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28
제 228화
77장. 8클래스 – 2화
“이럴 수가…….”
쾅! 콰앙! 콰아아앙!
현장에 급파된 레피니티와 신데르스 마법사단은 경악스러운 현장을 마주하게 됐다.
그것은 매우 촘촘하게 매설된 남부 국경의 지뢰지대에서 쉴 새 없이 폭발이 일어나는 광경이었다.
“크워! 크워! 크워어어!”
말 그대로 ‘미쳐 버린’ 트롤, 고블린, 오크들이 무작정 달리고 또 달렸다.
발밑에서 지뢰가 터질 때마다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수십 마리가 폭사했지만.
애초에 이성도 상실하고, 겁마저도 상실해 버린 그들에게 멈춤이란 없었다.
신데르스 왕국이 지뢰지대를 철석같이 믿어 왔던 것은 바로 이러한 살상 능력 때문이었다.
렌투스 제국이 아무리 호전적이라고 한들, 이 구간을 쉽게 넘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우회 경로로 선택할 만한 길은 크리비아 제국의 관할 아래에 있었으니, 이는 더더욱 도모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허를 찔렀다.
“크웨에! 크웨에에!”
그때, 지뢰지대를 돌파한 매드 트롤 하나가 마법사단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슈아아아!
퍼엉! 퍼엉! 퍼엉!
“끄엑!”
마법사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매드 트롤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재빠르게 트롤 한 마리를 처치한 것이기는 하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여기서 절대 봐서는 안 될 몬스터를 봤다는 것은 이미 방어선이 뚫리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단장, 어떻게 해야 합니까?”
흔들리는 눈빛으로 전장을 응시하고 있는 레피니티처럼, 곁에 있는 마법사도 영 불안한 반응이었다.
핵심은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 군단이 아니었다.
그 뒤에서 진군하고 있는 렌투스 제국의 군세인데, 그 숫자는 감히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어머어마했다.
갈라딘은 바보가 아니다.
속전속결을 위해서 다수의 마법사단과 기사단을 데려온 것이 명확했고…….
“렌투스 마법사단이 방어선을 넘어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레피니티의 말처럼 렌투스 마법사단이 빠르게 북진 중이었다.
몬스터를 활용한 지뢰지대의 정리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전방을 공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후퇴합니까?”
“우리 마법사단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해! 증원 병력이 오기 전까지는 요새의 문을 걸어 잠그고 버텨야 한다!”
레피니티가 소리쳤다.
무적의 군단도 아니고, 마법사단만으로 엄청난 적의 군세를 막을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마법사단보다 더 빨리 움직였을 렌-세븐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나 할까?
‘자레드 황제.’
레피니티는 후방의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을 크리비아 제국의 황제, 자레드를 떠올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오늘의 기습을 알려 준 장본인이자 신데르스 왕국의 은인이었다.
매번 이즈엘에 대한 자레드의 호의에 의구심을 가져왔던 레피니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데르스 왕국을 위해서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국왕 이즈엘을 생각해 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모두 밀라노 요새까지 후퇴한다. 개활지에서 싸운다면, 무조건 우리가 진다.”
“예, 단장.”
레피니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데르스 마법사단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그 와중에도 몇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지만, 들리는 비명은 몬스터의 것이 전부였다.
철컹. 철컹. 철컹.
그리고 남쪽에서는 영원히 들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렌투스 제국군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상황은…… 확실히 좋지 못했다.
* * *
한편 그 시각.
갈라딘의 지시에 따라,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 도착한 마궁수 부대는 자레드를 저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완전한 궁마법은 아니더라도, 일반 공격과 궁마법을 혼합하여 쓸 수 있는 부대였다.
일반 궁수 부대보다 타깃을 노리는 정확성이 높았고, 공격에 마법을 섞기에 악명이 자자했다.
마궁수 부대를 상대하는 병사들 입장에서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상대하기 두려운 부대였다.
매직 미사일의 유도 기능을 교묘하게 접목시켜, 어떻게든 적을 추적하여 명중시켰기 때문이다.
갈라딘은 마궁수 부대로 하여금 남은 렌-세븐의 숨통을 틔우고, 전투의 변수를 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 교전에서부터 발생했다.
“도대체 왜……?”
마궁수들은 야심 차게 공격한 자신들의 궁마법이 자레드의 실드에 막혔을 때만 해도.
응당 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마법사의 방어로 인한 무력화라고 생각했다.
마궁수의 장점은 궁마법의 공백 기간에 얼마든지 일반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법사의 실드는 무한 유지가 아니기에 빈틈은 무조건 존재한다는 것.
한데.
투툭. 툭. 툭.
일반 공격으로 쏟아 낸 수십 개의 독화살 다발이 자레드에게 닿기도 전에 힘없이 떨어졌다.
실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외력이 개입된 것도 아닌데 화살이 돌연 추진 동력을 잃은 것이다.
[옵션 3 : 신묘한 거울의 힘이 20m 이상의 거리에서 전개되는 화살 공격을 99% 무력화시킵니다. 단, 궁마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옵션 4 : 로하드의 모든 정수를 담아 갑옷은 고도로 연마되었습니다. 갑옷의 측면을 스치거나, 비스듬히 맞는 공격의 충격량을 외부로 안전하게 흘려냅니다.]‘거울 갑옷은 언제나 옳지.’
자레드는 여유가 있었다.
이것이 갑자기 나타난 다수의 마궁수 부대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거울 갑옷의 무력화 옵션은 완전 100%의 궁마법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일반 공격 50%에 궁마법 50%의 지분을 갖는 공격, 이를테면 매직 미사일을 이용한 유도 화살의 경우에는 적용됐다.
이는 에서 일찌감치 검증을 끝낸 데이터였다.
그래서 마궁수들이 나름대로의 캐스팅 시간을 거쳐 시전하는 궁마법만 막으면 됐다.
그것은 마법보다도 속도가 훨씬 느리고, 화살을 통해 명확하게 가시적으로 보이는 동작이 있기에.
너무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저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하인 아슈르처럼 수준급의 궁마법을 전개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물론 병사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통할지 모르겠으나, 자신에게는 그저 놀잇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귀찮은 놈들이 붙었는데, 이들을 처리할 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딸깍. 떨꺽.
수명을 다하기 직전인 타넥스가 옆에서 텅 빈 마력탄을 쏘려다가 실패했다.
기체가 한계점에 다다르자, 인공지능 올라도 활동을 멈췄다.
“…….”
자레드는 마궁수 부대가 나타난 틈을 이용해서 숨을 돌리고 있는 렌-세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레드도 체력적으로 살짝 지치긴 했지만, 적인 렌-세븐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크윽…….”
생존자인 원스넬, 투카, 시클루스 중에서 가장 상태가 나쁜 것은 시클루스였다.
두 형을 구한답시고, 전력을 다해 자레드의 공격을 막아 내다가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력을 상당수 회복한 자레드는 아낌없이 트랜센던스 마법을 쏟아부었다.
특히 Ex등급의 판정으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화염 마법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방어 마법을 수없이 연마해 온 시클루스답게 트리플 트랜센던스 수준의 파이어볼까지는 잘 막아 냈다.
사실 이 정도의 마법도 버텨 내기 힘든 경우가 태반이지만, 시클루스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지켜보던 자레드가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퀸튜플 트랜센던스를 넘어가는 파이어볼과 트리플 트랜센던스를 넘는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전개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시클루스는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 펼친 퍼펙트 실드도 화염 마법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10번을 멋지게 막아 냈던 시클루스였지만, 한 번 삐끗한 것에 대한 후폭풍은 실로 컸다.
왼쪽 옆구리를 관통하며 지나간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구멍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형님……. 이길 수 없어요. 저희는 저 괴물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남은 3형제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자세로 전투에 임했던 시클루스가 토해 낸 말.
듣고 있는 원스넬과 투카의 얼굴에 어둠이 짙게 어렸다.
어느 순간부터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지만…… 끝끝내 부정하고 싶었던 결론이었다.
자레드는 괴물이었다.
말로는 설명조차 할 수 없을 엄청난 초월 마법을 쏟아붓고,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 대 칠의 수적 우위?
그런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자레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준 것은 투카가 전력을 다해 던졌던 단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체내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더 강해진 원스넬과 투카만큼, 자레드도 전력을 다해 싸웠다.
그 결과, 직전에 느꼈던 힘의 차이를 오히려 더 크게 느꼈을 뿐이었다. 절망의 연속이었다.
“도망치세요, 빨리……. 끄르륵.”
이윽고 시클루스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해 버렸다.
시작은 기절이지만, 심각한 과다 출혈의 상태로 봐서는 목숨이 위태로웠다.
바로 그때.
끼이이이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타넥스가 시클루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쇄애액!
분노로 가득 찬 원스넬이 타넥스에게 분풀이를 했지만, 무의미한 공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자폭 기동을 시작합니다.”
이어진 타넥스의 멘트였다.
그리고.
퍼어어엉……!
대폭발이 일어났다.
기체 안에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연료로 삼아, 타넥스가 일으킨 자폭이었다.
어차피 폐기 직전의 상태였던 타넥스를 자레드가 시원하게 날려 버린 것이다.
폭발은 갑작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시클루스는 즉사했다.
얼마 전까지 요리조리 헤이스트, 블링크, 텔레포트를 활용하며 자레드의 공격을 피하고 막아 내던 그였지만.
정신을 잃은 와중에 쓸 수 있는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끄아아!”
그뿐 아니라, 왼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투카마저 폭발에 휘말려 아예 왼쪽 다리를 잃었다.
기동성이 생명인 암살자가 다리를 잃었다는 것은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레드, 이 새끼……!”
그나마 상태가 가장 멀쩡한 것이 원스넬이었다.
“어차피 마궁수들은 내 상대가 안 돼. 원스넬, 이제 너 하나만 남은 것 같은데?”
“……우리 남매를 이렇게 무참히 죽일 줄이야…….”
“전쟁의 시작은 너희가 먼저 했고, 우리의 우방국인 신데르스 왕국을 건드리면서 날 생각하지 않았던 거냐?”
당연히 생각은 했었다.
그가 사용하는 초월 마법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사전 조사는 철저히 했고, 자레드의 마법을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본 사람들의 경험담도 들었다.
그런 후 내린 결론은 ‘한번 해 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그래 봤자 자레드는 한 명의 7클래스 마법사일 뿐이고, 자신들은 일곱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렌투스 제국, 더 나아가 대륙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런 일곱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특히 자레드가 전투 초반에 펼친 데큐플 트랜센던스 플레임 스트라이크에 포우, 파시벤, 세난이 폭사했을 때는…….
아예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하지만 원스넬을 포함한 렌-세븐 전체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정보를 수집한 시점과 자레드를 전장에서 만나게 된 시점, 그 사이의 기간 동안에.
자레드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