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21
219. 등반자 (2)
「찬탈의 신 ‘에올드 바르칸’의 사령을 흡수하여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찬탈의 신 ‘에올드 바르칸’의 사령이 가지고 있는 신성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찬탈자의 사령을 사용하니 바로 신성을 습득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리 놀랍진 않았다.
이미 거목 미궁에서 화신체 셋을 살해하여 사령 조각을 모아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와는 다르게 사령 조각을 모아서 신성을 얻는 방식은 아니다마는…….
“생각대로 흘러가네.”
그럼에도 나는 찬탈자의 신성을 앗아 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럴 만도 했다.
네크로맨시는 여태까지 수없이 많은 이들의 힘을 가져왔다.
그것이 설령 신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령을 얻었으니 신성을 습득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신격의 화신체를 살해한 것으로도 신성을 얻고, 신격을 살해해도 신성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담천우는 그렇지 않았는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진짜 뭔 이런 힘이…….
“고대 신격들이 말했잖습니까. 저는 탑이 선정한 후보라고. 그러니 이런 힘을 얻은 거겠죠.”
―…….
“아마도 네크로맨시는 탑이 안배한 엘리트 코스 같은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시는 본래 내게 잠재되어 있었던 힘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내게 고유 특성 같은 것은 발현 여지도 없었고, 이는 탑이 강제로 준 것에 불과했다.
전투에 관한 재능은 있을지언정 나는 시스템적인 재능은 제로에 수렴하는 수준이니까.
“탑에 들어오기 전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왜인지 몰라도 탑은 나를 보며 찬사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탑에 들어오기 전에.
그때는 그게 뭔지 몰라서 대충 의식 너머로 흘려넘겼다마는.
이제는 확실히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처음부터 탑은 저를 후보로 삼아서 키워 온 겁니다.”
네크로맨시는 탑이 준 힘이며 이것은 신격 존재의 말살로 이어지는 루트였다.
이 신격을 살해해서 그 신성을 얻는 힘도 탑이 자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나를 꾀어내려는 것일 터.
어쩌면 이 네크로맨시 같은 능력은 몇몇 더 있을 수도 있었다.
탑은 여태까지 수많은 후보를 선정했으니, 나처럼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를 낼 수 있는 도전자도 존재할 것이다.
“저 말고 다른 후보도 탑을 오르다 보면 많이 마주치겠죠.”
예전에 철혈의 군주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탑을 오르다 보면 다른 차원의 도전자들과도 마주치는 시련이 생성된다고 말이다.
이제 18층 시련 또한 끝을 맺었으니 그 시점도 그리 멀진 않은 셈.
그러므로 이제 탑이 고른 ‘또 다른 후보’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력으로 거기까지 알아냈을 줄이야. 네놈은 의외로 생각이 깊구나.
그에 담천우는 감탄했지만,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생각보다 힘을 빠르게 손에 넣으면서 그리 깊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을 뿐.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서들을 조합해서 정보를 추측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어느새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신성 영역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봐야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탑이 안배한 힘이든 뭐든 간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사용할 뿐입니다.”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린 나는 바로 습득할 신성을 골랐다.
다름이 아니라…….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이전에 이미 겪어 본 적이 있는 신성 을 고른 것이다.
물론 이나 같은 미친 신성은 물론이고 같은 상대의 패를 억지로 낭비시키는 신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각각의 단점이 있었다.
‘이 그나마 괜찮은 선택지지.’
솔직히 말해서 나머지는 그리 쓸모 있진 않을 것 같았다.
은 상대를 죽이지 않아도 능력을 뺏을 수 있다는 게 좋긴 해도 네크로맨시랑 비슷한 느낌이고, 은 개별적으론 발동해도 그리 좋진 않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을 붕괴시켰던 신성 은 그나마 끌리긴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자면 이마저도 사망 회귀에 의해서 무력화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쿨타임도 100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고.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심지어 이번에 권능 추출로 궁합 좋은 능력인 ‘신성 영역 창조(C+)’도 습득했으니 더 그러했다.
「신성 영역 이 사용자의 죽음으로 인해서 곧 폐쇄됩니다.」
그때 신성 영역의 붕괴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며 이내 공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성 영역에 공급되던 신성력이 끊기며 폐쇄 속도가 빨라진 거 같은데…….
어차피 이 장소에 더 머물고 싶지도 않았기에 바로 강철의 날개를 발동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성 영역을 부수고 외부로 빠져나왔다.
콰과과과광……!
「업적 ‘영역 파괴 달인’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시야의 한구석에 떠오르는 업적 메시지를 힐끗 본 나는 이내 눈길을 돌렸다.
잿빛 구체로 이루어진 영역 아래에 있는 도시로.
“이제 진짜 끝인 건가.”
아마도 이제 찬탈자에 의해서 망가진 기계들은 원래대로 돌아왔을 것이다.
신성 영역 이 사라지며 억지로 기계의 작동을 멈추고 있었던 힘은 소멸했을 터.
물론 작동되지 않을 수준으로 물리적인 파괴를 겪은 기계들은 그리 달라지진 않았겠지.
하지만 남아 있는 기계들이 작동한다는 것만으로도 남은 이들에게는 충분한 희망이 될 것이다.
‘18층 스테이지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했었지.’
그 사실을 떠올리니 문득 입가에 웃음이 걸쳐졌다.
“……생각 외로 기분이 괜찮네. 이런 거엔 크게 기뻐하진 않을 줄 알았는데.”
순수한 선의는 아닐지언정 틀림없이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 사람다운 감정이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물론 그러한 감상은 잠시에 불과했다.
이내 나는 바로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지우고는 신화 를 발동했다.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6 상승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현재 29,972명의 추종자가 있으므로 신성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이게 더 즐겁네.”
시야에 떠오른 능력치 성장 메시지에 나는 짙은 웃음을 지었다.
***
18층 스테이지는 실존하는 세상이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18층 스테이지의 세상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삶을 이어 가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 점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게 실존하는 세상이면 도 더 쓸모가 많아지겠지.’
신화 는 이 18층 스테이지 내에 있는 이들의 신앙을 통해서 강해질 터.
그럼 모든 능력치 상승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말도 안 될 정도의 신성력 강화도 가능해진다.
그리 생각하니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게 멈추지를 않았다.
나중에 얻을 이득이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
「스킬 ‘희망 전파’에 의해서 당신에 대한 희망이 급속도로 퍼져 갑니다.」
심지어 희망 전파 스킬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것도 없을 듯했다.
희망 전파에 의해서 내게 들어오는 신앙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
추측하건대 이 신앙은 웬만해선 끊기진 않을 것이다.
희망 전파 스킬 효과도 있고, 그동안 구호 활동을 많이 했으니, 나를 잊지는 않겠지.
적어도 교과서 같은 곳에 이름이 실리지 않을까?
“이제는 진짜로 돌아가도 되겠어.”
그에 나는 바로 공중에 나타난 이동용 포탈로 몸을 던졌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19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다음 순간.
「도전자 한성윤의 시련이 완전히 종료되어 관리자의 [관측 영역]이 정상화됩니다.」
익숙한 석실로 돌아온 동시에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에게 시련 돌파를 축하한다며 웃음을 짓습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계약자의 안위를 확인하고는 크게 안도합니다.」
여태까지는 모종의 제약 탓에 시련을 관측할 수 없었는지 상당히 반가운 기색이었다.
하지만 메시지에 답해 줄 시간도 아까웠다.
시련을 클리어하며 얻은 보상들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인벤토리를 열어서 18층 시련 돌파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찬탈자의 가죽 장갑」
「등급 : SS+」
「행동 속도 +15%」
「찬탈의 신이 직접 신성을 통해서 구축한 신성 권능 의 힘이 깃든 성유물.」
「가죽 장갑에 맞닿은 상대의 힘 중 한 가지를 일시적으로 훔쳐서 사용할 수 있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스킬 강제 대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
「※가죽 장갑에 맞닿은 상대의 스킬 중 한 가지를 지정하여 10분 동안 빌려서 쓰는 게 가능하다.」
「※전용 효과 ‘스킬 강제 대여’를 사용한 후에는 재사용 대기 시간 ‘1일’이 생성된다.」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찬탈자의 가죽 장갑이었다.
어쩌면 상대의 힘을 완전히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그 대신에 전용 효과로 ‘스킬 강제 대여’라는 게 있어서 일시적으로 스킬을 빌려서 쓸 수 있었다.
‘나쁘진 않은데 좀 아쉽네.’
그래도 강철 섭식 스킬로 아이템 자체를 갈아 버릴 수준은 아니었다.
잿빛 가죽 장갑을 왼손에 장착하고는 인벤토리에서 ‘라그나트사 No.17 한정판 전투용 사이버웨어(A+)’를 꺼냈다.
칙칙한 색상의 전류가 흐르는 의수.
겉을 보고 말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멋있다고 말해 줄 수 있다마는…….
이어서 아이템 설명창을 읽은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라그나트사 No.17 한정판 전투용 사이버웨어」
「등급 : A+」
「의수 완력 +30%」
「의수 맞춤 제작 기업 라그나트사의 No.17 한정판 전투용 사이버웨어.」
「전문 시술이 없어도 자동 부착이 가능하며 전투용 AI를 탑재한 전투 전문 장비이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AI 전투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AI는 전투 모드에 돌입할 시, 사이버웨어의 전투 기능을 최고 수준으로 다룬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AI 보조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AI는 보조 모드에 돌입할 시, 사이버웨어의 보조 기능을 통해서 요리 및 청소 같은 잡다한 일을 최고 수준으로 보조한다.」
더는 볼 것도 없이 꽝이다.
전문 시술이 없어도 자동으로 부착할 수 있는 의수(義手)라는 점은 끌리긴 하는데…….
잿빛 선혈 같은 초회복 스킬이 있는 내게는 그리 의미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만약에 팔이 없다면 써 보는 것도 고려해 봤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 아이템의 처분은 정해져 있었다.
「스킬 ‘강철 섭식’이 활성화됩니다.」
카드득, 카드득…….
실로 오랜만에 아이템을 강철 섭식에 갈아 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신성력이 더 필요했던 관계로 강철 섭식보다는 공양의 인장으로 많이 갈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신성력은 충분히 올렸으니, 능력치 상승도 중요한 시점이지.’
강철 섭식 스킬 또한 충분히 이점을 가지고 있으니, 활용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완전 흡수 완료.」
「마력이 9 상승합니다.」
“……마력만 갑자기 늘었네.”
그렇지 않아도 찬탈자의 사령을 통해서 마력 능력치만 엄청나게 늘렸는데…….
또 마력이 이렇게 늘어나니 이제는 마력이 바닷물처럼 넘쳐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의 마력에 용인화, 그리고 징벌 같은 마력 증폭 계열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스킬 – 충격 차단(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신체에 영향을 주는 모든 종류의 충격을 확정적으로 30% 차단한다.』
『세부 효과 – 사전에 차단된 충격량을 일정량 쌓아서 방출하는 게 가능하다.』
이어서 확인한 추가 돌파 보상으로 획득한 스킬도 적잖은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종류 충격 30% 차단이라.”
확실히 괜찮은 효과다.
일단은 확정적으로 충격을 차단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방어 관통이니 물리 관통이니 하는 능력들을 제치고 반드시 30% 충격 차단이 발동한다는 것이니까.
심지어 차단된 충격량을 쌓아서 방출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건 상당히 좋아.’
그에 나는 모든 보상 점검을 마치고는 눈빛을 침잠시키며 심호흡했다.
“후우.”
18층 시련을 통해서 얻은 보상을 전부 확인했으니, 이제는 여태까지 쌓아 온 것을 확인할 차례였다.
“전용 상점.”
그리고.
「계약자 전용 상점」
「SP – 114,800」
「카테고리 : 스킬」
「카테고리 : 권능」
「카테고리 : 물품」
「계약자 : 철혈의 군주 및 백학검선」
「비고 : 관리자 ‘철혈의 군주’의 첫 계약자이며 관리자 ‘백학검선’의 사도입니다.」
이어서 시야에 떠오른 엄청난 포인트 누적량을 본 나는 눈을 반짝였다.
시련 돌파 보상 그리고 수많은 업적을 통해서 얻어온 SP 보상의 결과물은…….
“오랜만에 권능들 좀 많이 채우겠네.”
이제부터는 남김없이 깔끔하게 사용할 심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