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1
“불가.”
“왜?!”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멀쩡한 곳을 때려 부순다느니, 음식에 벌레를 집어넣겠다느니 하는 소리는, 하나같이 허황되다 못해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마다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도학은 있는 대로 때려 부수고자 하였고, 적무성은 뒤에서 암약하여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계략을 꾸몄다.
남궁천은 알게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사도학과 적무성을 부추기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자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빠져 상황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제일 나쁜 것은 남궁천 같았다.
단우현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얻는 게 뭐냐?”
“그야…… 용돈?”
사도학이 어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단우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이었다. 고작해야 용돈을 조금 더 받고자 객잔과 상단을 부수려 하니 당한 이들 입장에선 얼마나 화가 날 것인가?
“아, 아니, 어차피 시비 걸어올 놈들 아니야? 그러니까 그전에 때려 부수자는 거지.”
사도학은 자신이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었는지 급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단우현의 시선이 사라지지 않자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시선을 돌린 채 어깨를 떨궜다.
용돈이 줄어들어 가끔 기분 좋을 때 사 마시던 화주조차 이제는 사지 못하는 자신의 꼴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것들이 어째 생각하는 게 그 모양들이냐?”
단우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늙으면 늙을수록 어린아이가 되어 간다고 하더니, 딱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허허허, 하지만 틀리지는 않은 말이네. 만금상단이 저리 나온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영향력을 빼앗을 생각인 것이지.”
“거봐, 내 말 맞잖아! 저것들 전부 다 박살 내 버리는 편이 좋지 않겠어?”
“쥐새끼들 잡아다 풀면 된다니까?”
“허허허.”
슬슬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에서 남궁천의 한마디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사도학은 당장이라도 놈들을 박살 내 버릴 것 같은 기세를 풍겼으며, 적무성은 인근에 있는 쥐들을 모조리 잡아 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지.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으냐?”
“네놈은 너무 느긋해. 꼭 칼날이 목에 들어와야 움직이는 거냐?”
사도학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직접적인 위협이 눈앞에 없는 이상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라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소 답답한 느낌이었다.
어차피 만금상단과는 같은 하늘을 두고 살 수 없는 노릇.
남궁천의 일도 그러하였지만 이 호남의 상권을 가져오는 데 있어서 만금상단과의 부딪침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정말로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사도학의 말에도 단우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
단우현은 언제나 강자이며 그 점을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되도록 건들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강자의 여유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철칙이기도 했다.
“내버려 둬라. 개도 건들지 않는 이상 물지 않는 법이니.”
피식 하며 웃음을 머금었다.
그 입가에 걸려 있는 자그마한 조소는 마치 모든 상대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 * *
촤르륵-
한 사내가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품에 있던 용모파기를 탁자 위에 깔아 놓았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공께서 원하셨던 것들입니다.”
만금상단의 윤공.
천하제일상단이란 이름을 얻게 만든 인물, 만후량의 오른팔로 어쩌면 제갈운보다 뛰어난 머리를 지닌 인물이 아닌가 생각되는 자다.
비록 그 이름이 널리 퍼지지는 않았으나, 만후량의 부재로 인하여 분열될 뻔하였던 만금상단을 수습하고 다시금 결속시킨 자이기도 했다.
“좌측부터 말해 보게.”
윤공의 말에 한 만금객잔의 객잔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금상단과 객잔을 세우고 악양의 상황을 살피고 있던 그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호남단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가장 좌측부터 단우현, 이자가 바로 호남단가의 중심되는 인물이자 가주입니다. 출신은 알 수 없고 나이조차 불분명하지만 상당한 실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같다?”
추측성 말이 나오자 윤공이 인상을 찌푸렸다.
상인에게 있어 확신이 아닌 추측은 곧 죽음을 부르는 말이나 진배없었다.
그렇지만 객잔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윤공이라는 거대한 이가 있음에도 자신의 소신을 내뱉는 것에 거침이 없다.
“정확히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입니다. 혹은 최근 소문이 자자한 귀면자가 아닌가 합니다.”
“그렇군.”
객잔주가 힐끗 윤공을 바라봤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빠르게 살폈다. 이런 식으로 순순히 수긍을 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자신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상단주가 직접 내린 명령이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테지.’
“또한 군자검과 마천군의 실력은 무림대회에서 보였던 것 이상임을 확신합니다. 그 밖에 남궁소혜를 비롯하여 권무진과 마장강이 있습니다.”
윤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용모파기를 바라봤다. 어린아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는 며칠 전 보았던 그 아이와 같았다.
“이 아이는?”
“단우현이라는 자의 아이입니다. 양녀이기는 합니다만…….”
“양녀?”
윤공은 지그시 두 사람의 용모파기를 바라봤다.
단우현과 단소미.
양녀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 친자식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는데, 그것이 아니라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흐음, 이 아이의 출신은?”
“……저…… 그것이…….”
순간 사내가 뜸을 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윤공이 인상을 찌푸렸다.
철컥!
윤공 뒤에 있던 자학상이 이내 칼을 치켜들었다.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칼에 목을 칠 것 같은 강한 기세가 흘렀다.
사내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더니.
“다…… 단순한 화전민 출신 아이입니다만…….”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이냐?”
윤공이 인상을 쓰며 사내를 쏘아봤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뭔가 알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슬쩍 손가락을 들어 올리니.
스릉-!
검집에 갇혀 있던 검이 조금 뽑혀 나왔다.
이내 사내가 언성을 높였다.
“며…… 몇 년 전 무, 무신도경의 위치를 찾다가 몰살시킨 화전민 기억하십니까?”
“그래, 잘 기억한다.”
하- 하며 윤공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호남 인근에 무신도경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것은 실로 우연히 얻은 정보였으나, 결코 빈말로 흘려들을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기도 했다.
“생존자가 남아 있었던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개 같은 일이로군.”
윤공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 일은 최악의 결과뿐이었다.
결국 무신도경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지 못하였고, 애꿎은 마을 사람들만 학살하였다.
단순히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일이었는데, 느닷없이 뒤를 쫓아온 살황에 의하여 만금상단의 고수들 또한 몰살당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도 못한 채 돈을 잃고 피만 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윤공은 한동안 만후량에게 시달려야 했다.
툭툭툭-
윤공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깊게 숨을 골랐다.
“결국, 그 아이는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빚이 있는 것이로군. 우리 또한 마찬가지고…….”
힐끗.
윤공이 자학상을 바라봤다.
화전민 마을을 습격했던 것은 자학상의 수하들이다. 그들이야말로 만금상단 최고수들이었으며, 살황이 아니었다면 결코 실패할 리 없었던 일이다.
자학상이 꾹 주먹을 쥐는 것이 보였다.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은 당장 쫓아가 칼을 휘두를 것 같았다.
하지만 윤공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알지 않느냐?”
“부딪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하하하-!”
자학상의 한마디에 윤공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런 자신감이 좋다.
그렇기에 만금상단 최고수라 하지 않겠는가?
한참 동안 웃음을 짓고 있던 윤공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수십 개는 될 법한, 기이하게 생긴 단환이었다.
“가져가라. 혹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수하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도록.”
“……알겠습니다.”
자학상은 고개를 숙이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만후량이 직접 내린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틀림없이 호남단가를 이길 수 있는 비장의 한 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윤공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야 이 시벌! 이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때, 어디선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손님이 조금 언성을 높인 것이라 생각을 하였는데, 소란이 조금씩 커지더니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이게 밥이야, 떡이야? 응?! 어떻게 비싼 돈 내고 이런 걸 처먹으라고 하는 거야?”
들려오는 소리에 윤공이 인상을 찌푸렸다.
객잔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 * *
한 시진 전.
“뭐라굽쇼?”
장삼태는 이제는 익숙해진 것인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눈을 뜨며 물었다. 얻어맞은 곳이 아픈 탓에 이리저리 문지르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크게 상한 것은 아니었다.
매일같이 얻어맞으니 그만큼 맷집마저 늘어난 모양이다.
그런 장삼태를 바라보며 제갈운이 웃었다. 동그랗게 치켜뜬 삼태의 눈동자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네, 요리에 대해 자부심이 뛰어나지 않은가?”
“그러믄요! 우리 장주님 때문에 처박혀 이러고 있지만, 어디 가서 밥만 하면 제 밥을 먹기 위해 억만금을 준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요.”
푸하하 하며 장삼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장삼태에게는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경공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요리였다.
그 덕분에 이곳에 머물게 되지 않았던가?
“그렇지. 그러니까 자네가 그 만금객잔에 가서 평가를 해 보는 것은 어떤가?”
“엑? 왜 그래야 합니까요?”
“하하, 그놈들 요리가 제법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러니까 한번 가서 시식해 보는 거지. 네 요리와 그놈들 요리, 어떤 게 더 맛있는지 확인도 할 겸 말이다.”
제갈운이 대수롭지 않게 장삼태의 어깨를 두들겼다. 어떠한 의미도 없이 장난스레 말을 하는 것 같았으나, 힐끗힐끗 장삼태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무언가 계략이 깔린 것 같았다.
“그 녀석들…… 제 놈들이 호남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거든. 한데, 호남 최고의 요리는 자네가 만드는 요리 아니던가?”
“그놈들이 그런 소리를 합니까요? 그렇게 맛있답니까?”
“그리 호언장담하더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네.”
제갈운은 아무렇지 않게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장삼태는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이를 갈았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에 제 놈들이 호남 최고라 말을 한단 말인가?
“내 가서 한번 먹어 보겠수다!”
“여기 여비가 있네.”
제갈운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서 전낭을 꺼내 주었다. 상당히 묵직한 것이 제법 많은 양이 들어 있는 것 같았지만 제갈운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전부 먹어 보게.”
“알겠수다!”
성큼성큼-!
악양을 향해 걸어가는 장삼태를 바라보며 제갈운이 웃었다.
‘어찌 나오려나…….’
만금객잔에 수상한 자들이 들어갔다는 정보는 이미 받았다. 장삼태에겐 미안하지만 그것이 과연 벌집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한 한 수였다.
제갈운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장삼태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