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9
“우욱…….”
“아이고…….”
“우웩!”
“콜록콜록!”
다음 날 아침.
하오문 문도들에게 세가로 실려 온 네 사람은, 아직까지도 술에서 깨지 못한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세가 한쪽 구석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는 그들은, 방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주위에는 그들이 뱉어 낸 토악질이 흥건했다.
단소미를 이른 아침 홍원창의 집으로 보내 놓지 않았더라면, 차마 보여 줄 수 없는 그런 꼴이었다.
“쯧쯧쯧, 무슨 술을 그리 먹었느냐.”
“우웩!”
장삼태가 땅을 기며 헛구역질을 했다.
더 이상 나올 건더기도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을 달랠 수 없을 것 같았다.
공력으로 취기를 날려 보내는 것이 가장 깔끔할 테지만 아직까지도 단우현의 경고를 잊을 수가 없는 그들이었다.
“죄…… 죄송합니다,웩!”
“사…… 살려…….”
“과…… 관아에,이,일이…….”
그 많은 술들을 전부 마셨다.
토악질을 하면 기녀들이 그것을 통에 받아 주었고, 다시금 술을 먹이며 기루 안에 있는 모든 술을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차라리 고문을 당하는 것이 마음 편할 지경이었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사도학 또한 그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냥 말하고 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다. 단우현 또한 그리 꽉 막힌 성격은 아닌지라 사내들끼리 술을 마시겠다고 하면 흔쾌히 허락했을 테니까.
그것은 남궁천이나 사도학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놈들이 늙은이니 뭐니 했지만, 실제로 늙은 놈들이 젊은 놈들 사이에 끼어서 무엇을 하겠는가?
결국 생각 없이 일을 벌인 것은 저들이었다.
마장강을 비롯하여 권무진과 홍원창이 장삼태를 죽일 것 같은 눈초리로 쏘아봤다.
그의 꼬임에 넘어가지만 않았다면…… 그런 뒤늦은 후회를 해 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후회한들 무언가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때, 단우현이 다 죽어 가는 장삼태 앞에 섰다.
“그래 해골바가지 때문에 술 한잔 거하게 마신 기분이 어떠하냐?”
“끅…… 제, 제서하니다…….”
“삭아 빠져 미안하구나.”
“끅…….”
단우현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유난히도 장삼태가 많이 마신 것으로 보였는데, 꼴을 보아하니 단우현의 속을 긁어도 확 긁어 놓은 것 같았다.
단우현이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리며 툇마루에 앉자, 그제야 지켜보고 있었던 매향이 슬금슬금 장삼태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아요?”
“우욱, 주…… 죽어…….”
“에휴, 그러게 왜 그랬어요.”
그런 말을 하며 매향이 커다란 그릇 하나를 내밀었다. 꿀물이라도 가지고 온 것인지 장삼태 앞에 내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쭉 마셔요. 그래도 도움이 될 테니까.”
어휴 하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 매향을 보며 장삼태는 눈물을 머금었다. 단우현의 괴롭힘에 심신이 지쳐 가고 있었는데, 선녀를 본 것 같았다.
그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그릇을 들고 크게 꿀떡꿀떡 넘겼다.
“푸훗-!”
이윽고 장삼태의 입에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앞에 있던 매향이 가볍게 피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예상한 것 같았다.
“이 미친년아! 화주잖아!?”
“호호호-.”
매향이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장삼태가 마신 것은 틀림없는 화주다. 그것도 상당히 독한 것으로 준비를 했으니, 조금 있으면 술기운이 확 하고 올라올 거다.
아니나 다를까 장삼태의 얼굴이 벌써부터 붉어졌다.
“좋았어요? 기루 가서 좋았어요? 아주 신났다고 하던데?”
싱글싱글 웃음을 짓고 있는 매향은, 술기운 탓에 허우적대고 있는 장삼태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댔다.
가만히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던 남궁소혜가 시선을 돌렸다.
절대 저런 여자는 되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했다.
그때, 천천히 제갈운이 다가와 단우현 앞에 섰다.
“세 분……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그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제갈운을 보며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남궁소혜…… 남궁소혜라?”
천도회.
그 중심에서 광동진가의 가주 진구악은 딸과 딸의 친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신음을 삼켰다. 안휘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는 남궁세가.
몰락한 세가를 다시 세우는 중인지라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여, 지금까지 팔대세가 대부분이 남궁세가에 대한 것을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검황을 잃었고 몰락하였으며, 많은 고수들이 죽은 만큼 전력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탓이다.
“정말로 그 아이가 악양에 있었더냐?”
“틀림없습니다.”
진연화는 다소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다.
이제는 팔대세가에도 끼지 못하는 남궁세가, 그런 곳에 직계인 남궁소혜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니 분한 마음이 들끓었다.
“왜…… 악양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테지…….”
진구악이 최근 악양에서 도는 소문들을 떠올렸다. 군자검이 어떻고 마천군이 어떻고, 또한 악양 인근에서 많은 사건사고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진구악이 시선을 돌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사천당가의 가주 당중악이 신음을 흘렸다.
“흐음, 꼴은 어떻더냐?”
“좋지 않았습니다.”
당중악이 진연화의 말을 듣고는 황보권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 또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정말로 팔대세가의 한 축이었던 남궁세가의 직계가 보일 법한 꼴이 아니었다는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듯했다.
“최근 많은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또한 제갈운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네. 어쩌면 그곳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는군.”
천도회주인 하북팽가의 가주 팽도웅의 말에 당중악은 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단순한 무림행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애초에 그 아이는…… 남궁세가가 몰락했을 당시 실종되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당중악은 힐끗 당문혜를 바라봤다.
여전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친우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지 당문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남궁이 다시금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인가?”
당중악이 피식 웃으며 그런 말을 내뱉었다.
순간, 곳곳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이들이 있었다. 당중악이야 본디 기존의 세가들과 사이가 좋았던 탓에 남궁세가의 재기가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세가들은 그러지 않다.
또다시 그들이 비상하면 그만큼 자신들의 힘이 약해진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지금은 지켜보도록 합시다. 그보다 중한 사안이 또 있소.”
팽도웅이 더 이상 남궁소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넘겼다.
그것만으로도 황보세가와 광동진가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자식들이 얻어맞고 왔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대세는 따라야 하는 법.
지금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더욱 중한 일이다.
“모용혁문이 나타났소. 그리고 무림맹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왔소이다.”
“벌써 상당한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하던데…… 맞소?”
“그렇다네.”
곳곳에서 콧방귀 뀌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무림맹은 팔대세가 없이 굴러가지 못하는 곳이다. 세력이 갈라진 후부터 제대로 일을 하는 꼴을 보지 못했다.
“그들의 요청에 따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다들 같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아시다시피 모용세가는 팔대세가의 한 축이었소. 이 일은 우리와도 결코 무관치 않소이다.”
팽도웅의 한마디는 마치 비수처럼 가주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모용혁문을 맹주로 내세운 것은 바로 그들이었고, 그것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럼 모용혁문의 추적대를 편성하도록 하겠소.”
“그것과 동시에 만후량, 그놈을 잡아야 할 것이네.”
그때, 게슴츠레 눈을 뜬 단중악이 가주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모용혁문을 그리 타락시킨 자는 만후량이 분명했지만, 아직까지 그 행방이 묘연하여 찾을 수가 없었다.
팔대세가는 그 빚을 반드시 받아 낼 생각이었다.
“좋소. 그럼 만후량에 대한 정보를 따로 수집하고, 모용혁문의 이동을 경로를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겠소. 다들 각 세가의 주축되는 고수들을 꾸려 주시오.”
팽도웅의 결정에 가주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게 사실인가?”
“틀림없습니다.”
남궁천은 얼굴을 굳히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자신의 실책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해서, 그놈은 뭐든 부수면서 다니고 있는 거야?”
그러나 사도학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며 물었다.
남궁천과 모용혁문이 어린 시절부터 친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사도학과 모용혁문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다.
애초에 사도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모용혁문은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기 바빴던 탓이다.
그렇기에 사도학의 머릿속에선 지나가는 개 한 마리만도 못한 처지인 것이 바로 모용혁문이었다.
“여러 가지 정황상 틀림없어 보입니다. 주화입마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허허…….”
남궁천은 한숨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때 죽였어야 했다.
단우현의 말을 거부하고 사도학에게 비웃음을 받으면서까지 살려 주었던 것이 이제 와서 뒤늦은 후회를 만들고 있었다.
곤륜에서 시작된 혈사는 애꿎은 중소문파에까지 번졌다 한다.
심지어 칼을 찬 무림인들이라면 가차 없이 베어 버린다고 하니, 알게 모르게 쉬쉬할 뿐이지 현 무림은 현재 모용혁문 하나로 인하여 크게 들썩이고 있는 중이었다.
“말했을 텐데, 후회할 거라고…….”
“…….”
단우현의 한마디에 남궁천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정도를 걷는 자로서 때론 적도 용서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궁천은 그렇게 배워 왔다.
그 알량한 정의가 이런 화를 만들어 낼 줄이야.
자괴감에 빠진 남궁천이 머리를 짚었다.
“다행히 남궁세가로 향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데 악양으로 오고 있다?”
단우현의 물음에 제갈운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혁문은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악양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오문 문주의 정보도 그렇고 개방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더라도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괜찮군. 굳이 내가 가지 않더라도 찾아온다는 건 마음에 들어.”
“어쩌면 그의 목적은…….”
제갈운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곤륜을 때려 부순 모용혁문이 남궁세가로 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그의 목적이 남궁천이나 남궁세가가 아니라 단우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듣기론 모용혁문을 제압한 것이 바로 단우현이라 하였으니까.
“또 그놈의 잔재로군.”
후룩-
차를 마신 단우현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단전을 완벽하게 부숴 놓았고 그 자리에서 살아남는다 하여도 이틀을 버티지 못할 상태였다.
그럼에도 원한을 갚고자 찾아온다고 한다면, 한 사람의 수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죽어서도 끈질긴 인연이구나.’
단우현이 혀를 차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내버려 둬라. 위협조차 되지 않는 칼날 따위에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
아무리 벼르고 벼른 칼날이라 하여도 닿지 않으면 무딘 칼이나 다름없는 법.
모용혁문의 칼은 수만 번 담금질하고 날을 간다 하여도 결코 단우현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반면 남궁천의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