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2
“헉…… 헉…… 이…… 이제 그만…….”
“으응?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는걸?”
홍진랑은 앞서가고 있는 단소미를 붙잡았다. 벌써 한 시진 가까이 동굴 안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함정만 가득할 뿐, 보물은 물론이고 기연조차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레 돌이 굴러오지 않나, 바닥이 푹 꺼지지 않나.
어디선가 독사들이 한가득 나오기까지 했다.
만약 단소미가 없었다면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은 주지약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미삼아 들어온 동굴이었다.
실제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 여기지 않았고, 맨 처음 쇠창이 날아올 때만 해도 이거 하나일 거라며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독해지고 있다.
“도…… 도대체 언제쯤 나갈 수 있는 거야? 나갈 수 있는 거 맞기는 맞아?”
주지약이 불안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봤다.
조금 전 보았던 그 함정들을 다시 돌파하며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함정이 파훼되었지만 악몽이나 다름없는 그 길을 다시 밟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출구를 찾아야 했다.
“으음…… 안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까 나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단소미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표정으로 동굴 안을 가리켰다.
확실하게 바람이 흘러오고 있는 것을 느꼈으니, 분명 출구도 근처에 있을 것이고 또한 목적했던 끝이 가까워졌을 거다.
“조금만 더 가 보자.”
“으응.”
“하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주지약과는 다르게, 홍진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린아이들이 이런 무서운 곳에 들어와 살아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상황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단소미가 더욱 놀라웠다.
“넌 무섭지도 않냐?”
“그렇지만 그냥 걷기만 하는 것뿐인걸.”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단소미는 정말 걷기만 했다.
바닥이 갑자기 꺼지든, 뱀이 나오든, 혹은 바위가 굴러오든 그저 앞을 향해 걸으며 아무렇지 않게 함정을 돌파해 갔다.
상처조차 없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넌 분명 뭔가에 쓰인 걸 거야. 틀림없어…….”
홍진랑이 질린 표정으로 묻자 주지약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탓이다.
“아하하, 잘 모르겠는걸?”
단소미는 짧은 웃음을 지으며 척척 걸어 나갔다. 조금씩이지만 바람의 세기가 바뀌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묘한 냄새가 풍겼다.
이윽고 일각 정도 더 걷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커다란 공간이 세 아이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우…… 우와…….”
주변을 바라보며 휘둥그레 눈을 떴다.
천여 명을 수용해도 넉넉하게 남을 만한 공간이었다.
천장 곳곳에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이 동공 전체를 휘감으니, 그 환상적인 풍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곳은 동공이기는 하나 마치 무릉도원을 보는 것 같았다.
바닥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한쪽에는 울창한 넝쿨들이 여기저기 엉켜 동굴 전체를 휘감았다.
한가운데는 이곳을 만든 이가 파 놓은 듯한 연못이 주변 풍경과 더욱 큰 조화를 이루어 냈다.
아이들의 시선이 그 풍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수많은 것들을 보아 왔다고 자부하는 주지약도 넋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거봐! 뭐가 있는 거 맞지?!”
“응, 그, 그러네.”
홍진랑이 눈을 번뜩였다.
이런 신비한 곳이 있다면 응당 기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의 고수일까? 어떤 이의 무공일까? 혹시 천년설삼 같은 영약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반면 단소미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구경하기 바빴다.
이 수려한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천장을 올려다봤다.
돌 틈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도 멋져 저도 모르게 헤- 하며 입을 벌렸다.
뚝-!
무언가가 떨어져 단소미의 입으로 들어갔다.
“윽?!”
처음에는 벌레인가 싶었는데 입안에 이물감이 존재치 않았다. 저도 모르게 꿀꺽 넘기는 순간, 싸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번 천장을 올려다보았고, 그 이유를 찾으려 하였지만, 딱히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려와 바닥을 바라봤다.
바닥에는 어린아이 손톱만큼 작게 물이 고여 있는 게 보였다. 단소미는 저도 모르게 차박차박- 발로 그 물을 걷어찼다.
“뭐하는 거야?”
주지약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물었다.
“이상한 물을 먹었어…….”
“응?”
“그래서 화풀이.”
주지약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이상한 물이라는 것은 동굴에 고여 떨어지는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물이 고여 떨어질 곳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무언가 착각을 한 것 같았다.
“이거 봐! 이거 좀 보라고!”
그때, 홍진랑이 큰 소리를 내며 두 아이를 불렀다. 급한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단소미와 주지약이 서둘러 홍진랑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보이는 것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
“이거 뭐야?”
“봤지? 그치? 내 말이 맞지?”
홍진랑이 게슴츠레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에는 한 권에 책이 들려 있었는데, 척 보아도 낡고 헤진 탓에 오래된 것임을 깨닫게 했다.
흐릿하긴 하지만 글귀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무신…… 도경?”
“그 무신의 비급이 틀림없어!”
홍진랑이 눈을 번뜩이며 빛냈다.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자.
실존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무신의 이름이 지금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무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홍진랑에게 있어서 이만큼 대단한 일은 없었다.
“거기까지다, 꼬맹이들!”
그때, 들어온 입구에서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세 아이가 휘둥그레 눈을 뜬 채 그곳을 바라봤다. 처음 이곳으로 들어왔던 사내들이 초췌한 몰골로 숨을 헐떡이며 칼을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세 아이들은 깨달았다.
‘있었구나…….’
저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워낙 고된 여정을 한 탓에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이다. 하지만 그제야 이곳에 저들이 있음을 깨달았고, 다소 위협적인 상황에 서로 눈치를 살폈다.
칼을 쥐고 있는 이들의 눈빛이 다소 매서웠다.
“얌전히 그것을 내놓아라.”
두 사내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 보았지만, 마땅히 도망을 칠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이윽고 벽에 등이 닿은 순간.
“어?”
단소미의 몸이 뒤로 쑥 하고 밀려 나갔다. 넘어지듯 휘청이는 단소미의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주지약을 붙잡았고, 그런 주지약이 홍진랑의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끌었다.
“어…… 컥!?”
홍진랑은 강하게 목을 조이는 감각을 느끼며 뒤로 넘어갔다. 이윽고 세 아이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추…… 출구!? 뭐해? 쫓아!”
“큭!”
두 사내가 당황을 금치 못한 채 내 달렸다.
그렇지 않아도 함정을 돌파하느라 상당한 체력을 낭비하였는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쫓기 위해 달려야 하는 신세였다.
두 사내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 * *
“으아아아악-!”
세 아이들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기나긴 경사에 멈출 줄 모르고 한없이 빨려 들어갔다.
주지약이 다급하게 구르고 있는 홍진랑을 가장 밑에 깔고 그 위에 올라탔다.
“소미야! 이리!”
“컥!”
이윽고 손을 뻗어 단소미를 끌어올리자 홍진랑이 괴로운 듯 괴성을 내질렀다.
엉덩이는 계속해서 쓸렸고, 위에는 아이 두 명이 타고 있다.
그 무게와 아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 난! 썰매가 아니라고-!”
“남자면 이 정도는 참아!”
주지약의 외침에 홍진랑은 울상을 지었다.
엉덩이가 다까지고 있는 듯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윽고 노을이 져 가는 하늘이 세 아이를 반겼다.
“사…… 살았다…….”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뛰어!”
그러나 주지약은 상황을 파악하며 단소미의 손을 붙잡았다.
아파하는 홍진랑 따위에겐 관심조차 없는 것인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홍진랑도 급하게 뛰며 그 뒤를 따랐다.
“이놈들-!”
뒤에서 두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것인지 눈에 불을 켜고 쫓았다.
다른 것도 아닌 무신도경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반드시 회수해야 했다.
또한 입막음해야 하니 모조리 죽여야 한다.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된다.
눈을 불을 켠 그들이 경공을 펼치며 나아갔다.
단번에 죽일 생각으로 손에 쥔 칼에 공력까지 불어넣어 칼을 휘둘렀으나, 느닷없이 엎어진 아이들 때문에 칼은 어이없이 허공을 갈랐다.
“이 새끼야! 제대로 못해?”
“제대로 했다고!”
칼을 휘두른 사내가 이를 갈았다.
그 순간에 넘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상을 쓰며 다시 한번 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크와아아앙-!
천지를 뒤덮는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모든 이들의 몸을 경직시켰다.
칼을 쥔 사내나 뒤를 쫓고 있던 사내, 홍진랑과 주지약조차 온몸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호랑이.
그것도 상상해 본 적도 없을 만큼 커다란 백호가 모습을 드러내며 그 날카로운 시선을 두 사내에게 주었다.
크르르릉-!
단소미의 곁으로 다가온 백호가 사내의 주위를 맴돌았다. 칼을 쥐고 있던 그가 저도 모르게 힘을 빼며 그것을 내려놓았다.
“사…… 살려…….”
“와……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그 순간, 단소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굳어져 있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사내들까지 단소미를 바라봤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단소미가 백호를 향해 다가갔다.
위협적인 소리를 내고 있는 백호를 끌어안으며 풍성한 털을 마구 만끽했다.
백호 또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히…… 히익…….”
그 광경에 깜짝 놀란 사내가 부리나케 등을 돌렸다. 백호를 아무렇지 않게 만지고 있는 데다, 그 백호의 몸에서는 그들을 향한 살기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멀쩡한 것은 단소미 하나밖에 없다.
“사…… 살려 줘-!”
소리를 내지르며 두 사내가 부리나케 달렸다.
무신도경을 빼앗겠다는 욕망보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누구인지 얼굴을 보았다.
백호가 두려워 도망을 치지만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오로지 백호의 범위에서 도망을 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냐옹-!
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한참이나 달리던 두 사내가 묘한 울림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아이들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를 달려왔기에 다소 안심을 한 걸까?
아니면 들려오는 그 소리가 그들을 잡아끌었던 것일까?
멍한 표정을 지은 두 사내가 파르르 입꼬리를 떨며 한쪽을 바라봤다.
자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
순백의 고양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손바닥만 한 체구, 결코 위협적이라 생각되지 않을 외모였다. 그렇기에 두 사내가 안심을 하며 마음을 놓았다.
“뭐야 이건…….”
“그것보다 어서 가……!”
그러나 사내들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촤악-!
“컥!”
“끄어억.”
순식간에 날아오른 백묘가 가볍게 앞발을 휘둘렀다. 두 사람의 목에 자그마한 손톱이 스쳤고 목에서 피 분수가 뿜어졌다.
죽어 가는 두 사내의 눈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털썩-
울컥울컥 피를 뿜는 두 구의 시체를 뒤로한 백묘가 붉게 물든 자신의 털을 핥으며 나지막한 울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