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얼마야?”
“그건 서비스!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알아야 물건을 구매할 거 아냐?”
“다음에 부적을 사려면?”
“장당 1억!”
은수의 입이 다물어졌다. S급 헌터에게도 1억이라는 돈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일주일에 1억이면 한 달에 4억, 1년이면 48억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과하군.”
“훗.. 그렇긴 해. 대신 네가 그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순 있어.”
은수의 시선이 비로소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머그컵으로 향했다.
“그 차를 너에게 공급할게. 1회 마실 분량을 50만 원에 팔 거야. 그럼 너는 그 차를 가져가서 100만 원에 팔면 돼. 대한헌터그룹 소속 헌터들에게 그 차를 팔기만 해도 엄청난 이득을 보는 거지. 꿩 먹고 알 먹고 좋지?”
“결국 모든 이득금은 네가 다 가져가게 되겠군.”
“그래도 너는 자유롭게 신력을 봉인할 수 있다는 이익이 생기지.”
“생각해 보겠다.”
“길게 고민하면 그 기회마저 날리게 될 거야. 나는 내일 모레 수련용 필드에 들어가 이 차를 팔기 시작할 거거든.”
“자신만만하군. 우리 대한헌터그룹은 많은 연구자들이 있다. 네 차 정도는 언제든 카피할 수 있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확신해.”
“좋아. 차를 내줘. 협상은 그 후에 하지.”
진우가 열 번 정도 마실 수 있는 양의 차를 봉지에 담아 주었다. 은수가 부적을 고이 접어 품에 갈무리 하곤 봉지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다음에는 내가 지정한 곳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얼마든지!”
진우가 영업용 미소를 날리며 은수를 배웅했다.
**
인신의 집 1층.
진우가 심각한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은수가 네 이복 누나라는 말이구나. 네 아버지는 최진학 회장이고…”
“응…”
“하아..”
진우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이 세상에서 벌어진 복잡한 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진우가 살았고, 언젠가 돌아가야 하는 세상에서도 아마 민수의 아버지는 최진학 회장일 것이다. 즉, 민수는 은혜의 동생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향숙은, 최진학 회장 내외와 같이 식사도 하였다. 심지어 황예리의 부탁을 받아 은혜를 인신에게 소개시키기까지 하였다. 향숙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 사람과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아도 은수가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보자고 하더라.”
“그렇겠지. 벌레가 사는 집에 다시는 오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민수야…”
민수가 꼬여 있었다. 민수가 최진학 회장과 은수를 찾아갔던 날,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수가 보이는 증오심을 고려하면 쉽게 풀릴 수 없는 마음의 골이 생겼던 것은 분명하였다.
“변호사님과 우리 아빠는 괜찮을까?”
“그게 왜?”
“아니, 최 회장은 힘이 있는 사람이야. 혹시라도 다른 마음이 있어서 두 분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
“그럼, 내가 그 사람을 죽여 버릴 거야. 17년간 그렇게 버려두고 지금에 와서 그딴 짓을 한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지.”
민수가 발끈하였다. 진우는 민수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지 못했다.
“민수야, 형하고 술 한잔 할까? 내가 맛이 기가 막힌 약주를 하나 알고 있는데…”
***
인신의 집 부엌.
간단한 안주거리를 만든 진우가 약재와 소주를 적당히 섞은 약주를 만들어 민수와 술을 홀짝이고 있을 때 덕팔이 귀가를 하였다.
술을 본 덕팔은 챙겨온 짐도 내팽개치고 달려들어 술을 벌컥거렸다.
“누나, 그거 그렇게 빨리 마시면 취할 건데?”
“괜찮아. 괜찮아. 이 누나가 한 술 하거든? 흐흐흐..”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덕팔의 손은 쉼 없이 술잔을 나르고 있었다. 민수의 울분을 풀어주기 위해 만든 술자리였는데 진우와 민수는 덕팔의 시중을 들어줘야 했다.
“민수야.. 커윽… 내가 말이야.. 13살에 대학을 갔어.. 커윽.. 생각해봐.. 13살짜리가 뭘 안다고 의대에 집어넣냐고!!”
“우.와. 누.나.는. 확.실.히. 천.재. 맞.네.”
민수가 기계적으로 리액션을 취해 주고 있었고 진우는 얼큰한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렇게.. 커어억.. 19살에 의사가 되었는데 말이야. 근데..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남자 행세를 하면서!!! 암상이나 하고 있어!! 이 꽃다운 나이에!! 이제 겨우 20살인데!!”
간을 보고 있던 진우의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민수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진우가 식탁으로 오더니 덕팔을 잡고 물었다.
“누나, 몇 살이라고?”
“이 누나는 말이야!! 스무살!! 크크크.. 이 누나를 경배하라!!”
술에 취해 눈도 풀리고, 입도 풀린 채 헤벌쭉 웃고 있는 덕팔의 뒷통수를 한 대 갈겨 주고 싶었지만 그저 한숨만 내 쉬었다.
“감쪽같이 속이면서 누나 행세를 했단 말이지!!”
어쩐지, 공항에서, 호텔에서도 덕팔은 여권을 자신이 직접 냈다. 진우가 체크인을 했음에도, 다른 일행들이 모두 여권을 진우에게 건넸음에도 덕팔은 여권을 찾는 척하며 본인이 직접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었다.
“써글…”
**
아침 일찍 등교를 한 진우가 주차장을 지나 오동나무가 있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몽달은 없었다. 첫날 등교를 하자마자 몽달을 찾았지만 몽달은 그 자리에 없었다.
계단에 앉은 진우가 고민을 하였다.
“저 오동나무 속에 월향이 있다는 건 알고 있고, 나는 영검이 필요하고.. 그럼 내가 저 검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도둑질을 하는 것 같을까? 하아.. 몽달이 이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진우는 고민했다. 헌터 협회에서 신령 칩을 만들었다면 분명 이 세상의 신령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주변을 수십 년 간 어슬렁거리던 몽달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몽달은 칩에 속박된 신령이 되어 있을 것이다.
“A급일까? 몽달이는 특별하니까 S급이 되었을까? 하아.. 은수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려나?”
띠링..
[오후 4시. 법학관 앞.]“얘는 내가 지 꼬붕인 줄 아나!!”
진우가 발끈하더니 문자를 보냈다.
“돈 필요한 내가 참는다. 참아!”
2억이나 쥐고 있는 진우는 왜 돈에 자존심을 팔고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
“어이, 발발이!”
[나는 발이다. 발발이가 아니다.]“그래 발발이.. 네가 하도 구경을 시켜달라고 해서 데리고 오긴 했는데 내 가방 속에 똥이나 오줌을 싸면 안 된다. 알았지?”
[너…너.. 지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망말을!!]“누구긴! 발발이지!”
진우가 웃으며 발을 놀려대고 있었다. 오후 수업은 4시40분에 끝나지만 진우는 마지막 수업 중에 도망을 나와야 했다. 진우에게 거액을 안겨줄 고객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법학관 1층을 내려온 진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띠링..
[늦는다. 5시에 보자.]“이런 씨!!!”
진우가 와락 인상을 쓰더니 격하게 문자를 날리곤 다시금 강의실로 달려갔다.
[네, 고객님. 조심히 오십시오.]**
강남의 모 호텔 커피숍.
“우와. 커피숍에도 룸이 있었구나.”
은수는 6시가 다 되어서야 법학관 앞에 도착하였다. 은수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진우를 태우곤 이 호텔로 왔다.
“번잡하다. 앉아.”
“네, 고객님!!”
“너의 제안에 대해서 아버지와 상의를 했다. 아버지는 반대하셨다. 가장 주된 이유가 너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적의 효과를 못 봤나 보지?”
“네 부적의 효과는 탁월했다. 하지만.. 네가 나와 같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서는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렇게 약속한 것 아니었나?”
“머리는 좋아.”
진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니, 지금 너는 신력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날 학교 벤치에서도, 너희 집에서도.. 그런데 신입생환영회 때는 가지고 있었지. 이게 무슨 의미일까? 네가 원치 않는다면 그 누구에게도 너의 능력을 숨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 즉, 너는 나를 시험한거야. 거래상대로 믿을 만 한지.”
은수는 정답을 말했다. 그것이 진우를 기쁘게 했다.
“네 아버지의 요구사항을 말해.”
“아버지를 만나. 그게 아버지의 요구였어.”
진우가 쓰게 웃었다.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고 직접 만나 판단하겠다는 것은 진우의 예상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훗.. 방심할 수가 없군.”
은수가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룸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진우가 알고 있는 이와 인상이 사뭇 다른 중년 남자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
두 남자의 눈싸움이 치열했다. 말없이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올해 스무살이라고?”
“그렇습니다.”
“나이답지 않은 눈을 가지고 있군.”
“좋은 눈이죠?”
“그래, 좋은 눈이야. 깊이가 느껴지는 아주 좋은 눈! 최진학이라고 하네.”
“오진웁니다.”
“은수한테 얘기는 들었네. 직접 먹어도 봤지. 놀랍더군.”
최진학이 말을 끊고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크으.. 그 차를 마신 이후에는 이 커피가 쓰기만 해. 어떤 땐 너무 달기도 하고 말이야. 입맛이 변했나 봐.”
“커피도 나름 괜찮은 차죠. 사람들이 워낙 이상한 걸 많이 넣어 먹어서 본연의 맛을 못 느껴서 문제지만요.”
“맞아,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어. 어떤 피라미는 너무 과대평가되었고, 잠룡은 평가 자체를 받지도 못하고 묻히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그렇지 않나?”
“글쎄요. 자신을 어필하지 못한 잠룡이라면, 미꾸라지일 수도 있겠죠.”
“후후.. 그래? 나랑 생각이 조금 다르군. 낭중지추라고 했지? 탁월함은 감춘다고 하여 감춰질 수 없는 법이야.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자네처럼!”
“한낱 피라미를 과대평가 하시는 군요.”
“왕정남이의 얘기는 들었네. 매우 어렵게 구한 칩인데 아깝더군. 진즉 그놈을 쫓아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정이 많았어. 언제고 사고를 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사람을 잘 들여야 흥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맞아, 맞아.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을 잘 들여볼 생각이네. 어떤가? 나랑 일해 보는 것이?”
“거래를 하는 자린 줄 알았더니 입사 면접을 보는 자리였군요. 하하, 저는 아직 꿈 많은 청년이라 정중히 사양을 해야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거.. 아쉽군. 그럼 거래를 해볼까?”
최진학이 한쪽 입꼬리만을 올린 채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자네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네. 단, 그 차를 독점할 수 있게 해주게.”
“독점이라…”
“대신, 대한헌터그룹이 독점하고 있는 B급 필드를 내주겠네.”
“아버지!”
“쉿! 은수는 듣고 있거라.”
“하하하.. F급 보조자에게 B급 필드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왕정남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하질 않았나? 은수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내가 모를 순 없지.”
최진학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