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4
“정말로 이곳이 맞느냐?”
“틀림없습니다.”
사라진 모용장욱의 흔적을 쫓아 이동하고 있던 이들은 한 폐가 앞에 멈춰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 전환을 하고 오겠다며 나갔던 놈이 왜 이런 곳까지 왔단 말인가?
심지어 이곳까지 오는 와중에 전투를 벌인 흔적도 발견했다.
또 모용장욱과 함께 나간 무사들의 시체 몇 구까지 보았으니,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았든가 누군가를 습격했다가 되레 당한 것처럼 보였다.
모용세가의 방계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고수인 모용대웅은 불길한 마음을 억지로 다스리며 숨을 골랐다. 혹여 장욱이 당하기라도 했다면, 이는 모용세가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불길한 생각을 하며 폐가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모용장욱을 지키는 호위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처참하게 당한 이들도 보였으며, 생채기조차 없으나, 그대로 숨이 멎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소가주…….”
모용장욱이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인지 흉측하게 일그러진 모습이 역력했다.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본래 그 형상을 찾을 수조차 없었고, 가슴에는 그가 쓰던 검이 박혀 있었다.
어느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부들부들-
몸이 떨려 왔다.
아무리 모용세가의 이름이 땅에 떨어졌다 하여도, 아직 그 힘이 건재하거늘 도대체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단 말인가!
당장 찾아 죽여도 시원찮았다.
“시신을 수습하고 흔적을 찾아라.”
“예!”
모용대웅은 주변을 둘러보며 혹 남아 있을지 모를 적의 흔적을 찾았다. 자그마한 무언가라도 있으면 상대를 판별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남궁세가? 아니…… 무림맹이나 천도회인가?’
워낙 모용세가를 적대하는 이들이 많은 탓에 적이 누구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모용대웅은 허망한 웃음을 흘리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
차기 가주로는 모용장욱만 한 이가 없었다.
어린 그의 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실력은 물론이고 재능마저 모용장욱을 따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장로는 물론이고 호법과 방계들 마저 모용장욱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다시금 모용세가를 일으켜 줄 것이라 생각하며.
모용혁문을 쫓고 그를 보호하려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모용혁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모용장욱에게 익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가문의 미래라고 굳게 믿고 있던 장욱이 죽임을 당했으니 이 허망함을 어찌 달랜단 말인가?
까드득!
이를 갈며 살기를 뿜었다.
“밑에서부터 보았던 시신들의 흔적은 남궁세가의 것으로 보였습니다.”
“보였다라는 건 무슨 소리냐?”
“그게…… 남궁세가의 검술 같기는 한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마치 다른 무언가를 섞어 놓은 듯해서…….”
“그 말은 흉수가 남궁세가의 짓처럼 꾸며 놨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모용대웅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모용세가와 남궁세가는 이미 반목을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그 골을 더 파 놓으려는 수작일지도 모를 가능성은 무척 높았다.
모용대웅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거봐, 온다고 했잖아.”
그때, 한 사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급하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뻥 뚫려 있는 입구에 몇 명의 인영이 보였다. 그들은 모여 있는 모용대웅과 그 수하들을 바라보며 이죽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누구냐?”
“알 것 없다.”
권무진이 툭 하고 말을 내뱉으며 소쌍도를 꺼내 들었다.
“내가 웬만해서 참아보려 했는데 안 되겠더라. 그 값은 받아야지? 안 그래?”
마장강이 웃음을 지으며 도를 치켜들었다.
백대고수에 오른 그의 기세가 사방으로 퍼지니, 모용대웅조차 식은땀을 흘릴 만큼 강렬함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당신들…….”
그때, 가장 크게 살기를 뿜는 이가 있었다.
그 여인은 모용대웅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어느새 뽑아 든 검이 시퍼런 예기를 빛내며 당장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기세를 뿜었다.
“제갈연……!”
모용대웅은 저 얼굴을 잘 알았다.
한때는 같은 팔대세가의 일원이었고, 그 이전에는 오대세가라 불리며 정파를 책임지고 이끌었던 세가들이니, 교류하며 몇 번 마주쳤던 것이다.
“죽여 버리겠어!”
제갈연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찬란한 궤적을 그리며 뻗어진 그 검에 모용대웅조차 위협을 느꼈다.
“큭! 죽여!”
모용대웅이 그 공격을 피해 내며 언성을 높였다.
남궁소혜만큼은 아니라 하지만 제갈연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고수였다.
제갈세가가 유명한 것은 그 지략과 전술, 그리고 기문진법과 기관에 해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제갈연은 다르다.
본디 그녀의 머리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제갈세가에서 태어난 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뛰어난 무재(武才)를 타고났다.
하여 제갈세가에서도 그녀를 가르칠 때 문보단 무에 비중을 높였다.
후기지수들과 그리 많은 싸움을 하지 않았고, 본 실력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기에 그녀의 무공 수준이 유명하지 않을 뿐이지, 어쩌면 남궁소혜와 비등하거나 모용장욱 정도는 될 것이다.
카카캉-!
“큭!”
제갈연의 파상공세에 모용대웅은 당황했다.
역시!
힘으로 검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제갈연은 극도로 화가 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검법을 잊지 않았다.
한 수 한 수가 굉장히 날카롭고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억지로 빈틈을 노리는 것이 아닌, 한 수로 상대의 틈을 만들어 내는 수준 높은 검술을 펼쳐 내고 있었다.
“이런 망할!”
“죽어 버려!”
눈에 불을 켠 제갈연의 검술이 화려하게 뻗어 나갔다.
막아 내고 압도적인 공력을 가지고 억누르려 해 보았지만, 제갈연의 검은 마치 모든 것을 파훼시켜 버릴 것처럼 날아들었다.
모용대웅이 식은땀을 흘리며 공격을 쳐 냈다.
힘으로 제갈연의 유연함을 부수고 틈을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힘으로 억눌린 검을 던져 버린 제갈연이 살포시 웃음을 지으며 깃털처럼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품에서 무언가를 날렸다.
파파파팟-!
“커억!?”
쏜살같이 날아든 그것이 무엇인지 모용대웅은 단번에 알아보았다.
사천당가의 암기였다.
설마 제갈연이 암기를 쓸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에, 완벽하게 당하고 말았다.
쿵!
모용대웅의 몸이 어이없이 널브러졌다.
암기에 박혀 있는 독 때문인지, 그의 몸이 점점 시퍼렇게 변해 가고 있었다.
“끄억!”
“당가의 맹독이에요.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고 하던데 그건 거짓말인가 보네요.”
제갈연이 쓰러진 모용대웅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죽어 가는 이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눈동자에는 작은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끄으으으…….”
“당신의 수하들도…… 살아남을 것 같지는 않네요.”
권무진의 소쌍도가 맹렬하게 상대를 압박하며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마장강의 도가 묵직하게 상대를 반으로 가르며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장삼태가 이리저리 얍삽하게 뛰어다니며 상대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 또한 상처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싸움은 이미 승패가 기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갈연은 모용대웅 앞에 주저앉아 독이 점점 골수까지 치밀어 오르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손가락을 뻗어 모용대웅의 미간을 툭툭 건드렸다.
“소혜를 건들지 말았어야지.”
“!?”
모용대웅은 그제야 모용장욱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깨달았다.
남궁세가의 직계인 남궁소혜를 우연히 보았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다 오히려 역으로 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 또한 무사하지 못하였기에 화가 난 제갈연이 동행을 이끌고 찾아왔다.
모든 의문이 해소되자 그의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흘렀다.
“흐…… 흐흐…….”
“저승 문턱을 넘는 사람이 웃을 힘은 남았나 봐?”
비꼬는 말에 뭐라 반박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용세가의 사람으로 태어나, 세가를 위해 뭐든지 하며 살아온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로지 세가의 영광에만 매달렸고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용세가만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제갈연이 슬쩍 모용대웅을 향해 상체를 숙이더니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요. 모용세가도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
“……!”
들려오는 말에 모용대웅이 손을 뻗어 제갈연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남아 있는 힘을 쥐어짜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핏발이 잔뜩 선 눈빛이 그녀의 시야를 자극했다.
“모…… 모용세가를…… 건들면…… 죽어서도 가만히 있지 않…….”
“아아- 상황 파악 못하는 인간은 이래서 싫다니까.”
제갈연이 코웃음을 치며 모용대웅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냈다.
그러나 죽어 가면서 모든 힘을 쥐어짜고 있는 모용대웅은 쉽사리 밀려 나가지 않았다.
그것을 바라보며 제갈연이 피식 웃으며 슬쩍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한마디 할까?”
그리 말을 하며 목소리를 죽였다.
마치 다른 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듯 말이다.
자신이 품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으려는 것처럼 다소 수줍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모용대웅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활화산처럼 타올랐기에 마주한 모용대웅의 눈동자가 떨렸다.
“만약 소혜가 죽었다면…… 너희들의 영혼까지 박살 내 버렸을 테니까…… 다행인 줄 알아.”
퍼걱!
“꺼억!”
뻗어진 손가락이 모용대웅의 목을 파고들었다.
모용대웅이 피가 치솟는 목을 부여잡고 괴로움에 컥컥거렸다. 동시에 눈앞에 흐릿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동공이 풀려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쓰러지면서도 그의 시선은 제갈연을 향해 있었다.
죽어 가는 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녀는 실로 악귀와도 같았다.
모용세가를 건들지 마라!
죽여 버리겠다!
그런 말을 내뱉고 싶으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몸이 서서히 늘어지며 어둠이 온몸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