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80
제 180화
63장. 블랙 드래곤 카스트로 – 2화
사실 천 년 전에 성마 대전, 아니 용마 대전이 있었다는 사실도 의외였다.
의 세계관 설명에는 없던 내용이었으니까. 에서 드래곤에 대한 언급은 간단하고 짧았다.
[드래곤은 천 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번영하던 종족이었으나, 그 이후로 수가 차츰 줄어들어 지금은 수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것이 전부였기에 용마 대전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당시 중간계에서의 전투는 호각지세였다. 드래곤도, 마왕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 그때 홀연히 나타난 인간 영웅 하나가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마왕 부르고스의 심장을 찔렀다.”
“인간이 말입니까?”
“그래. 수많은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퍼부어도 굳건했던 마왕의 심장을 찢어 버리는 순간이었지.”
자레드가 좀 더 카스트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모르는 의 세계관 속 오래전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집중해서 듣게 됐다.
“그때 모든 드래곤들이 말했지. 저 인간에게는 우리 드래곤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마치 수많은 신이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도 신의 가호가 있었을까?
그랬을 것이다.
자레드는 단언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순간에도 인간계를 지켜보던 신은 있었으리라 믿었다.
“그 전쟁으로 많은 드래곤이 죽었다. 마왕 부르고스는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발악했고, 모든 드래곤에게 저주를 남겼지.”
“저주라 하시면…….”
“이름 그대로 ‘부르고스의 저주’다. 훗날 마족을 공격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우리는 힘을 보탤 수 없을 것이다. 마족에게 입히는 대미지만큼 고스란히 저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황당한 저주가 있습니까?”
“놀랍지만 있더군. 우리가 마왕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치를 떨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
카스트로가 이를 까드득 갈았다.
마족 한정의 저주이기는 하나, 가장 치명적인 저주였으니까.
“드래곤의 시대는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곧 죽음을 앞둔 드래곤도 꽤 되고.”
“유감입니다.”
“어쨌든 그 얘기는 됐고. 그렇게 대전쟁을 끝내고, 우리는 생각했다.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는 반드시 절대 악에 대응할 수 있는 절대 선을 만들어 왔다고 말이다.”
“그 영웅처럼 말입니까?”
“그렇지. 지금의 인간계는 또다시 마왕과의 결전을 앞둔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신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영웅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게 드래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자레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드래곤 카스트로와의 대화 하나하나는 모두가 새로운 내용이자, 잔뜩 긴장을 하고 듣게 되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그가 말을 이어 갔다.
“근데 네게서 제법 영웅의 향기가 느껴지는구나. 물론 이것은 사견(私見)이다. 모든 드래곤의 생각을 대표하지 않으며, 너를 지지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제가 영웅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만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도전하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자레드가 현명하게 답했다.
영웅이니 뭐니 하기에는 아직 마법사로서의 극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고작 6클래스이지 않은가?
영웅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대마법사 베르하드와 동등한 위치에 설 9클래스 마법사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명의 부름, 그리고 신의 부름이 네게 닿거든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라. 모든 특별함에는 이유가 있다. 네가 가진 특수한 마법의 유일하고 신묘한 힘도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 카스트로 님. 명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날 선 듯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시작됐지만, 그사이에 많이 누그러졌다.
자레드는 조심스럽게 소트라스의 거점에서 빼앗아 온 서적을 꺼냈다.
마계어로 되어 있어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서적. 이것에 대한 해석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카스트로 님, 소트라스의 근거지에서 가져온 책입니다. 제게 내용을 해석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신뢰를 중요시하는 드래곤이다. 해석을 해서 말해 주는 과정에는 왜곡이 생길 수 있지.”
“그렇다면…….”
“이 방법이면 가능하지.”
다음 순간.
카스트로가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본신으로 변하더니, 자레드의 관자놀이 양쪽을 지그시 눌렀다.
고통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산들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과 함께, 아주 부드럽게 지식이 주입됐다.
그것은 바로 마계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언어적 지식에 관련된 것이었다.
[칭호 ‘드래곤과의 진실 된 대화’를 달성했습니다. 마력이 500 증가합니다.] [칭호 ‘드래곤의 두 얼굴’을 달성했습니다. 마력이 500 증가합니다.]카스트로와의 허심탄회한 대화, 그리고 폴리모프를 해제한 모습을 본 것이 바로 칭호 개방에 영향을 미쳤다.
단지 대화를 나누고 그의 본모습을 보았을 뿐인데, 마력이 1000이나 올랐다.
엄청난 특전이었다.
인간으로서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드래곤을 만난 데 대한 확실한 보상이었다.
다시 모이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카스트로와의 인연에 물꼬를 터 주었기 때문이다.
“읽어 봐라. 이젠 보일 것이다.”
카스트로의 말에 마계어 서적을 보니, 과연 이해할 수 없던 언어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자레드와 카스트로의 시선이 한데 뭉쳐, 꼼꼼하게 마계어 서적의 내용을 훑었다.
[인간계의 악이 점점 차오르고, 악 성향이 중심이 되는 만큼 우리 군단의 현신은 가속화될 것이다.이를 위해 인간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며, 우리에게는 악신의 든든한 후원이 있다.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전쟁과 흉년이다. 이 두 가지를 위한 전략을 세워라.
아울러 우리의 뜻에 동조하는 암흑 교단의 최상위 존재들에게 꿈 또는 선지자의 말을 빌려 끊임없이 지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라.
그리고 다양한 장치를 연구하여, 마계에 연결된 다른 차원의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인간계로 보낼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라.]
이것이 서문의 내용이었다.
그 뒤에 적힌 것은 소트라스가 연구하던 동물, 곤충, 식물, 마물에 대한 것들로 당장 읽을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 문단의 내용은 이미 아그라트가 현실화했군.’
자레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문에 언급된 내용의 대부분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던가?
악신 퀴라티오와 헤레시스의 흔적을 발견했고, 아그라트가 만들어 낸 아웃브레이크를 경험했다.
아울러 최악의 수해(水害) 현장에서 움브라 교단이 몰래 전염병을 퍼뜨리려던 계획도 보았었다.
이 모든 것이 성마 대전을 앞둔 마왕의 사전 작업들이었다고 생각하니, 분노에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악신, 마왕, 마족, 암흑 교단. 이렇게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책이군. 아마 마족의 기본 교리 같은 내용일 것이다. 뒤의 내용은 연구고.”
“그런 듯합니다. 천 년 전에도 전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때의 꿈을 버리지 않은 모양이군요.”
“전쟁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탓이 크지. 드래곤 모두에게 부르고스의 저주가 걸리고, 놈들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도 크다.”
마왕의 현신과 그와 관련된 증거들을 자세하게 접하게 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레드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마왕의 강림을 막거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요?”
에서의 성마 대전은 계속 신성 연합군과 마왕군의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이것을 메인 테마로 하여 출시한 게임이었기에, 명확한 단서는 끝내 제공되지 않았다.
제공됐다면 ‘끝나지 않는 인간과 마왕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현생에서는 반드시 직접 그 답을 찾아야 했다.
이제 의 지식에만 의존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제법 등장하고 있었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변화가 빨리 찾아왔다. 예정된 성마 대전이 불쑥 앞으로 당겨진 것처럼 말이다.
자레드의 물음에 카스트로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 해서는 허공에 그림을 그려 나갔다.
스으윽. 스윽.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제법 자세하게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것은 지하에 자리를 잡은 거대한 구조물을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마도국과 암흑 교단의 씨를 말리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바퀴벌레와 같은 놈들이라 생명력이 강하지. 쉽지 않다.”
“그 부분은 항상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씨를 말린다는 것.”
“그들이 가진 힘의 근원은 제단이다. 그리고 제단은 결코 공개된 장소에 있지 않다. 놈들이 바보 천치는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 그림은 혹시 지하 제단을 상징하는 겁니까?”
“눈썰미가 좋군, 자레드. 암흑 교단의 모든 제단은 지하에 있다. 그리고 그 제단은 마도국의 왕성 또는 황성의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지. 무슨 말인지 아느냐?”
“가장 공략하기 어렵고 힘들며, 철저하게 비밀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군요.”
“그래서 아무리 박멸하려고 해도, 스멀스멀 기어 나와 부활하는 것이다. 죽은 놈들의 자리는 새로운 제물로 채우면 그만이니까.”
이제야 암흑 교단, 마도국, 그들의 마르지 않는 힘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이 풀렸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답을 얻을 수 없었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었다.
카스트로가 말을 덧붙였다.
“우리 드래곤이 나서지 않는 것은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다. 지금은 우리가 나설 적기가 아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야 에서 왜 드래곤들이 철저하게 방관자로 있었는지도 이해가 갔다.
그때는 참 비겁한 족속들이라고 생각하며 욕을 퍼부었었는데!
오해였다.
그들은 성마 대전에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할 시기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인간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군. 하지만 다른 인간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먼저 대비하고 있는 듯하여,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 나라의 국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고.”
“제 머릿속에 가득했던 많은 물음표를 카스트로 님께서 지워 주셨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암울한 미래가 인간들을 기다리고 있지.”
“제가 앞장서서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자레드.”
“네, 카스트로 님.”
“웬만해선 호의를 베풀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지만, 너를 보며 가지게 되는 기대감을 부정할 수는 없구나. 받아라. 내가 쓴 책이다.”
카스트로가 자레드에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드래곤이 직접 쓴 책!’
책을 받아 드는 자레드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런 경험은 전생,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책을 받아 든 순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7클래스 진입을 위한 깨달음, 시련의 최소 조건을 갖추는 데 성공했습니다!]7클래스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