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1
콰콰쾅-!
연이어 들리는 폭음은 마치 재해가 일어난 것 같았다. 커다란 동공은 이미 완벽히 무너져 내렸으며, 솟구쳐 올라간 두 사람은 그렇지 않아도 폐허인 그곳을 더욱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런…… 기껏 만들어 놓은 강시였는데 잘도 갈가리 찢어 놓았군…….”
카카캉!
휘둘러진 칼날을 마주하며 태공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정확히는 사라져 없어진 혈마는 아니다. 그 남겨 놓은 피를 이용해 다른 시신으로 만들어 낸 가짜다.
하지만 들인 공과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강시가 한순간에 찢겨 사라지는 것을 본 태공진은 상당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을 지시한 것은 다름 아닌 천무제.
그의 명령을 완수해 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휘두르는 검에 그의 짜증이 실렸다.
“이 녀석……!”
반대로 천무광은 인상을 썼다.
혈마강시를 상대하느라 상당히 진을 빼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 태공진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까지 격전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법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태공진은 삼천이라 불리는 이들 중 가장 수준이 낮은 자였기 때문이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본디 칠 할만 드러내고 삼 할은 감추라고 하지 않던가?”
“삼 푼 정도가 아닌데?”
“그 반대였다네.”
태공진이 웃음을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카앙-!
마치 칼이 부러질 것만 같은 격렬한 울림과 함께 천무광이 주르륵 밀려 나갔다. 그것을 쫓아오듯이 몸을 날린 태공진이 그대로 검을 뻗어 내질렀다.
천무광이 그 빠른 검날에 기겁하며 몸을 틀었다.
촤악!
가슴 결이 찢기며 피가 튀었다.
피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여파가 남은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천무광이 훌쩍 뒤로 물러서며 베여 나간 자신의 가슴을 매만지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사실 우리가 전부를 보여 준 적은 없었지.”
“우린 친우면서도 서로 적이니까 그렇지, 새끼야. 지금처럼 말이다.”
퉤 하고 천무광이 침을 뱉었다.
태공진의 칼날이 아직까지도 느껴졌다. 그만큼 강한 기세를 뿜어낸 것이었고, 천무광은 이러한 힘을 처음 보았다.
“정파 최고의 명문 중 하나…… 무당의 삼봉이라는 놈이 네놈을 달마보다 높게 치는데, 그 꼴을 보니 마교 새끼들이 오히려 너를 따라야 할 판국이구나.”
어느새 헝클어진 머리카락.
달아올라 충혈된 눈.
검을 쥔 오른손에서 흘러나오는 사기(邪氣).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정파인들의 기세는 없었다.
사파나 마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천무광이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정파 새끼들은…….”
“하하, 어디 한번 내 칼맛을 더 볼 테냐?”
“내가 그랬지? 오늘 네놈 제사상 차리는 날이라고.”
천무광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태공진을 반드시 죽인다.
자신을 숨길 줄 알며 때로는 독니를 드러낼 수도 있는 태공진은 위험했다.
어찌 보면 천무제보다 더.
어떠한 이유로 천무제를 따르기 시작하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훗날 반드시 발목을 잡힐 것 같았다.
넘실넘실 마기가 치솟았다.
전력을 다하려는 천무광의 힘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그것에 맞춰 태공진 역시 기세를 풀었다.
사이함이 가득한 기운. 마치 혈마를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욱 지독한 독기가 서려 있는 느낌이다.
태공진의 근처로 가는 순간,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역한 감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칼날이 수차례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천무광은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너…… 무신도경을 익혔군.”
“…….”
카카카카캉!
수차례 움직여지는 칼날은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휘두르는 자도, 그것을 막아 내는 자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는 그 보보(步步) 역시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이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네, 무신도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혈마 놈과 무신에 관한 이야기지. 천일조화공과 혈마신공이 적혀 있고.”
파캉-!
태공진이 천무광의 칼날이 쳐 내며 파고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히더니 그의 칼날에 바람이 맺혀 거센 폭풍을 만들어 냈다.
오행의 기운을 검에 담는 수법.
틀림없이 단우현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약이라네.”
“무슨 소리를……!”
“익히게 되면…… 틀림없이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
태공진이 피식 웃었다.
곁에서 무신을 보아 왔기에 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힘, 그러한 모든 것들은 평범한 사람이 얻을 수 없는 것임을.
하늘이 선택한 존재.
천살성을 타고나야 하며 그것을 견디고 이겨 낼 수 있어야 하고, 삼라만상(參羅萬像)의 이치를 알아야 하며 자연스럽게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면 천하제일, 아니, 고금제일은 물론이고 하늘마저 농락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말이야…… 무신도경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다.”
“……!”
천무광이 깜짝 놀라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는 찰나.
푸욱-!
휘둘러진 태공진의 칼날이 천무광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틀림없이 가슴에 꽂힌 칼날.
사람이라면, 그리고 육신을 가진 존재라 한다면 살아날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태공진은 서서히 고꾸라져 가는 천무광을 바라보며 웃었다.
“너…… 어떻게…….”
“무신도경이라는 것은 말이야…… 천일조화공에 가장 근접한 무예다. 물론 실패작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역변한다.
들썩들썩하며 태공진의 얼굴이 순식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천무광은 그러한 것들을 눈에 새기며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것이 바뀌었을 때.
천무광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이 노부가 창안한 것으로 그것을 뛰어넘어 보려 했다네. 물론 직접 익히는 것보다 다른 이들에게 익히게 해 상황을 지켜보려 했던 것인데…….”
“처…… 천무제…… 왜……?”
천무광의 가슴에 박혀 있는 검을 붙잡고 있는 천무제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생명의 불꽃을 깨달았는데, 거칠게 검을 뽑아내며 피를 털어 냈다.
이윽고 자신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 갔다.
“해서 비천웅을 보내어 회수를 명령하였네. 제대로 익혀 강자가 나왔다면 빼앗길 리 없을 테니까. 하지만 영 인재들이 없더구먼…… 한심한 일이지 않은가?”
비틀비틀.
천무광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이미 천무제의 목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왜 이런 곳에 그가 있는지, 태공진은 어디로 갔는지 그러한 것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태…… 태공진은……?”
“아, 그 태공진 말인가? 허허허.”
천무제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을 지으며 천무광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는 살짝 귀에 입을 가져다 대며 작게 속삭였다.
“그것은 바로…… 나였네.”
“……!”
“고생했네. 정말로……. 무신의 곁에서 그를 살펴보려 꾸민 이름과 몸으로 그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지 아는가?”
“컥……!”
천무광은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그 눈빛마저 흔들리며 감정은 더욱 격렬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음에도 몰랐다. 함께 웃고 떠들며 검을 나눴던 이가 천무제였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 태공진으로 살면서 아주 즐거웠다네. 그런데 자네가 어찌하여 나를 따랐는지 아는가?”
“그…… 그게 무슨……?”
“속삭였기 때문이라네, 오랫동안 이 내가. 자네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이야.”
“……!”
“긴 세월 동안 걸린 세뇌는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움직이게 되는 법이라네. 비천웅 녀석과는 다르게 말이야.”
천무광의 심장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가 해 왔던 모든 것들이, 천무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정말 이곳까지 온 것은 좀 예상 밖이로군.”
피를 토하며 천무광이 천무제를 쏘아봤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 이것이 현실인가 싶은 것들만이 가득했다.
“지…… 지난번 여우를 쫓다 보았던 것도…….”
“그것은 내가 아닐세. 그저 만들어 낸 분신에 지나지 않지. 만약 그게 이 노부였다면…… 자네가 살아 있었겠는가?”
“…….”
그렇게 이야기하며 천무제가 가만히 천무광을 노려봤다.
마치 그 사람의 필요성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쯧 하며 혀를 차더니 손을 움직였다.
퍼걱-!
“꺼어억!”
천무광의 몸이 종잇조각처럼 날아갔다.
무수히 많은 잔해 속으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니, 어느 누가 본다 하여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그것이 중상을 입고 있는 이라면 더더욱.
“자네는 이제 필요가 없다네…….”
쯧쯧 혀를 찬 천무제가 고개를 돌렸다.
다소 후련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하실 거였으면 진즉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안타까운 강시만 잃었습니다.”
그때 묘한 일이 벌어졌다.
바람이 불어왔다.
동시에 지금까지 자리에 없었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무제와 똑같은 얼굴을 하는 자. 하지만 곧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찢어진 눈매, 날카로운 입꼬리.
전체적으로 어딘지 모르게 어둡게 생긴 얼굴이다. 천무제가 온화함을 뿜어내고 있는 인상이라면, 이 노인은 마치 한 자루의 칼날과도 같았다.
“허허, 이제 왔는가?”
“다녀왔습니다. 원하시는 것은 여기에…….”
노인은 허리춤에 끼고 있던 상자를 건네었다.
천무제가 그것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열어 보았다. 뚜껑을 여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한기가 몰아치며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극한지기를 느낀 천무제가 황급히 상자를 닫았다.
“만년빙정이라…… 수고하였네, 아우.”
“형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허허허, 그러니 내 자네만 믿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두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 보에 수 장씩 이동하는 것이 정말로 신선이 걸어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으니 남은 것은…….”
“그래, 시작이지……. 자, 천제(天帝)가 될 것인가, 땅으로 떨어질 것인가? 어느 쪽이든 재미있을 것이라네…… 무신이여.”
사아아악-!
이윽고 두 사람이 사라졌다.
흔적조차 남지 않고 어떠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부들부들 그 자리에서 몸을 떨고 있는 천무광 역시 그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야 한다.
반드시 살아야 했다.
“천무제…… 이놈……!”
바득바득 이가 갈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에게 속았고, 그 손바닥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그렇기에 반드시 살겠다는 의지가 치솟았다.
그놈의 심장에 칼을 꽂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