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08
청풍표국 최강식객 208화
208화. 금단의 대법(3)
쉬지 않고 내달려온 임요성이 나타나자 객잔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던 사마현의 입이 벌어졌다.
“아니… 임 공자? 여길 어떻게…?”
임요성이 객잔에서 식사하고 있던 사마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후우.”
식탁 위에 놓인 물을 들이켰다.
급히 오느라 목이 말랐다.
“급한 일인 것 같아 바로 달려왔소.”
꿀꺽. 급히 밥을 삼킨 사마현이 말했다.
“중요한 일인 건 맞지만 직접 올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쉬지 않고 달려올 정도는….”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오.”
사마현의 의문을 해소하듯 임요성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사실 이건 역모와 관련되어 있소.”
별장이 있는 시골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객잔이라 손님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임요성은 기막을 쳐둔 상태였다.
“택화림이라고, 역모를 꾀하는 이들이 있소.”
사마현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들과 처음 부딪힌 일부터 지금까지의 일들.
그리고 조상연이라는 사람과 오 황자에 관한 이야기까지.
임요성의 말을 듣고 있던 사마현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구연초는 역모를 꾀하는 세력에 붙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군. 그리고 이혼 대법…. 그 불길한 기운이 그럼…?”
사마현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맞소. 그래서 나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바로 달려온 거요. 구연초가 진법을 통해 가져간 어떤 물건이 대법을 시행하는 이들에게 전해졌다는 뜻이오.”
“그럼 요 며칠 천기가 불안해진 걸 보면…. 과연…. 느낌이 좋지 않군.”
임요성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마도 대법이 완성된 게 아닐까 싶소.”
“그럼 어쩌려는 것이오? 설마?”
“맞소. 우선 내가 한 번 봐야겠소. 잘하면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을 수도 있고.”
“음. 확실히 그 방법이 나을 수는 있겠군.”
지금 저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때 들이친다면….
그리고 사마현도 알고 있다.
현재 임요성의 무위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이혼 대법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무공 격차를 줄일 수는 없을 터.
“그런데 혼자 괜찮겠소? 그래도….”
“저기 내 수하들이 오고 있소.”
두 사람이 잠시 말을 나누는 사이 여산홍과 풍귀가 도착했다.
임요성의 속도에 맞추느라 살짝 호흡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이내 정돈했다.
그 모습에 사마현의 눈에도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실로 대단한 자들이다. 임 공자야 그렇다고 쳐도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이들까지 출중한 실력이라니.’
사마현은 과연 중원에 기인이사는 넘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소. 저들의 흔적을 이제야 찾았으니. 그럼 잠시 여기 계시오. 혹시 이상하다 싶으면 도망가고.”
임요성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마현이 허둥댔다.
“아, 알겠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도 아니고 만나자마자 기습이라니….
사마현은 아직 입 안에 있는 밥 알갱이가 다 넘어가지도 않은 상태였다.
* * *
콰아아앙!
“뭐, 뭐야!”
“포, 포탄이다! 포탄이 떨어졌다!”
완후겸의 별장에서 일하는 종복들이 뛰쳐나오며 비명을 질렀다.
중앙에 있는 3층 전각의 윗부분이 반파되어 날아갔다.
후둑. 후두둑.
무너진 건물에서 나온 이들은 오 황자가 된 조상연, 그리고 흑위 노지광, 구연초가 잔해에서 나왔다.
“어떤 미친 새끼가….”
조상연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전방을 향했다.
저벅. 저벅.
대전으로 다가오는 이는 바로 임요성과 여산홍, 그리고 풍귀였다.
“호오, 흑표. 오랜만이군.”
조상연이 조소를 지었다.
그러자 임요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흑표라고?’
오 황자 주겸은 자신을 저런 식으로 흑표라고 부른 적이 없다.
항상 흑표 형, 또는 형님이라고 불렀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이유도 있었으나, 심리적으로 늘 임요성에 눌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보는 것 같은 눈빛과 흑표라 부르며 비웃는 표정까지.
“대학사. 결국 금단의 대법을 시행했구려.”
조상연이 흠칫했다.
“호오… 날 어떻게 알았지?”
“어릴 적부터 함께 봐온 겸이 녀석이오. 그 기운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차가운 눈빛의 임요성을 보며 대학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후후. 뭐 그렇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과거의 내가 아니니.”
쾅!
조상연이 약 7척 길이의 창을 바닥에 찍었다.
이미 자신을 내쳤던 산동조가는 직접 처단한 상태였다.
자신과 노지광, 그리고 이제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구연초까지.
세 명이 함께 한 무림 가문을 멸문시켜버린 것이다.
구연초도 과거 혁련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 것일 뿐 그 역시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는 그렇게 집안을 멸문시키고, 집안의 가보인 자룡신창(子龍神槍)을 가져왔다.
가문의 비기인 조가창법에 황궁 무학을 엮어 이미 이론상으로는 신공절학을 만든 그다.
이제 내공까지 받쳐주자 그의 성취는 순식간에 절대 고수에 이르렀다.
“그동안 서로 간만 보고 얼굴 보는 건 꽤 오랜만이니 가볍게 한 번 인사나 나눠볼까?”
무공의 경지는 단숨에 올렸지만, 임요성과 같은 강자와의 전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첨엔 조심스럽게 손속을 나눠볼 생각이었다.
우우웅!
조상연이 한 손으로 가볍게 통짜 철로 된 창을 들어 임요성을 가리켰다.
자룡신창을 통해 막대한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으음….”
임요성이 침음성을 흘리며 천아와 천조를 빼 자세를 잡았다.
대법을 성취해 그냥 젊어졌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호위무사들이라 해 봐야 그저 그런 수준일 거라고.
그런데 조상연의 무위가 자신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꽤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하지만 임요성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이미 조상연의 창끝이 자신의 얼굴 지척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콰앙!
도와 창이 만나 내는 굉음과 기파에 주위에 있던 이들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려갔다.
“크윽!”
광풍이 휘몰아치고, 강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날렸다.
카가가강!
주위의 부하들은 파편을 쳐내느라 바쁠 정도였다.
7척에 이르는 창을 다루는 데도 조상연의 움직임은 전혀 임요성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았다.
“타앗!”
거대한 용이 넘실거리듯 강기의 파도가 임요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친 용 한 마리가 파랑을 일으킨다는 광룡파랑(狂龍波浪)이라는 초식!
임요성이 두 도가 미친 듯이 허공을 갈랐다.
천강수의 산운귀수를 도법으로 재해석한 산운귀도(散雲鬼刀)가 광폭한 용의 쇄도를 지워냈다.
“흠.”
긁적긁적.
조상연이 볼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인가? 대충 감 잡았어.”
지잉!
조상연이 다시 창끝을 임요성에게 향하자 검명이 아닌 창명이 울렸다.
말만 앞세운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조상연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럼 이걸 한 번 받아보시게.”
콰우우우우―!!!
“저, 저건…!”
멀찍이 떨어져 있던 여산홍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임요성 또한 얼굴이 밀랍처럼 굳어졌다.
마치 어떤 무공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는 그의 무위는 사실… 현경이었다.
불과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혁련희의 내공을 모두 흡수하고, 대공을 이뤄 버린 것이다.
지금 그가 펼치고 있는 무위는 바로 강기성상의 단계.
강기를 응축하여 자신이 깨달은 무리(武理)를 형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조상연이 휘두르는 창끝에서 말을 탄 어떤 장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거대한 전마(戰馬)에 군용 장창을 높게 치켜든 장수가 임요성을 향해 창을 겨눴다.
두두두두두두두!
땅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에 오감이 잠식되는 혼란이 느껴졌다.
단 한 번의 창격에 세상 전체가 갈라질 것만 같은 압도적인 광경!
“타앗!”
임요성이 천아와 천조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귀섬을 펼쳤다.
가장 훌륭한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임요성의 그물 강기가 장수의 전방으로 쇄도했다.
콰지지직!
하지만 이미 현경의 자리에 오른 조상연이 만들어 낸 강기성상의 위력은 임요성의 강기도 어찌할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모두 호신 기공을!”
임요성이 급히 천잠위건을 넓게 펼쳤다.
순간 넓게 퍼져나간 천잠위건의 위를 거대한 장수의 창이 갈랐다.
콰아아아앙!
그 일격과 함께 이미 장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가득 채운 먼지가 가라앉고 바닥에는 누군가의 피인지 알 수 없을 핏물만이 남고, 세 사람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저, 저…?”
구연초가 놀라 손가락질을 했다.
분명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모두 사라지다니.
“쯧. 도망쳤군. 제법이야. 그 공격을 받고도 도망치다니.”
사실 조상연으로서도 모든 힘을 토해낸 공격이었다.
아직은 미세하게 기운을 조율하기는 손색이 있었다.
아쉬운 듯 혀로 입술을 축인 조상연이 그들이 도망간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이미 흐릿한 기감을 쫓아 그들을 따라가기엔 소용없는 짓이었다.
“쯧. 들어가지. 식겁했으니 다시 몰려오지는 못할 걸세.”
이미 현경의 자리에 오른 조상연의 얼굴에 위기감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콰직!
조상연이 몸을 날리며 공간을 접어 한 사내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 멀리서 바로 사마현의 존재를 느끼고 전광석화처럼 공간을 접어버린 것이다.
“쥐새끼가 한 마리 숨어 있었군.”
사마현이었다.
임요성이 혹시 모르니 도망가라고 했음에도 그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했다.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자는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머리를 굴리는 자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바로 호기심.
꾸욱.
“크윽!”
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도 사마현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단전도 꽁꽁 굳어버린데다가 온몸이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무슨….’
과거 자신이 모시던 수라궁주 구양겸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설마… 현경에…?’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누구냐?”
“크윽….”
“사마현이라고 수라궁의 군사입니다.”
뒤에서 구연초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라궁?”
“예. 아마 사천에서부터 절 미행한 것 같습니다.”
“꼬리를 달고 왔다는 말이군? 어쩐지 이 시점에 갑자기 흑표가 나타난다 했어.”
“죄, 죄송합니다.”
차가운 조상연의 눈빛에 구연초가 고개를 숙였다.
“됐어. 뭐 알았으면 죽이면 되지. 네놈은 운이 나빴다. 지금 내가 기감이 최고조로 오른 상태였거든. 네 입장에선 아쉽겠다만 어쩌겠나. 다 너의 복인 것을. 크하하하하!”
앙천광소를 터트리는 조상연의 옆에서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한 사마현의 칠공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제 죽어라.”
콰직!
목이 꺾이면서 사마현의 목숨도 함께 꺾였다.
구양겸과 함께 강호를 도모하려던 꿈도, 이후에 주군의 복수를 하려던 목표도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다.
조상연은 대법을 완성하면서 성격도 변했다.
막대한 내공을 한 번에 받아들인 탓도 있지만, 염라마정이 받아들인 내공이 대부분 죽은 혁련희의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포악하고, 파괴적인 기운을 담고 있는 내공이 들어오자 인성까지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 치밀하고, 진중하던 기운은 줄어들고 눈에는 살기가 득실거렸다.
게다가 이제 자신이 눈치 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밑바닥에 꿈틀거리고 있던 거대한 욕망이 유학자로서 수행한 마음의 방벽을 무너뜨리고 터져 나왔다.
“크큭.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겠어. 시간을 끌어봐야 이런 하루살이나 꼬이겠지.”
조상연이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말하자 구연초가 물었다.
“그럼 바로 황궁을 치시겠습니까?”
그때 완후겸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손을 저었다.
“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