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악신
아크는 세상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그냥 그러려니 하며 텃밭에 밭을 꾸미고 있었다.
“그래서 왜 오셨습니까?”
로크는 그런 아크가 텃밭을 꾸미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자퇴서 제출하러요.”
“하긴, 이제 저보다 강하니 아카데미가 의미 없긴 하겠군요.”
“그것도 있고, 잠시 여행 좀 가려고요.”
“세상의 큰일을 바로잡았으니 여행도 좋지요. 편히 쉬다 오시지요.”
“근데 세상의 큰일을 바로 잡은 게 제가 아니라서요.”
“로크님이 아니라면 아이젠 공작밖에 없는데 참 대단하군요. 어렸을 적 가르쳤던 분이 영웅이 되는 게 신기합니다.”
“이 행성의 영웅은 이미 정해졌어요. 그러니 전 다른 곳에서 영웅이 되려고요.”
“호오? 작은 마을이라도 가시렵니까? 거기서라면 몬스터 몇 마리만 잡아도 영웅이 됩니다.”
아크는 로크를 철저히 무시하며 텃밭을 가꾸었다.
“같이 가시죠?”
“어딜요? 로크님의 여행길을요?”
“네.”
“저는 맡은 사명이 있는지라…..”
“그 사명 없애러 가자고요.”
그 말에 아크는 삽을 든 상태로 움직임이 멈추었다.
“……농담이 심하시군요.”
“그들의 본진으로 쳐들어갈 겁니다.”
로크는 품에 있던 아티펙트를 꺼내 들었다.
“그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곳은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피리시온님조차 그곳에서 사망하였지요.”
“이번엔 다릅니다.”
“반신이 바글거리는 곳입니다.”
“그래도 해봐야죠.”
“후우…..”
아크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손에 흙이 가득 묻어 있었지만 상관 없어 하였다.
“언제 가실 겁니다.”
“만난 인연들과 정리는 끝났습니다.”
“아이젠 공작님은 가십니까?”
“안 갑니다.”
“동료는 있습니까?”
“쓸만한 이들은 죄다 긁어모았습니다.”
“이길 방도는 있습니까?”
“가리오스가 있습니다.”
그 말에 아크의 눈에 이체가 설었다.
“설마….. 반신의 영혼을?”
“맞습니다. 그리고 실비아도 갑니다.”
저번 임무에서 본래 실비아는 능력을 증폭시켜 그들을 빙결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실비아는 2호가 가지고 있는 조율자의 보석도 먹었다.’
그리고 그 힘은 현재 응축되어 있었다.
실비아는 한 자리 숫자를 가지고 놀 정도로 강해졌다고 하니 데려가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고, 애초에 실비아 본인이 자처했다.
응축되어 있는 힘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니,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야지요….. 아직 저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지만, 복수할 수 있는 일말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크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아티펙트를 작동시켰다.
이날 이후 로크와 아크를 본 사람은 없었다.
***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답게, 그곳은 마치 고대 신전과도 같은 곳이었다.
“실비아.”
“후우…..”
우리가 소환된 곳에는 우연인지 다행히도 반신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은 그런 것에 흥미가 없었다.
누군가 오더라도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신이었기에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오더라도 이질적으로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벌레 하나가 넘어왔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긴 것이다.
그렇기에 가능했다.
실비아는 서서히 몸에 있는 힘을 풀었다.
“긴 싸움이 될 겁니다.”
가리오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의 힘을 푼다고 해도 당하는 반신은 극도로 적을 것이다.
아마 근처에 있는 이들이나 겨우 잡는 신세일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그레이트 아이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그 말과 동시에 우리가 있던 지역을 제외한 모든 것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크리스탈 드래곤과 실비아의 능력이 어우러진 합작품이었다.
“허억….. 허억…..”
실비아는 힘을 모두 소진했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에 나는 품에서 깃털 하나를 꺼내 실비아의 얼굴에 붙였다.
“수고했다.”
“네….. 네?”
실비아는 얼굴에 붙은 깃털을 보며 당황했다.
“자, 잠시만요! 저도 싸울 수…..”
-퐁!
실비아를 강제로 돌려보낸 나는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하는 강대한 기운들을 보며 황혼을 꺼내 들었다.
“가리오스 그리고…. 엘리아.”
“네!”
“네.”
백순이라고 부르지 않자 엘리아는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지었다.
“반신들의 영혼을 모아와. 그리고 백골이하고 흑순이는 호위를 부탁해.”
“그러지.”
“…..그냥 나도 7호로 불러주면 안 되냐? 이제 도망도 못 가는데.”
“하는 거 봐서.”
“약속 지켜라.”
그 말과 함께 4명은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오고 있는 이들을 막으면 됩니까?”
“그렇죠 뭐.”
아크는 서서히 검을 꺼내 들었다.
그랜드 마스터밖에 오르지 못한 그였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그한테는 엘프의 힘이 있으니까.
“시작하죠.”
로크는 검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해방.”
***
첫날.
우리는 반신들의 힘을 피해 도망 다녔다.
백골이와 흑순이의 몸을 방패 삼아 돌아다니며 겨우겨우 하루를 버텼다.
그래도 반신의 영혼 셋을 구할 수 있었다.
셋째 날.
엘리아의 팔이 절단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치료는 가능했지만 반신들의 힘에 입은 상처다 보니 더디게 치료가 되었다.
그래도 반신의 영혼은 열이 되었다.
일주일.
아크의 왼팔이 절단되었다.
반신과의 싸움에서 나를 지키려다 무리한 것이다.
본인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하프 엘프기 때문에 재생이 되지 않았고, 오랜 세월 남은 수명을 한 팔이 없는 상태로 지내야 했다.
반신의 영혼이 30이 되었다.
3주.
흑순이가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솔직히 죽은 줄만 알았지만, 다행히도 상처는 회복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신에 고립되어 있었다.
반신의 영혼이 100이 되었다.
한 달.
도저히 지켜볼 수 없어서 크렌디니아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영웅왕님의 말로는 이곳에서 그녀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신들이 연결망을 끊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아크는 오른쪽 다리를 잃었고,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였지만 그는 끝까지 돌아가지 않았다.
반신의 영혼이 200이 되었다.
두 달.
반신들 사이에서 서서히 우리의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게 보였다.
이곳은 그냥 평범한 도시와도 같았다. 인간들이 사는 그런 도시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냥 한 명 한 명이 더럽게 강했다.
반신의 영혼 500이 모이며, 이제 영혼들만으로 반신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었다.
다섯 달.
이제 반신이 우리를 본격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날….. 우리는 아크를 잃었다.
슬퍼할 새도 없었다.
아크는 웃는 얼굴로 자신을 해방시켜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제 반신의 영혼을 모으는 것에 의미가 없었다.
일 년.
이제 반신들 사이에서 우리의 존재가 두려움이 되기 시작했다.
마을에 살인자 한 명이 나타나도 두려워하는 게 인간이다. 이들조차 인간들과 비슷한 모습에 절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후 반신들은 행성을 멸망시키는 데 사용되는 부하들로 우리를 죽이라고 시켰다.
더 이상 반신의 소멸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이는 우리한테 아주 좋은 영양분이 되었다.
2년.
이제는 시간이 상관없었다.
우리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신들의 육신을 섭취하며 모두 강해져 있었고, 이제 우리는 두려움이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후 성신이라는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똑같은 반신이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자들과 비교하면 힘이 강했다.
아마 인간들로 따지면 귀족에 해당되는 녀석들인 것 같았다.
5년.
성신 녀석들을 전부 죽이니 서서히 이 행성이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아주 일부였지만 충분했다.
10년.
이제 과거의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내 옆에 있는 동료들만이 유일하게 내 존재를 기억해 주는 이들이었다.
[영웅왕님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20년
더 이상 동료들을 데리고 다닐 수 없었다.
.
.
.
.
“……너희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 봐.”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전부 잊어버렸다.
단지 내 품에 있는 깃털이 있다면 그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다는 것 하나만큼은 알고 있었다.
“명령이다.”
그 말과 함께 모두 내가 준 깃털을 이마에 붙였다.
“꼭…. 꼭 돌아오세요.”
“걱정하지 마 엘리아.”
“……흥.”
“흑순이. 너도 잘 가고.”
“끝까지 7호라고는 안 하는구나.”
“잘 가라 7호. 됐냐?”
“……그래.”
오늘 행성으로 돌아간 사람은 엘리아와 흑순이였다.
더 이상 그들의 힘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저들은 힘드네…..”
“저들은 모든 이치를 거스르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왜 너는 안 갔어? 백골이 너도 가랬잖아?”
그 말에 가리오스와 백골이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속죄입니다.”
“재미없어서.”
아무래도 둘 다 미친놈인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지 대략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강해지는 것도 그렇지만, 모습도 상당히 바뀌었다.
“나는 왜 키가 안 크지?”
예전에 비해서 키가 그대로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저 고대신이라는 녀석들은 너무 강하네….. 우리가 다 덤벼도 겨우 죽일 수 있는 정도니 원.”
“그럼 왜 두 명을 보낸 거냐?”
“죽을 수도 있으니까.”
고대신하고 싸울 때 우리는 한계를 맞이했다.
가까스레 이기긴 했지만, 치료 기간만 해도 한 달이 흘렀다.
“더 이상 능력이 통하지도 않고. 솔직히 너희들도 마찬가지기도 하고.”
“음……”
백골이는 입을 다물었다.
고대신을 처음 봤을 때 동료들은 전부 압도감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유일하게 로크남이 일어나 고대신과 싸웠으며, 그 모습에 전부 용기를 얻어 고대신을 ‘방해’하는 정도만 하였다.
솔직히 그것도 통하는 건지는 몰랐다.
“급이 달라. 지금까지 만난 녀석하고.”
3신이라고 불리우는 고대신.
그 녀석 중 하나를 쓰러트린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느꼈지? 고대신을 쓰러트렸을 때…..”
무언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그 누구도 시선의 주인을 알 수가 없었다.
로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시선의 정체가 우리의 진정한 적이라고.
“고대신 둘을 더 죽이면 정체를 드러내겠지.”
“곧바로 갈 거냐?”
“그래. 바로 가자.”
우리는 또 다른 고대신이 있는 신전으로 발을 옮겼다.
***
첫 번째로 잡은 고대신의 이름은 헤라고데파라는 힘의 신이었다.
두 번째로 잡은 고대신의 이름은 사히라하도라는 지식의 신이었다.
세 번째로 잡은 고대신의 이름은 구하니하스라는 공간의 신이었다.
가장 잡기 귀찮았던 건 구하니하스라는 녀석이었다.
공간을 활용한 공격은 모든 것을 베어버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국 3신을 잡았다.
“후우….. 결국 이 검도 부서지네.”
공간을 가른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는 것.
황혼도 결국에는 갈라졌다.
“그래서 넌 누군데?”
모든 싸움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도중.
나는 그 시선한테 물었다.
너는 대체 뭐냐고.
그 시선은 답했다.
“악신.”
자신을 악신이라고.
그 말과 함께.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내 몸에 분홍빛 힘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