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덕팔이 이연성을 데리고 3층으로 올랐다.
“이곳은 내가 이미.. 커음.”
덕팔이 3층 구석으로 가 정다미가 그렸던 풍경화를 집어 들었다.
“그건 뭐지?”
“이집의 전 주인이 그렸던 풍경홥니다. 태우려고 했는데 전 주인이 악귀가 되는 바람에 제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덕팔이 캔버스를 구석을 뜯어내자 작은 홈이 발견되었다. 이연성이 탄성을 질렀다. 생각지도 곳에 USB가 있었다.
“책이라고 생각했거늘…”
“본래 책이었습니다.”
덕팔이 USB를 내밀며 설명을 이었다.
“모닥불을 피울 때 가장 힘든 게 뭔지 아십니까?”
이연성이 고개를 흔들자 덕팔이 웃었다.
“불쏘시갭니다. 불쏘시개로 먹을 잔뜩 먹은 한지만큼 좋은 게 없죠. 한때 이 집에 한자 공부하길 죽도록 싫어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분이 밖에 내어놓은 스승님의 책을 몰래 가져다가 불쏘시개로 썼습니다.”
“뭬…뭬야? 어떤 미친놈이 그런 미친 짓을…”
“놈은 아니었고, 허음.. 아무튼 위기감을 느낀 제가 시간 나는 대로 스승님의 책을 사진 본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허음.. 다행이구나. 그럼 처음 두 권은 없는 게냐?”
“네, 제 기억으로는 중의학 서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내용이더냐?”
“제 기준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밖에 내어놓았었습니다. 책 내용은 아마도… 인체학과.. 무슨 내공심법이라고 했는데 허황되기 이를 데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책장이 아닌 이곳에 따로 쌓아 놨었는데 그분이 그걸 버리는 것으로 알고 불쏘시개로 쓰고 만 것이죠.”
“일단 살펴보겠다.”
덕팔이 고개를 주억이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책보기는 이곳만 한 곳이 없군. 당분간 신세를 지마. 밥은 3층으로 올려 주거라.”
적반하장이었다.
**
이연성이 덕팔의 집에 머물자 은혜가 덕팔의 집에 오질 못했다. 준민과 영훈도 1층에서 숨도 쉬지 못하고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김상필과는 말벗도 되어 주었는데 이연성하고는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했다.
이연성도 그들의 그런 반응을 알고 있었는지 새벽 산책을 하는 것 외에는 가급적 3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소룡 공자는 앞으로 무얼 하고 살 생각인가?”
“아버님께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많은 것을 경험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 요즘은 무슨 일을 경험하고 있는가?”
“흐음.. 유통과 판매? 그런 겁니다.”
“유통과 판매라? 무역회사를 운영하는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또 밤에는 택배회사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죠.”
“허허허. 그래? 값진 경험을 하고 있군. 하찮다 생각 말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공자의 눈에 진짜 원하는 일이 보일 것이야.”
“네, 대부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세상 일 중 하찮은 일은 다른 이를 상하게 하는 일 뿐이라구요.”
“맞아, 틀림없는 말이야.”
김상필이 지하 거실로 내려와 소룡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상필은 반듯한 소룡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다른 이들은 덕팔의 체면을 보아 김상필과 억지로 어울려주는 눈치였다면 소룡은 마음을 담아 자신을 대한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소룡공자, 유통과 판매에 대한 경험이 끝나면, 경제와 자금 유통에 대한 경험을 해볼 생각은 없는가?”
“경제와 자금 유통요? 경제라면 꽤 오랜 시간 경험을 해도 파악조차 힘들다는 생물과 같은 사회현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허허..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대부님께서 돈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때로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치 있는 것 중 으뜸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삶의 존재요. 두 번째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평등한 생명권이고, 세 번째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공평한 복지권이라고 했습니다. 그 외의 가치는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니 평소에 마음에 깊게 담아두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뜻을 알고 있나?”
소룡이 고개를 저었다.
“사전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 수양이 부족해 마음에 담질 못했습니다.”
“그래? 덕팔이는 공자에게 어떤 존재인가?”
“제게 스승이자, 제게 생명을 주신 분이죠. 그리고.. 늘 친구 같은 가족이십니다.”
김상필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내가 공자에게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나?”
“물론이시죠. 저는 태어난 지 2년 차 신령수랍니다.”
“허허.. 그래.. 그래. 나를 할아비처럼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시간이 흘러 정이 쌓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 소룡아”
김상필이 즐거운 얼굴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
덕팔이 식돌이 생활에 충실 하는 사이 일주일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덕팔이 짐을 싸고 있는 동안 곁에서 준민과 영훈이 종알거리고 있었다.
“사장님, 다시 생각을 좀..”
“혀엉.. 나는 사체 회사가 무서워.”
“사채.. 사체는 시체를 말하는 거고..”
“나한테는 똑같은 거라니까?”
“김상필 어르신이 도와달라고 하시잖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전직 국정원 직원이 사채업자 경호원이라니…”
“전직 국정원장은 그런 사채업자와 평생지기로 지내고 있어요. 군말 마시고.. 뭐, 어르신께서 따로 경비를 챙겨주신다고 하던데.. 수입이 꽤 되실 겁니다.”
준민의 입이 다물어졌다. 돈을 벌어오라고 애교를 떠는 혜원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이른 새벽,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에서 나서는 덕팔을 배웅하는 이는 이연성이었다.
“이제 가느냐?”
“네..”
“6개월 후에 온다고?”
“간간히 집에 돌아올 겁니다. 주연이 아니라서 계속 촬영이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 알겠다.”
“해석은 잘 되고 계십니까?”
“허허.. 완전 뜬구름을 잡고 있더구나. 네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따로 모아놓은 책들만 살펴보니 인신이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는 알겠다.”
“그렇습니까?”
“그 책들을 너도 보았느냐?”
“네, 거의 무협지 수준이었습니다.”
“맞다. 인간의 몸에.. 특별한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덕팔이 끄덕였다. 그러자 이연성이 부드럽게 덕팔을 불렀다.
“덕팔아..”
“… 불길하네요. 그런 부름.”
“이놈이.. 허허허, 네가 가진 그 생기라는 것 말이다. 혹시 네 스승이 준 것이냐?”
덕팔이 고개를 흔들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몸 안에 신력이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스승의 내력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죠. 그러다가 김혁성 어르신 덕분에 신력을 몸에 쌓을 수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스승님의 신력이 풀리면서 봉인이 풀린 겁니다. 모두 신력이었죠.
저번에 영감님께서 주신 미션 덕분에 신력이 과도하게 체내에 쌓이면서 다른 생각에 미쳐 몸에서 신력을 모두 뽑아내니 생기가 모인 겁니다. 저도 제가 신력이 아닌 생기를 몸에 품는 것에 대해 스승님의 개입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는데 개연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연성이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의 결론도 덕팔과 같았다.
“네 스승이 준 신력은 어떻게 되었지?”
“소룡이를 성장시키는 데 모두 사용했죠. 물론 소룡이가 땅의 힘으로 바꾸어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힘이 되었습니다.”
“그랬더냐? 허어..”
이연성이 지는 달을 바라보았다. 알 듯 알 듯하면서도 알 수가 없었다. 이번 조사로 인신이 자신의 의도대로 천문을 여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덕팔이 이렇게 협조를 할 것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고 덕팔을 회유할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도 하였다.
덕팔은 자신이 이 일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듯했다. 하여 숨김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의견도 덧붙여 주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의견들이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덕팔은 그 방법으로 자신과 전혀 다른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결국 마지막 순간에 덕팔과 자신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결국 덕팔과 마지막 승부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평온하고자 했다. 지하실에 갇혀있는 아들이 생각났다.
“네 아비를 보지 않을 것이냐?”
“보여 주실 겁니까?”
“막지 않았다.”
“위치를 알려주셔야죠.”
“저 지하에 사는 신령수가 다녀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여간 눈치도 빠르셔..”
“가고자 한다면.. 하루만 일정을 미루거라.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글쎄요. 선물이 아니라 족쇄 같은데?”
“… 선물이다.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변죽을 울리지 마라.”
“네네..”
덕팔이 끝까지 변죽을 울렸다.
***
시간에 맞춰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덕팔이 실망 어린 말을 꺼내 놓았다.
“저녁 비행기로 간다구요? 왜요? 오늘 일찍 출발해서 저랑 관광하기로 했잖아요.”
“미안해요. 저녁에 일이 생겼어요. 많이 늦지는 않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요.”
“쳇.. 알았어요. 뭐 시간은 많으니까.. 그럼 남은 시간 동안 뭐하지?”
“면세점에서 쇼핑하죠. 어때요?”
“진짜루?”
은혜가 팔짝거리며 덕팔의 팔을 잡아끌었다.
***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면세점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과 옷을 쓰고 입어본 것 같았다. 물론 은혜가 하였고 덕팔은 엄지척만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무척 힘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은혜의 쇼핑 노예가 된 덕팔은 향수 하나와, 선글래스 하나를 구입한 은혜를 대신하여 결제를 마치고 소룡을 만나기 위해 일산으로 향했다.
소룡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일정을 바꾸셔서 아르바이트에 차질이..”
“미안하구나. 그 영감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가 폐자재를 치우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밟아 내려가다 보니 철문이 나왔다. 철문은 단단히 고정되어 열 재간이 없었다. 열고자 한다면 열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를 감금하기 위한 장치만이 아닌 것 같아 신체화를 한 후 철문을 통과했다.
“왔느냐?”
구석에서 한 남자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네. 오랜만이네요.”
“보름달이 떴느냐?”
“정월 대보름입니다. 보통은 호두나, 잣 같은 것을 씹어 먹으며 액운을 쫓곤 하죠.”
“그런가? 대보름인가?”
남자가 몸을 비척이며 상체를 일으켜 세워 앉았다.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내가 어찌하고 있어야 하느냐?”
“미쳤으면 미친놈의 본분을 다하는 의미에서 광기를 풀풀 날리며 악당 노릇을 하던가! 미치지 않았으면 그 썩어가는 몸뚱이를 치료하던가! 이게 뭡니까? 어정쩡하고 애매하게.. 당신을 미워하지도, 동정하지도 못하게.. 이게… 뭡니까!”
“하아.. 그래. 맞다. 내 잘못이다. 그날 내가 죽었다면 요절한 아비로 날 기억해 주었을 것인데.”
“그날 그렇게 죽었으면 저는 당신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겠죠.”
“그 친구가 잘해준 모양이구나.”
“아주 짐 덩어리였습니다. 14살 때부터 오줌똥 받아내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죠.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20년간 아들로.. 사랑해 줬습니다. 저는 좀 더.. 좀 더..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내가 잘못한 모양이구나. 너를 위해 그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 그가 너의 존재를 알아채기 전에 널 스승에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가 그 밑바닥 인생을 힘겨워한다고 지레짐작을 했구나. 미안하다.”
“됐습니다. 당신도 편히 산 것 같지 않으니 비긴 것으로 하죠. 그러니 일어나십시오.”
“나는 네 말처럼 미쳤다. 날 살리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야 한다. 그러니 그냥 두거라.”
“왜! 미친 겁니까?”
“초란이라는 식물을 아느냐?”
“초란… 요?”
덕팔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