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3
무림은 언제나 새로운 강자를 원했다.
그러므로 이미 드러난 고수가 아닌, 어디선가 나타난 새로운 고수의 등장은 무수히 많은 소문을 낳았고, 또한 사람들을 자극했다.
“진짜라니까 그러네! 그분들은 천외천이야, 천외천!”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과 소문을 전해 들은 자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천외천이라면 오황을 뜻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한다면 칠성을 말함이다.
아무튼, 오황칠성에 버금가는 새로운 고수가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둘이나 나타났다는 사실에 온 무림은 경악했다.
“하지만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그들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야 하지만…….”
몇몇 이들이 우승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로 우습지도 않게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장외패로 인하여 절세의 고수 둘이 탈락하고, 그 거대한 싸움에서 새우등이 터져 버리고 만 상대방 덕분에 멀쩡하게 버티고 있던 남궁소혜가 자연스럽게 우승자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놀랍지 않나? 그 남궁소혜가 출전한 것도 모자라 남궁세가가 아닌 호남단가의 사람으로 나타나다니.”
“그…… 그렇지. 나도 놀랐다네.”
남궁소혜를 비롯하여 제갈연의 이야기까지 널리 퍼지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온 무림의 눈과 귀가 호남단가를 향하고 있었다.
하나, 호남단가에선 마치 커다란 연회라도 벌이는 듯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금환상단의 상단주를 비롯하여 호연지.
한때 이곳과 인연이 있었던 모든 이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분주하게 오가는 남궁소혜와 호연지가 음식을 내놓고 있었으며, 술단지가 한가득 쌓였다.
홍원창마저 찾아와 그 자리에 함께하니, 그야말로 세가 전체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로지 한 사람만 제외하고.
“으윽…….”
장삼태는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신음을 흘렸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황에서 벌써 한 시진가량 이러고 있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곁에는 매향이 서 있었는데 장삼태를 향해 연민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차마 도움을 줄 수는 없는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나만…….”
꾸르륵!
주린 배에서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조금이라도 배를 채우고 싶었지만 단우현의 허락이 없으니 차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억울함이 치솟으니 괜스레 짜증만 늘었다.
“도대체 뭘 한 거예요?”
매향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그녀 또한 답답한 마음이다.
“낸들 아나? 그냥 대신 사 어르신한테 출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밖에 없는데…….”
“아…….”
“뭐가 ‘아…….’야?”
매향이 포옥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그것이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우현의 표정을 보아 틀림없이 자신에게 돈을 걸었을 터.
사도학이 출전한 탓에 장외패가 되었고, 우승도 하지 못하였으니 돈만 날린 셈이다.
금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돈에 집착하는 단우현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했다.
“하아…… 도대체가 이 사람은…….”
“아, 왜!”
장삼태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를 쳤다.
아직까지도 자신이 벌을 받고 있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지않은 이는 또 있었다.
바로 한쪽 구석에서 고기를 뜯으며 술을 마시고 있는 사도학이었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좀처럼 표정을 풀지 못하였는데, 곁에 있던 남궁천은 이유를 아는 듯 툭툭 어깨를 두들겼다.
“건들지 마라.”
“허허허.”
“웃지도 마라. 정든다, 늙은 놈아.”
“그리도 불만인가? 승부를 내지 못한 게?”
“승부랄 게 있어? 처음부터 밀렸는데…….”
사도학은 입안에 있는 고기를 뱉었다.
맛있는 부위였지만 영 입에서 받지 않았다. 그것은 사도학이 기분이 더러운 탓이다.
“저놈 말이야. 처음부터 전력을 다 하지도 않았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니었는가?”
남궁천은 알고 있었다.
천마신공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사도학은 자신이 가진 힘의 절반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만약 전심전력으로 덤볐다면 그런 식으로 싸움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이 그곳을 휩쓸었을 터.
그런 상황에서 일다경 이상 비무를 치렀으니 성공적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 문제가 아니야! 부딪칠 때마다 느껴졌단 말이다. 저놈이 손속에 여유를 두는 것이.”
“호오…… 그 정도였는가?”
“기분이 참…… 묘하더군.”
사도학이 거칠게 술잔을 들이켰다.
그럼에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력을 다 해도 이기지 못하는 상대.
그런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인에게는 자극이 된다. 특히 벽에 가로막혀 있는 사도학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쫓아도 쫓아도 손에 닿지 않는 자.
그런 이를 쫓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니, 한층 더 사도학은 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닌 모양이로구나.”
“쳇…… 그게 더 마음에 안 든다.”
남궁천이 껄껄 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빛에는 다소 아쉬움이 깃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 또한 출전했을 거라며 후회를 남겼다.
“하지만 정말 굉장했어요!”
그때, 단소미가 쪼르르 달려와 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 그저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탓에 무서웠다는 것만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비무가 끝난 직후 많은 사람이 하는 말에서, 그 비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게 되었고, 뿌듯함도 느꼈다.
자신의 할아버지라고 밝히고 싶을 정도였다.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안기는 단소미를 보며 사도학이 헛기침을 했다.
“크큼, 그…… 그렇게 굉장했느냐?”
“물론이에요! 소미는 그런 거 태어나서 처음 보는걸요. 사람들이 막 최고라면서 칭찬했어요.”
“하…… 하하! 그렇지? 내가 좀 최고지.”
“맞아요!”
단소미의 한마디에 사도학은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연신 웃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헤퍼 보이기도 했다.
남궁천이 그 모습을 부드럽게 웃으며 바라봤다.
마황이라 불리며 십만마도의 정점에 선 자.
정사마는 물론이고 새외까지 공포를 퍼뜨리며 군림했던 사도학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자네도 그렇게 웃을 줄 알았구먼. 허허허.”
“뭐가 웃겨!?”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남궁천이 손사래를 쳤다.
단우현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눈앞에 있는 술과 고기를 먹으며 앉아 있었다.
그 특유의 분위기 탓인지 사람들조차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괜히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레 단우현 곁에 앉았다.
자그마한 신음을 흘리고는 한 손에 든 술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분위기 엄청 좋네요. 오랜만이에요, 이런 거.”
남궁소혜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것. 마치 오래전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연회를 하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물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지만 남궁소혜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힐끗 옆을 돌아봤다.
단우현이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
정말로 기분이 안 좋은 싶어 품을 뒤져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자요.”
“뭐냐 이건?”
“뭐긴요, 상금이죠.”
피식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행동이 다소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으로 보이는 그 웃음에, 남궁소혜는 정말로 돈 때문에 그랬던 것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다. 넣어 둬라.”
“엑?!”
“놀랄 이유라도 있느냐?”
“아니…… 단 공자가 침울해 있었던 게 상금 때문 아니었어요?”
“나는 돈에 환장한 귀신이 아니다.”
“맞는 것 같은데요…….”
남궁소혜의 말에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사람을 어찌 보면 저런 말이 나올까 싶었다. 물론 돈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아니다.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실수요?”
“그래. 처음에는 삼태 녀석을 골려 주려고 출전을 했던 것인데…… 어느새 사도학 저 녀석이 앞을 가로막더군.”
“으음…….”
남궁소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삼태가 무슨 짓을 했기에 골려 줄 생각으로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이 직접 출전하였는지, 굉장히 듣고 싶었지만 그건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들어 봐야 그리 큰 내용도 아닐 것 같았다.
“호승심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나에게 도전하는 이에 대한 예의라 할까…….”
“아…….”
대략적인 이야기가 보였다.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않아도 될 곳에서, 사도학이 나타난 탓에 그 편린을 보여 주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으니, 귀면자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사람들이 귀면자를 찾으려 하겠네요. 또 마천군을 보기 위해 악양으로 몰려들 테고요.”
“그렇지.”
“전부 단 공자의 잘못이네요.”
“…….”
단우현이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남궁소혜가 웃으며 송곳으로 단우현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랄하군.”
“연이한테 배웠거든요.”
남궁소혜는 좋든 싫든 간에 어차피 한 번은 벌어졌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하지만 남궁천과 사도학이 이곳에 머물고 있고, 또한 그 밖에도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 힘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하여도 이미 서서히 소문은 퍼지고 있었으니, 예정된 미래를 피해 갈 수 없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단 공자라면 능히 헤쳐 나갈 사람이니까.”
“그런가?”
“그럼요. 거기다가 그런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않을 거잖아요.”
“당연한 것을 말하는구나.”
“그럼 됐죠. 누가 오든 간에 말이죠.”
남궁소혜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을 머금었다.
단우현은 강했다.
그만큼 정신력 또한 대단했다.
그를 강제하여 움직일 수 있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남궁소혜는 그 점을 더 배우고 싶었다.
“아, 단 공자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딱 하나 있네요.”
“응?”
단우현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누군가 뒤에서 달려왔다.
이윽고 와락 단우현을 끌어안으며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아빠, 있잖아요, 있잖아요! 이제 그만 장 아저씨 용서해 주면 안 돼요?”
“그래…… 그러려무나.”
“와! 감사해요. 그럼 장 아저씨 데려올게요.”
단소미가 꾸밈없는 웃음을 지으며 단우현에게서 멀어졌다.
잠시 잠깐 느껴졌던 아이의 온기 덕분인지 굳어 있던 단우현의 표정이 상당히 풀려 있었다.
그 모습을 남궁소혜가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거봐요, 있죠? 딱 한 사람.”
“……그렇군.”
단우현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