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그날, 아지발도를 보는 순간 덕팔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사고를 치고 도망간 것이 아니라 아지발도 또는 이연성에 의해 이용된 후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이연성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사실도… 마지막으로 이연성의 계획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이라는 사실까지! 이 모든 것이 덕팔로 하여금 그날, 그대로 물러나게 만든 이유가 되었다.
그날, 몽달과 아지발도의 승부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직접 보지 않았으니 알 도리가 없었지만 몽달과 아지발도의 표정만으로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덕팔은 몽달을 믿었다. 아지발도가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아는 몽달 역시 고금 최고의 천재였다. 박빙일 수는 있겠으나 처참한 패배는 몽달에게 어울리지 않은 수식이었다.
하여 복기를 제안하였다. 한 수, 한 수! 그날 몽달과 아지발도가 손을 맞춘 승부를 복기해 보았다. 열 번, 스무 번, 복기하는 사이 모든 수가 다 펼쳐졌고 그 안에서 몽달의 패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몽달은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최면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었다. 덕팔로 하여금 스승의 책을 다시 뒤지게 만드는 수고를 하게 하였다. 그 결과, 최면은 한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면을 극복하는 방법은 스스로를 믿는 것이야. 그날 내가 최면에 걸리지 않은 것은 그가 나에게 최면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심과 함께 그가 신안능력자에게 최면을 걸 만큼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책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야. 결국 나의 나에 대한 믿음이 최면을 피할 수 있었던 힘이 된 거야. 반면 네 아버지는…”
“그가 최고의 무장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피어나 최면에 걸리신 것이겠지요?”
덕팔이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이자 소룡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속박을 피하기 위해 빙의까지 해 갔는데 그런 변수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러게, 설마 하긴 했다. 그런데 그를 보는 순간 알겠더구나. 속박은 그 영감님의 능력이었고, 아지발도의 능력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래도 참 다행이에요. 그날 대부님께서 그에게 최면을 당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거예요.”
“그랬겠지.”
“그런대요. 대부님! 그 영감님은 아지발도의 존재를 왜 숨겼을까요? 저 같으면 아지발도를 앞세워서 사람들을 다 꼭두각시로 이용했을 것 같은데요.”
“글세, 나도 그 점을 고민해보았는데 딱히 답을 낼 수가 없었단다.”
“혹시..”
유여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두 남자가 유여름에게 시선이 모아지자 유여름의 입이 다시 열렸다.
“혹시 말이죠.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 최면도 신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것이니…”
“그 생각도 해보았어요. 하지만 근거가 없는 추론이라 일단 염두만 해두고 있습니다.”
“그러시구나. 어련하시겠어요.”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여름의 입이 튀어나왔다.
“배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좀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거죠.”
덕팔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유여름을 달래곤 몽달이 들어간 지하로 내려섰다.
“그런데요. 소룡씨”
“네”
“대부님은 윗 층을 다 비워놓고 왜 지하에서 사시는 거예요?”
“아.. 그거요. 짐 옮기기가 귀찮대요. 대부님이 짐을 옮기면 꼭 누군가가 집에 들어와 자신의 방을 빼앗는다며 지상에서 살 팔자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호호호. 그래요? 그럼 우리가 1층으로 올라갈까요? 신혼 방으로는 딱이던데!”
유여름이 소룡의 팔짱을 끼며 깜찍 발랄한 표정을 지었다.
***
어둑한 지하실.
흐릿한 빛을 내는 백열등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지하실 구석에는 묘한 썩은 냄새를 풍기는, 반쯤은 시체가 되어 버린 남자가 쓰러져 있었고 그 앞에는 그를 지켜보는 노소가 있었다.
“오시었소?”
“꼴이 말이 아니구나.”
“훗.. 쿨럭쿨럭”
오랜만에 웃으려고 하니 기침부터 튀어나왔다.
“아직도 내놓을 생각이 없더냐?”
“내가 무얼 주어야 한단 말이오?”
“네 녀석이 숨겨놓은!!!”
노인, 아니 이연성이 화를 내려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인신이 직접 문을 열기 위해 만들었다는 바로 그것 말이다.”
“나는 도통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소. 스승은 문에 관심이 없었소.”
구석에 쓰러져 있던 남자, 아니 그가 이연성을 올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연성이 손을 들어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
쿵!
찰진 타격음이 후에 남자의 머리통이 벽에 부딪치며 피를 흘렸다.
“이렇게 죽는 것도 괜찮군.”
“다, 네 녀석 때문이다. 네 녀석이 그 아이에게 공포를 심어 인신에게 보내지만 않았어도.. 나의 대업은 이미 성공하였을 것이다.”
“대업이라.. 클클, 그렇게 오래 살고 싶소? 정체도 알 수 없는 그 땅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 만큼?”
“네 녀석이 내 말만 들었어도 너와 나는 이미 그 땅에서 새로운 왕이 되었을 것이다.”
“당신이 왕이 되었겠지. 나는 영원히 당신의 꼭두각시로 이용되었을 것이고..”
“이런… 쯧쯧”
이연성이 혀를 찼다.
“이보시오. 아버지! 당신은 그냥 나를 못 배운 고아로 두었어야 했소. 할 줄 아는 것은 몸 쓰는 것뿐이지만 착한 여자와 막 태어난 아들을 돌보는 가장으로 두었어야 했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삶이더냐?”
“그래서 내 여자를 죽이고, 내 아들마저 당신의 영생 수단으로 삼으려 했소?”
“그게 나만 좋자고 한 일이더냐?”
“그 문이 열리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소?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이제는 그 녀석도 알겠군. 그런데 그 문을 열어 어쩌자는 거요. 당신의 생을 늘리기 위해 수십억 명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게 진정 옳은 일이오? 그게 당신이 말하는 피의 숙원이오? 쿨럭쿨럭!”
말이 길어지자 그가 피를 토하며 기침하였다. 이연성이 그의 그런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끝까지 어리석은 놈! 네놈의 여자와 그 녀석을 길러준 너의 친구의 영혼이 여전히 내 손에 있음을 잊지 마라.”
이연성의 고갈에도 그의 시선이 아지발도로 향했다.
“아지발도! 내가 스승의 눈을 피해 널 살려준 이유! 알고 있지?”
아지발도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집이지만 네 어머니의 손길이 묻어있는 문고리라도 한번 쓰러 보고 싶다고 하였다. 나도 그랬다. 어린 나를 키우기 위해 고생만 하다가 죽은 내 어미를 보고 싶어 했고 그러했기에 널 차마 내 손으로 소멸시킬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금 이연성으로 향했다.
“저 늙은이가 무슨 말로 널 현혹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다.”
“…. 그는 나에게… 그 문이 열리면… 그 세상에서 나의 집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후후.. 가능할 것 같은가?”
“나는… 그를.. 믿는다.”
그가 힘들게 고개를 주억였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길 빌겠다.”
그가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너도, 나도! 그러니 그것을 내놓아라. 그것만 내놓으면 네 아들은 건들지 않겠다.”
“아버지! 나에게 그것은 처음부터 없었소. 스승은 날 믿지 않았소.”
“거짓말!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 인신과 너의 대화를!!”
“하아… 내가 당신에 의해 점점 미쳐가는 동안 나는 모든 것을 잃었소. 스승으로부터 받은 신뢰까지도..”
“그럴 리가 없다. 인신은 그것을 너에게…”
이연성이 부정하자 그가 웃었다.
“그 전날, 아버지 당신이 날 몰래 찾아왔지.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식을 잃었소.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피투성이가 된 나를 병원에 옮기는 당신을 보았소. 그날, 알았소. 당신이 날! 스승을 죽일 도구로 삼았다는 걸. 스승으로부터 그것을 빼앗기 위해 날! 날! 이용했다는 걸.
그리고 이렇게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당신은 그날과 같은 눈을 하고 있소. 이보시오. 아버지!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소. 여우 같은 스승이 미쳐가는 내게 그 소중한 것을 내어 주었을 것 같소? 그 아이가 진정 내 아들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 같소?”
“너는 지금껏 그것을 네가 숨겨 놓은 것처럼 행세하였다. 잊었느냐?”
“그래야 내가 살고, 내 아들이 살 수 있지 않소? 어리석은 아버지!”
이연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연성이 다시금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곤 몸을 돌리자 피를 토해낸 그가 이죽거렸다.
“아버지,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지나 알고는 있소?”
“천문도룡도는 본래 내 손에 있었던 것이었다.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대가로 인신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내 손에 있어야 할 물건이다. 천문도룡도의 변화를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으냐?”
“천문도룡도는 이미 그 아이가 가지고 있소. 그 아이에게 내어달라고 하시오.”
“멍청한 놈, 그 도를 내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 몸이나 잘 추스르거라. 네 아들놈과 함께 나를 위해 문을 여는 도구가 되어야 할 몸이니.”
“차라리 그 아이에게 사정을 말하고 도와달라고 하시오. 그 아이는 심성이 고우니 어쩌면 당신의 그 미친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을 거요.”
“훗.. 그럼 나는 어떻게 돌아오지?”
“그쪽에도 똑같은 열쇠가 있다고 하지 않았소?”
“찾지 못한다면?”
“아버지, 당신은 생각보다 겁이 많군. 그쪽 세상이 그렇게 겁이 났다면 가지 않으면 그만 아니오.”
“어리석은 놈! ‘만사불여튼튼’이거늘!”
이연성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을 나서자 그가 아지발도를 불러 세웠다.
[아지발도…. 때가 되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라.]아지발도가 대답 없이 고개만 작게 끄덕인 채 이연성의 뒤를 따랐다. 백열등이 꺼지고 지하실은 다시 어둠만 가득하였다.
“하아.. 아버지, 힘내시구려. 끝이 멀지 않은 듯싶으니.. 클클클”
***
12월이 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겨울이 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겨울에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여인이 있었으니..
“어휴, 추워라.”
은혜가 덕팔의 품으로 파고들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게 옷을 좀 따뜻하게 입지 그랬어요.”
“덕팔씨는 여자의 마음을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은혜씨는 뭘 입어도 이쁘니까 내일부터는 옷을 좀 따뜻하게 입어줘요. 제가 추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
덕팔이 외투를 벗어 은혜에게 둘러주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은혜가 히쭉거리며 덕팔이 벗어준 외투를 잘 여몄다.
“덕팔씨는 안 춥잖아요. 몸 안에 생기가 쌓이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다고 해 놓고서는…”
“계절의 변화를 잘 못 느낀다는 거지, 영하의 온도를 못 느낀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 추우니까 빨리 차로 가요.”
은혜가 종종걸음으로 앞서 걷자 덕팔이 은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덕팔씨!”
“네?”
“그 루마니아에 진짜 갈 거예요?”
“정환이 형이 결사반대했는데, 토끼 숙녀들이 대한전자 광고 계약을 하면서 불만이 쏘옥 들어갔어요. 이젠 안가겠다고 할 구실도 없네요.”
“아빠가 일을 꼼꼼하게 잘하시기는 하죠.”
은혜가 예쁘게 웃자 덕팔이 그런 은혜를 옆구리에 끼곤 걸음을 빨리하였다.
“준비해 둬요. 다음 주에는 갈 것 같으니까!”
“김 변호사님하고 협상이 잘 되고 있나 보죠?”
“네, 김 변호사님이 대한 그룹 쪽 사람의 혼을 반쯤 뽑아내고 있는 모양이에요. 계약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모양이더라구요? 아마 지금도 대한 그룹의 누군가는 영혼까지 털리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