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6
천지교의 신녀 금지란은, 어린 시절 교주인 육철완에게 길러진 고아 아이에 불과하다.
육철완이 고아였던 그녀를 데리고 온 이유는 하나다.
생김새가 말끔하고 크면 제법 아름다울 것 같았으며 아비가 서역인이었기에 그녀의 외모가 다른 중원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목구비를 가졌다는 점이다.
치렁치렁 온갖 장신구를 몸에 두르게 하고, 고운 분가루로 얼굴을 조금 더 하얗게 만들고, 비싼 비단옷을 걸치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주인 육철완이 은밀히 수하들을 부려 일을 벌이고, 신녀인 그녀가 수많은 사람, 혹은 교도들에게 그 일을 예언함으로써 천지교의 신녀가 완성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금지란은 과거 육철완이 하라면 하고, 또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머리가 클 대로 큰 데다, 주변에는 그녀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교의 영향력 절반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십 할 중 삼 할은 그녀를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권력과 힘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금지란은 육철완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 위해, 한 가지가 모자란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교주와는 다르게 영적인 힘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영적인 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만들어 내야 한다.
우습지도 않은 개를 호랑이처럼 분장시켜, 영물이라 속이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하지만 진짜 육철완을 넘어서고자 한다면 그와 동등 혹은 그 이상 힘을 가진, 진짜 영물을 손에 넣어야 함이다.
그래야만이 모든 교도가 그녀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럼 정말로 그 계집을 봤단 말입니까?”
“틀림없어요. 추작한 그자가 교주에게 거짓 서신을 보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죠.”
추작한은 교주의 편에 서 있는 자다.
그가 배운 무공만 보아도, 교주에게 하사받은 것이 아니던가. 그런 이가 거짓 된 보고를 할 일은 없으니 만큼 실제 백호 또는 그와 동등한 영물이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미 제 스스로 말을 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분명하게 이야기를 했답니다. 백호와 새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삭월묘…….”
“네, 분명해요.”
백호 역시, 사람의 눈으로 보기 힘든 전설적인 영물임이 분명하지만 삭월묘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달이 뜨는 날에만 볼 수 있고, 설령 본다 하여도 붙잡을 수 없으며 결코 사람을 따르지 않고, 고고하게 살아간다고만 알려져 있다.
하여, 이 역시 전설이다.
만약, 그 계집이 두 영물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정확하다면 이는 금지란이 단박에 교주를 뛰어넘을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되는 것과 같았다.
단순히 힘으로 짓눌리는 천지교가 아닌, 종교적으로 더욱 완성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엄청난 고수가.”
그러나 마냥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여인의 곁에 있었던 사내.
쳐다보는 눈빛으로도 사람을 옥죄이던 자다.
단순히 철전을 내려놓는 행위만으로, 탁자에 금이 가게 할 정도이니만큼 생각지도 못한 수준에 올라 있는 고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천황 혹은 교주만큼 말이다.
하여, 쉽사리 어찌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걱정 마십시오, 신녀님. 제가 누구입니까? 진태공입니다. 천지교에서도 저를 이길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진태공은 씨익 하며 웃음을 지었다.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
천지교의 교도는, 마교처럼 십만에 달하지는 않으나 중원 전체를 뒤진다면 수만은 가볍게 넘어갈 것이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진태공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실력을 지녔다.
그것을 증명시키듯 실제 중원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만난 이름 있는 고수들조차, 그의 칼날 앞에 무릎을 꿇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의 말이 결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말 그대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하하! 저는 언제나 신녀님 편에 서 있는 이가 아닙니까. 무슨 일이든 신녀님을 위한다면 목숨 바쳐 수행할 것입니다.”
“태공…….”
“신녀님…….”
금지란이 울먹이며 진태공의 손을 맞잡았다.
어찌 이리도 든든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
어린 시절부터 항상 곁을 지키던 육철완은 더럽기 짝이 없는 인간이고, 천지교 제일 미남이라 불리는 추작한은 느끼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진태공은 다르다.
강하고 자신감 있고, 언제나 자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동할 법한데, 그녀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쳐 준다니 금지란 입장에선 이런…….
호구 새끼가 따로 없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저도 태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 믿죠?”
“무…… 물론 믿습니다! 시, 신…….”
끄아아악-!
그때 밖에서 귀를 찢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진태공이 급하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채채채챙-!
들려오는 것은 검격이 부딪치는 소리.
그와 함께 귀곡성과도 같은 괴성이다.
“끄아아악?!”
“꺼…… 거어억!”
누가 죽는 것인가?
그러한 것 따위 보이지도 않는다.
짙게 낀 안개와도 같은 녹색 연무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던 탓이다. 그것을 본 순간, 진태공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독무……? 설마…… 당가인가?!”
“다, 당가라니? 사천의 그 지독한 독종들 말인가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 뒤를 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설마…… 안가가 발견될 줄이야.”
펑펑펑-!
여기저기에서 무언가가 터지고 귀를 울리는 비명이 들렸다. 독무는 더없이 짙어지고,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하는 이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토혈을 해 댔다.
이 사천지부에 있는 이들의 수는 상당하다.
사천이라는 영역 특성상, 호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게 어쨌단 말인가?
독에 면역이 없는 교도들은, 고양이 앞의 생쥐조차 되지 못한다. 하나둘 독에 쓰러지고 휘둘러 들어오는 칼날에 목이 찢겨 나갔다.
“나가야 합니다!”
“에…… 예! 알겠어요. 그리고 태공…….”
“예?”
급하게 그녀의 손을 붙잡고 방을 벗어나려던 진태공은, 부드럽게 부르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순간, 금지란이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어떤 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선녀의 웃음이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아까 한 말…… 절대 잊지 않을 거죠?”
“무, 무슨…… 아……! 물론입니다!”
“믿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언제나 신녀님의 편입니다.”
당차게 말을 하는 이를 바라보며 금지란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목숨 바쳐 지키란 말이야, 이 새끼야.
* * *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감히 광종교(狂宗敎) 따위가!”
당문혜는 더없이 싸늘한 시선으로 천지교의 안가를 둘러봤다. 감히, 족보도 없는 사이비 따위가 사천에 숨어들어 야금야금 세력을 넓히고 있다니?
사천당가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이런 짓을 벌였겠는가?
당가는 결코 남궁세가처럼 물렁물렁하지 않다.
또, 당가는 위협을 당하고 참지 않는다.
그러한 전통이 있기에 수없이 많은 세월 동안 남궁과 모용의 뒤를 이어 팔대세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이 된 것이다.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은데…… 우짭니까? 다 죽여요?”
그때 슬그머니 다가와 묻는 한 사내의 말에 당문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단과 방법 따위 가리지 않아도 됩니다.”
“하하! 역시, 아가씨는 뭘 좀 아신단 말입니다.”
당문혜는 들려오는 웃음소리조차 무시하며 걸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 또한 그녀가 무시했던 천지교라는 곳이, 조금은 대단한 곳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천 어귀에 깊은 곳.
사람들이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안가를 만들었다. 심지어, 진법을 깔아 눈을 현혹시켰으니 최소한 이들은 상당한 자금력과 진법을 깔 정도의 수준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무공 역시 제법이다.
독무를 뿌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에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만약 독무가 없었다면 이쪽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혹, 이들이 당가를 향해 기습적으로 총공세를 펼쳤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무리 독과 암기를 사용한다고 하여도 당가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괘씸하고 화가 났다.
질끈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신녀를 찾으세요. 근처에 있을 겁니다.”
* * *
사천당가의 추격은 매섭고도 빠르다.
저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팔대세가에 이름을 올린 것인지를 알게 할 정도로, 무섭고도 빠르면서 지독하게 뒤를 쫓았다.
“커억?!”
목에 비수가 박힌 수하가 쓰러지며 또 하나를 잃었다.
서른 명이 넘는 호위들을 대동하여 움직였는데, 남아 있는 이라 해 봐야 이제는 채 다섯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들 역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퍽퍽퍽-!
“끄아!?”
암기를 쓰는 것에 누구보다 능수능란한 자들임을 증명하듯 아주 먼 거리에서도 마치 활을 쏘는 것처럼 날아든다.
피하려 몸을 날리는 순간까지 예측을 하는 듯 정교하기 짝이 없는 한 수다.
“지독한 새끼들 같으니…….”
진태공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정면 대결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놈들은 애초에 그럴 생각 따위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온갖 수를 전부 써 댄다.
안가에는 독무가 뿌려졌고, 말로만 듣던 만천화우가 쏟아졌다.
어디 그뿐이랴?
소천뢰.
진천뢰를 작게 만들어 휴대하는 당가의 비전이다.
그것들이 비 오듯이 떨어져 내리니 여기저기 폭발이 일어나고, 휘말린 수하들은 차마 뭘 하지도 못한 채 시체가 되어 버렸다.
진천뢰는 무림에서 금기라 하더니 소천뢰는 괜찮은 것인가?
뭐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단 말인가.
“태, 태공! 괜찮은 건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신녀님을 살릴 것입니다.”
“예! 믿을게요.”
금지란의 말에 진태공은 씨익 웃음을 지었다.
섬기는 이가 믿는다 말을 하니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내, 그녀를 살리는 것만이 지금 그가 살아 있는 이유라는 것마냥, 진태공은 빠르게 산길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굽이굽이 굽어지고 험하디험한 길을 무작정 탔다. 금지란이 힘들 것을 생각하여, 제 몸이 지치는 것 따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우리…… 괜찮겠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아무리 당가라 해도 곧 제풀에 지쳐 돌아갈 겁니다.”
산은 험하다.
안가라는 특성상,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가장 험난한 지형을 골라 만들어진 곳이다. 제아무리 사천당가가 지독하다 한들, 끝까지 추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