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9
“이런 망할…….”
“…….”
“음…….”
호남을 빠져나가 절강으로 향하고 있는 단우현과 장삼태는 강서의 성도 남창을 지날 무렵, 익숙한 면면들과 마주쳤다.
서로를 마주 보는 것과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는 여인.
당문혜다.
일 때문에 나온 것인지 그녀의 주변에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사내 둘이 있었는데, 가슴에 새겨진 자수로 보아 사천당가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천도회의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럼 가던 길 가쇼.”
“…….”
날카로운 장삼태의 말에 당문혜는 고운 아미를 더욱 찌푸렸다. 그녀가 어디 가서 이러한 말을 들어 보았겠는가?
천하의 사천당가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함부로 그녀를 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삼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단우현이 곁에 있어 무서운 것이 없고, 사천당가라 하면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당가의 가주와 거하게 한판 벌인 적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한 일들 때문에 당가의 사람이라면 더욱 꺼림칙했다.
당문혜가 장삼태를 무시하며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천하제일인…….’
수많은 사람들이 단우현을 향해 내뱉는 말이다.
실제로 그 힘을 눈앞에서 보았다면 누구라 한들 그 칭호에 반박을 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강렬했던 무예. 수많은 혈천인들의 입을 다물게 했고, 사실상 정사연합의 기세를 단박에 끌어올린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 이를 눈앞에 둔 당문혜는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다른 분들이 안 계시네요.”
“신경 쓰지 마쇼.”
“그쪽한테 한 말이 아니에요.”
당문혜가 날카롭게 장삼태를 노려봤다.
단우현의 말을 듣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끼어드는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장삼태는 당당했다.
마치 단우현을 보호하기라도 하는 듯이 앞으로 나와 당문혜과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용무가 없으면 비키쇼! 우리 가야 하니까!”
“……어디를 가는지 물어도 될까요?”
“묻지 마쇼.”
“…….”
당문혜가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되는 장삼태의 방해가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후려쳐 호남단가와 적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발을 동동 구르며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다.
“천도회는 한가한가 보군. 이런 곳에 있는 걸 보니.”
“아, 한가하다니요. 최근 근방이 뒤숭숭하여 그것을 조사하러 온 거예요.”
“뒤숭숭하다?”
단우현이 다소나마 흥미를 갖자 당문혜가 반짝 눈을 빛냈다. 이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 합류를 시킨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어쩌면 사천당가와 생겼던 불화마저 단박에 해결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 봐야 혈천의 잔당 아니야?”
“아니요. 그건 아니고…… 웃긴 이야기이긴 한데…….”
“뭐냐?”
당문혜가 우물쭈물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것을 설명해야 좋을지 한참 동안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결국 길게 한숨을 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요괴를 봤다고…….”
“푸하하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장삼태가 미친 듯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어찌나 정신 없이 웃었는지 맨바닥을 뒹굴 정도였다. 요괴라는 말 자체가 그에게 있어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았다.
“…….”
당문혜가 그것을 가만 바라봤다.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것은 본인이 생각해도 창피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써 숨기려 했던 것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말을 돌리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퍼걱!
“커억!”
저도 모르게 발을 뻗어 바닥을 나뒹구는 장삼태의 복부를 후려쳤다.
‘꺽!’ 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몸을 떠는 그의 몰골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힉……!”
“무…… 무슨 짓을…….”
이윽고 순간 깨달아 버렸다.
장삼태의 옆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실수를 깨달은 당문혜가 놀란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이는 그녀의 곁에 있는 두 사내 역시 마찬가지다. 기겁한 시선으로 사색이 되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世家).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러한 칭호들을 모조리 가지고 있는 단우현 앞에서, 그 수하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으니 자칫 큰 사달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저기, 이건! 그게 아니라……!”
“괜찮다. 원래 맞고 사는 놈이니 그 정도는 아프지도 않을 거다.”
“아픕니다요!”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맞은 복부가 무척이나 아픈 것인지 배를 움켜쥐었다. 이윽고 날카롭게 당문혜를 쏘아보니 그녀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피하는 것이 보였다.
당문혜 역시 장삼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싸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이다.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구나. 요괴라? 하하.”
“말은 그렇게 해도 저희도 혈천의 잔당이라 생각하고 찾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되잖아요, 요괴라니…….”
“어찌 생겼다더냐?”
‘음-’ 하며 당문혜가 잠시 고민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기에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본 사람들의 말을 떠올려 본다면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있었다.
“등이 굽고 손톱이 길다고 했어요. 또한 얼굴은 마치 백지장처럼 새하얗고 입술은 피를 머금은 것처럼 붉다고 그랬죠.”
“무슨 귀신처럼 생겼네.”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야기만 들어 본다면 귀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물론 귀신이나 요괴나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점에서 그리 틀린 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주님, 이런 곳에서 시간 끌지 말고 어서 가십시다! 우리 갈 길이 멀다고요!”
“아니, 재미있겠구나.”
“에?!”
장삼태가 멍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평소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자이기는 하지만, 흥미가 솟을 때만큼은 다르다. 시큰둥했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으니 장삼태는 아차 싶어 미간을 짚었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겁니까요?!”
“요괴이든 사람이든 간에 그렇게 생겼으면 응당 궁금하지 않으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요! 아니라고요!”
장삼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역시도 흥미가 있기는 했다. 실제로 사람이 그렇게 생겼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혹은 뭐 하는 자인지 궁금했다.
또한, 요괴라고 한다면 호사가들의 입방정에서만 튀어나오는 것이니만큼, 실존한다면 보고 싶은 마음 역시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갈 길이 구만리이고 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일은 천도회를, 더 나아가 사천당가를 돕는다는 점에서 장삼태는 결단코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좋지 않으냐. 새로운 것을 구경도 하고…… 함께 가도 되겠지?”
“호남단가의 사람이라면…… 대환영이죠.”
당문혜가 생긋 웃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신빙성이 없는 것들만 가득하였다. 하여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천하제일인이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는 것이다.
다른 두 사내 또한 표정이 활짝 폈다.
* * *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요!”
당문혜가 머물고 있는 객잔에 자리를 잡은 장삼태는 방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단우현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갈 길이 멀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생각되는 상황이었는데, 느닷없이 옆길로 새어 버리니 장삼태의 입장에선 상당히 답답했다.
가슴을 툭툭 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좋지 않으냐? 여러 가지를 보고 말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무슨 요괴를 찾는다고! 실제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요!”
“하하, 보게 된다면 나도 처음 보는 것이로군. 구미호 같은 것들은 만나 보긴 했다만…….”
“아오…… 진짜!”
장삼태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로 단우현은 반쯤 장난삼아 이 일을 떠맡은 것 같았다. 요괴가 실존하는지 그런 것을 확인하기 위함인 듯,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흥미로운 표정이 가득했다.
장삼태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저놈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좋지 말입니다요…….”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한때의 유희이지 않으냐.”
“유희라니…… 저놈들 도와주는 거 말입니까? 평소라면 콧방귀를 뀌실 분이 왜 하필 이 시기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게 뭡니까요?”
장삼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이 가득하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떠한 일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자가 바로 단우현이었고, 그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움직이려 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쿵저러쿵 반쯤 장난삼아 이야기를 하는 듯하였지만, 장삼태는 단우현이 본디 의미 없는 일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렸다.
장삼태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또 뭔가 있지요?”
“뭐가 말이냐?”
“숨기는 거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습니까요!”
“하하하,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지.”
장삼태가 눈썹을 들썩였다.
단우현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 일에도 틀림없이 어떠한 의미가 있음이다.
그렇기에 더욱 파고들어야 했다.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삼태에게 말씀해 보십시오! 전부 다 말입니다.”
“하하, 본 적은 없지만 아주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 새끼 장죽 물던 시절입니까요?”
“…….”
“…….”
순간 단우현이 가만 장삼태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그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다소 굳은 얼굴로 날카로운 시선을 쏟아 냈다. 이는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의미했다.
장삼태가 어색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호…… 호랑이가 지금 장죽을 태울 수 있으니 그, 근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요…….”
“그렇지…… 어쨌든, 한 사내를 따르는 이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기괴하여 흉면귀라 불렸지.”
“흉면귀? 어째 섬뜩합니다만…….”
장삼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얼마나 귀신같이 생겼으면 그러한 별호가 붙었을까? 머릿속에서 온갖 흉측한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손톱은 길고 새하얀 옷을 입고 다닌다…… 등은 꼽추와도 같으며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그 피를 입술에 묻혀 시뻘겋다…….”
“그…… 그거?”
“그래, 이번 일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느냐?”
장삼태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였다.
실제로 그 흉면귀라는 것이 살아 있다고 한다면 천 년 전 목내이와도 같은 놈일 것이다. 또한 단우현과 적대할 것은 분명하고, 혈천의 인물은 아니리라 판단되니만큼.
“서…… 설마…….”
“그래, 한때나마 팔선에 그 이름을 올렸던 청염제 류태서의 수하였던 자다. 하지만 이상하군…… 왜 이런 곳에……?”
단우현이 의아함을 금치 못한 채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와 반대로 장삼태는 주저앉으며 절망을 표했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