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5
75화
10년 전, 아버지가 그에게 끌려갈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겁에 질려 도망을 쳐야 했단 아픈 기억을 상기시켜주며 비웃고 있는 그를 향해 덕팔도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형. 이제 곧 도착할 때가 되었으니 부디 이번에는 극락왕생하십시오.”
덕팔이 품에서 천문도룡도를 꺼내 들더니 신력을 불어넣었다.
1m, 1.5m 2m, 3m까지 커진 천문도룡도가 하늘 높이 쳐들렸다가 허공을 베었다.
찌지직… 검은 세상이 갈라지고 원래의 세상이 되었다. 동시에…
[크아아아악..]그의 비명성이 들려왔다.
“아쉽군요. 사형의 극락왕생을 보지 못한 것이 애석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겠습니다.”
덕팔이 천문도룡도를 줄여 다시 품에 집어넣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국에서 온 신모가 제게 사로잡힌 적이 있었죠. 덕분에 당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비도들이 당신의 육체가 잠들어 있는 곳까지 날아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연기를 좀 했는데 괜찮았습니까?”
“배신은 아니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으니.. 이젠 돌아가십시오. 꼴도 보기 싫으니.. 마음 같아서는 사형의 극락왕생을 위해 직접 찾아가 끝을 맺고 싶습니다만, 제가 가봐야 이미 당신의 수하들이 당신의 몸을 다른 곳에 옮겨 놓았을 테니 포기하죠.
혹시라도 말입니다. 다음에 제가 보고 싶어지거든 이런 사술을 부려 힘들게 모은 신력을 낭비하지 마시고 TV를 켜고 드라마를 보십시오. 꽤 유명해질 테니 말입니다. 하하하”
검은 기운이 사라졌다. 은혜가 달려오자 덕팔이 물었다.
“완전히 사라진 겁니까?”
“네, 그는 갔어요.”
덕팔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다시 떨려 왔다. 덕팔의 상체가 그대로 뒤로 떨어지자 은혜가 덕팔을 안아주었다.
“제가 아직 신안 다음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걸 들키면 안 됩니다. 부탁드릴게요.”
은혜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공에 수인을 맺었다.
“은신!”
은혜와 덕팔의 모습이 사라졌다.
**
방문이 벌컥 열리고 진향이 들어왔다.
“어르신!”
“큰 대모님, 저 때문에 잠에서 깨신 겁니까?”
“갑자기 연락도 없이.. 그보다 이 기운은 뭐죠?”
“그가 다녀갔습니다.”
“그.. 그라면… 오라버니를 죽인 그 악적 말씀인가요?”
“예, 불행히도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괜찮으신가요?”
그의 소멸보다 덕팔의 안위가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과도하게 신력을 소모하였더니 탈진이 온 모양입니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니 주변에 사람을 들이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조치하겠어요.”
진향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자 덕팔의 모습이 스르르 사라졌다.
***
D-5.
[아저씨!]“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덕팔이 소룡과 함께 평상에 앉아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젠 두려움을 떨쳐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아직 내 몸은 그를 두려워하고 있어.”
[그럴 수는 없는 거잖습니까? 그는 아저씨의 몸을 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그 부분이 아직 풀리지 않았어.”
[그럼 이대로 숨어 지내실 겁니까? 그러기에는 아저씨의 삶이 너무 아쉽습니다.]“맞아, 그럴 순 없어.”
덕팔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의 빛이 너무 많아 저 하늘에서 빛을 내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가짜에 갇혀 진짜를 못 볼 수도 있고…”
D-4
“한유리씨는 나를 데뷔 시킬 생각이 있는 듯해. 그러니 혹시라도 그런 이유로 너의 의견을 묻거든 동조를 해줘.”
“오빠, 안 돼!”
아영이 펄쩍 뛰었다. 그러자 덕팔이 아영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이어야 돼. 지금이라면 어쩌면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러니 내 말대로 해줘. 부탁할게.”
“위험한 것은 아니지?”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게 있을 리 없잖아? 그래도 내 목숨과 영혼을 함께 구하는 일이니 도전을 해볼 만하지.”
“… 오빠.”
아영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덕팔에게 안겨 왔다.
D-2
어혜화가 덕팔을 따라 덕팔의 집으로 들어온 날. 약재를 챙겨 나가려고 하는 덕팔의 팔을 어혜화가 잡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 집안에 들인 잡귀들은 뭐죠?]“아.. 건물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근로자, 아니 머슴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타인에게 종속된 이는 덕팔 군의 진정한 종복이 될 수 없어요.]덕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자 어혜화가 덕팔과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다. 큰 신령수의 등장으로 온몸이 굳어져 있던 두 잡귀가 어혜화 앞에서 납작 엎드렸다.
[그대는 누구인가?]어혜화의 목소리에 정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바바방정식이라고 합니다요. 신령수님.] [누구의 권속이지?] […..네?]정식이 눈알을 굴리더니 잽싸게 도망을 치려하였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던 덕팔의 손에 덜미가 잡혔다.
[사…살려 주십시오. 저는 죽으면 안 되는…]“당신은 이미 죽어 잡귀가 되었습니다.”
[그..그런 말이 아니라.. 제가 그냥 이대로 소멸이 되면.. 안됩니다.]“그럼 말씀을 하세요. 누구의 권속입니까?”
“그…가 누굽니까?”
정식은 그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그저 그가 부리는 권속들에게 다시 권속이 된 잡귀에 불과하였다.
“절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거군요.”
덕팔이 실망스러운 얼굴로 정식을 내려 보자 정식이 두려운 눈으로 덕팔을 바라보았다.
[처..처음에는 그랬는데… 이곳이.. 사장님이..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 때문에..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정식이 육신이 있다면 분명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식은 고개만 떨 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뿐이었다.
[덕팔군, 소멸시킬까요?]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덕팔이 정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식은 이곳에 온 이후 헌신적이었다. 그날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암살자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역시도 신뢰를 얻기 위한 행동일지 모르겠으나 은혜의 눈에 비친 그는 선한 혼이었다. 한 번쯤 더 속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멸 말고 권속의 속박을 끊어내실 수는 없으신가요?”
[가능해요. 저자의 다리에 감긴 보이지 않는 사슬을 끊어내면 그만이니..]“정식씨,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준다면 당신의 사슬을 끊어 자유롭게 해주겠습니다.”
[하..하겠습니다.]“그럼 당신을 지배하는 자에게 가서 내가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전하세요.”
[네?]“제가 그의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전하면 됩니다.”
“큰 신령수님이 오시지 않았습니까?”
[….아, 네, 네 알겠습니다.] [너를 믿을 수 없지만, 나에 대한 너의 신뢰를 위하여…]어혜화가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자 정식의 다리에 묶여 있던 족쇄가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하..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절 의심할 겁니다.]정식이 다급히 양손을 흔들자 어혜화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나의 시험에 합격하였다. 네가 그 사슬이 끊어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 너는 즉시 소멸하였을 것이다. 가거라.]정식이 덕팔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지하실에서 사라졌다.
[그를 믿지 말아요.]“알겠습니다.”
D-1.
“안 돼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어요.”
“숨어 있다가 그가 오면 그의 상태만 알려주면 됩니다. 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은혜씨 뿐이에요.”
“위험해요. 절대 안 될 일이에요.”
“부탁드립니다. 은혜씨. 어쩌면 이 기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요.”
“차라리… 도망을 가요. 더 이상 찾지 않을 테니.. 도망을.. 그럼 살아 있잖아요.”
“어디로 도망을 갑니까? 그의 눈이 닿지 않았던 곳은 오직 스승님의 그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그늘도 사라졌죠.”
덕팔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은혜는 덕팔의 뜻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살아야 해요. 알죠? 살아서.. 살아서.. 제 청혼도 받아 줘야 하고….”
덕팔이 웃으며 은혜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 문제는 이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젭니다.”
“칫, 안 통해!”
덕팔이 은혜를 설득하고 정원으로 나오니 어혜화가 걱정 어린 얼굴로 덕팔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것은 덕팔 군이 더 잘 알 테니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 단지… 그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공포에 잠식이 되어 몸을 떨어야 하는 덕팔 군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궁금할 뿐이에요.]덕팔이 신령수 아래에 앉았다.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세상에 나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여러 어긋남이 보였습니다.”
“네, 그렇긴 한데 그 어긋남이 모두 저로 인해 비롯된 것들이었습니다.”
[그게 뭐죠?]덕팔이 고개를 저었다.
“그를 상대로 도박을 해 볼 생각입니다. 제가 추측하고 있는 이야기를 던져주고 그를 살필 겁니다. 그가 순순히 제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힌트는 얻을 수 있겠죠.”
[덕팔군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덕팔군의 목숨만큼 중요하다곤 생각하지 않아요.]“그는 절 죽이지도 제 몸을 빼앗지도 못합니다. 그런 확신을 가졌기에 두렵지만, 도박을 거는 겁니다.”
[덕팔 군… 나는 덕팔 군이 수년간 신령수 아래에서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매일 보았어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해도 그만인 일을 서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답니다.]어혜화의 우려의 목소리에 덕팔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를 일이랍니다.”
D-day.
덕팔이 조용히 집을 나오며 품 안에서 비도 세 개를 꺼내 손에 쥐었다.
“너희만 믿는다. 표적을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너희의 능력을 믿었기에 이 계획이 가능한 것이었으니 꼭 그의 백에 나의 신력을 심어줘.”
그리고 그날 밤.
반쯤 썩은 시체가 몸을 일으켰다.
“크억.. 쿨럭..쿨럭..”
“주군, 몸을 해하던 비도들은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그러니 안정을 취하시고 어서 몸을 회복하십시오.”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들이 남자 앞에 엎드려 있었다.
“나의 종속들아.”
“명하십시오. 주군.”
“나의 새로운 몸을 찾아오라.”
“주군….”
“나의 조급함 때문에 그 아이가 비밀을 눈치챘다. 감히 이 몸에 신력을 심어놓다니..”
“소인들이 비루하여 주군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였습니다. 죽여주십시오.”
“아니다. 그 아이는 인신, 그 영감의 제자이니 그럴 만도 하지. 그 아이의 몸을 취하는 계획은 오늘부로 포기한다.”
“그러나 주군,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그 아이의 몸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20년을 기다렸지만 내가 품지 못한 그릇이다. 그 아이에게 온전히 신경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니, 더 이상 그때를 늦출 수 없다. 명대로 시행하라.”
“알겠나이다. 주군.”
“단지… 그 아이의 오만방자함에도 경고를 해 주어야겠지?”
“적당한 아이들을 보내겠습니다.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