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35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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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년 4월 28일.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조반 시모네에게 밝히기를 높이가 거의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좌상을 완성했고, 일주일 뒤에는 주물을 뜨고 싶다고 편지를 써내려갔다.
이 편지에서 언급하는 밀랍 좌상은 앉은 자세의 율리우스 2세를 가리킨다.
1506년 12월 초,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반강제로 청동상 제작을 떠맡겼다. 대리석상을 주로 다루는 미켈란젤로에게 그것은 프레스코만큼이나 어색한 분야였다. 그러나 청동 주조법을 전혀 모른다는 미켈란젤로의 항의 아닌 항의는 먹히지 않았다.
1507년 4월, 갖은 고생 끝에 밀랍상을 완성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 밀랍 좌상이 청동상이 되는 것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완성이 된 것은 1508년 2월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1508년 2월 21일, 산 페트로니오 성당 서측 정면에 율리우스 2세 청동 좌상이 들어앉았다.
결국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또 한 번, 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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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의 늦은 오후.
홍시를 냉동실에 넣던 백명희가 귀를 쫑긋였다. 서둘러 냉동실 문을 닫은 백명희가 앞치마에 물기 묻은 손을 닦으며 부엌 밖으로 걸어갔다.
백명희가 거실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이 열렸다. 강채영이었다.
“다녀왔습니다아.”
교복 위에 가디건을 입은 강채영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왔어? 도서관 간다더니 일찍 왔네?”
시간을 잠깐 확인한 백명희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케이스에 집어넣은 강채영이 지친다는 듯 움직여 소파로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운동화는 가지런히 신발장에 넣어놓은 뒤였다.
“저녁국 아직 안 끓였는데···과일이라도 깎아줄까? 아니면 간단히 고기?”
“괜찮아. 배 안 고파요.
안 고프고 말고. 강채영이 가방을 양말 벗듯 소파 옆에 흘려놓고는 다이빙하듯 소파에 몸을 던졌다.
“도서관 다녀온 거 아니야?”
“도서관 갔지. 가긴 갔는데···푸흐흐. 내가 매점을 다녀온 건지 도서관을 다녀온건지···”
도서관 열람실이 아니라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였다면 욕을 된통 먹었을 거다.
같이 공부하겠다고 따라온 친구들이 한시간도 안 되어서 매점 간다고 두세번은 나간 것 같았다. 같이 끌려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는 배부르다며 졸더니, 잠 깨겠다고 화장실에 세수하러 가서는 잘생긴 남학생 한 명 발견했다고 나와보라고 포스트잇을 붙여대지 않나.
“다음엔 절대 같이 안 가.”
“응?”
“엄마 말고요. 친구들.”
내신이 나쁘지 않은 친구들이라 10월 중간고사 대비하면서 배울 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강채영이 소파 쿠션에 얼굴을 부볐다. 재밌긴 재밌었지만 하루를 날렸다. 외고에서 내신을 챙겨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빡세게 관리해야 하는 기간이건만.
“으아아. 몰라. 오늘 새벽까지 보충하면 되겠지. 오늘은 인강 2배속이다. 아. 엄마. 여기 붕어빵.”
“붕어빵? 벌써 붕어빵을 팔아?”
예년보다 추운 9월이었다지만 붕어빵까지 나온다니. 백명희가 눈을 깜빡이며 강채영이 내미는 종이봉투를 받아들었다.
“도서관 앞에 분식집에서 붕어빵을 개시했더라고. 모양도 이쁘고, 가격도 괜찮고, 초코붕어빵을 팔길래 사와봤어. 아. 팥도 사왔어.”
“…초코붕어빵?”
“맛있어. 내가 보증할게. 으아아아. 오늘치 공부 언제하냐. 으으! 일단 씻을래!”
강채영이 소파와 한몸이 된것처럼 누워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방을 챙긴 강채영을 바라보며 백명희가 붕어빵 하나를 집어들었다. 머리부터 한입 베어무는데 따뜻한 초코가 흘러나왔다. 초콜릿을 녹인 건가?
“어머. 이거 너무 달다.”
백명희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붕어빵을 한입 더 베어물었다.
“그맛에 먹는 거라고요. 공부를 하면 당분이 떨어지니까아······저건 또 뭐야?”
강채영이 가방을 챙기다말고 현관문에 놓인 검은색 비닐봉투를 낯설지 않다는 듯 바라보았다. 낯선데 익숙한 장면이다. 강채영이 한쪽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살짝 손으로 봉투를 열어젖혔다.
진한 향이 올라왔다.
“·········와. 냄새 좋다. 이거 뭐야?”
잘 포장된 틈으로도 비누나 빨래에서 맡아질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샴푸냄새 같기도 했다. 킁킁. 강채영이 자기도 모르게 코를 맡고 포근한 이불 같은 냄새에 심취했다.
“너희 오빠가 배달시킨거야.”
“오빠가?”
샴푸가 없으면 비누로 머리를 감을 오빠가 이걸 시켰다고? 강채영이 의외라는 듯 정체 모를 기분 좋은 향을 맡았다. 비누? 비누인가?
“뭐 그걸로 시험해볼 게 있다던데···향 좋지? 비누라고 하더라.”
“비누라고···?”
오빠의 택배를 마음대로 볼 수는 없어서 강채영이 천천히 시선을 떼었다. 하얀것이 비누인가? 강채영이 고개를 기울였다.
‘비누라기엔 지나치게 말랑해보였는데···젤리 같고, 마치 친구가 요즘 빠졌다는 레진아트에서나 볼 것 같은···’
에이. 몰라. 오빠가 작품에 필요하니까 주문한 거겠지. 한두번인가. 강채영은 이 기행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몸을 돌렸다.
“밥 금방 해줄게. 씻고 내려와.”
“네에. 아. 근데 오빠는? 오빠는 택배 도착했으면 가져가지, 왜 안 가져간대? 작업중?”
작업중이면 자신이 방에라도 가져다놔줄 생각에 물어보자, 백명희가 부엌에 다시 들어가다말고 고개를 내저었다.
“집에 없어. 양선구 선생님이랑 대리석 보러 간다던데?”
“그래?”
대리석이라. 또 새로운 작품을 만드나보네. 강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검은 봉투에 든 것들도 그런거겠지. 강채영이 그리 생각하며 책가방을 고쳐메고 100L 쓰레기봉투에 비견될만큼 커다란 검은 봉다리를 끌기 시작했다.
“그으럼, 이, 건 내가 오빠 방에 가져다, 놓을게.”
“그럴래? 무겁지 않아?”
“괜, 찮습니다요.”
매점에서 먹은 칼로리를 빼려면 이거라도 움직여야지. 강채영이 힘껏 봉다리를 끌었다. 즈으윽. 즈으윽. 일반적인 쓰레기봉투를 끄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대체 뭐가 든 거야. 강채영이 투덜거리며 검은 봉투를 질질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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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영이 강석의 택배를 옮기는 그 시각. 강석은 양선구와 함께 창고 하나를 거덜낼 기세로 석재를 주문하고 있었다.
“···이거 이 색상으로 타일이 더 있을까요?”
보통 목욕탕은 벽부터가 천연석, 파석이라 불리는 것을 압축해서 만든 대리석을 사용한다. 강석이 가장 마지막에 주문한 것은 그 데코스톤이었다. 저가형이지만 평균적으로 색의 분류가 16개 정도나 되어서 선택지가 넓어지는 편이었다.
“음. 그것도 같이 배편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마.”
“후우. 그러면 얼추 끝난 건가요?”
모든 대리석을 여기서 가져갈 수는 없었다. 옮기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었고, 유통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값이 덜 드는 선택이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조각상에 쓰일 대리석, 예를 들어 를 제작할 때 쓰일 대리석 같은 경우에는 오랜 세월 돌을 고르고 골라서 수집해놓은 양선구 선생님에게서 구하는 게 제격이었다.
“그래. 많이도 골랐구나. 덕분에 본의 아니게 이번년도 수입은 두둑하겠어.”
작품 판매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개인전을 블룸 미술관에서 열었던 작년보다 수입이 월등히 좋을 것 같았다. 올해 강석이 단골손님처럼 대리석을 주문해댄 통이었다.
이번에도 엄청난 양의 대리석을 거의 채굴해가듯 주문했고. 양선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대리석 말고 이탈리아에서 더 사들일 거라니···”
대체 얼마만큼 사치스러워보이는 목욕탕을 완성하려고 그러는지. 양선구가 기대가 되기도, 또 두렵기도 하다는 얼굴로 수염을 한차례 쓸었다.
그 와중에도 강석은 도면을 들고 얇은 볼펜으로 어느 석재까지는 주문이 완료되었는지 적어내리고 있었다. 양선구가 슬쩍 그 도면을 바라보았다. 강석이 실제 건물의 도면 사진을 보고 커다란 종이에 그대로 옮겨그렸다는 도면은 척 보기에도 그 규모가 상당해보였다.
‘진짜 석이가 그린 그 건축모형에 있는대로 4층짜리로구만.’
4층.
목욕탕만 4층으로 운영한다는 파격적인 계획이 실현될 장소는 척 보기에도 커다랗고 천장도 높아보였다. 원래 호텔로 운영되었었는지, 붉은색과 파란색 볼펜 아래 그려진 회색선은 객실처럼 다닥다닥 경계가 나뉘어져 있었다.
‘원래는 호텔로 운영했던 걸 진짜 사들인 모양이야.’
양선구가 그 추진력에 놀랍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석은 자신이 계획한대로 천천히 조금씩 진행하고 있었다. 진짜로 피렌체에 4층짜리 목욕탕이 열릴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이틀 뒤면 베네치아로 넘어가나?”
“예.”
굳이 늦장부릴 이유가 없었다. 볼펜을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석의 깔끔한 태도에 양선구가 잠깐 수염을 쓰다듬는가 싶더니 뒷짐을 졌다.
“그러면 베네치아로 넘어갈 때 나도 같이 넘어가지.”
“···선생님께서요?”
선생님은 조금 뒤에 피렌체로 넘어가셔도 되는데요. 강석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양선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양선구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비누 업자 좀 구해달라고 하지 않았었남?”
“예. 그러긴 했었습니다만······설마 벌써 구하셨어요?”
“발다르노의 그레코 가문 사람이 지금 베네치아에 있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연이 닿아서 그 가문의 장인과 약속을 잡았어. 베네치아에 갈 때 일정을 잠깐 빼서 같이 만나러 가보면 될 것 같으니 같이 가보자고.”
발다르노의 그레코 가문.
강석이 눈을 크게 떴다.
– ‘이게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비누야. 명품 비누. 이거봐. 냄새 좋지.’
– ‘···명품? 비누가?’
– ‘오빠가 뭘 모르네. 이게 100년 넘게 4대째 이어져온 가문의 비누장인이 만든 비누야. 무려 핸드메이드라고.’
– ‘그래. 이것봐, 아들. 이건 이탈리아 8대 도시를 대표하는 향기랑 컬러를 비누에 담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패키지가 너무 예쁘지?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이게 이태리식 전통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집에 가서 얼른 써보고 싶네.’
이탈리아 여행을 가족들이 갔었을 때.
유명 박물관에서 사왔다며 핸드메이드 비누를 잔뜩 사놓고 자랑하던 두 모녀가 떠올랐다.
토스카나 지방의 발다르노 지역에서 비누 공방을 연 그레코씨를 시작으로 4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핸드메이드 비누 공방 브랜드라고 그랬었다.
“······그레코1916이였던, 가요?”
“으음? 아는구만? 그래. 이탈리아에서는 비누계의 명품으로 취급받는다고 하더구만. 핸드메이드로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 하길래, 약속을 잡았는데 마음에 드는감?”
강석이 입을 살짝 벌렸다.
그레코1916. 비누를 제공받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비누 장인을 소개받게 될지는 몰랐다. 강석의 입꼬리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미소가 비죽비죽 튀어나왔다.
확실히 유명 관광지에도 관광 상품으로 비누를 납품하는데 그치지 않고 몇년 전에는 100주년 기념으로 샵까지 따로 오픈했다고 했었다. 평소에도 그 정도를 공급하는 만큼, 공급에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레코1916은 이탈리아에 가면 꼭 사온다는 비누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향기도 좋다했었지. 100년 동안 이어져온 역사부터 운영방식, 그리고 앞으로 강석이 그 비누를 가지고 하려고 하는 것들까지 고려한다면 그레코 가문의 비누장인만큼 좋은 동업자는 없을 터였다.
마침 그레코1916이 납품하는 세 곳의 유명지 중에 하나는 피렌체에 있는 피렌체 팔라초 베키오라고 들었다.
나쁘지 않아.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매우 좋았다.
강석이 새삼스럽다는 듯 양선구를 바라보았다.
한복을 입고 허허롭게 웃고 있지만, 양선구는 1세대 조각가로 비엔날레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앞선 세대의 조각가였다.
이게 인맥. 역시 미술의 세계는 넓은 듯 좁다.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베네치아로 가시죠.”
열심히 수소문하고 있는 조사장님에게는 안타깝게 되었지만, 이번 베네치아와 피렌체행은 이번에도 양선구 선생님과 함께가야 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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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 뒤 9월 26일.
강석은 양선구와 함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양선구는 비행기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옆에 앉아있는 강석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그 커다란 캐리어들은 뭔감?”
꽤 길게 다녀온다지만 그것치고는 위탁수하물이 심상치않게 커다랗지 않았나. 강석답지 않게 커다란 캐리어 두개를 끌고 오는 게 심상치가 않아보였다. 뭔가 있다. 양선구가 어서 말해보라는 듯 강석에게 재촉했다.
그런 양선구의 재촉에 강석이 안개처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창문가에 턱을 괸 채로, 잠깐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목욕탕을 성공시킬 방법이요.”
236. 목욕탕을 성공시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