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34)
벽태산이 고개를 돌려 비검을 쳐다봤다.
“가서 환마를 데려와라.”
비검은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존명.”
그는 경공까지 펼치며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 엎드려 있던 환마의 목덜미를 쥐고 마치 날아오르듯이 오 층으로 달려왔다.
환마를 내려놓자, 벽태산이 말했다.
“일어나라.”
환마는 고통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주위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리고 일곱 후계자들 쪽을 힐끗 바라봤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겠느냐.”
환마는 즉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환마는 자신의 쓸모를 최대한 입증하고 싶었기에 항상 최선의 대답을 내놓으려 애썼다.
벽태산이 담담히 물었다.
“네가 얼마나 개입했느냐.”
환마가 순간 멈칫했다. 이건 자신 혼자서만 벌인 일이 아니었다.
아직 천마신교 내에는 무명의 세작들이 제법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을 전부 솎아내는 건 아마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한데 자신이 그들에 대해 얘기하면 나중에 보복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설마 내가 너 하나 잡으면 끝날 거라고 여겼겠느냐.”
환마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하오문과 월영단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구나.”
환마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벽태산이 담담히 말했다.
“넌 가서 더 엎드려 있어라.”
그 순간, 환마는 자신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기,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환마는 벽태산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어느새 바닥에 공손히 엎드린 자세가 되었으니까.
벽태산이 비검을 슬쩍 쳐다보자, 비검이 얼른 환마를 들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벽태산의 시선이 이번엔 혁련대호에게로 향했다.
“나한테 할 말 없느냐.”
혁련대호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른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벽태산이 담담히 물었다.
“무명의 본거지에 가본 적이 있느냐.”
혁련대호는 입을 다물었다. 벽태산의 태도와 말투에서 확신을 느꼈다.
벽태산은 자신이 무명에서 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마 저 확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벽태산은 피식 웃었다.
“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혁련대호의 눈이 커다래졌다. 저 말은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뜻 아닌가.
벽태산이 일곱 사람을 다시 한 번 슥 둘러봤다.
“얼른 다음 천마가 되어라.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까.”
일곱 사람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벽태산은 그들이 놀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불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공예랑을 쳐다봤다.
사공예랑이 마침 벽태산을 보다가 눈이 마주쳐 화들짝 놀랐다.
“너도 저리로 가라.”
“예?”
사공예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 저요? 저기에요?”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공예랑은 벽태산의 눈빛이 무서워 슬금슬금 일곱 후계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섰다.
벽태산은 그들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만 가보라는 듯이.
일곱 후계자는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물러갔다.
그리고 사공예랑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빛으로 연신 벽태산을 바라봤다.
벽태산이 그걸 보며 씨익 웃었다.
“여자도 한 번쯤 나올 때가 됐지.”
확신에 찬 어조였다.
끝
“공자님, 괜찮겠습니까?”
일곱 사람과 사공예랑이 나가고, 사공예랑을 돕기 위해 비검이 따라가자, 화옥이 벽태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말이냐.”
“혁련대호, 무명에서 심은 자로 보이는데, 저렇게 후계자 자리에 계속 둬도 괜찮겠습니까?”
“무명에서 여기 심은 놈들, 다 찾았느냐?”
화옥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다 못 찾았습니다. 추정하기로는 지금까지 색출한 자들이 총 인원의 절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버려뒀다.”
“아!”
화옥은 바로 알아차렸다.
무명의 세작들은 그동안 은밀하게 혁련대호를 지원했다. 환마도 은근히 혁련대호를 밀어주었고.
그리고 무명의 세작들은 환마도 도와주었다.
그걸 토대로 그들을 색출했는데, 이젠 슬슬 한계가 왔다.
세작을 색출하려면 그들이 세작질을 해야 하는데, 꽁꽁 숨어 있으니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후계자 경쟁이 시작되면 그들도 혁련대호를 돕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색출해 내면 된다.
물론 조심하느라 안 움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을 흔들 방법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공예랑한테 가서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전해라.”
그 말에 화옥이 눈을 크게 뜨고 벽태산을 바라봤다.
“그 말씀은······ 사공예랑이 증혼마공을 바로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 이미 상황이 끝났다. 사공예랑은 증혼마공을 익힐 준비가 끝났어. 아마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릴 것이다.”
화옥은 정말 놀랐다.
그녀는 여기에 온 이후 천마의 후계자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했다.
그렇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후계자가 천마로 선정되는지 제법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현천진이 발동한 상황에서 천마가 되려면 보통 십 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
후계자들은 후보가 된 순간부터, 증혼마공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수련을 시작한다.
그런데도 십 년 가까이 걸리는 것이다.
그만큼 증혼마공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데 그런 증혼마공을 하루나 이틀 만에 익힐 수 있다니.
“혹시······ 공자님께서 증혼마공을 전수해 주셨습니까?”
“증혼마공은 그런 게 아니다. 누가 전수해주고 말고 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사람마다 익히고 수련하고 쓰는 방식이 전부 다르니까.”
화옥은 흥미로운 눈으로 벽태산을 바라봤다. 증혼마공이 이런 식인 줄은 몰랐다.
“그저 증혼마공을 익히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할 뿐이다.”
화옥은 그 순간 무언가 번뜩 떠올랐다.
“영력이로군요.”
“정확하다. 천마신교의 기본 무공들을 대성한 후, 그것을 초월하면 영력을 깨달을 수 있다. 애초에 그걸 위해 만든 무공이니까.”
한데 사공예랑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죽음을 경험하면서 영력을 깨웠으니까.
즉, 언제든 증혼마공을 익힐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벽태산의 사람들 전부 마찬가지로 증혼마공을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
화옥은 벽태산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는 걸 발견했다.
‘공자님은 무언가 다른 걸 기대하시는 모양이구나.’
사공예랑이 단순히 천마가 되는 것 말고 또 기대하는 것이 있는 듯했다.
화옥은 그것 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을 먼저 언급했다.
“하면 누구든 상관없었을 것 아닙니까. 사공예랑은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일견 화옥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벽태산은 단호히 말했다.
“그 아이가 날 배신할 것 같으냐?”
화옥은 입을 다물었다.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으니까.
이건 논리나 이성적인 판단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본능과 감각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런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원래라면 그런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한데 왠지 지금은 그냥 확신이 들었다.
“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됐지 않느냐. 왜? 네가 한 번 해보고 싶었느냐?”
화옥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전 싫습니다!”
너무나 단호하고 강하게 거부했는지라 벽태산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화옥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천마가 될 수 있는 기회다. 네가 원한다면 네게 줄 수 있다.”
화옥은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전 싫습니다. 그럼 여기 남아야 하지 않습니까. 전······ 공자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벽태산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그럼 그러든가.”
벽태산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뭐 하고 있느냐. 사공예랑한테 가지 않고. 그 아이가 너무 빨리 끝내면 무명의 세작들을 잡기 곤란해지지 않겠느냐?”
화옥이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물러가겠습니다.”
그녀는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벽태산이 그런 화옥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살짝 올라간 입가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
사공예랑은 다른 후계자 후보들과 함께 그들이 머무는 숙소로 향했다.
중간에 화옥이 와서 귓속말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 말고는 별다른 일 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그들의 숙소는 천마신교 내부가 아니라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사공예랑은 그것을 온전히 수련에만 몰두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사라졌다.
이 장소가 특별했다.
이곳은 영력이 샘솟는 땅, 영맥이었다.
사공예랑은 슬쩍 고개를 들어 앞장서서 가고 있는 비검을 바라봤다.
비검 역시 뭔가를 느낀 모양인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공예랑은 반사적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들 모르는 모양이네.’
사공예랑은 충분히 이해했다. 사실 영력을 깨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들이 영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머지 일곱 사람은 각자의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비검은 사공예랑을 데리고 숙소 뒤쪽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들어선 순간, 사공예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고개를 휙 돌려 놀란 눈으로 비검을 바라봤다.
“여기······.”
“맞다. 여기서 증혼마공을 깨달아야 한다.”
사공예랑은 비로소 아까 화옥이 왜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어떤 식으로 수련해야 하는지 들어온 순간 알 수 있었다.
이런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과연 천마신교는 천마신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좀 알겠느냐?”
비검은 신기한 눈으로 사공예랑을 바라봤다.
솔직히 자신은 이곳에 영력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사공예랑은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이것이 재능의 차이로구나.’
벽태산이 사공예랑을 이쪽으로 보낸다고 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여기 와서 사공예랑의 저 말도 안 되는 재능의 일부를 확인하고 나니, 벽태산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 말고 또 보여주실 곳이 있나요?”
비검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전부다.”
“그럼······.”
사공예랑은 그럼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말하려 했다. 한데 숙소에서 다른 후계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혁련대호였다.
“이제 들어가려던 모양이군요. 저희는 이제부터 수련을 시작하려는데.”
사공예랑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저도 같이 해도 되죠? 재미있을 것 같네요.”
“재미?”
혁련대호의 입매가 뒤틀렸다.
“그따위 마음가짐으로는 여기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요.”
사공예랑이 해맑게 웃었다.
“오래 있을 생각 없는데요?”
혁련대호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그분께 뭔가 따로 배운 게 있소? 기본 무공은 배웠을 테고······.”
“기본 무공이 뭐죠?”
혁련대호는 그 말을 듣고 사공예랑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
한데 표정을 보니 정말로 모르는 듯했다.
“이건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설마 기본 무공도 익히지 않은 채 왔을 줄이야. 하면 뭘 배우셨소?”
“그냥······ 한 번 죽었어요.”
“뭐?”
사공예랑의 말을 이해한 사람은 뒤에서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비검이 유일했다.
죽어야 깨울 수 있는 것이 영력이었다. 아마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리라. 벽태산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혁련대호를 비롯한 나머지 후계자들의 표정이 아까보다 많이 밝아졌다.
아무래도 사공예랑은 경쟁자가 아닌 듯했기 때문이다.
“혹시 그 기본 무공이라는 거, 저도 배울 수 있나요?”
사공예랑이 고개를 돌려 비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비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 않으니 지금 알려주마.”
비검은 사공예랑을 연무장 한쪽 끝으로 데려간 다음 기본 무공들을 차근차근 전수했다.
사공예랑은 영력에 대한 재능만큼은 아니지만, 무공에 대한 재능도 상당했기에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기본 무공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쌓았다.
그리고 일곱 후계자들은 각자 알아서 수련을 하며, 연신 사공예랑 쪽을 훔쳐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