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3
“쟤는 백호! 그리고 얘는 백묘라고 해!”
물가에 자리를 잡은 단소미는 백호와 백묘를 두 아이들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그러나 홍진랑과 주지약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길들인 거야?”
“길들여? 그런 적 없는데…….”
“그게 더 신기하다…….”
근처에 누워 꿈뻑거리며 졸기 시작하는 백호와 그 등에 타 있는 백묘를 바라보며, 홍진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 왔던 짐승이라면 충분히 사람을 따를 테지만, 야생에서 자란 짐승들은 절대 사람과 공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상황은 엄청나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청 귀엽지?”
“으…… 응, 귀엽네…….”
주지약은 힐끗힐끗 백묘를 바라봤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데 백호 때문에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
저 커다란 덩치를 가진 백호가 하품을 할 때마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었다.
저 커다란 앞발을 한 번 휘두르면 사방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건 그렇고 그 아저씨들은 이제 간 거 맞지?”
그때, 홍진랑이 주변을 몇 번이나 살피며 물었다. 하긴, 되돌아온다 해도 백호가 있는 이상 해코지를 하진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소중하게 품고 있던 무신도경을 꺼냈다.
“진짜 이건 엄청난 발견이야!”
홍진랑은 눈을 번뜩였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주지약과 단소미의 반응이 약했다. 무신이든 뭐든 무공에는 큰 흥미가 없는 데다, 오래된 책 한 권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은 것이다.
“팔면 억만금은 나오는 거라고!”
“정말!? 그럼 나 줘!”
“…”
홍진랑이 어림없단 표정으로 주지약을 바라봤다. 이 책의 가치조차 모르고 있던 아이가 돈 이야기를 꺼내니 미친 듯이 달려든다.
빼앗으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뜯어 말리며 인상을 썼다.
“같이 구했잖아!”
“자…… 잠깐 떨어져 봐! 찌, 찢어져! 찢어진다고!”
“이런 귀한 건 나한테 진상하라고, 이 바보야!”
“아니, 기다려 보라고! 정말 찢어진다고!”
주지약이 힘겹게 손을 뻗어 책을 붙잡았다.
홍진랑은 그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는데, 서로 잡아당기니 오래된 책은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했다.
그 순간, 단소미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더니 냅다 책을 빼앗아 들었다. 순간적인 방심을 노린 한 수에 홍진랑은 물론이고 주지약 또한 어이없이 책을 빼앗겼다.
이윽고 단소미가 한장 한장 그것을 넘겨보더니.
흥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게 뭐가 대단하다고.”
이내 휙 하고 물가로 내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무신도경이 흐르는 냇물에 풍덩 하며 빠졌다.
“아아악!”
“에엑!?”
억만금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순간이다.
홍진랑이 다급하게 달려가 책을 꺼내 들었지만, 이미 내용은 지워졌고, 어떤 식으로도 복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내 기연이…….”
“싸움을 만드는 물건은 필요 없어! 소미는 그렇게 생각해!”
“야! 그래도 그렇지 이 귀한 물건을!”
“싸움은 나쁜 거고, 나쁜 걸 만드는 것도 나쁜 거야. 그치?”
“…….”
단소미가 싱긋 웃음을 지으며 당차게 묻자 홍진랑은 꾹 입을 다물었다. 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울상을 지으며 주저앉았다.
그때,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단소미가 갑자기 쓰러진 게 아닌가.
“소미야!?”
깜짝 놀란 주지약이 다가갔다.
그 순간, 엄청나게 올라오는 고열에 두 아이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뭐야? 열이 왜 이렇게 높아?”
갑작스런 상황에 두 아이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펄펄 끓는 열은 좀처럼 가라앉으려 하지 않고,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는 단소미는 이미 정신마저 잃어버린 것 같았다.
설마 이런 상태로 지금까지 버틴 것인가?
그때, 백호가 슬그머니 다가와 앉았다. 마치 단소미를 자신의 등에 올려놓으라는 것 같아, 주지약과 홍진랑이 다급하게 단소미를 백호의 등에 실었다.
* * *
“못 찾았느냐?”
악양에서 돌아온 남궁소혜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단소미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걱정은 더욱 심해져 갔다.
악양 인근을 샅샅이 뒤졌고, 혹여 세가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여 돌아와 본 것인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으니 그제야 사람들이 하나둘,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제가 관부로 가 포졸들과 수색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가지.”
권무진이 제갈운의 말을 따르듯 손을 들어 올렸다.
단우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니, 자신의 실책이라는 생각에 분한 표정을 지었다.
‘곁에 붙어 있어야 했거늘…….’
호위로서 실격이었다.
“일단 악양에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여요. 목격한 사람들도 있으니…… 하지만 그 뒤에 갑자기 종적이 사라져서…….”
“산에 자주 가니 그 주변부터 다 뒤져 봐야겠군.”
제갈운이 후우 하며 한숨을 쉬며 대략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아이들이다.
거칠 것이 없으니 위험한 일에 휘말렸을지도 몰랐다.
산적이나 도적, 마적들일 가능성도 있으니 최대한 많은 이들의 손을 빌려야 할 판국이다.
“마장강, 자네는 악양 남쪽으로 가 주었으면 하네.”
“그러겠소.”
마장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보여 반박조차 할 수 없다. 특히 남궁천의 기분조차 좋아 보이지 않으니, 괜한 말을 했다간 반죽음이 될 터였다.
그때, 커다란 무언가가 쇅 하며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
깜짝 놀란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백호가 단소미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심지어 그 등에는 홍진랑과 주지약까지 타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소미가……!”
다급하게 백호의 등에서 내린 주지약이 크게 소리를 쳤다.
깜짝 놀라 달려간 것은 다름 아닌 남궁소혜였다. 축 처진 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단소미를 발견한 그녀가 기겁을 하며 안아 들었다.
“할아버지! 의원을! 의원을 불러줘요!”
안색이 시퍼렇게 뜬 남궁소혜가 소리를 쳤다.
펄펄 끓는 열이 다 전해질 정도이니,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단소미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궁소혜가 울먹이며 남궁천을 바라봤다.
다급한 그녀의 표정과는 다르게 남궁천은 침착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기다려 보아라.”
“소미의 열이 너무 높아요! 당장 의원을 부르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요!”
“어허! 기다려 보래도.”
“할아버지!”
“인석아! 침착해라. 단순히 감기 기운이 아니라니까!”
남궁천이 호통을 치며 남궁소혜를 다그쳤다.
단순한 감기로 이렇게까지 열이 오르지는 않는다. 잠깐 손을 대 보니 마치 아이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격렬하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방으로 데려가 눕혀라.”
“하지만…… 그러다 잘못되면…….”
“어서!”
단호한 남궁천의 외침에 남궁소혜가 눈물을 닦으며 소미의 방을 향해 냅다 달렸다.
그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고 있던 남궁천이 홍진랑과 주지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하게 이야기해 다오.”
“에…… 예…….”
부드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표정이 무척 딱딱했다.
주지약은 긴장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미가 동공의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을 먹었다는 대목에서 남궁천은 무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들에게 방을 내주고 쉬게 하게나. 그리고 제갈운 자네는 마장강, 권무진과 함께 가서 그곳을 조사해 보게.”
“알겠습니다.”
제갈운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운이 권무진과 마장강을 이끌고 다급하게 그 폐가를 향해 달려갔다.
“소미는…… 소미는 괜찮은 거죠?”
그때, 주지약이 남궁천의 옷깃을 붙잡으며 물었다.
울먹이는 그 표정을 본 남궁천이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푹 쉬어라. 이 할애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미를 고칠 것이니.”
“알겠어요……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주세요.”
“허허허, 그것참 든든하구나.”
남궁천이 등을 돌리며 단소미의 방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자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궁천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졌다.
‘고작 한 방울이라…….’
진심으로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그 아이의 운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쉽게 믿기지 않았다.
드드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남궁소혜가 허겁지겁 고개를 돌렸다. 한참 울고 있었던 것인지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이지 누가 보면 친자식이 아프다고 오해할 법한 모습이었다.
“할아버지! 의원은요?”
“필요 없다.”
“네에?!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공청석유를 먹은 것 같구나.”
“엑?”
남궁소혜의 입에서 얼빠진 음성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하며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 단어가 확실했다.
“공청석유?”
“그래.”
“……십 년에 한 방울인지 백 년에 한 방울인지 떨어지는 영약이요?”
“그래. 그것도 대단히 짙은 것을 먹은 것 같구나. 한 방울에 이 정도 기운이라니.”
“……한 방울에 억만금이나 한다는 그거 맞죠?”
“그래.”
남궁소혜가 눈물을 닦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단소미를 내려다봤다.
수많은 무림인이 눈을 시뻘겋게 붉히며 찾아다녀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공청석유였다.
한 방울만으로도 능히 일 갑자에 해당하는 공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을 먹었다고?
그렇다면 지금 단소미의 상황은……?
“몸 안에 공력이 돌고 있지만, 머물 자리가 없어 난리가 난 것이지.”
“하…… 하아…….”
그제야 남궁소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남궁천이 있었고, 남궁천 정도의 고수라면 아이에게 단전을 만들어 주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어린아이가 우연히 공청석유 같은 영약을 먹고, 그것을 제대로 풀어 줄 이가 바로 곁에 있다니.
이 또한 단소미의 천운일까?
그때, 남궁천이 손을 뻗어 맥을 짚었다.
몸 안에서 날뛰는 공청석유의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외에 다른 힘도 있는 것 같았다.
“단 장주인가?”
부드럽지만 왠지 모를 강인한 느낌.
단전을 만들지 않아도 몸속에 남아 단소미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 고열은 단우현이 심어 둔 기운이 공청석유의 힘을 삼키려 하면서 벌어진 반동이 아닐까 하는 예상이 들었다.
“철저하구만…….”
단우현은 아마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남궁천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진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