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49
제 49화
19장. 레벨을 올리다 – 2화
‘뭐야, 로하드의 거울 갑옷이 제작품이 아니라 고대 무덤에서 얻는 아티팩트였단 말이야?’
자레드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에서 거울 갑옷은 자레드가 정말 가지고 싶어 했던 아티팩트 중의 하나였다.
원거리 공격 중에서도 특히 화살 공격에 거의 99% 면역에 가까운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전설의 대장장이 로하드의 영혼이 깃든 갑옷이라, 날아드는 화살이 갑옷 앞에서 기이한 역장에 휘말려 추락한다고 한다.
이 아티팩트는 나스 대륙에 단 하나만 있는 것이었는데, 에서는 자레드가 아닌 다른 유저가 착용했었다.
당연히 그 유저에게 출처를 물은 기억이 있었다.
그는 분명 죽은 로하드의 영혼을 만나서 그로부터 제작법을 전수 받아 만들었다고 말했었다.
‘이 자식, 원고료 및 취재 협조 비용으로 금화를 엄청 챙겨 줬었는데 대놓고 거짓말을 해?’
전생의 일이라 어찌할 수는 없다. 단지 황당할 뿐.
어쨌든 여기서 손에 넣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아티팩트를 얻었다.
아마도 지금껏 이 무덤을 공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무장 군관이 입고 있던 갑옷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남몰래 먼저 빠는 꿀이 가장 달콤하지.’
자레드는 미소를 지었다.
거울 갑옷을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옵션을 보기에 앞서,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으로 표시된 시스템의 내용을 각각 보기 좋게 물방, 마방으로 바꾸었다.
[로하드의 거울 갑옷] [분류 등급 : 5성] [옵션 1 : 물방 100 증가] [옵션 2 : 마방 50 증가] [옵션 3 : 신묘한 거울의 힘이 20m 이상의 거리에서 전개되는 화살 공격을 99.9% 무력화시킵니다. 단, 궁마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옵션 4 : 로하드의 모든 정수를 담아 고도로 연마된 갑옷의 측면은 스치거나, 비스듬히 맞는 공격의 충격량을 외부로 안전하게 흘려 낼 수 있습니다.] [옵션 5 : 초경량, 초박 세공이 되어 있어 매우 가볍고 얇습니다. 옷 안에 덧대어 입을 수 있으며, 휴대가 간편합니다.]‘더 적극적인 기동전을 위해서는 방어력이 필수인데, 정말 잘됐다. 게다가 기동성에 방해를 주는 아티팩트도 아니니 마음 놓고 착용할 수도 있고!’
자레드는 행복한 표정으로 즉시 갑옷을 착용했다.
정말 얇아서 겉옷을 벗고 속옷 위에 덧대어 입은 뒤, 겉옷을 다시 입어도 티가 나지 않았다.
자레드는 그 상태에서 레벨업으로 얻은 분배 스탯 15를 모두 마력에 투자한 뒤, 재차 상태를 확인했다.
[자레드 – Lv. 11] [근력 : 35][체력 : 35] [마력 : 1334][지혜 : 170] [민첩 : 35][매력 : 205] [물방 : 135][마방 : 189] [잔여 스탯 : 0]‘마법 방어력이 200에 육박하고 있네. 이 정도면 평범한 1클래스 마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역 상태인 것이나 마찬가지지. 내가 넋 놓고 다른 곳을 보다가 기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방어력은 피격 시에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대미지 값을 낮춰 주는 스탯이다. 그래서 다다익선이다.
한데 거울 갑옷으로 양쪽 방어력 스탯을 모두 챙겼으니, 자레드로서는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엘라가 웃으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덤을 지키고 있던 무장이 입고 있던 갑옷인데, 너무 기분 좋게 착용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게. 저주가 걸려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이런 지하 무덤이나 던전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저주가 걸릴 수도 있단 말이야.”
이자벨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괜찮아요. 충분히 저주의 유무를 구분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기하네요! 저주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볼 수 있나 보죠?”
엘라의 예리한 질문에 자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 장점이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 자, 계속 이동하죠. 아직 갈 길이 머니까요.”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빠르게 다른 곳으로 돌린 자레드는 다음 방향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프루아에게서 빼앗은 펜던트, 마하트 3세의 눈물을 쓸 차례였다.
지금까지 오픈형으로 쭉 이어졌던 지하실이 이제는 폐쇄형의 석실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선물을 얻었네.’
자레드는 움직이는 내내 뿌듯한 표정으로 가슴과 배를 어루만지며, 갑옷의 촉감을 느꼈다.
마법사를 대(對)마법전만큼이나 귀찮게 만드는 대궁수전의 무적 치트키를 얻은 셈이었다.
든든할 수밖에 없었다.
* * *
‘신기해, 정말 신기해.’
어느 순간부터인가 엘라는 자레드의 모든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자레드가 펜던트를 이용해 석실의 문을 여는 것하며, 그 안에 어떤 토우들이 있을지 예상하고 미리 대응 방법을 짜는 것까지.
너무나도 완벽했다.
처음 와 본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하기에는 당황하는 구석도 전혀 없이 침착했다.
덕분에 제자 클로이는 엘라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실전 경험을 무덤에서 대폭 쌓고 있는 중이었다.
석실 여기저기에 위치한 함정을 뚫고 가는 과정에서 그녀의 날렵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자레드가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적시에 짚어 주니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석실에 있는 토우를 공략할 때마다 나오는 마정석들은 고스란히 이자벨과 클로이의 차지가 됐다.
처음에는 마정석을 모아 봤자 개수가 얼마 안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략한 석실의 수가 늘어나자, 마정석이 급격히 쌓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엘라는 당초의 호위 업무에서 졸지에 짐꾼의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용돈벌이를 제법 크게 하게 된 클로이는 눈에 불을 켜고, 토우들을 제거하는 모습이었다.
자레드나 이자벨이 정면에서 주의를 끌고, 집요하게 후위만 공격하니 토우들이 힘없이 죽어갔다.
그렇게 전진은 3시간가량 계속됐다.
석실 자체의 수는 많았지만, 공략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엘라는 그 이유가 자레드 덕분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만능열쇠로 사용할 수 있는 펜던트를 가진 데다가 위험을 사전에 알려 준 덕분이었다.
‘힘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엘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자레드가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만큼 강한 호기심이 들었고, 그를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의 화려한 마법 사용이나 침착한 움직임으로 미루어 봐서는!
유명 아카데미에서 수학(修學) 중인 5클래스 마법사, 아니 그 이상의 실력으로 봐도 될 정도였다.
* * *
“드디어.”
나는 유독 벽면이 붉게 칠해진 석실의 입구를 보고, 기다리던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아차렸다.
마하트 3세의 무덤.
그 주인이자, 저주받은 고대의 황제인 마하트 3세가 잠들어 있는 지하 대석실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저만 들어갈 겁니다. 셋은 여기서 대기하세요.”
“자레드, 그게 무슨 소리야? 가장 힘든 곳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넷도 아닌 혼자서 들어간다고?”
이자벨의 질문에 맞춰, 클로이도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속 힘을 합쳐 전진해 왔는데, 막상 최종장에서 제외를 시키니 이상한 모양이다.
“여긴 너나 클로이는 한 번의 공격도 버틸 수 없어. 마하트 3세는 온갖 저주를 쏟아붓는 존재야. 스치기만 해도 정신이 미쳐 버릴 것이고, 영원히 그의 수족이 되어 무덤을 떠돌게 되겠지.”
“하지만 너는?”
“나는 믿는 구석이 몇 개 있거든.”
성인 그라시아의 반지를 보여 줬다.
4성의 아티팩트.
성인 그라시아의 가호가 영혼을 보호해 주기에, 그 어떤 정신 계열의 디버프도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아공간에서 델루크의 은신처에서 탈취해 왔던 아티팩트 하나를 더 꺼냈다.
[새라의 반짝반짝! 마도구] [분류 등급 : 2성] [옵션 1 : 이 마도구를 이용해서 지면에 그린 마법진은 마나를 불어넣는 것만으로 즉각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옵션 2 : 하나의 마법진을 그리는 과정에는 ‘클래스×10’만큼의 마력이 소모됩니다.]새라의 반짝반짝! 마도구.
앙증맞은 이름만큼이나 사연이 있는 아티팩트다.
이것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마법계의 신동이었던 아이가 요절하면서 남긴 유품 중의 하나였다.
왜 델루크의 은신처에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아티팩트다.
마하트 3세 공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입장에 앞서 이자벨과 클로이에게 각각 내가 공략하는 동안 수행할 부분을 전달했다.
“이자벨,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이 구멍을 통해서 계속 마하트 3세의 마기가 새어 나올 거야. 여기, 손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갈 크기의 구멍 보이지?”
“응.”
“이 마기가 네가 사용하는 환시의 주술과 성질이 비슷해. 매우 극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거든.”
“그 말은…… 마기를 이용해서 환시의 주술을 구현한 뒤, 다시 그 기운을 흡수하라는?”
“빙고. 이 기운은 흑마법사들이 부리는 사이한 기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순수한 독기 같은 거야. 고통이 다소 수반되긴 하겠지만 흡수할 수만 있다면.”
“고스란히 내 마력으로 취할 수 있겠네! 그렇지?”
“두 번 설명 안 해도 되어서 좋네. 1초도 놓치지 말고, 전투가 끝날 때까지 수련해. 알겠지? 마력뿐만이 아니라, 환시의 주술까지 함께 강화될 거야.”
“알겠어!”
이자벨이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모든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내가 안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는 묻지도 않는다.
내가 자초한 상황이긴 하지만, 막상 또 걱정을 안 해 주니 조금 섭섭한데?
어쨌든 클로이에게도 바로 팁을 전해 주기로 했다.
내가 뼈 빠지게 싸우는 동안, 동료들이 몰래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챙겨 줘야 하지 않겠는가?
“클로이.”
“네.”
“마하트 3세가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이 지점에서 토우 병사가 한 마리씩 15초 간격으로 생성될 거야.”
나는 석실의 문 바로 앞에 붉은색으로 X표시가 새겨져 있는 위치를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생성이 완료되면 아까 상대한 무장처럼 단단한 녀석이 되지만, 그 전에는 야들야들한 두부처럼 으깨 버리기 쉬운 놈이야. 계속 만들어질 토우 병사를 죽여 줘. 내가 싸우는 곳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들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마기가 휩싸이는 순간부터 무적에 가까운 괴물로 변하게 돼. 이 표시에서부터 석실 입구까지 딱 다섯 발자국. 그 거리를 지나기 전에 죽여야 해.”
“알겠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녀석을 죽여 보도록 해 봐. 생성이 완료될 때까지는 절대 공격하지 못하니까, 네게 좋은 수련이 될 거야.”
클로이가 예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것에 매우 감사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엘라가 물었다.
“나는 뭐 없어요?”
“있죠.”
“오! 뭔데요?”
“저기 오른쪽에 직사각형으로 된 공간 보이죠.”
“네, 보여요! 저기서 뭐가 나오나요? 훈련할 거리가 있으려나?”
“전투가 벌어지면 투명한 유리처럼 변하게 될 거예요. 거기서 조용히 구경하시면 됩니다.”
“헐…….”
“그럼 들어갑니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공략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1초 안에 숨이 끊어질, 지옥의 무덤이 될 테니까.”
나는 세 사람에게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남긴 뒤.
펜던트로 석실의 문을 열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
“누가 짐의 안식을 방해하는가! 친히 신벌을 내려 주마!”
저 멀리.
옥좌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양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퀘스트 하나가 활성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