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4
“뭐라……? 사라졌다고?”
“……예.”
육철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호북에 있던 놈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지금, 수하의 입에서 그러한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무림맹과 천도회가 갈라지며 힘이 양분되었고, 그 결과 그들의 정보력 역시 반으로 갈라졌다.
하여, 현 중원에서 가장 확실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천지교일 수밖에 없는 것이 상황이다.
그럼에도 놈들을 찾지 못했다…… 그리 말을 하는 것인가?
육철완은 쉬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내 미간을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해가 안 되는군. 호북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니…… 그 길을 따라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사이 비가 많이 와 흔적이 지워져 쉬이 쫓을 수 없고, 최대 정보 수급처라 할 수 있는 하오문에서도 특별히 찾은 것이 없다 하니…….”
“하오문이 찾지 못한다라…… 숨기는 것은 아니고?”
“거기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육철완은 쓴웃음을 입에 걸었다.
지금까지 어떠한 정보도 척척 가지고 왔던 하오문이었던지라, 그들이 알아내지 못한다 말을 해도 그것을 쉬이 믿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것들이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오문에 해마다 들어가는 돈이 얼마던가?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들이, 그것을 내던져 가면서까지 누군가를 숨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하오문에 가장 막대한 돈을 내어 주는 곳은 천지교밖에 없을 테니까.
또한 사라진 것들의 행방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건이 하나 더 있지 않은가. 하여.
“금지란…… 그 계집은 어찌 되었느냐?”
“당가에서 추적을 멈췄다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만, 놓친 것이 아닐는지…….”
육철완은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곳도 아닌 천하의 사천당가다.
집요하기 이를 데 없고,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조차 가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팔대세가라 불리며 정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명문정파라 이름 붙은 자들이지만 기실 하는 행동만 보자면 사파나 마교와 별다를 게 없는 것들이다.
그런 놈들이 신녀를 코앞에 두고 추격을 포기한다?
웃기지도 않은 소리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혹은, 은밀히 붙잡아 가두어 놓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실…… 사천에 있는 모든 정보력을 가동해서 찾아보았는데, 흔적조차 없습니다.”
사내의 말에 육철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이런 가설이 조금 더 맞아떨어진다. 사천에는 무수히 많은 천지교 신도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가로부터 신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진태공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당가의 전력을 혼자 막기에는 역부족일 테니 붙잡혔다는 것이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흐음…… 아마도 후자가 맞을 거다. 당가가 그리 쉽게 포기할 리 없으니 말이다. 다만…… 붙잡았는데 왜 공표하지 않느냐가 관건이로군.”
“최대한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 일은?”
순간, 육철완이 눈을 반짝 빛냈다.
기실, 신수이든 신녀이든 간에 그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고, 이제 곧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떨리는지 웃음을 지었다.
“현재…… 빠르게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합니다. 심려 놓으십시오.”
“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그간 공들인 보람이 있구나.”
육철완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표정을 폈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었던 것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들였던 시간과 돈이 얼마던가? 또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그것에 대해 곧 결실을 볼 생각을 하니 기분 좋지 않았던 이야기 따위는 단숨에 머릿속에서 달아나 버렸다.
이것으로 천지교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 * *
“아니, 어떻게 된 곳이 죄 바위와 산만 있습니까, 여긴?”
“허허, 척박한 곳이라 들었는데 들은 것보다 더하구만 그래.”
신강으로 향하는 길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주변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비옥한 토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그러하다.
길을 잘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본래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원에서 흔히 보았던 녹색빛 가득한 풍경은 어딜 봐도 쉬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중원하고 달라서 굉장히 멋있긴 하네요.”
“멋진 것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칠 일이 지났는데, 이거야 원…….”
마부석에 느긋하게 앉아 진태공을 째려보는 장삼태가 투덜거렸다. 남궁소혜의 말대로 멋진 풍경이기는 하나, 그것을 계속 보고 있자니 이제는 물릴 대로 물려 화가 날 지경이다.
심지어 대로를 타고 이동을 하고 있는데, 길이 어찌나 좋지 않은지 덜컹거림이 심하다. 그렇다는 것은, 길을 제대로 내지 못해 돌과 자갈이 많다는 것이다.
제대로 무공을 익히지 못한 금지란은 허리가 아파 계속해서 신음을 흘려야 했다.
“대…… 대체…… 어, 언제까지 가야 하는 건가요?”
“낸들 아냐?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은데 왜 너만 지랄이야, 지랄이.”
“아니…… 왜 괜찮은 건가요…… 대체.”
마차는 쉼 없이 덜컹거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칠 일이나 이러고 달리니 허리에 무리가 당연히 갈 텐데도, 누구 하나 그것에 대해 말하는 이가 없다.
다른 괴물들이야 원래 그런 자들이니 그렇다 치자.
제대로 무공을 익히지 못한 단소미는, 대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까?
금지란은 가까스로 마차에 붙어 있는 창문을 이용해 밖을 바라봤다.
“마…… 망할 계집애……! 감히…… 백호님의 신성한 등을 말처럼 이용하다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여유롭게 달리는 백호의 등에는 단소미가 매달려 있었으며 그런 단소미의 품에는 백묘가 안겨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을 등에 업고 달리는 모습이 영 위태로워 보였는데, 기이한 것은 단소미의 표정은 매우 편안하다는 것이다.
표정만 보자면 덜컹거리는 마차보다 백배 나아 보였다.
심지어 저 위에서 잠을 자는데도,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마치 백호가 달리면서 단소미의 상태를 조절하는 듯이 말이다.
어이가 없는 이야기이긴 하나, 그렇지 않고서야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비웃어 주려 했던 금지란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거의 다 온 것 같군.”
그때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던 단우현이 슬그머니 눈을 뜨며 정면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 끝에는, 서장과 신장 경계에 있는 마을이 보였다.
저 마을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 신강이 되는 것이다.
그곳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다.
오가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간간이 서장과 신강에서 무역을 하는 몇몇 이가 전부인지라 마을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그 덕분에 조용한 곳이다.
또한 중원에서 흔히 보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척박해 보인다 할까?
마차가 길을 따라 지나며 마을 사람들이 몇 보였는데, 하나같이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것이, 척 보아도 중원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쉽니까?”
“그래. 그래 봐야 노숙을 해야 할 테지만…….”
주위를 슥 둘러봐도 객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저 한쪽 구석에서 야영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집을 빌리든가, 혹은 밖에서 노숙을 하는 것이 이곳 분위기인 듯싶었다.
“집을 빌리는 건…… 어렵겠죠?”
“썩 좋지도 않은 것 같군.”
단우현의 말에 남궁소혜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전되지도 않은 작은 마을이다 보니 밖에서 자는 것과 큰 차이도 없을 것 같았다.
그저 쓸데없는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단우현은 결코 용납하지 것이고.
“그럼 저 근처에 자리를 잡을까요?”
“그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장삼태는 그나마 목이 좋아 보이는 곳을 골랐다. 다른 곳은 땅이 울퉁불퉁한 데다, 돌과 자갈이 많은 탓에 잠을 자는 것이 영 여의치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저기, 사람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넓은 데다 평평하기까지 하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야영을 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곳으로 보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엮여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지금은 저 자리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어 보였다.
장삼태가 말을 이끌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주위를 슥 둘러보며 곁에 야영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순간,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이내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하, 하하, 자, 장주님. 오늘은 조금 더 가서 쉬지 않겠습니까요?”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모른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지.”
“아, 아니 조금 더 가면 좋은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니까요. 혹시 압니까? 커다란 마을이 나와서 객잔에서 자게 될지도!”
“어머- 그거 좋네요. 우리 객잔 가서 자도록 하죠. 허리 때문에 전 바닥에서 더는 못 자겠네요.”
눈치 없는 금지란이 객잔이라는 말에 반색을 하며 손뼉을 쳤다.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침상도 아닌 맨바닥에서 잠을 자니 온몸이 남아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여, 그렇게 피력을 해 보았으나 장삼태와 단우현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 아니, 그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짐이나 내리거라. 슬슬 소미가 배고플 시간이니…….”
단우현이 슬쩍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곧 날이 저물 시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확히 이 시간에 밥을 먹었던 소미다. 단 한 번도 그 시간을 어겨 본 적이 없으니만큼 단우현의 말은 정확했다.
“아…… 배고파…….”
백호의 등 위에서 축 늘어진 단소미가 볼멘소리를 내었다. 본래 이 시간에 밥을 먹는 버릇이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곳까지 오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던지라, 다른 때보다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단소미가 힐끗 장삼태를 바라봤다.
“아저씨…… 배고파요.”
“그…… 그래…….”
장삼태는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저 눈빛을 보고 어찌 조금 더 가자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라면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포기를 한 장삼태가 여전히 마부석에 앉아 있는 진태공을 바라봤다.
“뭐 하는 거야? 빨리빨리 짐 옮기지 않고!”
“아니…… 어딜 가느니 마니 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요.”
“안 가잖아! 그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장삼태는 괜한 곳에 화를 내며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야영을 할 준비는 진태공에게 맡겨 놓고, 그는 식사를 준비할 생각으로 보였다.
슥-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움찔! 몸을 떤 장삼태가 기척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은 채 불을 피우기 바빴다.
“이보시게.”
이내 들려오는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어째, 십 년이 지났음에도 저 목소리는 바뀌지 않는가?
그렇기에 애써 모른 척,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요?”
“그저 늙은이의 착각인 것 같기는 하네만…… 얼굴이 너무 익숙하여 그러니 이상히 여기지 말게나. 해서, 혹…… 그대는 삼태가 아닌가?”
이내 들려오는 말에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아주 잠시, 눈이 마주친 것에 지나지 않은데 십 년 전 기억을 떠올렸단 말인가? 늙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더니 그런 것은 다 거짓말인 것 같다.
이놈의 늙은이들은 어째 뒤지질 않아.
장삼태가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그가 확언하며 입을 닫았다.