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68)
확실히 천무련 수색조가 전멸을 당할 만했다.
‘가만, 그런데 천무련에서 이곳 위치를 알고 있을까?’
수색조가 전멸을 당했다면 그들이 수색할 예정이었던 지역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 뿐, 정확한 위치는 모를 게 분명하다.
연하린은 복잡해지려는 머릿속을 싹 비웠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움직일 때였다.
연하린이 막 성무흔을 향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유백산이 먼저 성무흔에게 달려들었다.
“이노옴!”
유백산의 분노는 어마어마했다.
그는 뒷일 따위 생각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성무흔에게 검격을 날렸다.
꽈아아앙!
굉음과 함께 성무흔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거나 낭패한 표정이 아니었다. 물러나면서도 지극히 담담했다.
“오오, 역시 비무대회 준우승자 다운 실력이로군.”
유백산은 마치 성무흔이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쩌쩌저저정!
성무흔은 유백산의 검을 차분하게 모조리 막아냈다.
하지만 연하린이 보기에 성무흔은 유백산의 상대가 못 된다. 아직 유백산은 자신의 진짜 특기를 꺼내지도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유백산의 검에 뇌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꽈르르릉!
벼락이 몰아치자, 성무흔도 모든 집중력을 써서 유백산의 공격을 막고 피했다.
연하린은 유백산을 도와서 성무흔을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한데 그 순간 유백산이 외쳤다.
“이자는 내게 맡겨 주시오! 부탁드리겠소!”
유백산이 피를 토하듯 그렇게 말하는데 어찌 무시하겠는가.
연하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채 쪽으로 달려갔다.
연하린이 사라지자, 성무흔이 히죽 웃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인데······ 과연 이 뒤는 어찌 될지 궁금하군.”
“뭐라고?”
“저 산채로 연하린을 유인하는 것이 내 목적이었단 뜻이야.”
유백산의 안색이 확 굳었다. 하지만 몸을 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성무흔이 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명백히 유백산이 성무흔보다 강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게다가 성무흔에게는 유백산의 뇌기가 잘 안 통했다.
뇌기를 몸으로 맞고도 별달리 충격을 받은 기색 없이 검을 휘둘렀다.
유백산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초조한 마음이 검에 들어가니 검격이 빠르고 조급해졌다.
성무흔은 얄미울 정도로 자신의 속도와 결을 유지하면서 유백산을 상대했다.
이런 식으로 싸움이 이어지면, 자신이 비록 좀 약하더라도 결국은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었고.
성무흔의 입가에 드리운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 * *
연하린은 산채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짙어지는 음습한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저 기분만 좀 나쁜 정도였는데, 가까이 가니 실제로 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음습한 기운이 연하린의 몸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그러자 연하린이 가진 영력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연하린이 굳이 의념을 부여하지 않았는데도 영력이 일어나 음습한 기운을 튕겨냈다.
영력에 의해 튕겨난 기운이 주변 기운과 충돌하면서 그대로 소멸했다.
음습한 기운은 소멸하면서 푸르스름한 불길을 뿜어냈는데, 그 불길이 또 음습한 기운을 잡아먹었다.
산채에 다가갈수록 기운의 밀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푸르스름한 불길도 커졌다.
마치 연하린이 푸른 불길에 휩싸인 채 달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연하린은 그것이 신기하면서도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려 애썼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방심하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뒤돌아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있을 싸움이 기대 돼서 피가 끓어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내 산채에 도착했다.
아까 멀리서 봤을 때는 분명히 산채 밖으로 나온 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었다.
연하린은 일단 산채를 두른 울타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슈가가가각!
통나무를 촘촘하게 세워 만든 울타리였는데, 연하린의 검에서 튀어나온 검기가 그것들을 조각 내 버렸다.
쿠구구궁!
울타리가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쏟아졌다.
무너진 울타리 너머 산채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오랫동안 쓰려고 제대로 만든 산채는 결코 아니었다.
통나무로 만든 울타리를 보면,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을 것 같은데, 산채 안쪽은 그저 커다란 막사 몇 개가 세워져 있는 것이 다였다.
연하린은 무너진 울타리를 넘어 산채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막사 뒤쪽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연하린을 크게 포위했다.
산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대단한 기운과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묘한 느낌이 아마 음습한 기운의 정체인 듯했다.
연하린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손에 든 검을 언제든 휘두를 수 있게 준비했다.
둘러싼 자들의 수는 백 명이 넘는 듯했다.
타탓!
갑자기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연하린은 부드럽게 몸을 회전시키며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쩌정!
달려든 두 사람은 제법 커다란 도를 들고 있었는데, 연하린의 검을 막자, 대번에 도신에 금이 쩍쩍 갔다.
두 사내는 연하린의 검격을 막아낸 힘을 이용해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설마 일격에 도가 망가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연하린은 물러나는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곧장 쫓아가 추가 검격을 날렸다.
쩌정!
어느새 달려온 또 다른 사내들이 연하린의 검격을 막아냈다.
그들 역시 커다란 도를 들고 있었는데, 도의 이가 툭툭 나가 버렸다.
아마 제대로 일격을 정면에서 막으면 이 도 역시 망가질 것이다.
“보통이 아니야! 섣불리 나서지 마!”
누군가의 외침에 포위한 자들이 긴장하며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가만히 멈춰 있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편이 상대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어서 유리하다.
연하린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눈을 빛내며 주위를 슥 둘러봤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저들이 저렇게 기다리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건 결코 아닐 테고.
연하린은 즉시 몸을 날렸다.
온 힘을 다 뽑아내 검에 담아 그대로 내리쳤다.
꽈앙!
연하린의 검격을 받은 자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양옆에 있던 두 사내가 거칠게 도를 휘둘렀다.
쩌정!
연하린은 순식간에 균형을 잡으며 두 개의 도를 쳐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몸을 날려 검을 내질렀다.
꽈앙!
공격을 받은 사내가 도의 넓적한 면으로 연하린의 찌르기를 막아냈지만, 연하린의 검은 도를 깨부수며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푸욱!
사내의 목을 꿰뚫은 뒤, 연하린이 뒤로 쭉 물러나며 검을 사방으로 휘저었다.
쩌저저저정!
연하린을 향해 마구 쏟아지던 도격들이 사방으로 튕겨났다. 아무렇게나 휘저은 것 같지만 정확한 계산에 의해 휘두른 검격들이었다.
그때부터 난전이 시작되었다.
연하린이 원하던 상황이기도 했다.
사방에서 도격이 쏟아졌다. 적들은 동료의 안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도를 휘둘렀다.
그건 연하린도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의 팔을 자름과 동시에 자신의 손목을 노릴 거라고 어찌 예상하겠는가.
하지만 연하린은 임기응변을 발휘해 위기 상황들을 연이어 타파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점점 더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리고 공방이 더욱 정교해졌다.
싸우면서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확 보일 정도였다.
연하린을 상대하던 자들이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 중 한 명이 무작정 연하린을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마치 찌를 테면 찔러 보라는 듯한 몸짓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게 분명했다.
연하린의 직감이 저 사내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럴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연하린은 사내가 근처에 다가온 순간, 옆으로 몸을 훌쩍 띄웠다.
꽈아아아아아앙!
달려들던 사내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그 폭발은 근처에 있던 그의 동료들까지 잡아먹었다.
연하린은 허공에 뜬 채 폭발로 인해 쏟아지는 피와 살점, 뼛조각들을 맞이해야 했다.
그녀는 폭발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힘을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내공을 쓰지 않고 영력을 써서 넓은 막을 만들었다.
그 막이 큰 역할을 했다.
폭발의 힘을 받아 더 위로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해 날아오는 파편을 막아내는 것까지 말이다.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데, 착지점에 사내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눈이 살기와 음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연하린은 이를 악물고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남은 내공과 영력을 거기에 모조리 쏟아 넣었다.
그녀의 몸이 푸르스름한 불꽃에 휩싸였다.
주변에 깔린 음습한 기운들을 영력이 나서서 맹렬히 태우는 것이다.
연하린이 검을 바닥에 꽂듯이 내려찍었다.
그런 연하린을 향해 무수한 도격이 위로 솟구쳤다.
꽈아아아아앙!
연하린의 검이 날아오는 모든 도를 박살 냈다.
그리고 바닥에 착지하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폭풍처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아!
사내들이 충격파에 휘청거리다가 균형을 잡고 즉시 연하린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상대는 지금 무리한 상태다. 그러니 지금까지처럼 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사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연하린에게 도를 휘둘렀다.
채채채채채챙!
연하린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러 공격을 막아냈다.
아까처럼 검에 기운을 잔뜩 불어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연하린은 연하린이었다. 그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도격을 유연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결국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사내들의 공격은 더욱 강하고 거칠어졌다. 정교한 움직임은 버리고 도에 최대한 많은 힘을 담아 휘둘렀다.
그 때마다 연하린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녀는 도격을 교묘하게 흘려냈다.
몸에 상처가 늘어났지만, 연하린의 눈빛은 처음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새로운 경지에 한 발 들어섰다.
사내들의 도가 연하린의 몸을 스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도 점점 더 방어가 완벽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들에게는 도를 휘두르는 것 말고도 다양한 공격 방식이 있었다.
더 이상 도격만으로는 연하린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그 중 한 명이 연하린에게 달려들었다.
연하린의 대응은 놀라웠다. 달려드는 사내에게 오히려 돌진해 그가 달려드는 힘을 이용해 멀리 날려 버렸다.
꽈아아아아앙!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그 아래에 있던 다른 사내들에게 피와 살점, 뼛조각들이 마구 쏟아졌다.
연하린은 어느새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고, 폭발이 끝나자 다시 사내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젠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여기 있는 자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수가 몇이나 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사내들 역시 그것을 깨달았는지 아까처럼 거세게 공격하지 않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짝! 짝! 짝! 짝!
마치 손뼉 한 번 한 번에 심혈을 기울이듯 천천히 손을 맞부딪쳤는데, 그 때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기파가 일어나 좌중을 휩쓸고 지나갔다.
연하린은 고개를 돌려 손뼉을 치는 사람을 쳐다봤다.
젊은 사내였다. 그는 연하린이 자신을 보자, 그제야 손뼉 치는 것을 멈췄다.
“하, 그저 벽태산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아이로구나?”
연하린의 표정이 확 굳었다.
“내가 우리 공자님의 미끼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사내가 씨익 웃었다.
“당연하지. 네가 비무할 때마다 찾아와서 그렇게 애틋하게 지켜보다 돌아갔는데, 그 정도면 미끼로 충분하지. 암.”
“뭐?”
연하린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비무할 때마다 벽태산이 보고 갔다는 사실에도 놀랐고, 만일 그랬다면 존재감을 지운 상태일 텐데, 그걸 저자가 알아봤다는 것에도 놀랐다.
사내가 더없이 비열하면서도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내 장난감들이랑 재롱떠느라 고생 많았다. 자, 이제 슬슬 새 판을 깔아보자꾸나.”
사내는 연하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도 곧 내 장난감이 될 테니 영광으로 알아라.”
“미친놈.”
연하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투지를 한껏 끌어냈다. 죽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결연한 눈빛이 사내를 꿰뚫을 듯 쏘아졌다.
끝
“성미도 급하구나.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 천천히 얘기나 해보자꾸나.”
연하린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기세를 피워 올리다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상대는 가늠이 안 될 정도의 고수였다. 한데 지금 자신은 만전의 상태가 아니다.
시간을 조금만 끌면 좀 더 좋은 상태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화옥이나 천무련이 뭔가 조치를 하면 더 좋겠지만.’
한데 분위기를 보니 그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듯했다.
정말 작정하고 자신을 이리로 유인했다는 것이 크게 느껴졌다.
연하린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른 자들을 슥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