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483)
Chapter 483 – 괴선(怪仙).
시간이 흘러, 내가 가주실 밖으로 나올 즈음엔.
어느덧 정오가 훌쩍 지나 보일 시점이었다.
가주실로 들어갈 무렵이 정오를 지나지 않았을 무렵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오래 대화를 한 것이리라.
‘음.’
하늘을 힐끗 보곤 뒤편에 독왕의 거처를 살폈다.
‘아쉽네.’
그렇게 긴 시간을 대화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독왕과의 담화에선 크게 얻은 게 없다는 점이다.
이득을 따지자면, 독천호수에 관해선 사고로 넘어간다는 점과.
독천단의 출처와 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 정도.
내가 사천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충 꾸며서 독왕에게 말해 놓았다.
이는 독천단을 얻게 된 경위와 섞어 답을 했는데.
이걸 답하는 부분에서.
‘미 부인을 팔아먹어야 했지만…. 괜찮겠지?’
하남에서 떠나기 전, 미 부인이 필요하다면 힘을 쓰라고 했던 게 떠올라 뱉은 말이다.
독천단을 백화상단에서 우연히 습득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천무지체 탄생계획에 관한 얘기와.
이를 아직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게 독왕에게 내가 말한 것들이었다.
‘믿는 얼굴은 아니었지.’
물론, 독왕이 모두 믿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입수했다는 독천단이 앞에 있었고.
하물며.
‘천무지체 탄생계획. 이게 문제였을 터.’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당문 안에서만 비밀리에 진행되던 계획을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을 것이다.
여기서 거슬리는 게 하나 더 있다면.
-다 알겠소만. 구 공자.
-예.
-… 그럼 그대가 구태여 이 일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무엇이오. 이는 백화상단의 뜻이오?
독천단을 얻은 건 둘째치고. 어째서 내가 당문의 썩은 부분을 직접 도려내려 하는 것인가.
그게 독왕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의문일 터였고.
내가 답하기 제일 껄끄러운 부분이었다.
독천단을 얻었으면 모른 척 가져가면 그만이고.
당문의 더러운 부분을 발견했다고 직접 이리 나설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내가 구태여 나서는 이유.
독왕은 앞에 있는 독천단보다는 그게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야 하지만.
‘다른 인간들보단 낫군.’
당장 앞에 있는 보물보다 건너에 있는 이유를 찾는 것.
이 당연한 일을 못 해 썩고 곯아버린 정파를 생각하자면, 독왕은 처음 내가 봤던 기준 그대로 였다.
‘가장 가주다운 가주.’
무인보단 가주에 치중된 인물.
하나.
‘시야는 이상하게 넓지 못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눈을 일부러 감고 있는 건가?’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제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독왕의 묻던 이유에 대해 내가 꺼내놓은 대답은 하나다.
여러 대답을 준비해놨고. 또한, 맞춰서 상황을 꾸밀 수도 있었으나.
이것만큼은 거짓으로 내뱉고 싶지는 않았다.
-당 소저가 이 일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거든요.
-…!
제 딸에 관한 얘기가 나오니 독왕의 표정이 급변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가주님의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당신의 허락은 관심 없다.
당소열이 관련된 이상 나는 일을 치를 거라는 선언이었다.
-부디 가주님께선 이 일과 관련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독왕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이 일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 같았고.
당장 앞에 있는 독천단의 문제도 생겨버린 탓인지 표정이 더욱이 어두워진다.
‘그 정도면 독천단의 제조법을 알고 있다는 걸 말했다간 큰일이겠군.’
그렇지 않더라도 이건 가지고 있을 예정이다.
재료도 당장 쓸 수 없는 게 문제였고, 지금은 써먹을 때도 아니었다.
내 말에 진실을 찾는 것인지, 혹은 예상치 못한 일에 혼란이 온 것인지.
독왕은 여러 가지 감정이 깃든 표정을 짓더니
-…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소.
그리 말하며 내게 나가 달라 청하더라.
‘생각이라.’
생각이라 말하긴 했으나. 분명 일에 대한 진상을 찾고자 할 게 뻔했다.
이것만 보자면.
‘독왕은 일에 관련이 없다는 걸까.’
이번 만남을 결국, 독왕이 이 일과 관련이 있나 없나 떠보기 위함이었다.
아직 이에 대한 확신은 얻지 못했지만.
‘당장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되겠는데.’
우선 그렇게 봐도 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만약 독왕까지 이쪽 일과 관련이 있었다면.
‘독왕까지 다 죽였어야 했을 테니까.’
어떻게 죽여야 할지는 따로 생각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하니 다행이겠지. 독왕을 죽이진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으니까.
‘이제 알아봐야 할 건….’
당문의 장로가 뒤에서 수작을 벌이고 있다면.
어떤 놈이 어디에서 어떻게 행하고 있냐는 것.
이걸 따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까딱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닐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냐.]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 노야였다.
‘이젠 나타나셔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 네 속이 잠잠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느니라.]‘그건 다행이네요.’
그릇이 깨지는 걸 막고자 온 힘을 다하던 신 노야.
그 탓에 나타나지 못하고 계속 심상 속에만 있었는데. 이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닐 거라는 생각은 안 하냐고?
신 노야가 내게 걸어온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했다.
‘당제문 여사님이 했던 부탁이 그건데. 의심을 따로 해야 합니까?’
[…]슬쩍 여사님이라고 놀려봤는데. 신 노야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되려 우중충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뭔 일이라도 있었나.’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혹여 무슨 일이라도 있던던가?
의문이 떠오르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묻지 말라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니면 다행인 건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지가 않아서요.’
당제문이 내게 했던 부탁.
그건 당문의 비틀리고 썩어버린 부분을 도려내 달라는 말이었다.
이 부분을 듣자마자 썩은 부분이 뭔지는 뻔한 얘기다.
거기에 당소열이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말까지.
이걸 보자면.
나는 전생의 독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정녕 미래의 당문에서 무언가를 겪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번엔 그렇게 둘 수 없지.’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없도록 이번엔 미리 싹을 잘라 놓아야 했다.
내가 당제문에게 괜찮겠냐고 했던 저의가 바로, 당신네 혈족을 죽여야 할지 모르는데, 정말 괜찮겠냐는 물음이었고.
이 뜻을 알면서도 당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내어준 것이다.
이건 할 수 있냐 없냐의 부분이 아니다.
당제문이 직접 당소열을 언급하며 얘기했던 만큼.
내게는 해야 할 일이라는 뜻과 같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게 우선이었는데.
다행히.
내게는 무엇보다 좋은 패가 있었다.
“그러니까.”
뒤를 보며 말을 내뱉었다.
내 말을 들은 누군가가 어깨를 떨며 흠칫한다.
나히였다.
내게 겁을 먹었는지 벌벌 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한테 들어야 할 말이 좀 많을 것 같은데.”
말을 들은 나히는,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못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끄덕이는 것 말고는 없었다.
내가 그 외에 대답은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직후 발길이 향한 곳은 애들이 있는 거처였다.
마음 같아선 제일 처음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일이 많이 생긴 터라 그러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제법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걸어가니.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익-! 쉭!
검을 휘두르는 소리였다.
기감을 따로 높이진 않았다.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들렸고 보였으니 말이다.
‘음.’
오히려 급격히 높아진 기감에 적응이 되질 않아 불편하기까지 했다.
[허 참, 배부른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구나.]‘… 정말인 걸 어떡합니까.’
누군가에겐 부러운 일인 걸 알고 있지만, 그런 거에 빠져들 시간은 없었다.
그저 빨리 적응한다.
지금 염두에 둘 일은 그뿐이었다.
그렇게 거처에 도착했을 즈음. 나는 계속해서 나고 있는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위설아와 남궁비아였다.
‘…’
종종 둘이 비무를 하는 걸 보기는 했다만.
여러 일을 겪어서일까.
땀을 연신 흘리며 검을 맞대고 있는 둘을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아쉽네.’
가장 큰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그때의 소검성이든.
그때의 마검후든.
그렇게 갑작스럽게 헤어지는 것만 아니었다면, 조금의 대화는 더 해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이는 미련일까?
아마 미련이 맞을 것이다.
특히 남궁비아를 떠올리니 속이 쓰렸다.
‘마지막에…. 말하지 못했다.’
휘말려 사라지는 통에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그게 마음에 걸려 어지간히 쓰라렸다.
게다가.
시선이 움직이며 위설아에게 향했다.
‘색이 더 연해졌군.’
갈색빛이 강하던 머리칼은 더 밝아져 금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못해도 이삼 년 안에는 찬란한 금발로 바뀌겠지.
천천히 위설아의 상태를 살폈다.
땀이 가득 흘러 머리칼이 피부에 들러 붙어있다.
지친 듯 숨이 거친 와중에도 눈동자는 남궁비아의 검 끝에 향한다.
체력이 문제인지 팔이 떨리지만, 검을 휘두를 때는 떨림이 사라진다.
그 상태로 끊임없이 검을 휘두른다.
그녀의 검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무어를 위한 간절함일까.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물며, 무엇이 문제인지 나는 위설아를 보며 묘한 기색을 느껴야 했다.
‘돌겠군.’
그녀를 볼 때마다 신검과 더불어 흑발의 누군가가 스쳐 떠오르기 때문이다.
천마.
나도 모르게 천마를 떠올리고 있었다.
‘지랄하네 진짜.’
이게 다 당제문이 내게 했던 말들 때문이리라.
의미심장하게 말을 뱉어둔 탓에, 내 머릿속 한구석에 그녀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혀 버렸다.
‘그렇다고 천마를 떠올려?’
진짜 미친 걸까.
죽여 없애야 할 존재를 위설아를 보며 떠올리다니.
미친 게 아니면 답이 없는 일이다.
“… 후.”
멈칫-!
지친 듯 내뱉은 한숨에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춘다.
“어! 공자님?”
위설아와 남궁비아가 날 확인하고는 곧장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걸 보며 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네? 어제도 봤잖아요.”
“아.”
그랬던가.
그러네, 그랬던 것 같다.
호수로 향하기 전날에 마주했었지.
내 입장에선 며칠이 지난 시점이라 다르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 미묘한 시차에 뒷머리를 긁적거리니.
“음?”
“어?”
다가오던 두 사람이 날 보며 눈을 키운다.
뭐지 저 반응은? 나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는 건가?
“왜 그래?”
“…”
무슨 일이냐 물어보지만, 다른 반응은 없이 둘은 날 이리저리 살필 뿐이었다.
그러더니 남궁비아와 위설아가 서로 눈을 맞춘다.
“… 뭔가….”
“응….”
뭔데.
뭐길래 왜 너네만 알 수 있게 대화하는 거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나오니 상당히 서운했다.
“야… 지금 뭐 하는….”
“아, 여기들 계셨구만!”
서운함을 담아 말하려던 찰나, 대뜸 누군가 당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이런 목소리는 한 명뿐이었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주인을 쳐다봤다.
내 눈을 마주한 녀석이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한다.
“오…. 경멸하는 표정…. 상당히 살벌한걸…?”
“죽고싶냐…?”
“당연히 살고 싶지. 죽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어.”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놈은 당연스럽게도 우혁이었다.
“응?”
그런 우혁은 잔뜩 짓고 있던 웃음을 잠시 멈추더니.
남궁비아나 위설아마냥 날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한다.
뭔데 진짜로.
진짜 나한테서 뭐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 걸까.
“뭔가 변했네?”
우혁이 가볍게 내뱉은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설마, 눈치챈 건가?
‘그럴 리가….’
내가 봐도 기체변역술을 사용한 육체는 예전과 비교해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걸 우혁이 눈치챈다고?
나도 모르게 살짝 당황한 듯 우혁을 쳐다보고 있으니, 녀석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리 말한다.
“키가 좀 컸나? 하하 그럴 리 없겠지?”
“…”
이놈도 오랜만에 봤더니 뭐랄까 더 때리고 싶어졌다.
… 조금만 때릴까…?
“어이쿠….”
그리 마음먹으며 손을 들려던 찰나.
놈이 대뜸 움직이더니 남궁비아와 위설아 뒤로 숨어버린다.
저 새끼가?
“야, 안 나와?”
“나가면 때릴 거잖아.”
“안 나오면 때리는 거로 안 끝나.”
“죽어도 안 때린다고는 안 하는구나?”
접어서 별 모양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건지 우혁이 다급히 둘을 보며 말한다.
“제수씨 저 좀 살려주십쇼…. 저놈이 저 죽인답니다.”
우혁의 말에 순간 남궁비아와 위설아의 귀가 쫑긋한다.
이놈은 안 되겠다.
“넌 진짜 뒤졌….”
오른팔을 들며 우혁을 잡으러 가려는데.
스윽.
남궁비아가 대뜸 제 손바닥을 내게 향하게 내뻗고는 말했다.
“… 멈춰.”
“…?”
“폭력은 나빠.”
남궁비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도 모르게 벙찐 표정을 지어버렸다.
얘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지?
어이없는 건 남궁비아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맞… 아요. 폭력은 나빠요. 공자님.”
“너까지…?”
기껏 오랜만에 보러 왔더니 날 배신한 것들을 보며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이 상황은 대체 뭐지? 갈피를 못 잡겠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원망은 우혁에게 향하게 됐다.
“… 이런.”
그 감정을 우혁 또한 느꼈는지.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다.
“이건 잘못하면 진짜 죽겠는데? 하하!”
살기를 느꼈는지 우혁이 슬금슬금 옆으로 빠져나간다.
지금 잡을까? 잡아서 초승달 모양으로 접어버릴까?
그래 접자. 이왕이면 학 모양도 괜찮겠다.
“잠깐… 잠깐!”
“변명은 접히고 나서 하자.”
“접긴 뭘 접어! 내가 무슨 종이인 줄 알아!?”
“대충 비슷하잖아.”
“하나도 안 비슷해!”
우혁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이리저리 접어보려던 때에. 녀석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승님한테 서찰이 왔어!”
우뚝.
우혁의 외침에 간신히 몸을 멈춰 세웠다.
‘이놈의 스승이라면….’
분명 뇌아를 가지고 있다는 무당괴선을 말하는 것일 터.
“네 스승한테?”
“그래, 오늘 오라고 하시더라.”
“근데.”
“뭘 근데야 근데는…. 같이 가고 싶다며. 그것 때문에 기껏 왔더니, 대뜸 사람을 죽이려고 드네?”
아.
우혁의 말에 정신이 좀 도는 느낌이었다.
맞다. 예전에 우혁과의 대화에서 분명, 무당괴선을 보러 갈 때 같이 가자고 했었지.
기억을 떠올리며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그러자 신 노야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당괴선이라 하면, 뇌아를 가지고 있다는 놈이더냐.]‘예.’
무당괴선은 현 뇌아의 소유자이자 중원에서 유명한 괴인 중 한 명이었다.
어째서 그가 뇌아를 가졌는지, 또한 남궁가에서 이를 되찾고자 구태여 나서지 않는지는 의문이다만.
힐끔.
눈을 살짝 돌려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음.’
뭐가 되었든 만나기는 해야 했다.
나는 뇌아를 남궁비아에게 쥐여줄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마침 뇌아 자체에도 볼일이 있기도 했고.
거기까지 떠올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 출발하면 돼?”
“…”
가볍게 분위기를 전환한 날 보며 우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굳이 트집을 잡지는 않았다.
잡았다간 맞을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우혁이 날 보며 툭툭 제 옷을 털며 말을 뱉어낸다.
“거리는 뛰어서 한시진 정도 걸려.”
“얼마 안 걸리네. 가자.”
“… 아, 그 전에.”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우혁이 다소 걱정스러운 분위기로 내 어깨를 잡는다.
“진짜 부탁인데.”
“음?”
부탁이라.
우혁의 입에서 나오기 흔치 않은 단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쳐다보는데.
놈에게 튀어나온 말에 곧장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 싸우거나 물려고 하면 안 된다?”
“…”
그대로 우혁을 물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