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93
제 193화
67장. 메리의 집밥 – 1화
“후아……. 입구에서부터 이렇게 군침을 흘리게 하는 음식 냄새라니, 정말 참을 수가 없군.”
오늘은 메리를 찾아왔다. 이제는 메리의 능력을 내가 직접 알맞게 활용할 때가 되어서다.
헤이즈도 함께 동행했다.
혹자는 메리를 만나는 자리에 왜 헤이즈가 필요할까 싶겠지만, 그녀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부터 메리와 헤이즈의 콜라보를 통해, 우리 크리비아 왕국군 전원에게 ‘식사 버프’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와 헤이즈가 메리가 현재 있는 크리비아 제1 훈련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아빠! 아빠아앗!”
미아가 힘차게 아빠를 부르짖으며,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윈드 웨이 마법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누가 바람의 힘을 마음껏 부리는 마법사 아니랄까 봐, 일상에서도 바람 마법을 즐겨 썼다.
“이리 와라, 미아.”
“아빠! 대련! 나랑 대련해요!”
이윽고 라키스와 만난 미아가 대련을 하자며 보채고 있었다.
오러를 다루는 검사가 된 아버지에게 막무가내로 신청하는 대련이라니!
그만큼 라키스를 믿고 따르는 미아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폐하, 오셨습니까?”
바로 그때.
메리가 앞치마에 급하게 물기를 닦아 내며, 나와 헤이즈를 반겼다.
늘 그랬듯이.
나는 메리를 보자마자, 그녀의 상태부터 먼저 스캔에 들어갔다.
그런데.
[특수 성향 : 엄마의 집밥 Ex] [일반 성향 : 감사, 행복]‘……Ex라고?’
아주 짧고 간결하게 표시된 특수 성향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수 성향에서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Ex등급.
그래서 금빛으로 특별하게 칠해지는 등급 표시가 떡하니 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심했던 사이.
그녀는 어느새…… 요리의 신이 되어 있었다!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 보이오, 메리 요리장.”
“호호호, 제 손에서 물이 마르고 음식 냄새가 사라질 날이 있다면, 그때는 요리를 그만둘 날일 겁니다.”
메리의 겸손한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다운 프로페셔널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대규모 조리가 이뤄지고 있는 조리실로 향했다.
그리고 조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깐깐한 위생 장비 착용 절차를 거쳤다.
클린 마법으로 손쉽게 위생을 챙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현장의 방침에 충실히 따랐다.
적어도 이곳은 메리의 관리 아래 모든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그녀의 공간이었으니까.
헤이즈는 묵묵히 내 뒤를 따르며, 조리실 내부를 신기한 표정으로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요리장.”
“예, 폐하.”
“치유 국자는 잘 가지고 있소?”
“물론입니다. 폐하께서 제게 친히 하사하신 선물, 그것도 조리 도구를 가벼이 여길 수는 없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리가 국자를 챙겨 왔다.
성녀 이프노스의 치유 국자에는 세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국자를 이용해 조리한 모든 음식을 섭취한 사람은 면역력이 기존보다 100% 상승하며, 이는 6시간 지속된다.
둘째, 조리자의 특수 성향에 ‘엄마의 집밥’이 있을 경우, 지속 기간이 10일로 대폭 늘어난다.
셋째, 음식 조리자의 요리 관련 특성이 일괄적으로 한 단계 상승한다.
이 덕분에 지금껏 메리가 조리한 음식을 먹어 온 우리 왕국의 병사들은 환절기에 그 흔한 감기 한 번을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메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잔병치레 한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기존의 시너지효과.
분명 좋은 효과이기는 했지만, 다가올 전쟁에 유용하게 활용할 부분은 적었다.
‘하지만 음식을 활용한 딜뻥 버그가 있지. 소수 인원으로 볼 때는 효과가 미미하나, 수천 혹은 수만 명에게 적용되면 엄청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 버그!’
내가 떠올린 것은 전생에 를 하다 과로사하기 며칠 전.
영지전을 준비하던 동료 플레이어들과 다양한 버프 설정을 연구하던 도중에 알게 된 버그였다.
일반 플레이어라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버그지만, 워낙에 괴짜 같은 설정을 좋아하다 보니 의외의 조합을 알아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성녀 이프노스의 치유 국자.
엄마의 집밥 Ex등급.
디바인 파이브의 신성력.
이렇게 삼위일체로 만들어지는 3개월 지속의 딜뻥 버그였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에게 적용되는 버그는 아니고, 레벨 100 이하의 대상에게만 적용이 됐다. 아티팩트 착용도 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쪼렙 버그라고도 불렀는데, 보통 ‘일반 병사’의 조건에 부합되는 점이 많았다.
전쟁에서 주로 소모되는 병사들은 성취도가 낮아, 레벨 100을 넘어갈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티팩트는 언감생심이고.
버그 발동은 간단했다.
나의 경우를 기준으로 하면.
요리장 메리가 만든 요리에 헤이즈가 디바인 파이브의 신성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것을 열흘간, 병사들에게 삼시 세끼 꾸준히 먹인다.
그렇게 되면 이후 3개월간, 병사들은 평균 12% 향상된 스탯을 가지게 된다.
특히 1개월에서 2개월 사이의 구간은 15% 향상의 최대치를 찍게 된다.
즉, 지금부터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9월 1일 전쟁에 맞춰 최대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1만의 병사라고 하더라도, 우리 쪽은 1만 1500명의 파괴력을 발휘하게 되지. 병사의 유기성을 고려하면 단순 15%의 상승으로 끝나지 않아.’
실험은 에서 꽤 많이 해 보았다.
1천 대 1천의 전투에서도 딜뻥 버그가 들어간 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수치상으로는 15%의 버프지만, 단체전인 전쟁에서는 그 곱절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요리장.”
“예, 폐하.”
“곧 왕성에 주둔 중인 병사를 모두 불러모아 그간의 공을 치하하는 잔칫상을 내릴 예정이오.”
“정말이십니까? 병사들이 폐하의 은덕에 감사할 것입니다!”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는 한편, 세상에서 가장 맛있으면서도 성스러운 식단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헤이즈와 협력할 수 있겠소?”
“협력이라 하시면……?”
“그대가 만든 음식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병사들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오. 네오드 대사제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질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하오.”
나는 이 자리에 없는 대신관 네오드를 시원하게 팔아넘겼다.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가?
설령 그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하리라 믿었다.
“저야 폐하께서 납시어 친히 이리 부탁까지 하시니, 당연히 열심히 준비할 따름이옵니다. 다만…… 헤이즈가 괜찮을지?”
메리는 헤이즈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충분히 이해는 갔다.
병사 한둘도 아니고 수천, 그 이상이 먹을 음식에 전부 신성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야 하니까.
“저는 준비됐어요, 폐하! 맡겨만 주세요! 이참에 합법적으로 요리장님의 곁에서 요리법도 배울 거예요!”
헤이즈가 당찬 목소리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발랄함이었다.
“요리장, 다만 이건 꼭 명심하시오. 모든 조리 음식에는 형식적으로라도 치유 국자는 꼭 담가야 하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예, 폐하. 이 국자가 신묘한 아티팩트라는 것은 그동안 보고 들어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헤이즈도 하나도 놓치는 음식이 없도록, 모든 음식에 신성력을 불어넣도록 해. 알겠지?”
“예, 폐하! 명심하겠어요!”
버그 활용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 메리와 헤이즈가 만든 음식을 먹은 병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는 자신의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개월의 기간제 버프이기는 하지만, 연장할 수단이 없지는 않았다. 음식의 섭취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버프의 지속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요리장, 이번에 그대가 만드는 요리가 우리 왕국의 군대를 매우 강력하게 만들 것이오.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주길 바라오.”
“제 손목이 부서지고, 굳은살이 터져 피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메리는 결연히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자신을 아낌없이 ‘활용’해 달라던 메리의 소원을 이뤄 준 것 같아 뿌듯했다.
메리는 여전히 예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나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있었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꼭 내 앞으로 정성 들여 작성한 손편지를 보내곤 했다.
그 편지에는 로넬라 병으로 죽어 가던 자신을 살려 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그간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온 보람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7월 말을 기해.
왕도에 주둔 중인 모든 병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음식 도핑(?)의 서막이 올랐다.
* * *
나스 대륙력 1416년 8월 1일.
“믿기지 않아. 지금 우리가 폐하와 함께 축구를 하는 거잖아?”
“뭐가 믿기지 않는다는 거야?”
“평생을 왕의 얼굴 한 번 못 보고 살다가 죽는 사람이 허다하다는데!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폐하의 얼굴을 보잖아?”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폐하이시기에 가능한 일이지! 암! 다른 나라의 왕은 절대 못 할 일이지!”
“와……. 같은 남자로서 저런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질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텐데.”
크리비아 왕국 소속의 병사들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훈련장 옆에 지어진 종합 운동장에서 병사들과 함께 격의 없이 축구를 즐기는 자레드의 모습 때문이었다.
파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벌써 열흘째.
자레드는 병사들과 모든 식사를 같이하며 훈련에 직접 참관하고 있었다.
신하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사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마치 친형처럼 듬직하고 살갑게 어울리는 자레드의 모습에 병사들은 열광했다.
처음에는 보여 주기 위한 연기가 아닐까 의심하던 병사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자레드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을 가까이 대하고, 그들의 고충을 듣는 자레드의 눈빛에는 가식이 없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 자레드가 얼음을 동동 띄운 주전자를 병사들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시원한 물 한 잔들 하겠나?”
“아앗, 폐하!”
“폐하!”
모두가 황망히 부복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렇게 국왕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여기 있는 모든 병사가 처음이었다.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왕이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자네, 이름이 뭔가?”
그때, 자레드가 바로 옆에 있던 어린 병사와 어깨동무를 하며 자연스레 물었다.
“크로우입니다!”
“크로우. 올해 몇 살이지?”
“열아홉 살입니다! 크리비아를 위하여!”
잔뜩 긴장한 크로우가 빳빳이 세운 몸으로 힘껏 소리쳤다.
“하하하.”
자레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의 기억이긴 하지만, 군 생활이 잠시 생각난 것도 있었고.
그래서일까?
뻔하지만 꼭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을 하나 해 보고 싶어졌다.
“크로우, 우리 크리비아군에는 왜 지원하게 되었지?”
“그것은 바로……! 폐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레드를 포함한 곁에 앉은 병사들 사이에서 한순간 적막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