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여기군.”
덕팔이 공터를 지나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밝은 대낮이었기에 조명이 없이도 오두막 안은 아주 밝았다. 덕팔이 오두막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며 잡동사니들을 뒤져 보았다.
“흐음…”
덕팔이 밖으로 나가더니 밖에서 오두막을 한 바퀴 돌아보곤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흐음…”
덕팔이 벽을 손으로 비비며 뭔가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오두막 오른쪽 벽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된 집이었고,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기에 덕팔의 손에 의해 나무판자들이 쭉쭉 뜯겨져 나갔다.
나무판자들이 뜯겨진 자리에 붉은 진흙이 발라져 있었다. 분명 외부에서 나무판자로 한번 덧댄 후 방한, 방풍을 위해 안에 진흙을 바르고 다시 그 위에 나무판자를 덧댄 모양이었다.
덕팔이 진흙 벽을 주먹으로 퉁퉁 내려쳐 보더니 어느 한 지점에 이르자 씨익 웃었다.
**
덕팔이 돌아왔다. 덕팔의 트렁크에는 커다란 철 상자가 여러 개 실려 있었다.
덕팔은 이 상자들을 모두 지하실로 옮겨 놓고 휴대폰을 들었다.
“김 변호사님? 덕팔입니다. 잠시 집에서 뵐 수 있을까요?”
잠시 후, 향숙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연필비녀가 머리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덕팔씨! 나왔어.”
향숙이 숨을 몰아쉬자 덕팔의 눈이 살짝 커지며 차를 내놓았다.
“왜 이리 급하게 오셨어요?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중하지 않은 용건이라면 덕팔씨가 내 사무실로 왔겠지? 중한 용건이라도 덕팔씨는 내 사무실로 왔을 거야. 그런데 덕팔씨가 아무도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이 지하실로 날 불렀다는 건.. 분명 이 지하실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내게 보여줄 은밀한 뭔가가 있다는 의미 아니겠어?”
“우와.. 변호사 말고 탐정을 하셔야겠네요.”
덕팔이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낡은 철 상자를 하나 들고나왔다. 향숙은 조용히 덕팔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눈이 커졌다.
“몇 개나 있지?”
“상자로 8개 있습니다.”
덕팔이 내미는 물건을 들어본 향숙의 아미가 좁혀졌다.
“흐음… 내게 맡겨줄 거지?”
“당연하죠. 그래서 이곳에서 뵙자고 한 것인데요.”
향숙이 씨익 웃으며 가방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향숙이 쇼파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뒤를 돌아 덕팔에게 물었다.
“그런데 덕팔씨, 평소 같으면 이 물건을 임 검사에게 건넸을 텐데 오늘은 왜 들고 온 거지?”
“이 물건보다 더 중요한 물건을 찾았어요. 그 물건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되는 이가 있기에 이 물건마저도 가져올 수밖에 없었어요.”
“더 중요한 물건?”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아시면 매우 위험해지니까요.”
“내 뒤엔 대한 그룹이..”
“최 회장님조차도 위험하실 겁니다. 그러니 제가 조용히 처리할게요.”
향숙의 눈이 크게 떠짐과 동시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덕팔씨가 위험해지는 게 싫어. 알지?”
“네, 저도 제가 위험해지는 게 싫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외면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그 물건도 유족들을 위해 바르게 사용되었으면 좋겠어요.”
향숙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을 팡팡 두드리곤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마. 그런 일 하려고 내가 있는 거니까!!”
**
총산.
[친구, 자네를 이곳에서 보니 감회가 남다르군.]“뉘신지?”
덕팔이 남이를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날세, 몽달!]“그럴 리가? 내가 아는 몽달이는 4m의 훤칠한 키에 백옥 같은 피부,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미소년이라고!!”
[내..내가 좀 볼품이 없나?]“뭐.. 그 정도면 그럭저럭 봐줄 만 하지만 당신의 얼굴에 난 칼자국은… 흐음…”
[이보게, 친구. 내 모습이 변했다고 날 알아보지 못하니 무척 섭섭하군.]“그럼, 나와 몽달 만이 알고 있는 은밀하고 아주 음험한 비밀 100가지 중 그중 으뜸인 것을 이야기해보게.”
[흐음….]남이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정답을 알았는지 활짝 웃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군, 자네가 나와 모둠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내게 그랬지. 자네는 몽정을 열…]덕팔의 손에 의해 남이의 입이 황급히 막혔다. 덕팔이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본 모습을 찾은 친구를 놀려주려다가 되려 크게 혼 줄이 나고 있었다.
“반갑군, 친구! 이리 헌헌대장부가 되었으니 친구로서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하.하.하.”
한동안 덕팔의 손이 남이, 아니 다시 몽달이 된 몽달의 입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 뒤에 있는 소년은 누구인가? 내 어릴 적 모습을 꼬옥 빼닮았군.]“그렇겠지. 자네 아들이니..”
[… 자네, 뭐라고 했나?]몽달이 크게 놀라니 덕팔이 더 크게 놀라며 어혜화를 바라보았다.
“아.. 하.하. 이런 거로 서프라이즈를 하면 담이 약한 사람은 심장마비 걸려요. 어르.. 아니 제수씨!”
[제..수..씨! 어머!! 부끄러워라!]어혜화가 평소와 다르게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사이, 유소룡, 아니 남소룡과 남이가 감격적인 부자상봉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십니까?] [그렇다고 하는구나.] [증명하십시오.] [흐음.. 어찌해야 증명할 수 있겠느냐?] [저에게 술을 가르쳐 주시면 됩니다.]소룡의 눈에서 작은 이슬이 비치자 몽달이 환하게 웃었다.
**
두 부자가 곳곳한 자세로 술 대작을 하는 사이 덕팔은 은혜와 함께 툇마루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이라…”
“부러워요?”
“아뇨. 제 주제에 무슨.. 그리고 저는 첫 아이로 딸이 좋을 것 같아요.”
“왜요?”
“소룡이를 보니..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호호호.. 좋은 아이잖아요.”
“그럼요. 당연히 좋은 아이죠. 하지만 좋은 것과 귀여운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덕팔이 명확하게 기준을 내세우자 은혜가 말없이 웃었다.
“갔던 일은 잘되었다면서요?”
“뭐, 그럭저럭요.”
“아영이 말로는 중간에 사라졌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예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잠시 살펴보고 왔죠.”
“어떤 일인데요?”
“그냥요. 별일 아니었어요.”
덕팔이 말을 얼버무리자 은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틈을 타 진향이 등장하였다.
“어르신, 이곳에 강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데 괜찮은 것이겠지요.”
“그럼요. 저 친구는 거의 장군신 급입니다. 비록 접신을 통해 무당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그런 신은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잡귀, 아니 웬만한 악귀들조차 범접하지 못할 거예요.”
“그렇군요. 보지는 못하지만 느껴진답니다. 그런데, 어르신의 기운이…”
진향이 덕팔의 양팔을 잡아 정신을 집중해 보더니 놀란 눈이 되었다.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어찌 된 일인지..”
“큰 어르신의 기운과 스승님의 기운, 그리고 저 구석에 숨어있던 저의 작은 기운이 모두 제 몸속에 녹아들었어요. 아직 하나의 기운으로 합쳐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젠 큰 어르신의 기운이 제 몸 밖에서 겉돌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 잘되었어요. 정말… 이제야 어르신께서 아버님의 진정한 후계가 되셨네요. 아버지께서는 틀림없이 그리될 거라 하셨지만….”
진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감사히 생각하는 거 잘 아시죠? 그를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지금의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도 큰 어르신과 큰 신모님 덕분입니다.”
덕팔의 말에 진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모든 것은 어르신의 맑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저들도, 우리 은혜양도 어르신 곁에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마음 잃지 않게 굳건히 하세요.”
“네, 신모님.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게 제 심장에 잘 새겨두겠습니다.”
두 부자의 술자리에, 슬며시 끼어든 어혜화까지 세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다른 이들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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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팔이 은혜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있었다. 정확히는 은혜가 덕팔이 자신을 집에 바래다주길 바랬고, 덕팔이 거절을 하였지만 거듭되는 은혜의 강요를 덕팔이 이겨내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근데 어혜화 어르신은 왜 이름이 탁문아가 아닌 거죠?”
“아.. 그건..”
덕팔이 아미를 긁적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어혜화는 제수씨의 기명이에요. 제수씨는 어려서 여진족에게 붙잡혀가 족장 아들의 첩이 되었대요. 그러다가 봉달이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갖은 고초 끝에 조선으로 돌아왔던 거죠.”
“힘든 삶을 살았네요.”
“어쩌면 진짜 힘들었던 것은 조선으로 돌아온 이후일 거예요.”
“왜요? 봉달씨가 자 되어서 해피엔딩 아니에요?”
“그러면 좋았겠지만 그게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에요. 조선에 돌아온 후, 제수씨는 기녀가 되었어요. 오랑캐에게 몸을 빼앗기고 돌아온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죠. ‘화냥년’이라는 말 알죠?”
“그거 욕 아니에요?”
“[환향녀]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인데, 뜻을 풀어보면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를 말이에요.”
“고향으로 돌아왔다면?”
“네, 공녀로 끌려갔거나 오랑캐의 침입 때 잡혀간 여자 중,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을 말하는 거죠. 그녀들은 몸을 잃고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왔다고 해요.”
“공녀면 국가에서…”
“맞아요. 나랏님과 양반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양민들의 딸들을 수탈한 거죠. 그녀들은 희생이 되었다가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지만 고향 사람들은 그녀들을 더러운 벌레를 보듯 하였죠.”
“나빠요.”
“네, 나쁘죠. 제수씨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도 제수씨는 기녀로써 몽달 그 친구의 첩이 될 수 있었죠. 그런데 몽달 그 친구가 권력 투쟁을 시작해요. 상대 세력은 제수씨를 이용해 그 친구를 실각시킵니다.”
“어머.. 어떻게 해.”
“그냥 구실이었어요. 제수씨가 거짓 고변을 함으로써 몽달이 거열형에 처해지지만 제수씨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구실은 언제든 만들 수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몽달이 왕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죠.”
“어혜화 어르신이 너무 안쓰러워요.”
“몽달도 그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제수씨를 원망하지 않는 겁니다. 근데 거기서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제수씨는 기구한 삶이 좀 더 남아있었어요.”
“여기서 또요?”
“네, 봉달이 거열형에 처해진 후, 제수씨는 흥양군 신운이라는 사람에게 하사 되었던 모양이에요. 원래 역적의 집안 식솔들은 그렇게 처분이 되는데 문제는 제수씨가 원래 기녀 출신으로 왕이 직접 연 연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는 거예요. 이런 경우, 그런 기녀는 가비, 그러니까 사사로이 노비로 쓸 수 없다는 게 문제였죠.
흥양군은 왕에게 그런 사실을 고하고 하사받았던 제수씨를 반납해요. 그래서 제수씨는 다시 관비가 되죠. 다시 기녀가 된 거예요.”
“어머 어떻게 해.”
은혜가 매우 안쓰러운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