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9
137. 강림 (2)
대주교는 심사숙고 끝에 결국에는 내게 최상급 성유물의 지급을 결정했다.
뭐, 아무렇지도 않게 준 것은 아니고 피눈물까지 흘릴 기세이긴 했지만…….
이 성전에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보상은 바로 지급됐다.
단 두 개밖에 되지 않아서 좀 섭섭할 뻔도 했으나 화룡안을 사용하여 성유물의 정보를 확인하고 난 이후에는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양의 인장」
「등급 : SS-」
「어둠의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교황에게 어둠의 신이 하사한 검은 인장.」
「손등에 해당 인장을 찍을 시 전용 효과 ‘공양(供養)’을 새길 수 있다.」
「해당 전용 효과를 손등에 새길 시, 아이템은 손등에 찍힌 인장에 깃들며 소멸한다.」
「……단, 해당 아이템은 도전자 한성윤의 15층 개인 시련을 벗어날 시 소멸한다.」
「잉걸불을 삼키는 밤의 장막」
「등급 : SS-」
「한때 태초의 불꽃마저도 어둠 속에 삼킨 신의 장막.」
「소유자가 사망할 시, 예외 없이 전용 효과 ‘밤의 장막’이 활성화된다.」
「전용 효과 ‘밤의 장막’이 활성화될 시, 소유자의 신성력을 모두 소모하여 부활한다.」
「전용 효과 ‘밤의 장막’이 활성화될 시, 부활한 후에 ‘사도화’ 상태에 돌입한다.」
「전용 효과 ‘밤의 장막’이 활성화될 시, 부활한 후에 바로 해당 아이템이 소멸한다.」
「……단, 해당 아이템은 도전자 한성윤의 15층 개인 시련을 벗어날 시 소멸한다.」
볼품없는 검은 도장과 단출한 검은색의 손수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화룡안으로 숨겨진 설명글을 보니 아무래도 15층 밖으론 가지고 갈 수 없는 듯한데…….
그렇더라고 해도 둘 다 SS-급이라는 여태까지 구경한 적도 없는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공양의 인장은 몰라도 잉걸불을 삼키는 밤의 장막은 ‘최후의 저항’과도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소생 효과.
물론 치명상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 주는 최후의 저항과는 차이가 있다지만…….
죽음에서 신성력을 소모해 부활할 수 있다는 효과는 엄청난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최후의 저항을 남궁혁과의 일전에서 소모한 탓에 며칠은 더 있어야 쓸 수 있을 터.
‘확실히 15층 시련 한정 아이템이라 해도 좋은 아이템이야.’
이번 15층 시련이 끝까지 허접한 적들만 나타난다면 쓸 일도 아예 없을 것이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난다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 만약을 위해서 가지는 보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 암신교의 최상급 성유물이오. 부디 잘 다뤄 주시오.”
대주교가 손을 덜덜 떨며 건넨 성유물을 나는 바로 챙겼다.
그리고 미리 준비를 해 뒀던 아공간 주머니에 성유물을 챙기니 대주교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성전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오. 받은 보수만큼의 힘을 보여 주길 바라오.”
“할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힘을 쓰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에 도망친다면 어둠의 신께서 당신을 벌할 것이오. 기억하시오.”
“그럼요. 한낱 인간이 어찌 성유물까지 받아 놓고 도망을 치겠습니까.”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이다.
성유물까지 받았으니 도망치지 않을 것이고, 시련 속 세계이니 도망칠 곳도 없지만…….
신이 나를 벌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는 일절 믿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당장 나를 적대하는 전투의 신마저도 메시지 몇 번 보내는 게 직접적 영향력 행사의 전부였다.
‘도전자를 이용해서 나를 적대하는 건 가능해도 직접 신이 저주를 내리는 건 힘들다는 뜻이지.’
탑의 비호 아래에 있는 한 신적 존재라 해도 나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렇게 말했고.
“……알겠소. 무명이여, 다음 전투까지 조금은 쉬어 두시오.”
대주교도 암울한 얼굴로 조용히 축객령을 내렸다.
탑에 의해서 재현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조금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뭐, 안타깝다고 해서 방금 받은 성유물을 돌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천 명 이상을 살해했으니 이 정도의 성유물을 받은 가치는 내게 충분히 있었다.
이제 더 성전에서 활약할 예정이기도 하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15층 시련이 순탄히 끝날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
심지어 보험용으로 이 성유물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탑이란 늘 도전자에게 해결하기 힘든 시련을 내리는 존재이니.
이어서 막사의 바깥으로 나가니 몇 번 본 여성 용병이 내게 다가왔다.
“아, 검사님! 대주교님과의 독대는 잘 마치셨나요?”
레이넬 아시르였다.
나는 그녀를 보며 슬며시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결연하게 살아서 만나면 술을 사겠다느니 어쩌느니 했으면서 상처도 입지 않았네요.”
“아하하…….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대주교님을 호위하고 살아남게 되어서요.”
레이넬은 그렇게 웃으며 말했고 나는 이내 웃음을 거둬들이며 본론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따로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아……. 어, 음.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술이라도 사드리려고…….”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레이넬이 우물쭈물하다가 간신히 꺼내든 말을 나는 바로 거절했다.
술 같은 것은 입에 대 본 적도 몇 번 없었고.
그다지 마시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술이든 담배든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버릇처럼 기피한다.
7년 동안 헌터가 될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다 보니 들은 버릇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미 내 신체는 인간 같지 않지.’
이 세상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술이라면 그것은 맹독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모르는 레이넬은 내가 한 말에 크게 시무룩해졌다.
“아, 예……. 결례를 저질렀네요. 방금 한 말은 잊어 주십시오.”
잠시 그녀의 오해를 정정할까도 고민했지만, 그래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수 과제를 클리어하며 레이넬의 존재로 지휘 체계가 구축되었고 아군 진영의 사기도 두 배나 올랐다.
‘딱 이 정도에서 선을 긋는 게 나을 거야.’
어차피 시련 속의 재현된 존재에게 마음을 쏟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레이넬에게 정중히 물러나겠다고 한 후에 전용 막사로 돌아왔다.
아군 진영에서도 썩 좋은 취급은 받지도 못하니 더 주위를 살펴보느니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것이 옳았다.
‘마침 딱 영국 헌터 협회에서 받은 아이템들도 정리해야 하고.’
나는 아공간 주머니를 손에 올려놓은 채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제대로 정산을 좀 하겠네.”
다시 찾아온 보상 점검의 시간이었다.
***
아공간 주머니에서는 꽤 여러 가지 아이템을 꺼낼 수 있었다.
탑에서 획득한 여러 종류의 진귀한 아이템은 물론이고.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이니 랜덤 스킬 서적이니 하는 것까지.
‘많이도 얻었네.’
신에게 바칠 공물이라 한 것이 양심이 살짝 찔리긴 했는데 마음이 아프진 않았다.
이 정도의 보상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영국 헌터 협회에서 받은 것 이상을 행했다.
수많은 도전자가 죽어야 했을 상황을 방지하고, 영국 자체를 집어삼키려 한 침략자를 토벌했다.
만약에 내가 런던에서 세인달을 죽이지 않았다면 영국 자체가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보상 자체는 받을 만큼만 적당히 요구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얼추 지구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다 꺼낸 것 같은데.’
탁자에 영국 헌터 협회에서 보수로 받은 아이템을 다 꺼내 두니 꽤 눈이 어지러웠다.
빛나는 보석 같은 것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의 무기도 있었으며, 쉽사리 획득할 수 없는 소비류 아이템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이템 중 대부분은 쓸모라곤 하등 없는 것들이었다.
이대로 길가에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 해야 하나?
물론 내 기준에서 그런 것이고 다른 도전자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실전에서 내가 사용할 정도로 성능 좋은 아이템은 확실히 없었다.
스킬 숙련도 물약이나 랜덤 스킬 서적이야 논외로 치고.
“……이거 의외로 보수로 받은 아이템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이라면 내게는 이런 쓸모없는 아이템도 처분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도독!
「스킬 ‘강철 섭식’이 활성화됩니다.」
나는 탁자에 놓인 아이템 중 하늘색의 작은 완드를 잡고 과자를 먹듯 깨물었다.
능력치가 높은 것과는 아예 별개로 완드가 어째서인지 입에 들어서자마자 분해되듯 쉽게 깨졌다.
‘이거 좀 좋네.’
뭐, 식감이 좋아진 것과는 달리 완드에서는 맛이라 해야 할 것이 아예 없기야 했다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완드에서는 비린 철의 맛 외에 따로 나야 할 맛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것도 스킬 장점 중 하나로 생각했다.
「아이템 ‘강철 구름의 지팡이’를 섭취했습니다.」
「완전 흡수까지 소모됩니다.」
완드를 다 씹어서 삼키니 강철 섭식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흡수 대기 시간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섭취하자마자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대기 시간이 존재했다.
스킬 설명을 읽어 둔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흡수 대기 시간이 존재하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흡수 완료.」
「마력이 1 상승합니다.」
다만, 그 생각은 10분이 지나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이렇게 능력치가 많이 상승한다고?”
세 자릿수를 넘어선 능력치는 이제 몇백 명의 사령을 흡수해도 하나도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고작 아이템 하나를 먹었다고 이렇게 바로 능력치가 성장하다니?
‘이것도 참 미친 스킬이 따로 없네.’
그에 나는 즐거움을 느끼며 탁자에 놓인 비취색의 보석을 삼켰다.
「아이템 ‘천상의 강철 보석’을 섭취했습니다.」
「완전 흡수까지 소모됩니다.」
그리고.
「완전 흡수 완료.」
「강철을 흡수하여 체질이 개선됩니다.」
「체내에 쌓인 탁기(濁氣)의 0.8%를 배출합니다.」
이어서 또 떠오른 메시지를 본 찰나에 나는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기침했다.
“콜록, 콜록!”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하고 나니 어느새 손에 검고 진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탁기라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토해 내게 되었지만, 어쩐지 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전히 탁기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 검고 진한 액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체질이 개선된다고 했으니, 좋은 방향으로 몸이 달라진 거겠지.’
이 체질의 변화는 결코 내게 해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어서 나는 탁자에 놓인 쓸모없는 강철 및 아이템을 모조리 씹어서 삼켰다.
대략 8개쯤 되는 아이템을 씹어서 삼킨 시점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8개 이상의 강철 혹은 아이템을 섭취했습니다.」
「이제 더 아이템을 흡수 대기 상태로 전환할 수 없습니다.」
「완전 흡수까지 소모됩니다.」
아무래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아이템은 한정되어 있는 모양새였다.
물론 이마저도 강철 섭식의 스킬이 가져오는 성장률에 비하자면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뭐, 이쯤 되면 더 섭취한 아이템을 흡수 대기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이상하지.’
이어서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성유물을 꺼냈다.
잉걸불을 삼키는 밤의 장막이야 어차피 사망할 시에나 아이템이 발동하는 것이니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러나 공양의 인장이라는 성유물은 다르다.
이 아이템은 손등에 전용 효과라는 ‘공양(供養)’을 새길 수 있고.
손등에 공양의 전용 효과를 인장으로 새길 시 아이템은 인장에 스며들며 소멸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쩌면 15층 스테이지를 벗어나도 유지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뜻이다.
‘확실히 가치는 있지.’
검은 도장 같은 외관의 성유물을 왼손의 손등에 꾹 내리찍자 이내 반응이 올라왔다.
「공양의 인장(SS-) 전용 효과 ‘공양(供養)’이 당신의 손등에 새겨집니다.」
「해당 아이템은 손등에 새겨진 인장에 흡수되며 완전히 소멸합니다.」
주르륵.
바로 검은 도장이 녹아들 듯 허물어지며 손등에는 검은 인장 하나만이 남았다.
마치 아주 작은 글자를 이어 붙여서 늑대를 그린 것 같은 인장이었다.
아직은 이것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내게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모른다.
다만, 이어지는 메시지에서 한 가지의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손등에 새겨진 인장은 절대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이번 15층 시련에서 생각 이상의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