어울려줄 필요 없습니다. 승기는 지금 저희 쪽에 있습니다.”
비록 난전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세운 진법이며 계획이 어그러졌지만, 판세를 보는 눈은 정확했다.
미세하지만 무림 연합군 쪽으로 승기가 기울고 있었고, 이 미세한 차이는 곧 크게 벌어질 것이다.
굳이 맹주가 나서다가 사로잡히거나 목숨을 잃으면 그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다.
“총군사. 하지만 이건 국가 간 전쟁이 아니오. 어디까지나 무림인들의 전투. 수장의 무력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비록 혈궁주에 비해 내 실력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으나, 쉽게 지진 않을 것이오. 그리고 내겐 염 호법이 있으니. 그렇지 않나 염 호법?”
모용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음껏 부딪히십시오. 결코, 맹주께서 잘못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말입니다.”
염위평이 자신 있게 말했다.
“하하. 우리 둘 다 잘못되면 안 되지. 자, 다시 한번 우리의 합을 보여주세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적을 물리쳐왔던 염위평과의 합.
그와 함께라면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았다.
“타앗!”
모용천이 땅을 박차고 솟구쳐 올랐고, 그에 화답하며 혈궁주 역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파바바방!
순식간에 수십여 합을 나누며 땅으로 떨어진 두 사람이 다시 거리를 좁혔다.
마공의 심법을 토대로 개량된 과거 혁련상의 백팔신공은 이제 백팔마공이 되어 한 수 한 수가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가를 힘을 담고 있었다.
콰과광!
만검자라는 별호답게 모용천 역시 모용세가의 완벽에 가까운 검술을 마음껏 뽐냈다.
모용세가의 특징인 세검으로 펼치는 그의 검술은 이미 허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만검이라는 검술에 어울릴 그를 꺾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눌러버려야 했다.
강호에 그런 인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드문 손가락에 혈궁주가 꼽혔다.
십 갑자, 600년에 이르는 엄청난 내공.
이 정도 내공이면 조금의 경지 차이는 사실 무색할 정도다.
꾸우웅!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다음 펼쳐진 혈마군림보.
“크으윽!”
금세 5보에 이른 6보, 7보에 이르자 반경 수십여 장의 땅이 움푹 꺼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서 오롯이 홀로 그 힘을 감당하는 모용천의 입가에 선혈이 비쳤다.
“크윽!”
“후하하하! 가소롭구나, 정파의 맹주여! 겨우 이 정도인가!”
하지만 8보가 막 내딛어지는 순간,
슈아악!
“헙!”
바로 옆에서 휘둘러지는 단검 한 자루.
급히 몸을 돌리며 피한 혈궁주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공중에 흩날렸다.
조금만 늦게 반응했어도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하! 이런 쥐새끼 같은! 나의 감을 속일 정도라니!”
눈앞에 나타난 사내.
모용천과 혁련희 중간에 선 그는 염위평이었다.
두 자루 단검을 쥔 그의 몸에서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모용천은 사라진 압력 속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혁련희의 허점을 살피고 있었다.
“비겁하게 둘이 덤비는 거냐?”
“흥. 너희 같은 마인들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오직 힘만을 탐하는 짐승을 상대하는데,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떤가.”
“하! 정파의 수장 아니랄까 봐 입은 그야말로 청산유수구나. 오냐. 내 너희 둘 모두 상대해주마.”
우우웅!
거대한 내공이 공력으로 치환되는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금세 권강이 맺히더니 어느새 모용천의 눈앞에 혁련희의 주먹이 밀려들고 있었다.
콰아앙!
모용천의 애병인 구천검이 거력이 담긴 주먹을 막아내자 사방으로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사아악!
모용천에게 다시 공격을 먹이려는 순간 염위평의 단검이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휘릭!
마치 바람이 휘돌아가듯 단검에 몸을 맡긴 혁련희의 몸이 부드럽게 회전하더니 염위평의 옆에 나타났다.
‘흡!’
혁련희의 수도 일격이 염위평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슈슈슉!
모용천의 구천검이 혁련희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염위평의 목을 꿰뚫으려면 자신의 목숨을 내줘야 했다.
“쳇!”
혀를 찬 혁련희의 몸이 뒤로 주욱 밀려 나갔다.
“하! 이거 쉽지 않은데?”
하지만 목을 까딱거리며 조소를 그리는 혁련희의 얼굴에는 아무런 초조함이 엿보이지 않았다.
즉 여유가 있다는 말.
“자, 그럼 한 단계 올려볼까나?”
훅!
그 말과 함께 밀려든 혁련희의 손바닥이 염위평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쾅!
“크윽!”
가까스로 팔을 들어서 막긴 했지만 엄청난 공력이 터지면서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놈!”
하지만 어느새 모용천의 구천검이 염위평을 후려친 혁련희의 팔로 떨어졌다.
팔 하나라도 가져가려는 모용천의 의지!
하지만 그대로 검과 함께 내려간 혁련희의 손이 바닥을 짚음과 동시에 올라간 발끝이 모용천의 어깨를 후려쳤다.
퍼억!
“으음!”
모용천이 신음과 함께 밀려남과 동시에 날아든 염위평의 단검.
챙!
하지만 수강을 두른 혁련희 손날에 날아간 단검이 모용천을 향했고,
“흡!”
간신히 단검을 피하는 모용천의 가슴으로 뛰어든 혁련희의 입보연심(入步連心)에 이은 장타(掌打) 일격!
퍼엉!
“크악!”
백팔마공의 백타술을 더욱 위력 있게 만들기 위해 익힌 외공.
그로 인해 혁련희의 손은 내기를 두르지 않아도 맨손으로 바위를 부술 정도였다.
이름하여 혈강수(血罡手)!
천하에 이름난 보검에 폭발하는 마기가 담긴 것과 같은 충격에 모용천이 선혈을 내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맹주님!”
“어딜!”
모용천에게 향하는 염위평을 가로막으며 휘둘러진 퇴법(腿法) 횡타(橫打)!
염위평이 가까스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피했다.
하지만 다시 그대로 방향을 바꾸어 공중에서 퇴법 벽타(劈打)가 염위평의 몸을 쪼갤 듯이 내리꽂혔다.
“크윽!”
급히 두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팔에서 우지끈 소리가 들리고 무릎이 후들거렸다.
꾸우우욱!
그리고 이어진 마치 태산이 내리는 누르는 듯한 퇴압(腿壓)!
“끄으윽!”
“타앗!”
염위평의 두 발이 금세라도 땅에 파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신형을 갈무리한 모용천의 구천검이 혁련희의 등으로 쇄도했다.
“흥!”
콧방귀를 낀 혁련희가 염위평의 팔을 내리누르는 상태에서 두 팔을 지지대 삼아 그대로 공중으로 제비를 돌았다.
발꿈치가 날아드는 모용천의 등을 뒤로 돌아 가격했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쇄도하던 힘에 더해 앞으로 고꾸라졌다.
자신의 검첨이 염위평을 찌를 것 같아 모용천이 급히 몸을 틀었다.
우드득!
옆구리에 우드득 소리가 났고, 쓰러지는 그를 받치려는 염위평과 함께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후욱!
발을 치켜든 혁련희가 마무리하려 할 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들었다.
챙!
그리고 혁련회의 모용천을 가로막는 흑의인들.
백에 달하는 인원이 앞에 늘어서는데도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일사불란했다.
“호오?”
염위평을 둘러싼 이들은 바로 맹주를 지키는 호법대인 호천대의 대원들이었다.
“주군을 지키겠다고 나타난 건가? 이거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 하지만 재미는 여기까지.”
혁련희가 손을 들어 올리자 갑자기 어디선가 뿔피리 소리가 났다.
뿌우우웅―!
마상에서 무림 연합세력을 지휘하던 제갈백규가 뭔가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두두!
땅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먼지구름이 일었다.
“가자! 가서 무림맹의 졸개들을 쓸어버리자!”
앞에 선 사내가 검을 치켜들며 소리치자 뒤따르는 무리가 화답했다.
“와아아아아!”
제갈백규의 눈이 흔들렸다.
“저, 저들은…?”
그들은 수라궁의 무인들, 바로 세 번째 패인이었다.
거의 승기를 잡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뒤에서 들이친 수라궁의 공격에 무림 연합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신 차려라! 후미에 있는 화산파는 인원을 뒤로 돌려 수라궁에 맞서라!”
제갈백규가 지시를 해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바로 한 사내의 등장 때문이었다.
“저자는 암존…?”
전방에서 천주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던 소림의 법장 대사의 한마디.
그렇다. 그는 바로 암존이라는 별호를 가진 우내십존 당운심이었다.
촤라라라라랑!
하늘로 솟아오른 수많은 암기!
“헉! 저, 저것은 설마…!”
마상의 제갈백규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늘을 가득 채운 수많은 암기의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사천당가의 비전, 만천화우(滿天花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