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36
제 136화
50장. 레드 퀸 – 4화
[베라트 – Lv. 555] [근력 : 1,004][체력 : 801] [마력 : 299][지혜 : 99] [민첩 : 141][매력 : 231] [물방 : 1,051][마방 : 791] [특수 성향 : 오러 블레이드 SS / 항마 대응 S / 심판의 일격 S / 쾌검 A / 집중 공격 A] [일반 성향 : 혐오, 멸시, 차별] [아티팩트 ‘마키아스의 대검’을 보유 중입니다.] [아티팩트 ‘클라나드 중갑주’를 보유 중입니다.] [아티팩트 ‘뒤틀린 장화’를 보유 중입니다.]‘나중에도 지금도 뒤가 없는 세팅인 건 여전하네.’
심안으로 베라트의 상태를 살핀 나는 대응 계획의 수립을 마쳤다.
훗날 내가 알고 있는 베라트와 다른 콘셉트의 무장이었다면, 전략을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베라트는 이때부터 미래에 지향할 콘셉트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놈은 하체가 부실하니까.’
베라트의 약점은 하체다.
바꿔 말하면 장기전에 무척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선천적인 체형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베라트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상체를 더욱 키웠다.
그뿐만 아니라, 검을 이용한 공격 하나하나를 필살기에 준하는 위력적인 콘셉트로 만들었다.
그 결과.
단점은 최소화되고, 장점이 더욱 극대화됐다.
베라트가 슬라바 길드의 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일격필살에 가까운 공격 기술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러 블레이드까지 다룰 수 있으니…… 사실상 무적이었던 것이다.
‘꼴이 좀 우스워지긴 하겠다만.’
격투가들이 항복을 받아 내기 전까지는 상대의 약점과 상처를 집요하게 공략하듯, 나 역시 약점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모양새는 좀 빠질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승리니까.
‘반드시 죽인다.’
마지막 결심을 내린 바로 그때.
“내가 먼저 가 주지!”
베라트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조용히 가려던 계획이 레드 퀸 나탈리를 만난 것은 물론이고, 미래의 ‘재앙’까지 묶음으로 만났다.
오늘 여기서 엉킨 실타래를 한 번만 풀어 줘도, 나의 미래 대비는 한결 더 수월해질 듯했다.
실패한다면?
뭐…… 죽고 끝나는 거겠지.
내게 다음 기회는 없으니까.
물론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다. 작정하고 도망치려면 방법은 있다!
* * *
“…….”
꿀꺽.
어느 순간부터 나탈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 가며, 자레드와 베라트의 전투를 지켜봤다.
지금껏 수많은 전투를 봐 왔다.
치열한 전장이든, 암흑가의 뒷골목이든, 지옥보다 더 참혹한 지하 광산의 투전판이든.
하지만 오늘같이 처절한 전투는 본 적이 없었다.
“이 망할 XX……! 왜 비겁하게 자꾸 아래만 공략하는 것이냐!”
베라트가 식은땀을 흘렸다.
전후좌우로 정신없이 회피하고 움직이며, 집요하게 하체만 노리는 자레드의 공격 때문이었다.
아슬아슬했다.
일반 마법사라면 진즉에 붙잡혀서 머리든 어디든 쪼개졌어야 할 전투가 한 끗 차이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베라트에게는 상처가 누적됐는데, 모든 상처는 그의 하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퍽!
“커억!”
영 좋지 않은 곳에 경쾌하게 매직 미사일을 두드려 맞은 것도 벌써 다섯 번째였다.
낭심 타격.
남자인 베라트의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직접 맨주먹으로 뒤엉켜 싸우는 격투도 아니잖은가?
엄연히 마법사와 검사의 전투인데! 낭심을 집요하게 맞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레드는 헤이스트와 스트랭스를 비롯한 모든 버프 마법을 최대치로 둘렀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베라트의 가랑이 사이도 수월하게 파고들며 찰지게 급소를 노렸다.
나탈리의 시선이 4층의 VIP룸, 반대편 쪽의 창고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술집으로 들어온 이룡이 그쪽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어서다.
여차하면 단숨에 이쪽으로 넘어와, 나탈리를 구하고 빠져나갈 생각이기도 했다.
‘보통 실력이 아니군.’
‘단순히 마법사라고 하기에는 기동성이 너무 좋아. 게다가 베라트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있는 듯하다.’
이룡은 감탄하고 있었다.
베라트는 감히 자신들도 겨뤄 볼 생각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열심히 수련하고 훈련하고 있지만, 검사의 경지라는 게 노력만으로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잉! 지잉!
퍼서석! 퍼석!
베라트의 검이 예리한 선을 그을 때마다, 위력적인 검기가 자레드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초근접 거리.
눈 깜짝할 사이면 검기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팟. 파팟. 팟.
자레드는 블링크까지 곁들여 가며, 요리조리 공격을 신묘할 정도로 잘도 피했다.
그 바람에 애먼 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자레드를 덮치지 못하고 날아간 검기가 아래층에 있는 헌터들에게 날아가곤 했던 것이다.
“크허어어억!”
자기가 모시는 마스터로부터 생각지도 않게 공격을 당한 헌터는 원망 섞인 눈빛을 보내다 죽었다.
하지만 아무도 드러내어 불만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는 마스터니까.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니까.
함부로 입을 놀릴 수는 없었다. 이미 그렇게 입을 놀리다가 죽은 헌터의 수가 한둘이 아니었고.
‘뭔가 이상해. 보여 주는 마법의 위력이 아까 다섯 헌터를 상대할 때보다 현저히 낮아졌어.’
나탈리는 자레드의 이상한 공격 형태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기동성은 좋아졌지만, 사용하는 마법의 화력이 줄었다.
아까 멜트에 준하는 파이어 월의 위력을 봤던 것을 생각하면 간극이 너무 컸다.
‘노림수가 있어.’
나탈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힘을 숨겼다.
그리고 전투의 구도도 베라트가 자레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태로 만들면서…… 그에게 심리적인 우월감 같은 것을 줬다.
그런 결론을 내렸다.
논리적 비약일 수도 있지만, 힘을 숨기는 모습을 보니 합리적 추측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바로 그때.
공격 일변도로 자레드를 매섭게 밀어붙이던 베라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쿠아아아아아아!
베라트의 다리 사이에 누운 채로, 하늘을 향해 자레드가 펼친 포스 미사일 마법이었다.
5클래스의 포스 미사일.
그것은 분명 1클래스 매직 미사일에 비하면, 묵직하고 강력한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다.
제법 높은 클래스의 마법이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상대가 베라트이기 때문이다.
우웅!
그것을 알았는지, 베라트도 검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가장 정석적인 마법 대응책을 꺼내 든 것이다.
“마법이나 깔짝이는 얄팍한 수작이 내게 통할 것 같으냐?”
베라트가 자레드를 향해 검기를 발출했다.
‘로하드가 죽을 거야.’
나탈리는 당연히 그렇게 예상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를 붙잡고 물어봐도 같은 예상을 하리라.
5클래스 마법 따위로는 절대 베라트를 이길 수 없다.
그 정도 실력에 베라트가 죽을 거였다면, 애초에 소드 익스퍼트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갓 익스퍼트에 오른 실력이긴 했지만, 어쨌든 상당한 힘을 가진 것은 틀림없었으니까.
그리고.
파아아아앗!
서서 내리 공격을 퍼붓는 베라트와 누워서 공격한 자레드의 중간 지점.
베라트의 사타구니 사이.
그즈음에서 검기와 마법 구체가 맞부딪혔다.
“…….”
나탈리는 조용히 자레드의 명복을 빌었다. 제법 실력 있는 녀석이지만, 안타깝게도 죽을 테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끅……!”
나탈리의 귀에는 전장에서 들려온 신음이 선명하게 박혔다.
그리고 그 신음은 자레드가 아닌 베라트의 것이었다.
“터졌어…….”
나탈리는 보았다.
베라트의 가랑이 사이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핏물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을.
* * *
베라트와의 전투.
사실 나는 전투가 시작된 처음부터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칭호 ‘지칠 줄 모르는 도전자’를 얻으면서, 획득한 구원의 신비였다.
구원의 신비.
체력이 1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전신을 보호하는 무적 역장이 10초간 유지되는 신의 가호다.
10초간 모든 공격에 면역이 된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일회용이지만, 여차하면 구원의 신비를 사용할 생각을 했다.
사용 여부를 떠나, 내 목숨을 지켜 줄 수 있는 보험과도 같은 안전장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자,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지고, 공격은 더욱 과감해졌다.
그래서 퀸튜플(Quintuple) 트랜센던스 포스 미사일을 썼다.
가용 마력 2만 5천.
그것에 맞게 5클래스의 포스 미사일을 5단 강화한 것이다.
낭심 보호대조차 귀찮았는지 착용하지 않은 베라트에게 이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일반적인 포스 미사일이라면 당연히 검기에 막혔을 것이다. 오히려 마법 구체를 쪼갠 것도 모자라, 내 머리도 함께 박살 냈겠지.
하지만 퀸튜플 포스 미사일은 오러 블레이드의 기운을 옆으로 쳐내고, 그대로 베라트의 낭심을 강타했다.
상황 종료.
안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확실한 것은 녀석이 영 좋지 않은 곳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파사삭!
그리고 내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오러 블레이드의 기운은 지면을 뚫고 내려가, 어딘가에 박혔다.
“억!”
물론 누군가 뱉어 낸 단말마의 비명 소리와 함께 말이다. 눈먼 오러 블레이드에 죽은 거겠지.
단번에 마력 가용 최대치를 사용한 탓에, 잠깐 사이에 회복된 마력의 양은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푸욱!
“꺼헉!”
나는 허리춤에서 꺼낸 멸살의 단검을 베라트의 가랑이 사이에 꽂아 넣었다.
영화나 소설 속 검사, 마법사의 멋진 혈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결과는 둘 중 하나.
승리 또는 패배로만 남게 될 뿐, 과정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끄르륵…….”
이미 베라트는 인사불성이 된 상태였다.
급소라는 게 원래 이렇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대미지가 한 번에 꽂히면, 순간적으로 모든 판단 능력을 상실한다.
에서는 급소를 타격 당할 경우,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거나 암전이 걸리는 것으로 현실감을 구현하곤 했었다.
지금 베라트가 느끼고 있는 기분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터업!
나는 과감히 베라트의 목 뒤쪽, 갑주와 몸 사이의 빈틈을 잡았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그러자 우리의 전장은 술집 4층에서 사방이 탁 트인 창공으로 변했다.
“아아아아……!”
“마스터……!”
갑자기 사라진 베라트의 위치를 쫓기 위해, 황급히 헌터들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들의 시선이 한데 모이는 하늘에서 오만하게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끄극. 끅…….”
푸확!
정신을 차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베라트의 가랑이 사이에서 멸살의 단검을 빼냈다.
방금 전까지 어디에 박혀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 녀석을 어떻게 쓰려 했는지, 그것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모든 힘을 단검을 움켜쥔 오른손에 잔뜩 싣고.
푸우욱!
그대로 베라트의 목 옆을 단검으로 꿰뚫어 버렸다.
[최대 대미지, 15배의 대미지가 적용됩니다!]최대 대미지가 구현됐을 때만 표시되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극대화된 치명타가 들어간 것이다.
그 순간.
퍼석!
나도, 아래에 있는 헌터도, 그리고 뒤를 따라 나온 나탈리와 이룡도 지켜보고 있는 현장에서.
“크허…….”
베라트가 죽었다.
지난번 암흑 교단의 클루제에 이어, 두 번째로 미래를 뒤바꿀 변곡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