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9
“뭐야?! 장원이 멀쩡해?”
“에…… 예…….”
두악칠 또한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살각에 의뢰를 넣었다.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 달라고 어마어마한 금액까지 주었으니, 살각에서도 빠르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나, 장원은 멀쩡했고 아직도 안에 사람이 있었다.
이걸 어찌 설명을 해야 한단 말인가?
“설마 살각 놈들이 움직이지 않은 건가?”
“그…… 그것이…….”
“그것이? 뭐!”
“없어졌습니다.”
“뭐?”
추문원은 얼빠진 표정으로 두악칠을 바라봤다.
다른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살각이 의뢰를 받았는데 사라졌다니?
지금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웃자고 농담을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저, 정말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본거지였던 장사의 객잔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고, 근처에는 사람의 기척조차 없었습니다.”
“허…….”
“그리고…….”
“뭐?”
“개방과 하오문에서 더 이상 호남단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허!?”
“낭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추문원은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지었다.
개방과 하오문이 정보를 파는 걸 거부했다니.
이 장사에서 개방에 가장 많은 뒷돈을 주는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추문세가였다.
그렇기에 놈들이 다른 지부의 개방도들처럼 구걸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 빌어먹는 놈들이 감히 배신을 해? 그리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오문까지?’
낭인 족속들이야 원체 제멋대로인 놈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 두 곳이 정보를 거부했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뭘까?
“호남단가의 짓인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너무 갑작스럽게 바뀐 태도가 이상해…… 찝찝하단 말이야.”
추문원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다른 곳들이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살각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호남상단주는?”
“이미 금환상단과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놈에게 들쑤셔 보라고 해. 하고 싶은 대로…… 지원은 이쪽에서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알겠습니다.”
두악칠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던 추문원이 쯧 하며 혀를 찼다.
“쓸모없는 놈 같으니…….”
두악칠은 아주 오랫동안 이 추문세가를 위해 일해 온 자였다.
하지만 이런 일 하나 똑 부러지게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 이미 그 능력이 한계에 다다라 있는 것 같았다.
‘곧 처리를 하든 해야지.’
다시 한 번 혀를 차곤 고개를 돌렸다.
“어찌 생각하시나?”
-나에게 묻는 건가?
“당신밖에 없지 않은가?”
-흥…… 너희들 따위가 벌이는 일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내가 그쪽에 자금을 대는 만큼, 어느 정도 도움은 줘야 하지 않은가?
-할 일은 하고 있다.
“흐음…… 그렇군. 하지만 곧 당신이 직접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겠어.”
추문원의 말에 어디에 있는지 모를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추문원은 충분했다. 그간 밥벌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놈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돈값은 하는 것이니까.
또다시 혀를 차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도대체 어느 놈이냐…… 생각이 있다면 추문세가에 싸움을 거는 것은 아닐 텐데…….”
그의 머릿속에 호남단가라는 이름이 골칫덩이로 떠올라 있었다.
* * *
금환상단의 상단주 금은학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쉽게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태어나 오늘처럼 심장이 벌렁거리는 날은 단우현을 다시 만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았다.
“커컴!”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뚱뚱한 사내가 있다.
그 육중한 몸은 건장하기보다 뚱뚱하다는 것이 정확한 것 같고, 살집 덕분인지 턱선이 보이지 않는 데다 눈은 살집에 파 묻혀 매우 가늘었다.
척 보기에도 매우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이자의 이름은 막충헌.
호남상단의 상단주이자 이 호남의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자였다.
‘진정해라, 금은학! 지금 너는 예전의 네가 아니다.’
금은학은 몇 번이나 호흡을 다스렸다.
그래도 떨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때 금은학에게 막충헌은 손에 닿을 수도 없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막 상단주께서 어인 일로 이런 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허험! 오랜만일세.”
막충헌은 거만한 시선으로 금은학을 내려다봤다.
한때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기에 아무리 술을 팔아 성장했다 하여도, 그 시선이 쉽게 바뀔 리 없는 것이다.
“하하하, 그렇군요……. 한 이십 년 만에 뵈는 것 같습니다.”
금은학은 예전을 생각하며 소리 없이 웃었다.
정말로 돈이 없었던 시절에 조금이라도 일거리를 받기 위해 호남상단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문적박대를 당하였음에도 굶고 있을 식솔들 생각에 금은학은 삼 일 동안 무릎을 꿇고 대문 앞에 앉아 있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어 죽을 뻔했던 금은학이었지만, 결국 막충헌은 그 기개를 높이 사 몇 가지 일을 주었다. 고작해야 몇 푼짜리 잡일이었지만, 당시 금은학에게 있어선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일이었다.
하나, 그로 인하여 가족들 대부분이 막충헌의 집으로 끌려가 한동안 종노릇을 하였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밀었다.
“그렇군…… 일이 없어 다 죽어 가던 놈이 이제는 용이 되었구먼.”
“용이라니요? 아직 상단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하하하! 그건 당연하지 않은가!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고작 자네 같은 사람이 말일세.”
막충헌은 진심으로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가 볼 때 금은학은 결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동경하고 땅을 기며 흙이나 파먹어야 마땅한 인간이었다.
그 경멸 어린 시선에 금은학이 주먹을 꾹 쥐었다.
“그래, 듣자 하니 호연세가의 술을 판다고?”
“예, 어찌하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흠…… 호연세가의 술도 제법 좋지. 추문세가의 술보다 못하기는 하지만 말일세. 하하하!”
“그렇습니까? 요즘 객잔이나 주루에선 저희 술이 더 비싸게 팔리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라? 지금 내 앞에서 말대답을 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저 제가 파는 술에 자부심이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
“…….”
막충헌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금은학을 바라봤다.
최근 들어 장사 좀 잘된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는가 싶었다.
이래서 허접한 장사치들이 앞뒤분간을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피식 하며 비웃음을 머금고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호위 중 한 명이 커다란 전낭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팔게.”
“예?”
“그 호연세가에서 만드는 술에 대한 유통권을 나에게 넘기게. 기왕이면 그 계집도 같이 부르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말에 금은학은 할 말을 잃었다. 마치 금은학이 반드시 팔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인상을 쓰며 전낭을 열어 보았다.
금자 오십 냥이 들어 있었다.
“불가합니다.”
“뭐라?”
“이 돈은 술값의 십분지일조차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저희 상단의 주인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인?”
막충헌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놈 뒤에 호남단가인지 뭔지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나타나 호남을 들쑤시고 있다고 말이다.
어이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자네, 지금 날 무시하는 겐가? 그러다 제 명에 못 죽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제가 알아서 천수를 누리다 갈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는데 모른 척 넘기는 건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하는 금은학이었다.
막충헌은 후자 쪽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 해도 이 정도 협박을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 호남에서 내 심기를 거스르고도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뭘 믿고 그러는 거지? 호남단가? 그 쥐뿔도 없는 곳에 목숨을 맡기다니……. 너무 어리석은 것 아닌가?”
“다른 말은 아무렇게나 하셔도 됩니다만……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뭐?”
“진짜 제 명에 못 살게 될 테니.”
그 한마디에 막충헌의 표정이 굳었다.
모욕을 받았다는 듯이 얼굴마저 시뻘겋게 변했다.
쾅!
막충헌이 탁자를 내리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설 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일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조금 시끄럽더군. 손님이 와 있었나?”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단우현이었다.
그 뒤로 가면을 뒤집어쓴 사도학과 남궁천이 보였다. 그들이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막충헌의 호위들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오셨습니까? 여기 이분이 바로 호남상단의 상단주이신 막충헌 상단주입니다.”
“그렇군.”
느닷없이 나타난 이를 바라보며 막충헌은 인상을 썼다. 금은학의 행동으로 보아 저자가 바로 호남단가의 가주인 듯했다.
막충헌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그를 쏘아봤다.
“자네가 호남단가의 가주인가?”
“그렇다만?”
“호연세가의 술을 넘기게, 통째로.”
그 말에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탁자로 다가가 맞은편에 앉더니, 탁자 위의 전낭을 열어 보고 다시 내려놓은 그가 입을 열었다.
“나도 제안 하나 하지.”
“조건이 있으면 말해 보게.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도록 하지.”
막충헌은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초에 들어줄 생각 따윈 일 할도 없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만 하면 모조리 쓸어버릴 작정이니까.
호남상단은 그 정도 힘이 있었다.
품에서 전낭을 꺼낸 단우현이 그것을 탁자 위로 던졌다.
짤랑 하며 은자들이 쏟아졌다.
“팔아라, 네 모든 것을.”
“뭐…… 뭐라?!”
“그 돈으로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사겠다.”
“이, 이런 미친놈을 봤나!”
막충헌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자에 쏟아진 돈은 고작해야 은자 스무 냥이 될까 말까한 금액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호남상단의 전부를 팔라니?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그거라도 받고 파는 것이 좋을 거다. 다음번엔 기회가 없을 테니…….”
“이놈-! 정녕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챙챙챙챙-!
막충헌의 호위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뽑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칼날이 두 동강 나며 땅에 떨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은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가면을 쓴 외팔이 노인네의 손에 어느새 검 한 자루가 들려 있다는 것 정도가 변했을 뿐이었다.
막충헌과 호위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때, 단우현이 은자 하나를 빙글빙글 손가락으로 돌리며 말했다.
“은자 하나만도 못한 놈들이로군.”
그의 웃음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