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1
제 21화
8장. 아티팩트 사냥꾼 – 1화
날이 밝기가 무섭게 크리비아 영지로 돌아온 이후.
자레드는 바로 영주 저택의 지하실에 치료제 자동 생산공정을 구축해 놓았다.
먼저 5000골드와 크리비아 마정석 10개를 준비했다.
그다음 설계도를 활성화하자 마치 3D 프린터로 만든 것처럼 자동 생산공정이 생겨난 것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치료제 생산이 가능해졌다.
재료가 될 3가지 약초는 영지 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터라, 양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다음, 아르케네스에게 1000골드의 초기 자본금을 주고 영주 직속의 상단을 설립하게 했다.
일단 아르케네스의 상단이 담당할 것은 치료제 판매와 마력 포션 판매로 한정했다.
영지 직영의 상단이 하나 더 있어서 질서 정리가 필요했던 데다가, 아르케네스의 수완을 지켜볼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당장 아침이 되자마자 로넬라 영지에서 넘어온 헌터 일곱이 악몽의 숲 인근으로 향했다.
자레드의 지시를 받고 기다리고 있던 아르케네스는 그들을 상대로 남김없이 치료제를 팔아 치웠다.
그리고 헌터 일행은 자연스럽게 악몽의 숲 공략을 위해 움직였다.
자레드가 계획했던 대로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자레드는 다음 계획을 실천하기에 앞서, 충분한 양의 치료제를 아르케네스에게 공급해 두었다.
넉넉하게 100개 이상의 치료제를 만들어 건네주었으니, 며칠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을 터였다.
* * *
“미아, 어때?”
나는 영지를 떠나기 전, 미아의 학습 진행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레나는 라키스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있지만, 미아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긴 하지만…… 정말 재밌어요! 영주님, 이것 보세요! 이게 마나의 씨앗! 맞죠?”
피핏. 핏. 피핏.
미아가 내 앞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는 섬광을 만들어 냈다가 흩트리기를 반복했다.
현재 미아는 내가 가르친 기초 수련법에 따라 마나를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마나를 제대로 느낄 줄 모르면, 나중에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마법사로서의 성장이 크게 더뎌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마나를 다각도로 느끼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했다.
다행히 미아는 지루해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려 가며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맞아. 그게 마나의 씨앗이야. 방금 전에는 어떻게 만든 거야?”
“연상법으로 만들어 냈어요! 마나가 손끝에 모인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정말로 모였다가 흩어졌어요!”
“어때?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지는 않고?”
“전혀요! 오히려 상쾌해요!”
확실히 마나 감지 S의 특수 성향을 가진 유망주다웠다.
이 성향이 없을 경우, 초기 수련에서 극도의 메슥거림이나 어지럼증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의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아버지의 말로는 수련 도중에 몇 번이나 기절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미아는 몸이 가볍게 압박을 버텨 내는 모양이었다.
“연상법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 아주 좋아. 그렇다면 강제 응축법은?”
“사실…… 그건 연습을 못 했어요. 연상법이 가장 재밌어서 이것만 실컷 연습을 했거든요!”
미아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해는 충분히 갔다.
연상법이 자연스럽게 볼일을 보는 느낌이라면, 강제 응축법은 억지로 용변을 ‘짜내는’ 듯한 불쾌감을 동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아가 어린 만큼, 그런 불쾌한 감정과 맞닥뜨리기 싫어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강제 응축법을 연습해야 해. 항상 모든 곳에 마나가 풍부한 건 아니라서 연상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도 많아.”
“정말요?”
“응. 사악한 마법사는 주변의 마나를 다 태워 버리거든! 그렇게 되면 연상법만 연성한 마법사는 아무 마법도 못 쓰는 바보가 돼.”
“아, 그렇구나! 무서워요. 마법사가 마법을 못 쓰게 된다니! 정말 끔찍해요!”
“미아, 나는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울 거야. 내가 다녀올 때까지 강제 응축법을 알려 준 대로 꼭 수련하고 있으렴. 알겠지?”
“네, 영주님! 돌아오시면 더 많이 가르쳐 주실 거죠?”
“그렇고말고. 미아를 잔뜩 믿고 있을 테니 열심히 연습하고 있길 바라.”
“네에! 열심히 할게요!”
투지와 열의로 넘친 미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뿌듯했다.
그사이에 어느 정도 성취가 있었나 싶어, 스탯을 살폈다.
[미아 – Lv. 2] [근력 : 3][체력 : 4] [마력 : 5][지혜 : 8] [민첩 : 3][매력 : 5] [물리 방어력 : 0] [마법 방어력 : 1] [특수 성향 : 마나 감지 S / 마나 순환 F] [일반 성향 : 효도, 탐구]‘오! 레벨도 1 올랐고, 마력 스탯도 올랐어. 거기에다가 특수 성향인 마나 순환까지? 이 흐름이면 조만간 마나 홀도 구축되겠어. 정말 빠른데?’
레나만큼 미아의 성장도 빨랐다. 순간 내 스스로에 대한 경각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게 유망주를 키우는 맛인가 싶었다. 내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하고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긴장도 하게 됐다.
이들을 통솔하고 거느릴 수 있으려면, 반드시 내가 그 이상의 힘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유망주로 영입한 레나와 미아의 성장도 꾸준히 진행 중이고, 아키는 이제 지켜보면 될 것 같았다.
다만 아직 ‘헤이즈 힐러 육성 계획’은 실행하지 못했다.
그녀를 힐러로서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는 이번 ‘아티팩트 사냥’을 끝낸 뒤에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이번의 내 목표.
바로 리치 델루크에게서 빼앗아 올 수 있는 아티팩트 중에서 신성력에 관련된 아티팩트도 있었으니까.
이것이 있다면!
하녀인 그녀에게 힐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주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될 것이다.
* * *
해가 중천에 뜬 정오.
하루 중에 가장 따뜻해야 할 시간이지만, 거지 같은 북쪽의 날씨는 차가운 칼바람을 쏟아 냈다.
어찌나 바람이 찬지 거짓말 않고 정말 뼈가 시릴 정도였다.
내가 향하는 목적지는 바로 리치 델루크가 숨어 있는 은신처.
우리 영지에서 악몽의 숲을 지나, 한참을 동쪽으로 가야만 나오는 곳이었다. 즉, 여기보다 훨씬 더 추운 극한의 한지였다.
그곳은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곳이어서 정식 도로는 하나도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잔도(棧道)를 지나가야만 도달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영지 근처에 생각보다 이득을 취할 요소들이 많네. 리치 델루크도 근방에 숨어 있는 녀석이고……. 마요르카 영지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하자원도 있고 말이야. 아,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무덤도 있었지?’
머릿속에 의 지식이 가득하다 보니, 언제 어떻게 꺼내 써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
“어디 보자.”
나는 일단 이번에 무디두스의 지팡이를 얻으면서, 한껏 업그레이드된 스탯을 확인했다.
최종 확인에 앞서, 잔여 스탯으로 저장되어 있던 20의 스탯은 모두 마력에 투자했다.
[자레드 – Lv. 5] [근력 : 5][체력 : 5] [마력 : 316][지혜 : 15] [민첩 : 5][매력 : 25] [물리 방어력 : 5] [마법 방어력 : 5] [잔여 스탯 : 0]‘마력 316이면 괜찮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전투는 크게 문제없겠어. 다만 에서 내가 4클래스였을 때, 마력 75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군.’
지팡이 덕분에 마력은 꽤 올랐다. 게다가 하루에 한 번 마력을 100% 충전할 수 있으니, 믿는 구석도 생겼다.
다만 아직까지는 마법을 난사하기에는 마력이 적고, 지혜 스탯이 많이 낮았다.
지혜 스탯은 마법의 화력과 연결된다. 같은 마법이라도 지혜 스탯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대미지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문제는 지혜 스탯 1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5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교환비가 대단히 좋지 않았다. 이것은 체력이나 마력 같은 일반 스탯과의 큰 차이점이었다.
그래서 지혜 스탯 같은 경우에는 차라리 내가 지식을 통해 선점할 수 있는 아티팩트로 보강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을 듯했다.
마력은 다다익선이다. 내가 보유한 마력량은 아직까지는 아낌없이 마력을 쓸 수 있는 난전에 터무니없이 모자란 양이었다.
그때, 멀뚱멀뚱 나를 지켜보던 이자벨라가 말을 걸었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사람도 없는 길에다가, 찬바람도 엄청 부는 곳으로 가고 있잖아? 혹시 너…… 자살하러 가는 거야?
누가 악령 아니랄까 봐.
상상이 무척이나 살벌했다.
“뭔 소리야? 그게 아니라 리치 델루크의 은신처로 가고 있어.”
-리치 델루크? 그게 누군데?
“있어. 내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줄 리치.”
-리치는 저주받은 흑마법사잖아! 네가 잡힌다면, 그 길로 영혼을 빼앗기고 언데드가 될 텐데?
“글쎄? 공략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는 나를 델루크가 이길 수 있을까?”
-네가 리치의 공략법을 어떻게 아는데? 예전에 만난 적 있어?
“굳이 따지자면 있지.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리치 델루크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은신처에 거주 중인 나이 든 리치다.
에서는 성마 대전이 발발하면서, 마왕의 선택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진정한 불사신이 된 것이다.
모든 유저는 메인 스토리 진행 중 ‘리치 델루크의 분노’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특별 파트를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영생을 얻은 NPC이기에 공략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델루크와 마주치면 레벨을 막론하고 무조건 도망쳤다.
아무리 싸워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델루크의 영생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신성력으로 똘똘 무장한 성기사와 사제뿐이었다.
즉, 신성력이 아니면 영원히 죽일 수 없는 강적이었다.
마침 사제 계정이 있었던 나는 델루크를 여러 번 죽여 보았다.
워낙에 악질인 놈이라 죽이는 쾌감이 있어 100번도 넘게 죽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델루크에 대해서만큼은 은신처에 접근하는 꼼수부터 확실한 공략법까지!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번 현생에서 네게 영생은 없을 거다, 델루크.’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대로 델루크의 시간이 흘러가면, 10년 후에 불사신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은신처에 조용히 숨어서 병든 몸을 골골거리며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허약한 리치일 뿐이다.
그것은 라이프 포스 베슬을 잃어버리는 치명적 실책을 범한 탓이었다.
-너, 이상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잖아! 무서워! 혹시 처음에 내가 나타났을 때도 어떤 질문을 할지 알고 있었던 것 아냐?
꽤 예리한 추리를 내놓은 이자벨라지만,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
전생과 현생을 설명한다고 해서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시끄러워. 방해하지 마. 지금부터 본격적인 아티팩트 사냥을 시작할 거니까. 델루크가 가진 모든 아티팩트를 쓸어 담을 거야.”
-갈수록 무서워진다, 너. 리치는 악령인 나도 무서워하는데…….
“이자벨라, 똑똑히 봐 둬. 이게 바로 내 모습이야. 자레드 폰 유칼레스의 본모습 말이야.”
나는 씨익 웃으며 이자벨라의 말에 답해 주었다.
델루크는 꿈에도 모르고 있을, 은밀하면서도 본격적인 아티팩트 사냥이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