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8
077. 별종 (3)
「스킬 ‘엽마검獵魔劍(C-)’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엽마검獵魔劍(C-)’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성장.
「어둠을 먹는 뱀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9.7% 상승합니다.」
사령 흡수.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10층을 돌파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이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60,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1,0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1,0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시련 돌파.
그리고…….
「도전자 한성윤은 특수 과제 ‘공적 기여’에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기여도를 증명했습니다.」
「특수 과제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특수 과제 보상으로 ‘1,5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 과제를 클리어하며 획득한 추가 보상까지…….
그렇게 줄줄이 떠오르는 네 종류의 메시지를 힐끗 본 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그 많던 암사들은 다 사라지고 김승훈과 오춘석만이 들판에 남아 있었다.
김승훈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오춘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술수를 썼길래 어둠을 먹는 뱀의 디버프 계열 스킬을 모조리 뚫을 수 있었냐는 질문 같은데…….
‘그냥 스킬 합성으로 획득해 둔 스킬로 돌파했을 뿐이라 뭐라고 해 줄 수가 없네.’
예전에 4층 시련에서 고유 특성에 발이 묶여서 한 번 개죽음을 당할 뻔한 시점부터 미리 디버프 계열의 능력에는 대비가 다 되어 있었다.
특별한 공략법?
그런 건 없었다.
“마침 이럴 때 쓸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만큼 나는 빙빙 둘러서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바로 스킬이 있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그제야 오춘석은 놀랍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감탄했다.
“허……. 그런 스킬까지 있다고요? 승훈 형님도 그런 건 없던 거 같은데…….”
그럴 수밖에.
예전에 스킬 합성을 통해서 개발한 강제 돌파는 전투 속행과 약자멸시를 섞어서 만든 오리지널 스킬이다.
전투 속행도 그렇고 약자멸시도 그렇고 등급은 낮았어도 그 스킬의 가치는 다른 쓸모없는 스킬보다 더 컸다.
물론 나랑은 상성이 별로 맞지 않아서 망설이지 않고 합성으로 갈아 버렸지만.
“……혹시 그 스킬도 스킬 합성으로 습득한 겁니까?”
“역시 똑같은 후광을 지녀서 그런지 잘 아시는군요.”
“아무리 어려움 난이도라지만 탑도 그런 미친 스킬까지는 잘 안 주거든요.”
오춘석은 그렇게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고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저는 어떤 방법으로도 그 스킬은 습득하지 못하겠네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어떤 방법으로든 이 스킬은 습득하지 못한다니…….
습득 방법을 내가 알려 주지 않아서 못 얻는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예 습득할 길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그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왜 스킬을 습득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스킬 합성으로 생성한 오리지널 스킬이니까요.”
“그래도 같은 합성 방식을 사용하면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요.”
오춘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내 말을 이었다.
“스킬 합성으로 생성한 스킬은 두 번은 못 만들거든요.”
“그게 무슨…….
“한성윤 씨는 관리자한테 안 물어본 모양이군요.”
“……?”
“스킬 합성으로 생성된 스킬은 오리지널로서 존재해요. 스킬 습득 방법 및 적성도 존재하지 않고 두 번은 만들 수도 없죠.”
“……예?”
“한마디로 똑같은 합성 방식을 써도 한성윤 씨가 합성한 그 사기적인 스킬은 제가 무슨 수를 써도 못 만든다는 겁니다.”
“…….”
그러니까…….
이 말에 따르면 내가 합성한 ‘강제 돌파’는 오리지널 스킬이라서 두 번은 만들 수 없는 유일무이한 능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나도 다른 스킬의 합성 방식을 따라가서 그 스킬을 습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이고.
그에 나는 잠시 입을 닫았다가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공략 분기점의 도전자들이나 좋아할 시스템이네요.”
공략(攻掠).
도전자끼리의 싸움에 특화된 이들은 이 시스템을 꽤 좋아할 것이다.
어쨌든 간에 잠정적 경쟁자는 모두 자기가 습득한 스킬을 똑같이 획득하지 못한다는 뜻이니.
오춘석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씁쓸한 웃음을 지었고 그 옆에 있던 김승훈은 반대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도 않다. 스킬 합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테니. 있든 없든 상관없는 능력일 뿐이지.”
그 말에 오춘석이 실없는 웃음을 흘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요. 사실상 보유 스킬이 몇 개 없으면 스킬 합성은 제대로 써 먹을 수 없는 능력이니까요. 당장 제가 그렇고요.”
살짝 후회까지 된다는 말투로 말하던 오춘석이 슬쩍 말꼬리를 흐리더니…….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서 김승훈도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더니 잠깐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디에든 예외는 있는 법이기는 하지.”
흡사 다른 종족을 바라보는 거 같은 시선에 내가 쓴웃음을 지으니 김승훈이 탄식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런 예외를 별종이라고 부르는 거고.”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별격(別格)의 존재라는 뜻이었다.
***
셋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잠시였다.
서로 시련이 끝난 시점에서 달리 할 말도 없던 터라 가볍게 친구 신청으로 얘기를 나누자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당연했다.
시련의 탑을 오르는 사람 중에 보상 점검을 게을리하거나 늦게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나 또한 10층 시련에서 획득한 보상을 확인하고 사용하기 위해서 바로 대기실로 입장했다.
그리고…….
「……10층 시련 돌파 인원이 1,000명을 넘었습니다.」
「……시스템 확장이 시작됩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시스템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상점 카테고리에 ‘차원 이동’이 생성됩니다.」
「차원 간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처음으로 확장된 건 ‘차원 이동’이라는 뜬금없는 기능이었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모양인 거 같은데…….
‘의미가 없는 확장이네.’
지구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계의 도전자 탓에 사망자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차원 이동이라니.
사실상 자살 지원자도 쓰지 않을 기능이다.
「지구 차원의 관리자 [관측 영역]이 확장됩니다.」
「지구 차원의 관리자 [간섭 영역]이 확장됩니다.」
이어서 두 번째로 확장된 건 관리자들의 [관측 영역] 및 [간섭 영역]이었다.
「지구 차원의 관리자 [관측 영역] 확장으로 인하여 대기실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권능을 후원한 관리자와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지구 차원의 관리자 [간섭 영역] 확장으로 인하여 도전자는 관리자와의 추가 계약 및 관리자 영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기실에서도 시련에서처럼 관리자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다른 관리자들과도 추가적인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물론…….
「단, 이때 관리자와의 추가 계약은 한 번만 할 수 있고 이후에는 추가 계약이 제한됩니다.」
「그리고 추가 계약을 통해서 형성된 관계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추가 계약에 관해서는 제약이 존재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추가 계약은 이전에 했던 계약이랑은 다르게 말 그대로 추가 계약이란 거네.”
본래 철혈의 군주랑 했던 계약은 첫 계약인 만큼 해지할 수도 없겠지만…….
만약에 추가로 계약한 관리자랑은 언제든 그 인연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관리자만 손해를 보는 거 아닌가?’
나야 사실 좋기는 한데 이래서는 추가 계약하는 관리자만 손해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관리자란 건 탑에 고용된 존재이기도 하니 일종의 혜택은 존재할 터다.
그런 만큼 나는 바로 그에 대해서 의문을 털어 버린 후 인벤토리를 열었다.
10층 시련을 돌파하며 획득한 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등급 : B+」
「스킬을 지닌 존재들을 위해서 탑이 특별히 제작한 특수 물약.」
「복용할 시 보유 스킬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숙련도를 20% 상승시킬 수 있다.」
미쳤다.
딱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성능에 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스킬 숙련도 상승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스킬 등급이 느리게 올라서 고역이었던 차에 획득한 이 물약은 내게 가뭄의 단비랑 다를 바가 없었다.
“상태창.”
『한성윤』
『후광 – 지배자』
『근력 – 72』 『체력 – 70』
『민첩 – 70』 『마력 – 67』
『내구 – 66』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C)』
『고유 권능 – 스킬 합성』
『권능 – 명경지수(C-), 검기상인劍氣傷人(C+)』
『스킬 – 자세히 보기』
단 하루도 성장을 게을리하는 날이 없었던 탓일까?
원래도 무식할 정도로 능력치의 수치가 높았을진대 이제는 아예 괴물처럼 되어 버렸다.
심지어 10층의 통합 시련에서 가지고 있던 스킬들도 꽤 성장했으니 사실상 무력은 크게 증진된 셈이다.
그러나 굳이 상태창을 열어 본 건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쓰기 이전에 현재 스킬들의 숙련도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자질구레한 스킬은 다 제쳐두고 기본적으로 위력이 높은 스킬들만 싹 그 설명창을 열었다.
『스킬 – 삼절三絶(A-)』
『숙련도 – 31.7%』
『기본 효과 – 마력을 사용하여 도검류 무기로 행하는 세 번의 공격을 강화한다.』
『세부 효과 – 스킬 사용 시, 공격할 때마다 도검류의 절삭력이 1.5/2.0/2.5의 배율로 상승한다.』
삼절은 위력이 높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쓰지는 않았던 탓인지 숙련도가 낮았다.
등급이 A-급인데 잘 쓰지도 않은 스킬의 숙련도가 31.7%니 어찌 본다면 잘 올린 거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쓸 정도로 잘 키운 스킬도 아니지.’
일단 삼절 스킬은 패스하기로 하고 다른 스킬로 눈을 돌렸다.
『스킬 – 바람의 은총(A-)』
『숙련도 – 83.2%』
『효과 – 스킬명을 외울 시, 모든 속도를 10% 올릴 수 있다. 이는 중첩이 가능한 효과이며 총 일곱 번까지 중첩할 수 있다. 단, 최종 중첩에 다다르면 하루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된다.』
바람의 은총은 진짜 주력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쓰다 보니 벌써 숙련도가 이렇게 차올랐다.
‘심지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쓰면 바로 A급으로 상승할 수 있는 스킬이지.’
사실상 여기에서 무슨 스킬의 숙련도를 상승시킬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더 살펴보지 않는 건 찝찝했기에 좀 더 스킬들을 살펴봤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택지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스킬 – 섬전검기閃電劍氣(B)』
『숙련도 – 7.3%』
『설명 – 섬전문(閃電門)의 진신절기(眞身絶技).』
『기본 효과 – 검기(劍氣)를 사용할 시 검기에 뇌전이 맺히며 번개 속성이 부여된다. 단, 이는 검기를 쓸 수 없을 시 사용할 수 없다.』
『세부 효과 – 스킬이 활성화될 시 검기(劍氣)의 기본 운용 능력이 크게 상승하며 참격(斬擊)을 날릴 수 있게 된다.』
섬전검기는 투기장에서 백선학의 사령을 흡수하며 얻은 만큼 아직은 숙련도가 제대로 오르지 않았고.
『스킬 – 잿빛 선혈(B-)』
『숙련도 – 47.8%』
『설명 – 한 돌연변이 흡혈귀가 타고난 궁극적인 종족 특성이다.』
『효과 – 사용자의 내구 수치에 따라서 재생력이 상승하고 신체에 타격을 입을 시 순간 재생력이 3배 상승한다. 순간 재생력이 상승할 시, 일시적으로 신체 손실률에 따라서 고통이 최대 40% 차단된다.』
잿빛 선혈은 그나마 숙련도가 높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 정도의 숙련도 상승으로는 등급 상승을 꾀할 수 없었으며.
『스킬 – 반격의 방패(B)』
『숙련도 – 2.8%』
『기본 효과 – 스킬명을 외울 시 마력으로 형성된 붉은 방패를 소환할 수 있다.』
『세부 효과 – 쏟아붓는 마력에 비례해 방패의 크기 및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생성된 방패는 받는 피해의 25%를 반사할 수 있다. 이때 방패가 부서지지 않는 한 피해량을 누적하여 한 번에 방출할 수도 있다.』
반격의 방패를 포함한 새로 합성한 스킬들은 모조리 숙련도가 5%도 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결국 바람의 은총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이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입에 털었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B+)을 섭취했습니다.」
「숙련도를 상승시킬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바람의 은총.”
「선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바람의 은총(A-)’의 숙련도가 20% 상승합니다.」
「스킬 ‘바람의 은총(A-)’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바람의 은총(A-)’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오…….”
시련 돌파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이라 그런지 효과는 확실했다.
바람의 은총이 바로 A등급으로 성장했다는 메시지에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상태창을 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상태창을 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어서 떠오른 두 개의 메시지 탓에 상태창을 열려던 손가락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당신을 관리자 영역으로 초대합니다.」
「관리자 ‘백학검선’이 당신을 관리자 영역으로 초대합니다.」
관리자에게 초대되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에게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