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46
“으아…… 으아아아악-!”
의창, 어딘가에 있는 안가.
사람들의 발걸음조차 없는 그곳에 거센 비명과 함께 집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려왔다. 무언가가 깨지고 산산조각 나는 그것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토해 내는 것만 같았다.
“주, 주군! 지, 진정…… 진정하십쇼!”
“진정?! 진정하라고? 네놈은 지금 이것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추작한은 바득바득 이를 갈며 언성을 높였다.
오른뺨은 화상 탓에 피부가 괴사되어 흉측하기 짝이 없다. 반대로 왼쪽 뺨은 무언가에 얻어맞아 터진 듯 시뻘겋게 달아올라 붉어졌고, 설령 시간이 흘러 회복한다 한들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그 아름다웠던 추작한의 외모는 더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개자식, 개자식……! 생긴 것도 거지 같은 게 감히, 감히 나를!”
화가 난다는 말로는 이 감정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울분이 치솟아 이가 갈리며 격렬하게 들끓는 감정을 뭐라 해야 할까? 눈앞에 놈이 있다 하여도 찢어 죽이는 것만으로 용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부는? 지부는 어찌 되었느냐?”
“그, 그것이…… 구녹진은 죽어 시신이 되었고, 다른 이들은 모두 북경으로 압송되어 끌려갔습니다. 아마도 황실과 무림맹 사이에 협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큭……! 멍청한 새끼!”
그놈을 만나고부터 되는 일이 없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얻은 것이라고는 하나 없고 오로지 잃기만 하고 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이런 강맹한 무공을 익히고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 곁에 있는 계집은 백호까지 데리고 다니고 있지 않던가.
하나하나가 기이한 일행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야 그들에 대해 조금은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교에서 답신은 왔느냐?”
“아직입니다.”
추작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상황이 급작스럽기에 최대한 교의 도움이라도 받아 보려 했건만 전서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거리가 거리이다 보니 늦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현재 그 사내와 계집, 모두 마차를 타고 무당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무당……?”
“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로를 보자면 무당 쪽이 확실합니다.”
무당…… 무당이라?
정도무림의 기둥이라 불리는 두 곳 중 하나.
지금은 옛날만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정도무림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 중 하나이다 보니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곳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지.”
추작한은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며 짙은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이리 만든 놈의 사지를 당장 백 갈래 천 갈래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이긴 하나,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실력 차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무당 쪽에 가 있는 인원은 몇이나 되나?”
“……이백이 조금 넘습니다.”
구파일방 중 하나인 무당을 무너트리기 위해 천지교에서 숨겨 놓은 간자들이다. 그 수가 상당하여 멍청한 구녹진보다 도움이 되면 되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 그럼…… 못할 것도 없지.”
추작한은 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혼자가 안 된다면 여럿을 동원한다. 그 여럿마저 안 된다면 더 많은 수를 동원한다. 결국, 물량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이 전쟁이다.
그는 이러한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 *
“조심해야 돼! 알았지? 너는 특히 얼이 빠져서 쉽게 속아 버리니까!”
“얼이 빠지다니…… 너무하네…….”
주지약은 근심,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이제 곧 떠나야 하는 것을 알기에 오랫동안 붙잡고 있고 싶지는 않으나, 단소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좋지 않은 생각만 들었다.
물론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것은 안다.
언제나 곁을 지켜 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번보다 더한 상황이, 또 어디에서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이 중원이다 보니 괜스레 한마디를 더 하게 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소미는 괜찮아!”
“……그 소미라는 말, 다시 시작했구나.”
“윽!?”
단소미는 화악 얼굴을 붉히고는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오랫동안 익숙해진 나머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뱉을 때 간간이 튀어나온다.
그 모습에 주지약이 한숨을 쉬며 주먹을 쥐었다.
“진랑이도 참…… 괜한 말을 해 가지고…….”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소미소미 하는 거냐? 애냐?
주지약은 머릿속의 홍진랑을 떠올리며 파르르 볼을 떨었다. 귀엽기만 한 소미의 말투를, 단 한마디로 바꿔 버린 악적 중의 악적이다.
나중에 보게 된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으리.
“허허- 자자, 이제 슬슬 출발을 해야 하니 이쯤에서 헤어지도록 하자꾸나.”
그때 슬그머니 남궁천이 다가와 단소미를 이끌었다.
이렇게라도 강제로 떼어 놓지 않는다면 주지약은 한사코 단소미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제야 웃음을 지으며 손 인사를 한 단소미가 마차에 오르자 주지약 역시 웃음으로 대신 받아 주며 시선을 돌렸다.
“뭐여?”
“……뭘까요?”
그녀의 시선 끝에는 갓을 쓰고 한껏 인상을 찌푸린 장삼태가 보였다.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을 텐데도 거침없는 것이 대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자이다.
하지만 단소미의 밥과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자이다 보니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이다.
주지약이 주섬주섬 품에서 작은 각패를 하나 꺼냈다.
“자요.”
“뭐냐, 이건? 돈 되는 거야?”
“……아니, 어디를 가도 사람들한테 검문받는다면서요. 그때 그걸 보여 주면 될 거예요.”
장삼태는 각패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반복해서 쳐다봤다. 이 육각패에는 누군가의 문양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었는데, 척 보아도 나무의 질과 세공이 최상급인지라 돈이 될 것 같은 각패였다.
장삼태가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입을 열었다.
“팔면 얼마나 되려나?”
“팔면 돈 대신 흙냄새를 맡겠죠. 땅바닥에 목이 댕강 하고 떨어져서.”
주지약이 슥 며 오른손으로 목을 그으며 웃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심으로 웃는 건 결코 아닐 것이다.
“고…… 고맙다. 커큼!”
주지약은 못 믿을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마치, 괜한 것을 주었나?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다시금 빼앗아 가려는 듯한 느낌 때문인가?
장삼태가 다급하게 그것을 품에 숨기며 큰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 어쨌든 잘 쓰마, 꼬맹이!”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팔았다간 큰일 나요. 나중에 돌려주셔야 되는 거고요.”
“다…… 당연하지. 내…… 내가 이걸 왜 팔아…….”
장삼태는 재빠르게 표정을 수습을 하며 헛기침을 뱉었다. 못해도 수십 냥은 받을 것 같았기에 몹시 안타깝기는 하지만 목이 날아가는 것보다는 낫다.
“짐은 다 챙겼나?”
그때 단우현이 마차를 향해 걸어오며 물었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그 모습은, 실로 묵직하여 절로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물론입니다, 헤헤! 필요하신 건 다 챙겨 놨습죠.”
“열흘만 더 가면 무당이다. 이 이상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원치 않으니 최대한 사람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으하…… 그거 또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요.”
장삼태는 식은땀을 흘렸다.
주지약이 준 각패도 있겠다, 숨겨 놓은 돈도 있다.
이대로 무당으로 가며 마을에 들러 펑펑 돈지랄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단우현의 결정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장삼태가 좌절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때 단우현이 슬쩍 장삼태를 향해 다가왔다.
지그시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뭐…… 뭡니까요?”
“…….”
단우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러서는 장삼태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내놓으라는 듯한 모양새였기에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 가, 각패 말입니까요? 이건…… 마차를 제가 몰고 있으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그거 말고.”
순간, 장삼태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말하는 느낌에 무언가를 확신하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숨에 파악해 버렸다. 저도 모르게 전낭 주머니가 있는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이거…… 이건 안 됩니다! 제 겁니다!”
“……저축했다 크면 돌려줄 테니 주거라.”
“제가 앱니까!?”
부모가 아이의 용돈을 빼앗는 듯한 말을 어이없이 내뱉는다. 장삼태가 이를 갈며 가슴팍에 힘을 더 주자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섯 배로 불려 주겠다.”
“언제요?! 저 죽을 적에?”
“…….”
대답 없는 그것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치를 떨었다.
불려 주긴 개뿔.
한 번 들어가면 결코 나오지 않을 거다.
“아무튼 됐습니다! 싫습니다! 이건 제 겁니다!”
“그럼 됐다.”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는 장삼태를 보며 단우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는데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작은 한숨을 쉬며 마차에 올랐다.
“왜 엄한 사람 돈을 빼앗으려는 거예요?”
그것을 바라보며 남궁소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미 홍원창에게 돈도 많이 받았고, 본디 지니고 있던 돈도 상당히 많다. 장삼태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굳이 빼앗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보낼 곳이 있었다.”
“뭐라구요?! 제 돈을 어디로 보냅니까? 제 겁니다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태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수백 냥이나 있으면서, 보내려면 그것을 보내지 왜 자신의 것을 보낸단 말인가.
어이가 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윽?!”
그것을 보는 순간, 느낌이 싸했다.
뭔가,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뭘까? 이 엿 같은 감각은?
장삼태가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보는 순간, 그가 눈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집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홀로 고생하는 네 처를 위해 말이다.”
“헉?!”
“그, 그런 뜻이 있었나요?”
“허허- 그러고 보니 돈 나올 데가 없기는 하구나. 전부 단 가주의 명의로 전장에 들어가니……. 단 가주 없이는 빼지도 못할 테고…….”
호남단가에 돈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돈이 많은 것이 아닌, 단우현이 돈이 많은 것이다. 객잔이나 상단에서 나오는 수입 대부분이 전부 단우현 앞으로 전장에 입금되니 그 없이는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집을 나선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으니만큼 매향의 돈이 떨어질 때가 됐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장삼태를 향해 쏟아졌다.
두 노인은 물론이며 단소미와 남궁소혜까지.
하나같이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눈빛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아, 제길-! 아, 주면 될 거 아닙니까! 주면! 자자! 이게 전부입니다!”
장삼태가 눈물을 머금고 전낭 주머니를 탈탈 털며 건네주자 단우현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그것을 받아 챙겼다.
“걱정하지 말거라. 잘 있을 것이니…….”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