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1
늦은 밤.
사람들이 잠들 시간임에도 들려오는 소리에 단우현이 흥미를 가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슥슥 은밀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두며 먼 곳에 있는 이들의 뒤를 따랐다.
“새…… 생각보다 수가 엄청 많습니다만?”
장삼태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적게 잡아도 백여 명쯤 될 법한 사람들이 마치 무언가에 이끌린 듯 일사불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男女老少)를 가리지 않았다.
이제 열 살쯤 된 듯한 아이들도 보였으며, 그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손을 앞으로 모아 공손함을 유지했고, 머리를 숙인 채 입도 열지 않았다.
마치 어떠한 의식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가장 앞선 사람은 한 사내였다.
횃불을 들고 있는 그는 길을 안내하는 인도자 같았다.
“일단 보자꾸나.”
단우현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그들은 반 시진 정도 움직인 뒤에야 멈춰 섰다. 늦은 시간에 상당히 먼 거리를 온 탓인지 여기저기에서 지친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산 깊숙한 곳에 있는 커다란 공터.
인위적으로 나무와 바위를 치워 만든 흔적이 있었으며, 그들이 멈춰 선 곳 앞에는 사람이 올라갈 법한 단상이 있었다.
“잘 왔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신자(信者)입니다!”
이윽고 한 사내가 나타나 단상 위에 올라섰다.
긴 머리카락 덥수룩한 수염.
한 손에는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휘황찬란한 장포를 휘날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젊어 보이기는 했지만, 자세히 사내의 손을 보면 주름이 보였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우현이 재미있다는 듯이 그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믿는 자는 복을 타고나며! 믿지 아니하는 자는 결국 지옥 불 속에 타 죽는 것이 순리! 여러분들의 믿음은 반드시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쩌렁쩌렁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자들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였다. 한 마디 한 마디 그 사내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
“미, 미친놈 아닙니까?”
“종교라는 것이 그런 거다.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이 주위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지.”
단우현의 말대로라는 듯, 단상 위에 있던 사내가 힐끗 다른 이를 바라봤다.
호위하는 것처럼 서 있는 이가 다가와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미리 가지고 있었던 바구니를 들이대니 곳곳에서 돈을 꺼내는 이들이 보였다.
한 푼 두 푼 쌓이기 시작하자 어느새 상당한 금액이 되었다.
“돈이라는 것도 그저 그분을 기리기 위한 신외지물! 그분이 강림하실 때, 여러분들은 지상낙원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와아아아!]사내의 말에 그제야 사람들이 환호를 시작했다.
이윽고 사내가 또다시 어떠한 말을 꺼내려 하는 순간. 단우현의 고개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슥!
이들과는 다른 기척이 느껴지며 한 무리의 인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 이놈들!”
다섯 명의 남녀다.
무복을 입은 그들은 칼을 차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 단상 위에 사내를 향해 검을 뻗었다.
그 순간, 사내가 지팡이를 뻗어 그것을 막아 냈다.
캉!
칼날이 부딪치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들의 무공 또한 평범치 않으나, 단상 위에 있던 사내의 무공은 그들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
“도, 도망쳐!”
신자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냅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뿔뿔이 흩어져 퍼져 나갔다.
칼을 든 남녀가 쫓으려 하였지만, 고작해야 몇 명을 붙잡는 것이 전부였다.
“하하, 화산오검 아니십니까? 이 교주의 목소리라도 들으러 오신 것입니까?”
“시끄럽다! 감히 화산의 영역에서 이런 패악질을 벌이다니!”
화산오검이 이를 갈며 교주라 불린 이를 쏘아봤다. 그러나 그들의 명성이 아무리 드높다 한들, 교주의 위엄을 꺾을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교주가 강하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땅이 패고 자욱하게 먼지가 떠올랐다. 순간 교주를 향해 검을 뻗으려던 화산오검이 멈칫하며 검풍을 쏘았다.
강한 바람결에 먼지가 사라지자 화산오검이 인상을 썼다.
“제길 도망쳤군!”
“또다시 코앞에서 놓쳤어! 이번에야말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늦지 않았을 거예요!”
곳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교주를 놓친 것이 제법 뼈아팠던 모양이다.
그때.
빠직! 하는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그들의 귀를 자극했다.
깜짝 놀란 화삼오검이 고개를 돌리며 몸을 날렸다. 한순간에 검을 뻗은 곳에 장삼태가 서 있었다.
“으아악!”
깜짝 놀란 장삼태가 허겁지겁 몸을 날렸다.
치고 들어오는 칼날이 매서웠다. 급하게 몸을 뒤로 날리며 피해 내기는 하였지만, 연이어 들어오는 연계는 결코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를 악문 장삼태가 서둘러 각법을 펼쳤다.
팟팟-!
빠르게 두 발이 뻗어졌다.
검을 뻗으려 하던 여인의 칼자루를 후려치며 밀어냈고, 앞으로 들어오는 칼날을 피하듯 고개를 숙였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놀랄 만한 신위가 아닐 수 없었다.
촤르르륵-!
화산오검과 장삼태가 넓은 공터에 마주 보며 대치했다.
“교주의 호위로 보인다! 조심하거라! 평범한 고수가 아니다!”
화산오검의 맏형 기천유가 소리쳤다. 고작해야 한 수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검을 막아 내고 피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교주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것치고는 공력이 다소 약하기는 했다.
“이, 이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무슨! 이런 시간에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한패라는 건 이미 틀림이 없어요!”
“아니라니까?”
장삼태가 힐끗 단우현이 있던 쪽을 바라봤다.
‘당장 나와서 변명을 해 주지 못할망정 뭔 구경을 하고 있는 거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왜 하필 자신인가?
조금 전 장삼태를 향해 일검을 날릴 당시, 그들의 곁에는 단우현이 서 있었다.
그런 것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 단우현의 능력이 대단한 것인지 화산오검이 멍청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생각해 볼 필요도조차 없이 전자일 것이다.
한순간이기는 하지만 단우현의 몸이 흐릿해지는 것을 보았으니까.
“아,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뭔가 기척이 이상해서 쫓아 왔다가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이 양반들아!”
“믿을 수 없소만?”
기천유는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무공을 익히지도 않은 양민들을 잡아 봐야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교주의 심복들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산파에서도 한동안 상당한 인력을 쏟아 뒤를 추적했지만, 그 꼬리조차 잡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니 만큼, 장삼태를 결코 쉽게 놔줄 생각이 없었다.
화산오검의 막내 나유화가 검을 뽑으며 장삼태를 향해 겨누었다.
“얌전히 화산까지 동행하시지요?”
“싫다니까?”
“그렇다면 힘으로라도 끌고 가겠소.”
기천유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착!
화산오검이 자세를 잡았다. 처음부터 연계할 생각이었는지 그들의 기세가 강하게 장삼태를 압박했다.
이것은 심히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상대해 보았지만, 구파일방과도 같은 명문정파, 거기에서도 이름난 화산오검이었다.
일 대 일로 붙어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이들인데, 다섯을 전부 상대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단우현이 나서지 않는 이상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파르르 입꼬리를 떤 장삼태가 기수식을 취했다.
손은 함부로 쓰지 못한다.
지법을 연마하다 다친 것이 아직 낫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각법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판국인데, 아는 것이라곤 몇 개 되지 않으니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
“아, 진짜! 그놈들이 대체 뭐기에 나한테 이러는 거요? 나 진짜 무죄라니까!”
“무신교! 그것을 모른단 말이냐!”
“엉?”
“응?”
순간 장삼태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또한 다른 곳에서 기이한 목소리마저 들려왔다. 깜짝 놀란 화산오검들이 주위를 확인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누구냐?!”
기천유는 크게 소리쳤다.
아무런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였는데 사람이 있다. 어쩌면 교주보다 더욱 대단한 고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수풀이 갈라지고 어둠 속에서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얼빠진 표정이다.
잠시 한숨을 내쉬다 지끈거리는 미간을 부여잡았다.
“방금 무어라 했느냐?”
“다, 당신은 누구시오!”
기천유는 단우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어둠 속에서 완벽하게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상대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마음속에 든 불안감이 정확했다는 말이다.
“방금 무어라 했냐고 물었다.”
“못 들었습니까? 무신교라 하잖습니까, 푸하하하-!”
장삼태는 단우현이 무신의 후예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무신교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떠오른 것이 단우현의 얼굴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단우현을 신의 후예라 믿으며 떠받드는 모습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그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꾸웩!”
어느새 다가선 단우현이 가볍게 장삼태의 주둥이를 후려쳤다. 날아간 녀석이 아픈 듯 바닥을 뒹굴며 괴성을 내질렀다.
단우현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웃느냐?”
“그치만…… 푸하하-!”
웃긴 걸 어떻게 하는가.
얻어맞았음에도 장삼태는 그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남궁천이나 다른 이들에게 해 준다면 아마도 비슷한 웃음이 터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웃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조금 전, 단우현이 날렸던 주먹을 보지도 못한 화산오검이다.
그들은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단우현을 응시했다.
“무신교라 했느냐?”
단우현이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보다, 훅 하고 발을 휘둘러 복부를 후려쳤다.
또다시 컥! 소리가 들렸으나, 시선은 화산오검을 바라봤고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 또한 화산오검을 향한 것이었다.
“그…… 그렇습니다만…….”
“뭐하는 곳인지 상세히 말해 보아라.”
“…….”
기천유는 숨을 삼켰다.
저자의 말을 따라야 할지 아니면 칼을 휘둘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피를 보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숨을 쉬며 검을 내렸다.
“정말로 그곳과 관계가 없으신 겁니까?”
“저놈이 이야기했듯이 그저 노숙하는 도중에 기이한 기척이 느껴져 쫓아와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믿든 믿지 않든 네놈들 자유이겠지만 말이다.”
단우현의 말에 기천유가 동생들을 바라봤다. 이미 시퍼렇게 안색이 죽어 있는 그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례했습니다. 화산오검의 첫째인 기천유라 합니다.”
“소개 따위 필요 없으니 무신교라는 곳에 대해 말해 봐라.”
기천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의는 아니지만 말을 해야 한다.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 이상, 괜한 분란을 피하는 것이 맞는 것이니까.
“무신교라는 것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