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48
와장창!
벌떡!
와장창!
…
“오늘 패가 좀 붙는군.”
한 대도 맞지 않고 10턴까지 오다니. 운이 엄청 좋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아홉 번 죽었다 살아난 평화의 수호자에게 물었다. 평화의 수호자에게 입혀져 있던 옷은 이미 넝마가 되어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뭐, 그래봤자 카드 효과 발동에는 전혀 영향을 못 끼치니 아무 쓸모없는 이펙트라고 할 수 있다.
“걱정마! 이번에는 연속 부활을 써 줄 테니까!”
[…….]나를 노려보는 수호자의 표정이 상당히 안 좋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건가?”
“거 참. 쌀이 익어야 밥이 되지.”
“쌀이 뭐지?”
“쌀도 모르냐?”
라단에게 핀잔을 주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여기는 물 속이구나. 쌀이 재배될 일이 없겠군.
“버텨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공격할 수 있는 카드를 넣어야….”
“거 참. 기다리라니까.”
“덱 구성이 대체 어떻게 돼 있길래 이따위로 덱이 굴러가는 거지?”
“평화의 수호자랑, 평화의 수호자 서치 카드, 그리고 평화의 수호자 계속 부활시킬 수 있는 카드들만 있는데?”
물론 미궁 클리어를 위한 키 카드 2장도 포함되어 있지만.
내 말에 라단의 표정이 구겨진다.
“저 카드를 수십 번 더 죽일 셈이란 말이냐?”
“뭔 수십 번이야. 수백 번쯤 더 죽어야 되는데.”
“…….”
[…….]라단과 「평화의 수호자」의 눈에 경악이 어린다. 라단은 그렇다치고 너는 왜 그런 표정이야. 너는 유언 효과 때문에 원래도 사망전대 역할인 카드잖아.
나는 나를 힐난하는 둘의 눈을 무시한 채 패를 바라보며 다음 턴 부활루틴을 짜기 시작했다.
조금만 버텨. 「천국의 망치」랑 「천국의 제련망치」가 둘다 10마나로 나왔단 말이야.
역시 나는 운이 좀 없는지도.
##탑#5 (5)
[당신의 턴입니다.]“15번째 턴이네.”
우우웅!
해왕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자신의 공명음에 불쾌한 듯 울음소리를 내뿜었다. 듀얼은 꽤나 지지부진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벽 덱을 가져왔으니 어느 정도 각오한 바이기는 했지만.
스펙터클하게 계속해서 죽는 「평화의 수호자」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듀얼에서의 희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니까.
…그래도 이번 듀얼이 끝나면 프로텍터 정도는 갈아 주도록 할까.
“드로우.”
“언제까지 이 상황을 유지할 거지? 카드를 이렇게까지 학대하는 것은 중죄로 처벌될 수….”
“오. 나이스 드로우!”
나는 패에서 나온 「빛벼림 운철」을 발동했다.
+
【빛벼림 운철】
【지속물】
【1 mana】
【매 턴 마나를 추가로 2 얻습니다. 매 턴 1장을 추가로 드로우할 수 있습니다.】
+
콰앙! 천공에서 빛이 타오르는 운철이 바닥에 꽂혔다. 따스한 불빛에 몸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최대 마나량 : 12]다음 턴부터의 사용 마나가 12로 늘어날 테니 조금 더 안정적인 덱 운용이 가능해진다. 추가 마나통을 얻게 되는 건 언제든지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그리고, 덱 운용이 한층 더 안정적이 되었다는 말은, 승리 공식의 첫 단추를 꿰메기에 안성맞춤인 타이밍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천국의 망치」를 발동!”
+
【천국의 망치】
【무기】
【10 mana】
【공격력 0 / 내구도 1】
+
바닥에서 튀어나온 작디작은 망치를 나는 뽑아들었다. 뿅망치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훨씬 작은 크기다.
“…그게 네 승리 공식이냐?”
어처구니없다는 라단의 표정을 무시한 채 나는 손을 모았다.
“뭐 하는 거지?”
“기도. 너도 같이 할래?”
우우우웅!
콰드드득!
[「평화의 수호자」가 파괴됩니다.] [「평화의 수호자」가 부활합니다.] [당신의 턴입니다.]“기도란 건, 선한 자가 해야 대해가 기도를 들어 주는 것이다.”
“뭐야. 나, 기도하기에 안성맞춤인 인간이었네. 이래봬도 내가 살면서 남한테 피해 한 번 끼친 적 없거든.”
[…….]평화의 수호자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 나는 패에서 승리로 가는 플랜을 뽑아들었다.
“「천국의 제련망치」를 패에서 발동.”
+
【천국의 제련망치】
【10 mana】
【내 「천국의 망치」를 강화합니다. 랜덤 코스트의 「천국의 제련망치」를 덱에 1마나가 증가된 채로 섞어넣습니다.】
+
제련망치를 발동하자마자 하늘에서 튀어오른 자동제련 망치가 내 「천국의 망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강화를 시작합니다.] [강화가 진행됩니다. 찬란한 빛이 타오릅니다!] [강화 성공! 「천국의 망치」가 「평범한 천국의 망치」가 되었습니다!]나는 내 손에 들린 망치를 바라봤다.
[평범한 천국의 망치] [공격력 1 / 내구도 1]역시 첫 강화부터 최고 강화가 뜰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물 속성의 랜덤성이 대히트를 친 이후로 소울 커맨더스에는 랜덤 지향 카드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랜덤과 임의생성이 판친 이후부터 카드만으로 듀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지.
주사위와 동전을 쓰지 않고 휴대폰으로 판정을 내리기 시작한 것도 대충 이때쯤부터다. 이 디지털화된 랜덤 시스템에 맛을 들인 소울 사는 결국 랜덤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카드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천국의 망치」다.
무기 카드와 그 무기 전용의 강화 카드 한 장으로 이루어지는 이 강화 시스템은 커다란 광고를 여기저기에 붙이면서 나왔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무기의 강화라는 것 자체가 체력을 손해 보면서도 템포를 당겨오는 소울 커맨더스의 무기와 잘 맞지 않는다는 문제는 차치하도록 하자.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거지같은 강화 시스템이었지.”
난잡한 확률표, 낮디낮은 강화확률, 잘 나오면 게임이 터지고, 안 나와도 게임이 터지는 괴악한 성능차이. 내가 새 덱을 개발할 필요도 없이 「무기 강화상점」확장팩은 묻혀 버렸다.
메타 변화도 없고, 기존 메타가 그대로 유지되는 확장팩.
물론 소울 사의 주식은 다소 떨어졌다. 지난 번 「퀘스트 카드 발매 사태」만큼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무기 강화상점 확장팩은,
[이우주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망한 확장팩이 있다??] [확팩 망했다고 해서 왔는데 이우주가 이번엔 아무것도 안함?] [충격. 이우주 아무것도 안 해.] [이우주 역할방기 이대로 괜찮은가?]같은 기묘한 평가가 붙은 부스터팩이 됐다. 대체 이 게임에서의 내 역할이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불쾌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어떡할 거지?”
“어떡하긴 어떡해. 계속 돌려야지.”
나는 계속해서 필드를 틀어막으며 덱을 회전시켰다.
본래라면 「제련망치」는 마나가 사용할 때마다 증가하기 때문에 강화 횟수는 제한되어 있다. 제련망치의 마나가 12, 13씩 되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해의 환상」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마나 코스트를 드로우할 때마다 변경시켜주는 「대해의 환상」은, 「제련망치」의 마나 코스트가 증가한 뒤에 적용된다.
이 판정의 순서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만약 「대해의 환상」이 적용된 뒤에 「제련망치」의 마나 코스트가 증가했다면 「제련망치」는 몇 번 쓸 수 없는 카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순서가 반대인 순간, 강화 횟수에 제한은 사라진다.
바로 지금처럼.
“나는 「제련망치」를 다시 발동!”
+
【천국의 제련망치】
【3 mana】
【내 「천국의 망치」를 강화합니다. 랜덤 코스트의 「천국의 제련망치」를 덱에 1마나가 증가된 채로 섞어넣습니다.】
+
깡! 깡! 깡!
“아이씨. 또 실패네.”
깡! 깡! 깡!
[「평범한 천국의 망치」가 「밝게 빛나는 천국의 망치」가 되었습니다!]“다시!”
깡! 깡! 깡!
“이게 아니야!”
깡! 깡! 깡!
나는 혼신의 역작을 만드는 도자기 장인의 마음으로 강화를 계속해나갔다.
내가 바라는 옵션이 나올 확률은 0.3%. 대략 300번을 뽑아야 하는 확률이다. 하지만 확률은 상관없었다.
“확률은 숫자에 불과한 것! 뽑을 때까지 뽑으면 확정뽑기다!”
“…강화하는 동안 계속 죽어야 하는 「평화의 수호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대의를 위한 소의 희생은 평화의 수호자도 받아들일 거다.”
“「평화의 수호자」의 표정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니가 뭘 알아. 「평화의 수호자」는 고귀한 희생을 몇 번이고 할 줄 안다는 설정이 붙어 있는 카드라고. 그치?”
[…….]아, 아니면 말고. 그렇게 노려볼 필요는 없잖아. 당분간은 「평화의 수호자」가 들어간 덱은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
표정 한 번 살벌하네.
물론 표정 무섭다고 강화를 멈추지는 않을 테지만.
깡! 깡! 깡!
깡! 깡! 깡!
깡! 깡! 깡!
…
인성 터진 도박 중독자를 보는 듯한 눈빛을 꿋꿋이 견뎌내며 얼마나 강화를 지속해 나갔을까.
화아아아아!
강화를 시작하자 지금까지 봐 왔던 빛과는 다른 찬란하고 고결한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찬연한 불빛이 세계를 밝히는 등대처럼 빛납니다!]고결한 빛이 망치를 향해 쏟아지고, 쏟아진 빛줄기는 이내 망치의 형상으로 현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