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48
제 48화
19장. 레벨을 올리다 – 1화
토우 병사들이 대거 위치한 공간은 이곳을 제외하고도 네 군데가 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정된 암호를 말해 그들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우리는 아무런 피해 없이 네 구간을 모두 돌파할 수 있었다.
신기해서일까?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저 많은 토우 병사들이 아무런 공격 행동도 안 하는 것이 분명 정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엘라가 말했다.
“말뜻은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하네요? 당장에라도 외부인을 공격할 것 같던 토우들이 말 한마디에 흔쾌히 길을 열어 줄 줄은.”
“일종의 암호 같은 거죠. 마하트 만세라는 뜻이에요. 이 무덤의 주인을 찬양하는 거죠.”
“어떻게 그 사실을……. 아, 그 부분은 비밀이라고 했죠? 말해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사전에 미리 지하 무덤에 대해서 연구해 둔 성과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군요.”
나는 웃으며 에둘러 말했다.
이미 이자벨은 이런 상황 – 적절한 공략법을 아는 상황 – 에 익숙한 것 같았지만, 초행인 엘라와 클로이는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대다수 방문자들은 직전의 구간에서 죽기 쉽겠어요.”
“맞아요. 언뜻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토우지만, 문제는 그중에 매우 강력한 토우들이 있다는 거죠.”
아마 입구에 있었던 경계병 토우 같은 수준이었다면, 이자벨을 이용해서 몰이사냥을 했을 터다.
그럴 수 없는 것은 토우 중에 인빈시빌리티, 그러니까 ‘무적 토우’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다는 점이다. 그 녀석이 바로 내 어깨를 툭 건드렸던 토우 대장이다.
이 녀석은 모든 공격에 완전 면역된 상태다. 불사의 저주가 걸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다.
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경험치 천국이다!’ 싶어서 달려들었다가 비명횡사한 유저가 많았다.
게임 속에서야 죽어도 부활하면 된다지만, 여기는 현생이다.
죽으면 스타팅 포인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승을 간다!
당연히 목숨을 건, 정신 나간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클로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했다.
“제 가면이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클로이, 정말 고마워. 이 능력이 꼭 필요했거든. 왜냐면 쟤네도 바보가 아니라서, 위장하지 않으면 바로 알아보니까.”
“재밌어요. 무덤 공략.”
그간 한 번도 미소를 보인 적 없었던 클로이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확실히 많이 안 웃어 본 티가 난다. 훗날에 붙여진 ‘침묵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조용히 다물고 있는 것이 어울리는 입꼬리를 가졌다.
“조금 이따가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구간이 있어. 그때도 잘 부탁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클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자벨이 옆에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왜 나는…….”
이제 그녀의 성격은 확실하게 적응됐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입구에서 침착한 드리블! 고생했어. 이자벨. 네 흑체 소환술도 계속 필요해. 그리고 특별히 중간에 선물로 챙겨 줄 것도 있고.”
“선물?”
“네 주술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 널 위해서 만들어진 시설은 아니지만, 꼼수를 이용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야.”
“실력 향상……. 네가 내게 바라는 부분이네. 지금보다 더 강한 주술사를 늘 바란다고 했잖아?”
“응. 내 영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강해져야지.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이자벨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부활하고 본격적으로 주술을 연마하기 시작한 이후.
유독 감정 변화가 심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술이라는 것이 깊게 파고들면 흑마법보다 더 어둡고 음험한 것이라, 연마자가 심마(心魔)에 사로잡히는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남이 도움을 주는 순간, 심마는 절대 극복하지 못할 한계가 되고 마니까.
나는 그것을 잘 알기에 달리 말을 않고 있었지만, 늘 그녀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기는 했다.
바로 그때.
드그르륵. 드그그륵.
정면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던 토우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몸 전체에서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며 피어오른다.
한눈에 보기에도 방금 전에 본 녀석들과 성질이 다른 토우였다.
[마하트의 무장 군관 – Lv. 60] [근력 : 201][체력 : 257] [마력 : 3][지혜 : 3] [민첩 : 2][매력 : 2] [물리 방어력 : 229] [마법 방어력 : 3] [특수 성향 : 일격필살 A] [일반 성향 : 수호, 탐지]무장 군관.
무덤 공략의 첫 포문을 여는 수문장이다.
반대로 말하면 착실하게 경험치 셔틀을 해 줄 녀석이기도 하다.
“무장 군관이야. 입장 전에 브리핑한 대로 이자벨은 무조건 뒤를 노리고 공격해 주면 돼. 클로이도 마찬가지고. 엘라는 약속한 보호만 해 주시고요.”
“의뢰 외의 일은 하지 않아요. 걱정 마요.”
엘라는 일찌감치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상태였다.
무장 군관의 공략법은 간단하다. 약점인 후방을 꾸준히 공격해서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놈은 체력이 무척 높다.
그렇기에 급소 공격에 비명횡사하는 등의 요행은 바랄 수 없고, 꾸준히 대미지를 입혀야 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쉽다.
다만 실천이 어려운 것은 전방에서 탱킹을 하는 당사자가 죽을 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수 성향에 있는 일격필살은 무장 군관이 들고 있는 창의 공격 대미지를 일순간 1000% 뻥튀기하는 능력이다.
그의 근력으로 미루어 볼 때, 저 창에 내 몸의 어딘가가 닿게 되기라도 하면 무조건 찢어진다.
차라리 찢어지고 끝나면 다행이지만, 가슴이나 창자 언저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요단강행이다.
화르르륵.
나는 플레임 애로우 마법을 캐스팅했다.
플레임 애로우는 클래스만큼의 불화살을 만들어 내는 마법이다.
현재 내가 4클래스이니 4개의 불화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그로, 아니 관심은 내가 끌 테니까 딱 10초 후부터 공격해. 알겠지?”
“알겠어.”
이자벨이 먼저 앞장섰고, 클로이가 조용히 뒤를 따랐다.
엘라는 한쪽 손에 방패를 든 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 움직임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하앗!”
일갈과 함께 불화살을 날렸다.
순식간에 직선 주로를 그리며 날아간 불화살이 무장 군관의 가슴팍에 꽂혔다.
푹! 푸푹! 푹!
“……주군의 깊은 안식을 방해하지 마라.”
과연 고통을 못 느끼는 녀석답게 가슴팍에 불화살을 꽂고도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에서 상대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직접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괴기스러웠다.
파아아앗!
나는 헤이스트 마법을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가며, 적극적으로 무장 군관에게 쇄도했다.
“흐읍!”
힘을 불어넣는 소리.
저 소리가 바로 일격필살을 전개하기 전에 나오는 기합이다.
이 시점에 타격할 위치를 정한 뒤, 0.5초 후에 바로 그곳을 찌른다.
무슨 말인가 하면, 0.5초 내에 그 자리를 피하지 않으면 무조건 피격을 당한다는 소리다.
사사사삭!
지하실의 차가운 돌바닥 위를 스치며 지나가는 나의 발소리와,
후우웅!
거칠게 공간을 가르는 무장 군관의 장창이 아슬아슬하게 교차한다.
‘매끄럽네.’
에서는 서버랙이네, 반응 속도 차이네, 해서 살짝 느린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선 정말 빨랐다.
새삼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좋은 표징이 됐다.
‘긴장하자.’
이놈의 머릿속에는 침입자에 대한 처단밖에 없다. 사람처럼 자비를 구할 수 없는 존재다.
나는 잠시나마 살짝 느슨해질 뻔했던 마음을 다잡으며, 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 갔다.
슈아아아아!
확실하게 주의를 유도하기 위한 매직 미사일이 무장 군관의 가슴팍을 두드리고.
“경고를 무시하는 침입자에게는 죽음뿐!”
드디어 무장 군관이 잔뜩 열이 오른 멘트를 토해 내며,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그로가 확실히 끌렸다.
나는 무장 군관의 뒤로 돌고 있는 세 사람을 향해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원딜러 마법사의 본격 근거리 탱킹을 시작할 차례다!
팔찌의 효과로 스탯 2배의 보정 효과를 받게 되었으니,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자신 있었다.
* * *
무장 군관과의 전투가 시작된 지, 약 5분여 뒤.
엘라는 자레드가 싸우는 모습을 집중해 보면서, 그의 움직임에 감탄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근접전을 대단히 싫어하지. 그건 검사가 원거리 견제를 싫어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해.’
그녀가 유심히 본 것은 무장 군관과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면서, 모든 공격을 자신에게만 집중시키는 자레드의 모습이었다.
보통 마법사는 습관적으로 거리를 벌린다.
적과 가까워질수록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작은 실수가 큰 위험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레드는 무장 군관과 2m 이상을 떨어지지 않는 거리에서 계속 마법으로 괴롭히며, 요리조리 공격을 피했다.
무장 군관의 창격은 매우 예리했다. 자레드가 쉽게 피하는 것 같아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목표를 특정한 뒤 공격하기까지의 시간이 0.5초가 채 되지 않았고, 위력도 엄청났다.
이따금씩 타깃을 놓치고 빗겨 나간 창이 돌벽에 부딪힐 때마다, 벽이 부서져 나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을 정도였다.
저 정도면 공격의 화력 하나만큼은 자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치 가지고 놀듯이 움직이고 있잖아? 클로이와 이자벨이 공격할 시간을 여유롭게 벌어 주고 있어.’
상황은 분명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지만, 자레드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끊임없는 움직임에 이마 여기저기에 땀이 좀 맺히기는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무장 군관은 단 한 번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했고, 자레드에게 정신이 팔려 뒤를 보지도 못했다.
후득. 후드득. 후득.
“버, 버틸 수가 없다.”
이윽고 무장 군관은 짙은 모래 연기를 입으로 토해 내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5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뒤에서 누적된 대미지 때문이었다.
이자벨의 주술이 십수 번도 넘게 박혔고, 클로이는 빠른 민첩성을 바탕으로 무장 군관의 목덜미와 등 뒤에 단도를 깊숙하게 박아 넣은 상태였다.
[*경고 : 마하트의 무장 군관의 체력이 5% 미만으로 하락했습니다.]자레드가 심안으로 살핀 무장 군관의 상태에 붉은 메시지가 출력됐다.
녀석에게는 경고지만, 자레드에게는 파이널 찬스였다.
자레드는 미러 이미지 마법을 이용해 자신의 환영을 재빨리 만들어 냈다.
2클래스의 미러 이미지.
4클래스 기준으로는 총 8개의 환영을 만들어 내는 마법이다.
“…….”
갑자기 자레드의 모습이 여럿으로 불어나자, 무장 군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중앙에 있는 환영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기에, 그것이 본신이라 확신하고 힘껏 창을 내질렀다.
후웅!
“아!”
애석하게도 일격은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무장 군관은 등 뒤에서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을 느꼈다.
다음 순간!
화르르륵!
목 뒤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온 거센 불길이 흙으로 메워진 공간을 파고 들어왔다.
동시에 오랜 세월 속에 부식된 목뼈부터 척추까지 몸 안에 있는 모든 코어를 하나도 남김없이 열화와 같은 열기로 태워 버렸다.
“끄르륵…….”
무장 군관이 쓰러졌다.
맷집은 확실히 강했지만, 누적된 약점 공격 대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명을 다한 것이다.
[레벨업! Lv. 9 달성!] [레벨업! Lv. 10 달성!] [레벨 10을 달성하여, 퀘스트 ‘첫 번째 한계 돌파’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지혜 10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업! Lv. 11 달성!]순식간에 레벨 3이 올랐고, 동시에 퀘스트까지 완료됐다.
지혜 보상 10은 레벨이 10단위로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특전인데, 성장 과정에서는 쏠쏠한 보너스 스탯이었다.
자레드는 마법사였기에 지혜 보상으로 설정을 해 두었다.
에서는 직업 성향에 따라 물방 5, 마방 5 같은 식으로 받거나, 한쪽의 방어력 스탯 10을 받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
죽음과 함께 토우, 무장 군관의 몸 전체가 하나의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에서 늘 보았던 소멸의 과정이라 자레드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데 바로 그때.
투욱.
“어?”
무장 군관이 입고 있던 갑옷이 지면 위로 떨어졌다.
동시에 흙먼지로 가득했던 갑옷 전체가 바람에 씻겨져 나가며, 이내 반짝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자레드는 볼 수 있었다.
[아티팩트 ‘로하드의 거울 갑옷’]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어 전용 아티팩트가 이곳에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