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50
“아니 그럼 귀신 새끼도 아니고 요괴도 아닌데 잡으려고 하는 겁니까요?”
장삼태가 답답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을 붙잡아 무엇을 하겠는가?
물론 적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당장 잡아들여야 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굳이 심력을 낭비하면서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절강으로 가서 하나둘 때려잡다 보면 전부 다 잡히는 것 아니었던가?
장삼태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궁금하지 않으냐. 왜 이런 곳에서 서성이는 것인지 말이다.”
“개뿔이…….”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물론 궁금하기는 하다.
이런 곳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듣고 있으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단우현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괜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가 침상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놈들 하는 짓이 뭐 있겠습니까요? 장주님 엿 먹이려 하는 거지.”
“하하.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
단우현은 그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크게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다.
대담한 사람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단순히 위협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장삼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놈이 그렇게 무서운 놈입니까?”
“정확히는 모른다. 본 적이 없으니 말이지.”
“이야기만 들었습니까요?”
“그래…….”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청염제의 수하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물론 세월이 흘렀고 우화등선하지 못했을 것이니 그가 알고 있던 이는 아닐 것이다.
혹은 혈마처럼 그 영혼을 되살린 것일지도.
어떤 식이든 간에 그 무공이 사이하다는 것과 청염제의 수하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단우현에게 있어서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왜 그런 놈이 이곳을……?”
“그것을 알고 싶은 거다. 더군다나…… 놈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거든.”
“예?”
뜻밖의 말에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문혜의 정보로는 틀림없이 요괴 한 명을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
그것이 다소 이해되지 않았다.
“흉면쌍살이라 불린다. 등이 굽은 놈은 아우이고 그 위로 형이 하나 더 있다고 알고 있지. 물론 예전과 같다면 말이다.”
“그놈도 흉측하게 생겼습니까요?”
단우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쌍살 중 한 명인 형 쪽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저 그런 이가 함께 다닌다는 것 정도?
대부분의 전투와 살인은 동생이 하였다는 것.
그러한 사실만이 단우현의 머릿속에 있었다.
하여 형 쪽 역시 등이 굽거나 혹은 흉측하다고 확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릅니까요?”
“그래,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천 리 밖도 내다볼 것 같은 분이 무슨…….”
“하하하.”
장삼태의 비꼼에 단우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단우현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든 이들이 그리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단우현 역시 사람이고, 고금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화등선을 하지 않았을 뿐 선경을 넘어섰다고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단우현 자체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에이, 전 모르겠습니다요! 잡으면 잡는 거고, 말면 마는 거고!”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장삼태는 침상에 누웠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더욱 일을 힘들게 만드니, 조금이라도 빨리 자 체력을 회복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단우현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지그시 장삼태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이 매섭게 빛을 냈다.
“뭐 하는 것이냐?”
“예? 자려고 하는데요?”
당당하게 말을 하며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무섭다는 것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오늘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눈을 감았다.
반드시 쉬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할 일이 있지 않으냐?”
“절강 가는 거 말입니까요? 그거 장주님이…….”
“아니, 찾아야지.”
“뭘 말입니까요?”
장삼태는 애써 상황을 부정하며 눈을 뜨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진즉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며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요괴를 말이다.”
“아씨, 정말! 진짜로 합니까요?!”
“그럼 뭣하러 이곳에 남아 있을까?”
벌떡 일어선 장삼태가 거칠게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토했다. 하긴, 일을 벌였으면 끝까지 가는 성미이니 어떤 말을 하고 딴청을 부린다 한들 이 일이 해결되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따라왔나 싶기도 하였고 자신의 처지를 또 한 번 원망해 보기도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장삼태는 결국 단우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다.
단검을 띠 자락에 숨기고 소맷자락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금사를 뿜어내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을 하며 결심을 굳혔다.
물론 단우현이 찾으라는 것이 진짜 흉면귀를 찾으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정보를 가지고 오라는 것일 테니, 마을을 돌며 그자를 본 이들을 찾거나, 하오문을 방문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한 상대의 뒤를 캐고 다닌다는 것은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고, 그것이 장삼태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목숨을 건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이런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장삼태가 끄응 하며 신음을 삼켰다.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힌 그가 단우현을 바라봤다.
“나 죽으면 쫓아가 평생 괴롭힐 겁니다요.”
“걱정하지 마라. 죽게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거참…… 든든한 말입니다만…….”
단우현의 확답에도 장삼태는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안다.
아무리 단우현이라 해도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순간 목이 날아갔는데 그걸 붙이는 게 가능이나 할까 싶다.
“시체가 돼도 강시로 되살려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필요 없습니다! 뭡니까요? 그건 너무 무섭잖습니까!”
“하하.”
웃음을 짓는 단우현을 보며 장삼태가 씩씩거리며 창문을 넘어 몸을 날렸다. 계속해서 그와 함께 있다간 제명에 살지 못할 것 같았다.
* * *
“헉…… 헉…….”
“하아, 하아…….”
다섯 명의 노인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숨결 역시 상당히 거칠었으며, 진이 빠진 것인지 얼굴색 역시 그리 좋지 않았다.
싸움을 시작한 지 어느새 몇 시진이 지났다. 그럼에도 누구 한 명의 승리가 가려지지 않는 것은 이들의 수준이 지나칠 정도로 비등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들 중 이미 힘이 다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이들도 있기는 하였지만, 우두커니 서 있는 비천웅과 남궁천, 사도학은 여전히 여력을 남겨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괴…… 괴물들…….”
“으어…….”
그러나 반대로, 무천풍 때문에 이 싸움에 억지로 끼어들어야 했던 권무진이나 제갈연 남궁소혜와 마장강, 무호 등은 피를 토하며 엎어진 채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고작해야 일각조차 버티지 못하는 수준인 이들로서는 다섯 사람의 공세를 한 번에 받는다는 게 그야말로 죽으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마…… 망할 늙은이들…….”
“으…… 할아버지…….”
억울함 가득한 시선을 보내 보지만 정작 본인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것에 바빠 그들에게 어떠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허허,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때, 남궁천이 사도학을 향해 검을 겨누며 물었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사도학의 마음은 본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르고 싶다 하여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 바로 벽을 허무는 과정인데, 사도학은 그러한 과정마저 무시하고 어떤 식으로든 힘을 원하고 있었다.
물론 단우현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 것 역시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하여도 사도학의 행동은 다소 지나칠 정도였다.
그때, 사도학이 씩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상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와 도발, 심지어 자신의 호승심마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 낸 사도학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말이다! 더 강해지고 싶다.”
“그거야 이미 들었네만…….”
“앞으로 단우현 그놈은 더 모진 싸움을 해야 하는데, 곁에서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게 싫어. 하다못해 그놈 옆에라도 서고 싶다.”
“…….”
사도학의 말은 남궁천의 마음에도 와닿았다.
단우현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더욱 큰 강자와 싸우려는 것은 안다.
느닷없이 이 호남단가를 떠난 것만 보아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것이었군…….”
비천웅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비천웅 역시 갚아 주고 싶은 빚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무력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인지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실제로 천무제보다 약한 천무광에게도 손조차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당하지 않았던가?
꼭두각시 인형이 아닌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그들에게만큼은 결코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비천웅의 마음속에도 있었다.
그가 단검을 꾹 쥐고 사도학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얼마나 늘겠는가?”
“해 봐야 알지.”
남궁천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물론 오황이라는 이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겨뤄 보다 보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는 법.
단우현을 보기 전까지 자신들이 가진 위치가 최고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자들인 탓에,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사도학이 다짜고짜 칼을 휘두른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런 식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네.”
남궁천의 말에 무천풍과 비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강함만을 추구하겠다고 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미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그 기술들을 파악해 버린 지 오래다.
이런 것으로는 벽을 허물지 못한다.
“벽면수련 같은 건?”
무천풍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벽을 보고 명상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한층 더 강한 정신력과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이미 그러한 것으로 벽을 넘을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이는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에게나 통할 법한 이야기다.
다섯 노인이 저마다 신음을 삼켰다.
무공이라 한다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이들이기는 하지만, 단우현만큼, 아니 하다못해 삼천만큼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에 수련을 쌓아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것이라면 저에게 맡겨 보는 건 어때요?”
그때,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순간적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들려오는 소리.
다가오고 있음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감각들.
다섯 노인은 온 신경이 곤두섬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침음을 삼켰다.
“자…… 자네는 누구인가?”
남궁천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코앞에서 칼을 휘두른다 하여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심지어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지켜보는 순간 모든 남녀노소가 빠져들어 버렸다.
여인은 생긋 웃음을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겠죠? 단 장주님의 부탁으로 여러분과 함께 지낼 미호라고 해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그 웃음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 노인들은 답지 않게 손에 쥔 검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