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9
제 9화
4장. 내 손을 잡아 봐 – 1화
“영주님께서 정찰병을 파견하신 지하 광산에서 두목 체드와 조직을 찾아냈습니다! 놈들이 모두 숨어 들어갔었던 모양입니다!”
“오오! 정말로 영주님이 말씀하신 그곳에 놈들이 있었느냐?”
“예! 영주님께서 말씀하신 곳이 정확히 맞았습니다. 일라미 지하 광산이 놈들의 아지트였습니다!”
라키스와 모든 병사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지하 광산은 예전에 내가 를 하던 시절, 갑자기 모습을 감춘 범죄 조직을 추적할 때 자주 찾던 장소였었다.
지하 광산은 매우 폐쇄적인 데다가, 불법 투전(鬪戰)의 온상으로서 범죄 조직이 아지트로 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예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이지만, 병사들과 라키스의 눈에는 그것이 나의 매서운 통찰력과 혜안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는 병사들을 독려했다.
“전군 모두 일라미 지하 광산으로 이동한다! 이 기회에 체드 조직의 놈들을 영혼까지 뿌리 뽑자! 크리비아 영지를 위하여!”
“명 받들겠습니다! 영지를 위하여! 영주님을 위하여!”
용맹한 병사들의 외침 아래, 우리는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이름 아래 하나로 단결된 영지의 위풍당당한 병사들이었다.
* * *
지하 광산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막 서쪽 지평선 언저리로 넘어가려 할 무렵이었다.
나는 확실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모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보통 지하 광산의 입구를 지키는 질 나쁜 놈들은 해가 지자마자 광산으로 들어가 술을 질펀하게 마시기 때문이다.
잠깐의 기다림 동안.
나는 병사들로 하여금 충분히 배를 불리게 했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동안 꾸준히 시행해 온 마력 증가 꼼수를 확인차 살폈다.
‘마력 순환 버그. 내 마력을 내가 다시 받아들이는 식으로 체내의 마력 순환을 2배로 빠르게 촉진하는 방법!’
내가 한 달 동안 마력 증가를 위해 사용한 꼼수는 에서 마력 순환 버그라고 불렸던 것이었다.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자신의 마력을 양손을 통해 방출한 뒤, 그것을 체내로 다시 흡수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하루에 2의 마력이 오른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마력의 재흡수가 불가능하다.
몸 상태가 마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벽에 막힌 것처럼 튕겨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꾸준히 침술을 사용하고 있었고, 덕분에 몸은 4원소의 힘을 폭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방 분해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꾸준히 마력을 불어넣어야 했기에 일석이조였다!
옆에서 내가 배를 문지르며 마력을 불어넣는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라키스가 말했다.
“영주님, 매번 보는 광경이지만 참 정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렸을 적에 할머니께서 약손이라고 배를 문질러 주실 때의 기억이 납니다.”
마력이 겉으로 나올 틈도 없이 복부로 흡수되기에, 라키스는 내가 마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렇게 하면 소화도 잘되는 것 같고, 살도 좀 빠지는 것 같아서 말이오.”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그에게 버그니 뭐니 하는 설명을 해 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테니까. 물론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나저나 살이 정말 많이 빠지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다만, 점점 더 영주의 풍모를 갖춰 가시는 듯합니다!”
“하하하, 고맙소.”
여전히 살이 찐 상태니 열심히 빼라는 말을 에둘러 하는 라키스의 재치에 웃음이 나왔다.
알고 있다.
살을 빼야 외모도 개선되고, 몸의 상태도 좋아진다는 것을. 그의 충고를 고맙게 듣기로 했다.
‘한 달 동안 마력을 60이나 올렸네. 신경 써서 마력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레벨을 12나 올린 것이나 다름없는 특전을 챙겼으니, 확실히 버그는 버그란 말이야!’
레벨이 1이 오르면, 유저는 분배 가능한 스탯을 5 부여받는다.
그렇기에 60의 마력을 버그로 손쉽게 얻은 나는 레벨 13을 바로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수준을 비교해 보자면.
레벨 14인 라키스와 전투를 치러도 충분히 싸울 만했다.
치안대장 정도의 무력 수준이라면 내 선에서 해결 가능하다.
‘뭐, 개발진은 버그라기보다 일종의 수련법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이건 누가 봐도 버그지.’
수련법 – 이라 쓰고 버그라 읽는 – 덕분에 마력은 135가 됐다.
1클래스 마법은 마력 1.
2클래스는 10, 3클래스는 20, 4클래스는 40을 소모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과거보다 마력 60이 증가하면서, 훨씬 마법 활용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좋아. 순환 버그는 계속 촉진시킬수록 쌓이는 마력의 양이 늘어나니까 더욱 집중하자.’
나는 보기에는 좀 민망해 보일지 몰라도, 배를 문지르며 마력을 불어넣는 지금의 수련법을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지금은 하루에 마력이 2지만, 나중에는 3, 4, 그 이상으로 누적 수준에 맞게 올라가게 될 테니까.
나는 전투 전에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스탯창을 확인했다.
[자레드 – Lv. 1] [근력 : 5][체력 : 5] [마력 : 135][지혜 : 15] [민첩 : 5][매력 : 5] [물리 방어력 : 5] [마법 방어력 : 5] [잔여 스탯 : 0] [*경고 : 현재 ‘고도비만’의 상태입니다. ‘초고도비만’이 될 경우, 매력이 0으로 고정됩니다. 주의하십시오.]‘좋아. 이제 초고도비만은 사라졌군. 매력도 5로 원상복귀 됐네.’
한 달 만에 이뤄 낸 쾌거였다.
[마나로 인한 강렬한 자극이 활성화됩니다. 지방 500g이 즉각 분해되어 배출되었습니다!]막간을 이용해 찾아온 깨알 같은 추가 감량까지!
다이어트 꼼수와 마력 증가 버그는 그렇게 순항 중이었다.
‘옷을 한 사이즈 줄여야겠어.’
한차례 지방이 쭉 빠져나간 탓에 몸이 살짝 홀쭉해진 느낌.
저택에 돌아가는 대로 헤이즈를 시켜 새 옷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안 내놔! 내 눈 내놔!
“이자벨라, 지겹지도 않냐?”
“예? 영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빼액 소리를 지르는 이자벨라의 외침에 내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깜짝 놀란 라키스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계속 귀찮게 하면 무시라도 할 텐데, 잊을 만하면 귀에다가 대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스트레스다!
물론 심안을 얻은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스트레스야 감당할 만은 하지만 말이다.
“아니오. 자, 완전히 어두워졌으니 출발합시다. 이제 경계가 느슨해질 거요. 지하 광산은 밤이 되어야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라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반대거든.”
“역시 고명하십니다, 영주님.”
라키스에게는 칭찬이 패시브 스킬로 탑재되어 있는 듯하다.
언제나 내게 충성을 다하는 그.
라키스가 타고난 S급 무장이 아닌 사실은 아쉽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내가 성장시킬 수 있다.
“모두 출발!”
내가 선두에서 앞장서고.
뒤를 이어서 라키스와 치안대의 병사들이 따랐다.
모두의 사기는 최고로 높아져 있었다.
거기에다가 4클래스의 마법사인 내가 나섰으니, 오늘로 지하 광산의 범죄자들의 운명은 끝이다.
* * *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팔려 가서 더럽혀지다가 죽는 걸까?’
15살의 소녀, 레나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침울했다.
그녀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보육원에서 지냈던 평범한 소녀였다.
사귄 친구도 많았고, 보육원 생활에서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제법 나이가 들었기에 틈틈이 보육원의 일을 돕기도 하면서, 제법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보육원장이 레나에게 말했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예의 바르고 기품 있는 귀족가로 유명한 곳에서 자신을 하녀로 들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듯했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했을까 싶어 자신을 데리러 온 사람을 따라갔다.
보육원장의 말을 믿었던 것은 그동안 보살펴 준 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귀족가의 저택이 아니라, 절망이 짙게 깔린 지하 광산이었다.
이곳은 공공연하게 노예 거래가 성행하는 암시장이었다.
국가나 영지의 공인을 전혀 받지 않은 노예들이 거래되는 곳으로 완전히 불법적인 장소였다.
이미 앞서 끌려왔던 소녀들 중에는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찾아온 늙은 남자에게 팔려 간 경우도 많았다.
그것은 어린 남자아이도 마찬가지여서, 붙잡혀서 끌려 가는 내내 비명을 지르며 제발 도와 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싫어, 이대로 노예로 팔려 가서 평생 살고 싶지는 않아.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었어!’
레나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선 어떻게 싸워 보기라도 하고 싶은데, 자신은 맨몸이었다.
양손에 방패와 검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레나가 살던 보육원 옆에는 용병단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항상 담 너머로 그들의 수련을 매번 훔쳐보았었다.
비록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독학한 것이 꽤 됐다.
방패 방어술과 검술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특히 방어술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다.
레나는 자신이 여자이기는 하지만,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멋진 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혹 더 욕심을 낼 수 있다면 검사가 되고 싶었다. 아군을 든든하게 지켜 줄 수 있는 검사가.
하지만 그 꿈이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이 광산을 찾아오는 사람은 구매자, 판매자 할 것 없이 전부 인간 쓰레기였으니까.
팔려 가서 목숨이나 부지하면 다행이고, 한없이 더럽혀지다가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한데 바로 그때.
노예 거래가 막 진행되려고 하면서 지하 광산 전체가 소란스러워지려고 하던 차에.
슈아아아아아. 화르르륵!
“끄아아아아! 불이 붙었어! 악!”
“부, 불이다! 아악! 내 팔에!”
“끄헉.”
포물선을 그리며 입구 쪽에서 날아온 화염구가 광산 정중앙에 있는 무대를 덮쳤다.
그 바람에 불법 경매를 진행하려던 진행자 둘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주변에 있던 다섯은 불길이 온몸을 덮쳤고, 그 탓에 사방으로 날뛰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갇힌 사람들은 모두 구출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범죄자를 참살하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그때, 입구에서 말을 타고 용맹하게 달려드는 한 남자가 있었다.
비록 몸은 다소 푸짐한 형태를 하고 있었을지라도,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란하게 마법을 쏟아 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마법사였다.
“아…….”
레나의 눈빛이 그 남자에게 고정됐다.
그저, 이렇게 죽는 줄로만 알았던 미래가 극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구원자가 나타난 것이다!
* * *
‘좋아. 이놈들을 한꺼번에 토벌하고, 퀘스트 몰아주기로 영지민들의 충성심을 대폭 올리자!’
나는 목적을 가지고 광산 전체를 휘저으며, 범죄자들을 힘껏 응징하고 있었다.
전생의 평범했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꽤 쓸 만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마법이다.
레벨 5 미만의 ‘잔챙이’들은 아예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법 방어력이 형편없게 낮아, 마법을 피하기는커녕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나마 상대할 만한 녀석으로 나타난 것은 범죄 조직의 수괴인 체드였다.
[체드 – Lv. 11] [근력 : 36][체력 : 35] [마력 : 2][지혜 : 3] [민첩 : 11][매력 : 3] [물리 방어력 : 3] [마법 방어력 : 0] [특수 성향 : 없음] [일반 성향 : 여색, 탐욕] [*경고 : 과도한 음주 상태입니다. 시야가 흐려지고 판단력이 현저히 낮아집니다.]‘술까지 마셨다? 너는 오늘 죽기 딱 좋은 날이다.’
체드에 대해 스캔한 심안의 정보는 유용했다.
마법 방어력은 전혀 없고, 과음인 상태라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속전속결로 마법을 퍼붓는 맹공이 선택지로 좋다. 상대는 반쯤 인사불성인 상태니까.
나는 바로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법 크게 지축이 흔들리며 착지가 이뤄졌다.
‘민망하게.’
하지만 바로 민망함을 털어 내고, 나는 도망가려던 체드의 앞을 막아섰다.
“체드, 널 처단하러 왔다.”
“아니…… 누군가 했더니 우리 영주 아니신가? 하던 대로 저택에서 기름진 고기나 처먹을 것이지 갑자기 이게 무슨 짓거리야!”
체드가 대뜸 호통을 쳤다.
확실히 과거의 영지 운영이 막장이긴 했던 모양이다.
하다못해 범죄 조직의 두목까지도 영주 보기를 뭐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네놈은 내가 잡는다. 아니, 죽인다.”
“돼지 새끼야, 이 체드 님이 너한테는 안 죽는다!”
“……돼지 새끼?”
팩트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말.
그 말이 싸늘하게, 차가운 비수처럼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