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59
제 358화
112장. 증강우 – 1화
‘미친 슈트네, 저거.’
증강우와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내내 나는 제대로 된 호흡을 단 한 번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타넥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첨단 기술로 무장한 증강우의 슈트 때문이었다.
아마도 차원석과 연계해서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슈트로 보였는데, 그 위력이 상당했다.
게다가 증강우가 펼친 재능 중의 하나인 ‘무공’은 나에게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그 위력과 발현 과정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증강우 역시 내가 화려하게 펼쳐 내는 마법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적잖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슈트 하체 부분은 심각하게 파손되어, 속에 덧대어 입은 옷이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빌어먹을 X, 강하군.”
“아이고, 칭찬 고맙네.”
“물론 아직 내가 가진 힘의 절반도 쓰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여유는 많다.”
“꼭 혀가 긴 놈들이 그런 말 하더라. 아직 힘을 다 안 써서 그런 거라고.”
“후후, 최강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너를 조금 더 가지고 놀다가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아, 그러셨어?”
증강우의 말이 순전히 허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전투 중간에 자신이 수세에 몰렸을 때 더욱 강하게 반격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세 중에는 힘의 절반 정도만 쓰는 게 맞았고, 수세 중에는 힘을 대폭 끌어올려 대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증강우와 나의 전투는 서로 공수를 주고받는 공방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레드, 막간을 이용해서 이것을 보여 주지. 너를 기다리면서 꼭 보여 주고 싶었던 장면이다.”
증강우는 슈트의 등 부위에 부착되어 있는 장치를 이용해, 허공에 홀로그램 화면을 띄웠다.
뭔가 싶었는데, 전투형 드론이 촬영해서 보낸 현장 영상이었다.
“…….”
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영상 속의 장면을 살폈다.
일단 끝이 보이지 않는 대규모의 함대와 드론이 바다 위를 수놓으며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나스 대륙과 동방 대륙은 서로 구분이 되어 있는 세계고.
나스 대륙의 상공에는 인공위성 같은 것이 없으니, 그곳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진(西進) 중인 함대와 드론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스 대륙에 닥친 위기가 충분히 짐작됐다.
‘준비하지 않고 온 것은 아니지만……. 근미래에 가까운 문명과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지.’
걱정과 믿음이 공존했다.
걱정은 당연히 처음 보는 문명과 현대식 병기에 어찌 대응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고.
믿음은 이것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과 ‘드래곤’의 조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되었다.
블랙 드래곤 카스트로를 위시한 드래곤들이 나스 대륙 동부의 방어선 구축 및 방어를 도와준 만큼.
적들이 위험 거리에 접근하는 즉시 맹공을 퍼부을 것이다.
용언 마법과 드래곤의 브레스는 나 역시 집중 포화에 견딜 자신이 없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부디 죽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서 버텨 주기를. 그동안 내가 반드시 이 녀석을…….’
다시금 투지를 불태웠다.
처음부터 세웠던 목표였지만, 다시 한번 증강우를 꼭 죽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녀석이 어떤 의도로 준비를 했건 간에 차원의 균열을 유발하고 감히 나스 대륙을 침공한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탐욕과 오만이자, 우리 대륙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 증강우의 시대가 열린다. 너는 이 첨탑에서 죽고, 네가 사랑한다는 백성은 우리 병사들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힐 테지.”
“거참, 주절주절, 구구절절 말 더럽게 많네. 너 친구 없지?”
“뭐……?”
“듣는 사람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이리저리 떠벌리고 주절거리는 거. 대개 친구 없는 놈이 그렇거든.”
“이 XX가!”
원색적인 도발이지만, 아주 쉽게 증강우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나도 슬슬 아꼈던 힘을 개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증강우는 수준급의 실력자였다.
그래서 초월 마법이 아닌 일반 마법으로는 아예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최소 펜튜플 이상의 초월 마법을 쓰면서.
적절한 시기에 기습적으로 조력자의 보상으로 얻은 능력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초월 마법보다 훨씬 더 변수가 될 수 있는 조력자의 보상은 내게 아주 큰 노림수였다.
‘할 수 있어. 오히려 열 개의 시련보다는 훨씬 더 예측 가능한 놈이야.’
나는 마인드컨트롤을 겸하며, 증강우의 약점을 상기했다.
증강우는 강하고 공격적이지만, 그런 만큼 빈틈을 많이 드러냈다.
다만 지금까지 그런 점이 아무런 문제도 안 됐던 것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찍어 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누구보다 냉정하게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고 약점을 집요하게 노릴 줄 안다.
물론 증강우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내 빈틈을 집요하게 찾으려고 하겠지만 말이다.
“와라, 증강우!”
“그래. 죽여 주마!”
다시 전투에 불이 붙었다.
* * *
쏴아아아. 쏴아아아.
하늘의 도우심일까?
아니면 어두운 미래를 예견한 예지인 걸까.
최전방의 망루에 자진해서 올라와 있던 라키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30분 전부터 시작된 비는 어느덧 거센 폭풍우로 변해 있었다. 거기에 거친 파도는 덤이었다.
강풍이 불었지만 시야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궂은 날씨였다.
일단 통신석의 사전 보고를 통해서 동방 대륙의 세력이 결계를 넘었음은 이미 확인됐다.
그리고 현장으로 향했던 전투 마법사단은 적의 요격을 받고 전원 전멸했다.
안타깝고 숭고한 죽음이었다.
“폐하……. 신, 라키스 목숨을 걸고서라도 적들이 이 방벽을 넘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라키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위잉. 위잉. 위잉.
방벽 주변에서는 계속 푸른빛과 함께 활성화된 역장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마정석이 들어갔는지 방벽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촘촘하게 마정석이 박힌 상태였다.
방벽 전체에 마법진 세공이 들어갔다. 실드 마법진이었다.
이름 그대로 방벽(防壁)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었다.
스윽. 스으윽.
라키스는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아 냈다.
바로 그때.
번쩍!
수평선 저 멀리에서 불빛이 보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신호였다.
동방 대륙에서 넘어온 ‘군함’들이 일제히 함포를 발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애애앵!
여기저기서 경계경보가 울렸다.
계속 훈련을 해 온 대로 적의 공격이 확인되었으니, 우선 방벽의 안전지대에 있으라는 신호였다.
한데 바로 그때.
쿠쿵! 쿠쿵! 쿵!
이곳을 향해 날아들던 함포가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해수면으로 흩어져 내렸다.
-걱정 마라. 우리 드래곤 일족이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인간과 함께할 것이다.
“아아…….”
머릿속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라키스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것은 블랙 드래곤 카스트로가 모두에게 텔레파시 형태로 전송한 메시지였다.
드래곤과의 협력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있음을 순간 잊었던 것이다.
수평선 끝자락에서 계속 불꽃을 뿜어내며, 방벽을 노린 공격이 이어졌지만.
쿠쿵! 쿠쿵! 쿵!
단 한 발의 함포도 방벽에 와 닿지 못했다.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장막처럼 실드의 방어벽이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오십에 가까운 드래곤들이 각자의 용언 마법을 연계해서 만들어 낸 ‘통곡의 벽’이었다.
-나스 대륙을 위하여.
“나스 대륙을 위하여!”
카스트로가 덤덤하게 내뱉은 말이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그 말은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전원 전투 준비! 모든 상황을 대비한다! 전군 전투 준비!”
감상에서 재빠르게 빠져나온 라키스는 전군을 독려하며,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이 모든 전선을 커버해 줄 수는 없었다.
아쉽게도 나스 대륙의 드래곤은 과거 용마 대전 이후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드래곤들이 사실상 전투 가능한 드래곤의 전부였고, 이들은 전선의 일부만 막을 수 있었다.
뿌우우우!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르릉! 콰쾅! 쾅!
이윽고 천둥 번개 소리까지 뿔나팔 소리에 뒤섞이며, 전장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폐하, 반드시…….”
라키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 낼 테니, 부디 자레드가 무사히 생환하기를.
라키스는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전장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헤이즈, 이자벨을 비롯한 모든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황제의 귀환을 기다렸다.
* * *
같은 시각.
퍼퍼펑! 펑! 펑!
“크헉!”
콰콰콰콰쾅!
“크아아악!”
증강우는 자레드의 연이은 맹폭에 쉴 새 없이 뒤로 쭉쭉 밀려나고 있었다.
[빙염탄 : 사용자 주변을 지키는 거대 빙결 구체를 만듭니다.] [바람길 : 주변의 순풍과 역풍을 조절하는 힘을 갖습니다.]이는 자레드가 적재적소에 섞어 쓰기 시작한 새로운 능력 때문이었다.
바람길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자, 증강우는 자레드의 마법 공격에 대한 타이밍 계산이 잘 서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거나 반대로 엇박자로 늦게 들어오곤 했던 것이다.
순간순간의 힘 조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이렇듯 타이밍이 자꾸 어긋나니 죽을 맛이었다.
그 탓에 증강우는 자레드가 펼친 데큐플 트랜센던스 라이트닝 스피어를 2번이나 정통으로 맞았다.
슈트를 입었기에 망정이지, 보호 장구가 없었더라면 두 번은 ‘죽었을’ 파괴적인 일격이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왜 녀석의 움직임이 순간순간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느껴지는 것인가?’
바로 자레드가 아슬아슬하게 활용한 역가속이었다.
물론 난사하듯 활용할 수는 없었고, 역가속의 능력을 한 번 쓸 때마다 5만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마력 5만이라는 엄청난 소모량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전투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증강우의 무공이 자레드에게 닿기 전, 간발의 차로 자레드의 마법 공격이 닿았기 때문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소수점 단위로 쪼개야 할 정도로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레드와 증강우처럼, 양쪽 세계의 최강자가 맞붙었을 때 그 시간차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컸다.
크콰쾅!
“커흐어어억!”
결국 증강우는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8클래스의 근접 공격형 마법인 데큐플 트랜센던스 크러싱 피스트에 그만 노출되고 만 것이다.
순간 마력을 응축시켜 단단해진 주먹을 그대로 타격하여 충격파를 퍼뜨리는 공격 마법.
평범한 일반인이 이에 당한다면, 그 자리에서 몸이 종잇장처럼 구겨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격이었다.
그 이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어도 피 한 방울 볼 수 없었던 전장에.
“쿨럭! 쿨럭!”
검붉은 선혈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먼저 피를 토한 것은 증강우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