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64화
* * *
갑작스러운 번 아웃을 느끼고 늘어지려던 찰나에 이끌려 오게 된 노래방.
당황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뭐,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나왔으면 몰라.
입은 거라고는 잠옷으로 쓰는 후드티에, [타겟팅 스타> 당시에 질리도록 입었던 트레이닝복 바지.
그리고 슬슬 물 빠질 낌새가 보이는 빨간 머리에 뒤집어쓴 유찬 형의 모자가 전부.
결제를 내가 하는 게 아니니까 지갑은 논외로 치더라도, 엑스와 매일같이 연락하던 휴대폰까지 두고 오다니.
“허….”
내 묘한 고민 섞인 한숨이 마이크를 타고 노래방 부스를 왕왕 울렸다.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나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사람 기분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좀 더, 어? 낌새를 보고, 어? 타이밍과 조명 온도 습도를 확인하고, 어?
그런 후에 같이 나오는 게 보통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밥 먹을래?’하고 물어보길래, 그러자고 했더니 바로 식탁에 임금님 수라상이 나타난 기분이라고.
“크흡….”
그렇게 내가 잠시 어처구니가 없어 머리통을 붙잡고 신음 아닌 신음을 토해 내던 그때.
“어어, 아직 15분 더 남았어, 춘용아! 2분만 쉬고 이어서 부르자. 알겠지?”
내 곁에 털썩 주저앉은 유찬 형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게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마구 말을 뱉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일 평 남짓한 코인 노래방 부스인데, 유찬 형은 마치 대형 경기장에서 콘서트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열정 그 자체.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러는지.
나는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다가, 음 이탈 나기 직전으로 괴상한 목소리로 겨우 유찬 형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다.
“…15분 맞아요? 벌써 끝났는데, 뭐 서비스 같은 거 들어와서 더 부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어후. 아냐, 아냐. 아직 45분밖에 안 지났어. 내가 딱 오천 원만 넣었거든. 여기는 코인 노래방이라서 서비스도 안 준다니까.”
“서비스… 아니, 유찬 형. 노래방에서 항상 이렇게 노는 건 아니죠? 이렇게 놀아서야, 1시간은 무슨. 30분만에 다들 나가떨어질 것 같은데요.”
“음, 그렇지? 그래서, 친구들이랑 올 때는 항상 아쉬웠어. 다들 조금 부르다가 힘들다고 소파에 누워만 있었거든. 근데 춘용이 너는 역시 그 지옥의 서바이벌을 같이 헤쳐와서 그런지 어느 정도 텐션이 맞네!”
신이 난 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저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진짜 텐션이 맞을 리가 없잖아.
“허어억, 저, 잠, 잠깐만요! 숨 좀… 아니, 무슨 노래를 이렇게 쉬지 않고 불러대요.”
“아냐, 아냐. 너 더 부를 수 있어. 콘서트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해 봐.”
“콘서트도 중간중간에 토크하는 부분이랑 물 마시는 시간이 있어요, 형.”
“아하, 토크는 지금 하고 있고… 자, 물. 이거 마시면 바로 다음 곡 들어가는 거다? 잠깐만, 음정 조금만 더 올릴게!”
“아, 유찬 형…!”
…텐션을 맞춘 게 아니라, 쉴 틈도 없이 몰아붙여진 건데!
그렇게, ‘아뇨, 솔직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는 춤 멤버라서 많이 힘든데요!’라는 말을 내가 목구멍에서 뱉어내기 직전.
내 어깨에 흥분으로 뜨끈하게 달아오른 팔이 척, 걸리고…
“그래도 재밌지, 응? 긴장도 좀 풀리고?”
상황을 아주 정확히 관통하는 말이, 유찬 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덕분에, 나는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재밌냐고.
긴장이 풀리냐고.
“…….”
만감이 교차했다.
렉쓰레기가 아닌 김춘용으로 돌아와서는, 이런 시간을 보낼 날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강박적으로 엑스가 보내는 미션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확인하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보이는 녀석이 우리 팀에 해를 끼치려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그 모든 걸 차치하고, 오늘 이렇게 생각 없이 노래 부르며 놀았던 건, 글쎄.
정말….
“…네. 재밌네요.”
그래.
당황했다는 말로 도망치기엔, 너무 재밌었다.
멤버들이 뻔히 영상 통화로 보고 있는 걸 알면서 우리 데뷔곡을 트로트 버전으로 불러 주고, 수록곡을 2배속으로 부르고.
아, 이런 걸 또 언제 해 보겠어.
결국 백기를 들어올린 내 대답에, 유찬 형은 내 어깨를 마구 두드려 주며 끅끅 웃음을 토해냈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오늘 내일 이렇게 펑펑 놀고, 그 다음부터 다시 집중하자, 응? 다른 멤버들도 너랑 놀려고 계획을 엄청 세웠대.”
그렇게 웃는 유찬 형의 표정에는, 안도와 기쁨이 가득해서 내가 뭐라 더 말을 얹는 것도 민망할 정도였다.
“…….”
나는 여전히 약간 미끄러운 노래방 마이크를 손에 꾹 쥐고, 가만히 눈을 감으며 이 이후에 있을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폰을 두고 다니냐’며 아주 난리에 난리를 칠 엑스, 그리고 ‘정확히 언제 볼 거냐’고 분명 답장이 와 있을 연우 형.
‘숨바꼭질’ 활동 이후로 이어질 리패키지 활동과, 아직까지는 갈피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신인상의 행방까지도.
♪♩♬♪….
어느새 흘러나오고 있는 예약한 노래의 전주에, 나는 그제야 눈을 뜨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노래방 사이키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노래방 리모컨으로 손을 뻗어서 예약한 노래를 취소한 건 덤이었다.
“어? 왜! 더 부르기 싫어?”
“하하….”
살짝 당황한 듯한 유찬 형의 모습에, 나는 슬쩍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할 건 많았고, 앞으로 할 일도 많고.
지금 당장 멤버들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판단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
“…지금까지 노래 형이 다 예약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예약하려고요.”
이렇게 하루, 더해 반나절 정도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아서.
“…….”
내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유찬 형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기 무릎에 있던 노래방 리모컨을 건네줬다.
[11555 ToZ – Boyhood Ending]거기에 있는 숫자를 망설임 없이 누르며, 나는 남은 팔로 기지개를 쭉 폈다.
그래, 좋다고.
…진짜 한 번, 아무 생각 없이 놀아 보자.
* * *
그렇게,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늦은 새벽 시간.
“…네. 회신 드렸습니다. 확인받고 바로 결재 올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리패키지 준비 전에 잠깐 하루만 쉬는 날을 얻고 싶다’는 자기 담당 연예인들의 의견을 따라, 빡빡하게 짜였던 스케줄을 조율한 유호빈은,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위해 자기 집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 막 궤도에 오르려고 하는 신인들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지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이번 주 3위는… ToZ의 숨바꼭질입니다!”
‘음원 강자는 역시 여자 아이돌’이라는 공식이 팽배한 와중에 티오제가 정말 좋은 성적을 얻기도 했고, 이럴 때일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노를 빠르게 젓고 싶어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아, 커피 사왔… 지금 춘용 씨 주무시는 건가요?”
“아, 네. 헤어 메이크업 받을 때도 자더라고요. 으음,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벤 탑승 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자꾸만, 눈에 걸리는 게 있었다.
“예? 활동 끝나기 전에 안무를 맞춰 보고 싶으시다고요?”
“아, 네. 저랑 로건 페어 안무가 좀 급하게 바뀐지라, 그 부분에서 약간 다들 흐트러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좀더 정돈해서 들어가려면, 다같이 한 번 맞춰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그건 좋게 생각하지만… JDS 크루 쪽에서 춘용 씨에게 한 번 더 연락 주지 않으셨나요? 그거랑 맞추려면, 일정이 너무 빡빡할 것 같은데요.”
“아아, 그거야 뭐. 괜찮아요.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고.”
“…….”
아무리 서바이벌을 겪었다고는 해도, 자신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모 멤버 말이다.
“…후.”
마침내 메일 하나를 더 보내는 걸로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을 거의 마친 유호빈은, 업무용 안경을 벗고 피곤한 두 눈을 손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김춘용에게 빚이 있는 건 티오제 멤버들만이 아니었다.
매니저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김춘용은 유호빈이 다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향해 몸을 던지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니까.
약간 낯간지럽다고는 해도, 하나하나 따져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뭐든 열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삶에 있어 최고의 아이돌인, 레이디스완과 자꾸만 겹쳐 보이는 신기한 아이돌.
‘자꾸 쓸데없는 감상에 젖으니까 진짜 성공하는 일을 못 하고 이상한 뒤치다꺼리나 하는 거다’라고, 유호빈의 마음 속 누군가가 외치는 것도 같았지만….
띠링!
그때, 유호빈의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가 그런 생각을 바로 접게 만들어 줬다.
“…아.”
두 눈을 느리게 끔뻑인 유호빈은, 티오제 멤버들과 자신이 함께 들어가 있는 단체 메신저방 속 사진과 메시지들을 보고는 부드럽게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화성: (사진) (사진)지화성: 저는 춘용이고요 지금 화성이 폰은 저한테 있어요
지화성: 화성이 자기가 다 캐리한다고 하더니 브론즈였네요
지화성: 언제부터 브론즈가 캐리를 할 수 있었지?;
손재하: ^^
Rogan lee: Wut? Carry? 들고 나른다고요?
장시우: 로건 형 그거 아니에요
지화성: ㅁㅊ 이거 삭제 안 돼요?
지화성: 아 ㅠㅠㅠ 용용 형한테 폰 다시 뺏어왔음요 다들 잊으세요 제발 저 진짜 캐리할 수 이ㅆ다고요 구라 ㅇㅏ니라고요
방유찬: ㅋㅋㅋㅋㅋㅋ
방유찬: 아 화성이 지원 사격 좀 해 줘야겠네~
방유찬: (동영상)
방유찬: 춘용이가 아까 우리 수록곡 테크노 버전으로 부르는 영상이야 ;-D
지화성: 아싸 약점 확보
장시우: 화성 형 벌써 1시간 넘었어요 이제 제 차례예요
지화성: 뿡]
이제 막 첫 타자에게서 바톤을 넘겨 받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방식으로 그 지친 멤버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모습.
“하하….”
결국, 환하게 미소지은 유호빈은 천천히 업무용 의자에서 내려오며, 컴퓨터를 끄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래.
내일 일은 일단 내일 마쳐도 됐다.
[ToZ 리패키지 앨범 회의 참석 명단]“…아.”
컴퓨터를 끄기 직전에, 도착한 메일이 앞으로의 일이 마냥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해 줬지만.
아,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하냐고.
장시우: 골라주세요 춘용 형이 못 고르겠대요
Rogan Lee: 이거 사탕이에요?
Rogan Lee: omg 저는 prefer chocolate!!!!!
장시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장시우: 유과예요
지화성: 와 시우 진심 용용 형 데리고 한과 가게 간 거야? 지금 거기 열었음? 대박이네
손재하: 나는 떡이 더 좋아
방유찬: 재하도 진짜 대단하다 맨날 떡 먹었을 텐데 아직도 떡을 더 좋아하네
손재하: ^^
장시우: (사진) (사진)
장시우: 춘용 형은 약과가 더 좋대요 ㅠ]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은 담당 가수의 컨디션을 챙기고, 그들이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ToZ 리패키지 앨범 회의 참석 명단 Re: 신기호, 문윤하…(외 14명)]일단 당장 그들의 달콤함을 방해할 생각은, 유호빈에게는 추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